* 본 소설은 루시우스 말포이 x 세베루스 스네이프 입니다

* 본 소설은 BL이므로, 꺼리시는 분들은 뒤로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 본 소설은 '소녀시대''작은 배'를 모티브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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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u c i u s M a l f o y x S e v e r u s S n a p e ]

w r i t t e n b y . S E p h i n e

     솔직히 자신보다 훨씬 급이 낮다고 여기는 다른 기숙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루시우스였다. 물론, 슬리데린에게는 자신이 속한 기숙사여서인지 관심을 주기는 했지만, 마치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자신과 격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던 것이 루시우스였다. 기숙사 아이들도 루시우스에게는 범접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곧잘 받곤 했고,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도 계속해서 관심이 가고 있던 슬리데린의 학생이 하나 있긴 하였다. 매번 호숫가에서 책을 읽으며 다른 아이들과는 쉽게 섞이려 하지 않는 그런 존재였다. 자신과 비슷했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보기엔 자신과는 달리 아이들이 그 아이를 피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랬다. 그 누구도 그 아이와는 상대도 하지 않으려 했다. 입학하는 당시에는 그리핀도르의 릴리 에반스와도 곧잘 말을 하는가 싶었고, 제임스 포터와도 대화 몇 마디 정도는 하는가 싶었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점점 그의 말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루시우스 역시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기억하기는 어려울 정도였다.

     "그, 그만 해!"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이딴 징징대는 소리를 내나 하고는 흘긋 돌아보니 제임스 포터와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같잖은 순수혈통 집안의 그리핀도르 소속이었다. 누가 그리핀도르를 정의의 상징이니 뭐니하고선 칭했던가. 이 모습을 보고 있자하면 저 녀석들이 슬리데린 소속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잡아 보시지, 스니벨리."

     "지팡이도 못 잡으면서 어디 마법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스니벨루스."

     분명 그 옆에 있는 것은 그리핀도르의 학생회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말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슬리데린의 학생회장으로써 자신의 기숙사 학생을 구해야겠단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 둬."

     얼마나 그 모습이 멍청해보였던지 루시우스는 블랙가(家)의 자제만을 떼어내놓으면 포터는 무기력하다는 것을 알아채었고, 포터는 금세 그 짖꿎은 장난을 관두었다.

     "흥. 위대하신 슬리데린의 학생회장께선 이런 보잘것 없는 녀석까지 거둘정도로 관대한가 보군?"

     "조용히 해. 그리핀도르에서 점수를 차감시키겠다. 100점으론 충분할까? 아니, 부족한가보군? 그리고, 너―루시우스는 제임스와 시리우스 곁에 있던 그리핀도르의 학생회장 리무스 루핀을 가리켰다.―, 학생회장으로서 어떻게 이 아이들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는거지? 그러고도 학생회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래서 50점을 더 감점하겠다."

     "회장이면 다인줄 아나보군."

     "입 조심해."

     인상을 팍 찌푸린 제임스 일행은 침을 탁 뱉고는 유유히 자리를 떴다. 정말 무기력한 포터였다고 생각했던 루시우스였다. 그들이 던지고 간 지팡이를 주워서 그 아이에게 건내주었다. 루시우스는 그들을 둘러싼 채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에게 매서운 눈초리로 떠나란 듯 바라보자 학생들은 제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바라지 않았던 도움이라는 듯 그 아이는 루시우스를 올려다보았다. 루시우스는 조용히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먼 발치의 웃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단 한 번도 그 아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자신과는 많이 다른 듯한 기분이 갑자기 물밀듯 밀려오는 루시우스였다. 그는 그 아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지 입을 뗐다.

     "이름이 뭐지?"

     "세베루스."

     정말 본론만 답해준 아이였다. 짙은 흑색의 기름진 듯한 머리칼. 그것은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 위로 드리워져 유일한 장막과도 같이 보였다. 눈가도 푹 패인 채 마치 병자 모양을 하고 있는 그는 이곳과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는 학생이었다. 날이 무척이나 맑았음에도 세베루스의 주변에는 먹구름이 낀 듯한 분위기로, 그 누구나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루시우스가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자신의 소개를 했다.

     "난 루시우스 말포이."

     "…알아."

     돌아오는 건 짤막한 대답뿐이었다. 목소리의 울림은 그닥 길지 않았다. 체력도 얼마 되지 않는 듯 했다. 비리비리한 목소리와 얇은 몸. 그의 교복은 크지 않아 보였다. 비쩍 마른 몸에서는 그 어떤 힘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저들이 왜 널 왜 싫어하는거지?"

     물론 대답하기 싫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루시우스는 묻고 싶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왜 그들은 세베루스를 싫어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세베루스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책을 집어 왔다. 그리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루시우스가 제풀에 지치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그렇지만 루시우스는 끈질겼다. 계속해서 세베루스의 곁에 앉아 그가 대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것에 이유는 없어."

     아무 이유도 없단 건가. 루시우스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아무 이유도 없이 싫어한다니. 어이 없는 이유였다. 단지 이유가 없이 제일 만만한 학생을 괴롭힌다는 것은 슬리데린의 깡패들도 잘 하지 않는 일이었다. 정녕 저런 학생들이 그리핀도르에 들어가 있다니. 말세였다. 루시우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세베루스의 시선이 책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별 다른 말 없이 그 자리를 뜨는 루시우스였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이런 화창한 날씨는 다시 보기 드물었다. 가을 하늘은 정말 높고 공활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호숫가에는 그가 있었다. 오늘은 비록 다른 책을 읽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만났던 날 그대로였다. 여전히 얼굴을 가리는 긴 검은 머리와 창백한 흰 얼굴, 그리고 앙상한 몸. 그는 햇빛 아래에서 웃으며 뛰노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혼자만이었다. 언제나 어두웠다. 책도 매번 딱딱한 것인지 웃지도 않는다.

     맑은 날에 빛나는 것은 역시 그 빛을 반사해낼 것 밖에 없었다. 맑은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며 고고한 자태로 루시우스가 걸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작은 나무상자. 학생들의 시선을 전부 물리친 채 호수로 가는 그. 그는 물 앞에 앉아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그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있던 것을 하나하나 물 위에 띄운다. 그렇게 떠 있는 흰 종이배들의 위로 지팡이를 살짝 휘두르자 그것은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는 웅성거림 때문에 책 읽기를 관둔 세베루스를 보았다. 그늘 아래에 있어서인지 세베루스의 모습은 더욱 창백하고 어둡게만 느껴졌다. 세베루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우스를 보고는 아래로 내려왔다.

     "모빌리코르푸스."

     루시우스의 한 마디에 세베루스는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와버렸다. 루시우스가 그의 앞에서 빙그레 웃어보이며 호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제서야 호수를 바라본 세베루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교제 해줄건가?"

     세베루스의 긴 머리가 작게 흔들렸다. 오늘은 정말 맑은 날이었다. 작고 흰 종이배들은 물 위에서 하트무늬를 그리며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