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I do not own Assassins Creed and its characters.

Author's Note: I have been holding this story for a quite while. I want to share this fanfiction with more people but I'm not sure whether it'll be translated in English anytime soon. I wonder if anyone will ever read this, but if you do, please enjoy!


Prologue

그 날 네가 엉망으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나를 깨우지 않고 먼저 살그머니 집을 나섰을 때, 나는 꿈을 꿨다. 언젠가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들떠서 이야기했을 법한, 우스울 정도로 동화스러운 집에 나는 홀로 남겨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붉은 벽지가 발라진 사각형의 조그마한 방에는 따스하게 불타오르는 벽난로가 있었고 그 옆에는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소나무 장작과 낡은 부지깽이가 놓여져 있었다. 그 앞에는 양털과 부드러운 담요가 어지러이 걸쳐져 있는 크림색 모직 소파가 앉아 있었다. 어둔 창 밖으로는 점점이 내리는 흰 눈이 간간히 비쳐 들어오는 달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빛났다. 어디선가 부엉이 울음 소리가 들렸고 희미한 캐롤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자 그 오래되어 보풀이 잔뜩 일어난 소파에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가 누워 있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가 아는 한 고양이처럼 몸을 잔뜩 말고 자는 버릇이 있는 스물 세 살 짜리 사내는 카다 너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빙그레 웃고 가만히 소파에 몸을 묻었다. 네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곤 별안간 네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져 너처럼 옆으로 누워 웅크렸다. 소나무 향내를 내며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자 신기하게도 소파 뒤로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오는 네 모습이 비쳤다. 내가 놀랄 얼굴을 상상하며 키득대는 너의 표정이 어릴 적과 달라진 것 하나 없어 나는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왁! 네 목과 바지춤을 잡아 내 쪽으로 휙 뒤집어 넘기자 외려 네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어린 소년들처럼 바닥을 뒹굴며 서로를 간지럼 태우기도 하고 장난 삼아 목을 조르기도 하며 웃어댔다. 행복과 평화와 기쁨과 따스함이 웃음을 타고 혈관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이내 나는 형, 숨막혀, 라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이는 너를 꽉 끌어안고 카펫이 깔린 바닥에 누운 채 영문도 모르고 다행이야, 다행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너의 온기가 멀어졌고, 뺨에 느껴지던 카펫의 달콤한 촉감과 네 짧은 머리칼에서 나는 부드러운 냄새와 너의 고동소리가 멀어져 갔다. 방 전체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이내 세상은 온통 캄캄해졌다.

날 깨운 것은 머리맡에 놓여진 핸드폰의 울음소리였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던 나를 끔찍한 두통과 메슥거림이 반겼고 반쯤 걷힌 블라인드 너머에서 들려오는 로스 앤젤레스 시내 한복판의 지독한 소음은 열과 성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차가운 빛을 던지는 디지털 시계는 오전 열 시 이십 사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또 페데리코나 루시가 응급실에 결근했으니 대타로 나와 달라는 전화겠지 하면서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손에 쥔 기억이 난다. 운 좋게 낸 크리스마스 이브 오프를 망칠 순 없다고, 받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지만 끈질기게 빽빽거리는 소리에 나는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지도 않고 대충 폴더를 열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는 소란스러웠다. 에지오가 황급하고 허둥대는 목소리로 알아듣지 못할 이탈리아어를 빠르게 외쳤다. 어지러운 사이렌 소리와 비명 소리.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귀를 뚫고 들어온 너의 이름에,

"Cazzo, 카다! 내 말 들려? 카다, 안돼! 눈 감지 마, 정신차려! 카다!"

내 목소리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