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y, I finally got to update a new chapterXD

판타지 로맨스

Fantasy romance

(2)

* 나루토 *

방금전의 변태버전 사스케는 확실히 무서웠다. 그리고 엄청 당혹스러웠다. 이건 뭐, '그래, 오늘부로 너는 성인이구나! 그러니 연인과 섹스를!'... 같은 논리냐? 헐~ 오마이갓~ 지저스 크라이스...

으아아아아악!

그러니까 그게 그렇지 않다니깐! 당당히 배째! 하고 방문을 나설수 있어, 난 사스케의 '덮침'따위 하나도... 하나도... 크윽. 솔직히 좀 무섭긴 하다. 이런 젠장. 아니, 아니, 아니야! 난 전~혀 무섭지 않아! 그냥 혼자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는중이라구, 음, 그래, 생각!

졸지에 성적 협박(?)까지 받아가며 '내' 방에 '내'가 갇힌 채로 벌써 10분이나 지나버렸다. 잠도 안오는데 혼자 멍때리고 있자니 1초가 1년같다. 평소같았으면 아싸라비야 하면서 낮잠에 푹 빠지고도 남았을 나였지만, 지금같아서는 이 사스케자식이 대체 어디서 무슨생각을 하고있는지 신경쓰여서 아주 미칠것같다.

불과 몇년 전에 있었던 나와 그의 재회, 당연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풋, 그때 우리는 전쟁의 끝자락에 와서야 함께 나앉아서 눈이 밤탱이가 될 정도로 펑펑 울었었지. 그냥 무슨 정신지체아처럼 서로에게 끊임없이 '미안해'라는 말만 끊임없이 반복했던 것 같다.

'사랑해, 나루토... 그동안 너한테 몹쓸 짓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나라도 다시 받아주겠어...?'

그리고 '베스트 프렌드'정도의 개념을 가지고있던 나에게 그가 고백을 했을때는, 뭐랄까, 충격이었다기보다는 그냥 감동적이고 행복했다. 그때까지 쌓여왔던 나와 그 사이의 두꺼운 장막이 화끈하게 걷어져버린것만 같았다. 그때까지 있었던 모든 고통, 분노, 슬픔들이 순식간에 싹 승화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달까. 동시에 속이 뻥- 뚫린것만 같은 해방감으로 가득차서, 내가 게이가 됐다는 건 별로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음, 그러니까 전쟁 끝난 날이 우리 사귀기 시작한 날이었다고.

난 지금도 나의 결정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스케와 나, 하면, 그냥 이정도로 편하게, 가볍게 생각하고있다. 왜? 끝! 해피엔딩! 우린 서로를 사랑하고 있고, 닌자세계도 다시 평화로워졌으니까!

하지만 사스케는... 사스케는 그때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나를 엄청 진지하게 쳐다본다. 특히 최근에 그런게 더 잦아진것 같다. 지금 이렇게 함께하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석은 아닌가보다. 흘러가는 말이라도 과거얘기가 나왔다, 하면 표정이 엄청... 숙연해진달까?

혹시 나한테 아직 쌓인게 있나? 글쎄, 있었다면 째려보고 흘겨보고 난리가 나고도 남았겠지. 아니면 내가 질렸나? 아, 그럴리가, 아침에 했던 짓을 좀 보소. 헉, 그럼 설마...

설마 진짜로 아직까지 나랑 '응응'을 못해봐서그런건가?!

- 어이, 나루토, 내생각엔 사스케놈이 확실히 성적으로 정신이 피폐해져서 그런거같다. -

- 닥쳐, 변태쿠라마! 오랜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잖아! -

으아! 정말이지 3년 가까이 사귄답시고 지내봐도 속을 알수가 없는 인간이다, 우치하 사스케는! 그나저나 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돼냐...

* 사스케 *

정말 고맙게도, 집으로 향하는 길엔 누구도 나에게 길게 말걸지 않았다. 주머니속에 박아넣은 손안에는 자그마한 상자가 쥐어져있다. 견디기 힘들정도로 나날이 벅차오르는 감정에 휩쓸려 화끈하게 내려버린 결정이었는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건가...

안그래도 아침에 무심코 내뱉어버렸던 그 웃기지도 않는 농담아닌 농담이 신경쓰인다. 어쩌면 그녀석은 그말로 인해 나를 더 가볍게 생각하게 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상태로는 내가 제대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야, 또 무슨 헛소리냐니깐!'...과 같은 말과 함께 그에게 된통 얻어맞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계속 터져나오는 한숨을 눌러내리며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문앞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들어가면 분명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왜이렇게 오래걸렸어? 뭐하다가 이제 오냐고!' 하면서 물어댈게 뻔하다. 하아... 뭐라고 둘러대야될까나. '안부 한명과 논의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고 말하겠다는 어정쩡한 계획을 세워놓고는 조용히 문고리에 키를 꽂아 돌렸다.

큰맘먹고 들어간 방안은 예상밖으로 무척 잠잠했다. 결국 나간건가, 하고 생각하려던 차에 곧 침대위에서 새근거리고있는 나루토를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살며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자고있는 녀석을 내려다봤다. 또 나도모르게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 주위의 근육이 느슨해져버린다.

손을 뻗어 윤기나는 금발을 가만히 쓰다듬어본다. 이마위로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들 아래로 보이는 앳된 얼굴. 오똑한 코 밑으로 앙다물어진 자그마한 앵두빛 입술에 역시나 시선이 간다. 장난삼아 눈꺼풀을 들어올려 그뒤에 감춰져있을 보석을 구경하고싶어진다. 잠들어있는 얼굴에서 나루토가 나에게 지어보였던 수십가지의 표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표정으로 나와 함께했던 날들...

언제나 그래왔지만, 나름 힘들었던 하루일과를 마치고 녀석과 함께 이불속에 파고들때면 다시한번 내가 이 바보를 얼마나 사랑하고있는지 깨닫는다. 이불속에 파묻혀 졸린 눈을 반쯤 뜨고서 중얼거리는 사람이 귀여워 죽겠다고 생각하는게 결코 정상은 아닐테니까.

깨지않게 조심스럽게 그의 옆에 누웠다. 더이상 주저할 필요성을 잃어버렸다. 이렇게나 떨어지고싶지 않은 사람인데, 하루가 지날수록 이 느낌은 더 확실해져만 가는데. 잠깐이었지만 뭐하러 그렇게 망설였던건지.

오늘 계획, 전혀 이상없다.

* 나루토 *

"...핫!"

문득 잠들어버렸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깥을 내다보니 벌써 어둑어둑 해가 지고있다. 급히 침대에서 내려가려는데 익숙한 두 팔이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뒤돌아보자 평온한 얼굴의 연인이 말없이 내 두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 사스케? 돌아왔네...가 아니라 야! 너 어디갔다왔냐니깐? 기다리다가 잠들었잖아!"

나름 혼자 있다가 걱정했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능글맞은 녀석은 아주 여유로워서 살맛이 났다. 그런데 너무 여유로워서... 분위기가 왠지 잔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입을 여는 그의 팔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또 무슨 심오한 얘기를 하시려고 이렇게 긴장했다는걸 밖으로 다 표현하시려나~

"쿡, 넌 어디갔다왔을거 같아?"

이런. 뭔가요, 이런 어이가 풀풀 날아가는 첫마디는. 이자식 진짜 진지한거야, 진지한 척 하는거야?

"아오! 신경쓴 내가 바보지. 나는 왜 또 버려두고 갔는데?"

"아아, '특별한' 선물을 사러가는데 받을 사람이 보게하면 되겠어?"

오호라. 이건 좀 의외의 대답인걸?

"에? .. 오옷! 내 생일선물 사러간거였구나! 볼래, 볼래~"

나란 사람도 확실히 좀 단순한 면이 있긴 한거같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있던 삐친 태도는 다 어디가고, 나는 '선물'이란 말에 벌써부터 잔뜩 들떠서 그를 보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스케가 너무 조용했다. 아, 이녀석은 뭐 항상 조용한 편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지나서 아까 말한 그 '숙연한' 느낌을 풍기고 있달까...?

"... 나루토."

"또 분위기 잡는다, 잡아~ 왜?"

"갑자기 이러는 거 같아서 당황스러운건 알고있어. 하지만 오늘만큼 하고싶었으니까, 들어줘."

"어? 아, 뭐... 못들어줄건 없는데 무슨 얘기를... 하아?"

상황파악이 전혀 안돼 계속 질문해대는 나를 깡그리 무시한 그가 내 손을 잡고 창가쪽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심각한 얘기라도 꺼낼 것처럼 진지해진 그의 얼굴에 나까지도 바짝 긴장해버리게 된다. 뭐야, 진짜! 괜히 멀쩡한 사람까지 어색하게 조용해지게 만드네. 대체 무슨생각인거지?

- 나 봤다. -

- 흐익, 깜짝이야! 봐? 뭘 봤다는건데? -

- 내생각에 네녀석은 닌자로서의 자질을 좀더 키워야할 것 같아. 그리고 네 그 둔함도 좀 없애고. -

- 아..? 아오, 진짜! 아까부터 너나 사스케나, 좀 사람을 이해시키는 말과 행동을 하라니깐! -

- 아무튼 난 상황파악 다했다. 이제 직접 확인해봐라, 둔탱아. 이거이거, 아주 딸내미 시집보내는 느낌이군, 후훗... -

- 뭐뭐뭐, 뭐?! 그리고 나 남자거든! -

내면의 대화에 신경쓰느라 어느새 사스케가 이끄는대로 순순히 창가쪽까지 따라가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짙은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멈춰선 그가, 살며시 내 두 손을 맞잡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진심으로 대화하기를 원하는 그의 소리없는 부탁에, 나도 곧 표정을 가다듬고 그를 마주봤다.

"아, 사스..케? 그러니까 무슨 얘기가 하고싶은거냐니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다시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얘기."

"어, 어?"

살짝 주저하는 것 같던 그가 이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우리 종말의 계곡에서 싸웠을 때, 기억해?"

"다, 당연하지!"

"넌 끝까지 날 구하려 들었고, 난 끝까지 그런 널 뿌리치고 잘못된 길로 파고드느라 바빴었을 때. 널 상처입혔을 때."

"뭐래, 벼, 별로 상관 없다고, 이미 다 지나간 일.."

"그때의 나, 용서해줄래?"

"으,으에에? 다 풀린지 옛날이라..니깐.."

"4년 전, 넌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나를 구하려 들었고, 난 또다시 끝내 널 버려버렸을 때, 기억해?"

"아, 야마토 대장이랑 있었을...때?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의 나도, 용서해줄래?"

"무,물론이지, 사과할 필요 없다구!..."

"그렇게 끝끝내 고집부리다가... 3년 전, 전쟁 끝에 와서야 피투성이가 된 네앞에 꿇어앉았던 나, 기억해?"

"어이, 사스케, 지나간 일이라잖아, 이제 그만..."

"그때의 나조차도, 용서해줄래?"

"아 진짜! 너 날 뭐로 보는거야? 다 용서하고도 남았어! 지금 서로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됐잖아, 그럼 된거라니깐? 너 계속 이런 얘기 할꺼면 나.."

"그럼, 이제 군데군데 뒤틀려졌던 이 이야기 접고... 너와 나 사이의 새로운 이야기, 시작하고싶어."

평소의 나같았으면 이 괴상하고도 뜻모를 말에 헤실거리면서 놀리기 바빴겠지만... 지금 내 눈앞의 연인은 정말로 뭔가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묘하게 그늘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투명한 유리를 따라 옅게 퍼져나온 흑청색의 저녁하늘이, 방안에 희미하게 켜진 전등빛과 섞여 꽤나 신비로운 푸른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문득 눈앞의 사람이 은근히 잘생겨보인다는 생각에 이르자 얼굴이 뜨끈뜨끈해지기 시작한다.

"..."

"나루토... 날 용서해줘서 고마워. 날 구해줘서 고마워. 이런 나였어도 계속 곁에서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안그래도 붉어진 얼굴이 또다시 화끈거린다. 누구나 다 열아홉살의 꽃다운 생일을 보낼때 이런 곤욕을 치르나? 아니겠지. 그럴리가. 이게 다 내 오글거리는 남자친구덕분이야.

"칫, 나, 나도 너.. 어이, 사스케?"

나에게 가만히 시선을 두던 사스케가 이내 씨익- 웃으며 눈밑으로 사라졌다.

잠깐.

'씨익' 우, 웃었어?! 그리고 멀쩡히 서있던 녀석이 왜 갑자기 막, 막, 이상한 자세로 내려앉는거지?!

- 유후~ 할렐루야~ 기대하라구, 나루토 -

- 아앙?! 흐익, 설..마. 설마설마설마! 으이에에엑- 너! 알고있었던거지! 그럴거면 좀 미리 알려주던가, 도망가게~! -

- 벌써부터 기뻐죽겠다는 표정 하고서 그런말 해봤자 전혀 설득력 없다고, 너~ -

- 쿠라마! -

잡혀있던 왼손이 허전해졌다. 사스케의 손이 주머니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오 신이시여 이것만큼은-

달칵-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있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올려다보던. 그자식이. 결국. 결국! 활짝 열린 자그마한 상자를. 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반짝이는... 고리..

"...우즈마키 나루토?"

"히..익..."

"내 인생의 매일을, 일분일초를, 너만을 사랑할거라 맹세해."

그의 조용하고도 확고한 목소리는, 하아, 인정하긴 싫었지만 매력적일만큼 듣기 좋았다. 켁! 아냐, 아냐, 이딴 낯뜨거운 말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동안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던 그의 입술이 다시 나를 향해 움직이고있었다.

스톱, 스톱, 스톱, 스톱! 아 우치하 나도 너 완전 사랑하니까 제발 이런 당황스런 핑크빛 시추에이션은 그만두는게-

"... 나랑 결혼해줄래?"

오. 마이. 갓.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그 짧은 한마디에 지금껏 그녀석과 함께했던 크고작은 기억들이 질서를 잃고 어지럽게 머릿속을 휘젓고다니기 시작했다. 자제력을 잃은 심장이 튀어나올듯이 쿵쾅거리는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것 밖엔 없었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잠잠히 끝자락에 왔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해피오프닝'으로서 또하나의 삶, 새로운 이야기의 한줄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결혼성공!ㅎㅎ

재밌게 보셨길 바랄게요

lol They finally made it!

I hope you enjoyed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