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30%
419 words. 516.
알고 있었다. 저 금발의 매력적인 컨설턴트는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대다수의 것들을 비밀스럽게 꽁꽁 싸매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리스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알고 있었고 이해하고 있었고 연연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이미 한 번 산산조각 난 적이 있었다. 오늘날의 가벼운 말과 시답지 않은 장난들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방문을 열어 가족의 주검과 벽에 그려진 레드 존의 흔적을 발견했었을 당시의 제인 그대로였다. 결코 다시는 이어 붙이지 못할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가슴에 흩뿌려져 있어서 누구에게도 그 작은 한 켠마저 내어줄 수 없는 그를 리스본은 받아들였다. 그녀는 그런 것에 익숙했다. 세 명의 남동생; 뜻대로 되지 않는 누군가를 보살피는 일은 마치 제 삶에 있어 절대 벗어 던질 수 없는 숙명처럼이나 느껴졌다.
하지만 하루하루 레드 존을 향해 걸어나는 나날들 속에 어쩌면 신뢰나 혹은 우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둘 사이에 고요히, 마치 먼지가 그러하듯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비밀스러운 눈을 한 제인이 숨기고 있었던 무언갈 털어놓기 위해 리스본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 이미 그가 전에도 몇 번이나 사무실로 들어서 비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 어떤 깨달음이 리스본을 덮쳤다. 거짓말쟁이에 타인을 신뢰할 줄 모르는 제인이 현재 삶을 통들어, 심지어 자신이 속한 팀 내에서조차 유일하게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자신뿐이란 사실이. 깨달음과 동시에 리스본은 자신의 얼굴이 살짝 뜨거워짐을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돌봐온 그 어떤 누구에게서도 이러한 보상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 순간 그녀를 덮친 감정은 약간의 안도감과 뿌듯함 그리고 – 정말 믿을 수 없게도 – 기쁨이었고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데에 대한 당혹스러움도 일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로렐라이에 관해서 거짓말만 늘어놓던 그 입술이 벌어지고 흘러나온,
"난 내가 하는 일의 30%만 너한테 말하는 거야."
라는 당연하다는 투의 말에 리스본은 말 그대로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어깨를 곧게 펴고 레드 존을 향한 집념으로 가득 채운 푸른 눈으로 너무나도 당당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10년의 세월을 허물었다. 알고 있었다. 제인이 원래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리스본은 알고 있었고 이런 말에 실망이라거나 배신감 같은 감정을 느껴선 안 되는 거였다.
"너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의 앞에서, 그의 그 한 마디에 무너진 채로 서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애를 쓰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쏘아보려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고집스럽기 짝이 없는 눈이 지금 그녀를 잠식해가는 감정을 파헤치려 한다는 걸 깨닫자마자 그녀는 낮은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리스본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레드 존에 관한 것도, 로렐라이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제인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사실 단 하나가 바로 그녀의 숨통을 조여온 원인이었고,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나도 늦은 뒤였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로 얼룩덜룩해진 가슴을 씻어내려 노력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났을 때 제인은 여전히 그녀의 등 뒤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