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섬뜩한 도시. 제이슨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정돈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사고력을 쏟았다. 그럼에도 버거움을 느끼는 까닭은 거기에 향수가 더해졌기 때문일지?
하지만 물론 향수는 아니었다. 향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독하고 숨 막히는 악감정이 휘몰아쳤다. 재가 낀 듯이 목이 칼칼하게 뜨겁고, 코로 들이는 숨은 차가웠다. 그는 자신의 영기가 복수자[어벤저] 패턴을 띠는 이유를 실시간으로 체감하면서 이마를 짚었다.
'아라야, 아라야, 이건 지나치다.'
마치 직접 아라야가 그들을 부르는 상념을 들은 것처럼 악감정이 수그러들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늘한 공기로 하얗게 입김이 나왔다.
그가 고담에 돌아온 것은 영령을 소환하고 약 3년 뒤였다. 프랑스에 이어서 영국 ; 유럽을 중심으로 커다란 사건 두 개를 일으켰으니 시간이 조금 지난 뒤면 고담이 오히려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3년 뒤에 돌아온 고담에는 배트맨의 감시망이 이전보다 촘촘해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배트맨의 순찰 구간과 패턴은 여전했고, 재건축이나 개축이 있어도 테트라 아낙스를 통해 변화한 사실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었으므로 방심하다가 걸리는 염려도 없었다. 특히 정장을 회수하러 왔다가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더 주의를 기울인 뒤에는.
그렇다고 배트맨이 방심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 그럴 리가. 방심의 가장 극단적인 반대에 위치한 것이 바로 배트맨의 편집증인데. 그는 해킹을 비롯하여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이어진 마법적인 현상이 모두 이어진 하나의 큰 사건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거의'가 붙은 이유는 순전히 제이슨이 증거 은폐에 최선을 다한 덕분에 물증이 없는 탓이고.
영령을 동반하여 허수잠행으로 고담에 잠입한 제이슨은 지난 3년간 브라질에 설립하여 대기업으로 키운 아틀라시아 주식회사의 가지를 고담에 뻗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라이더를 중심으로 세이버와 랜서를 시켜서 크라임 앨리를 시작으로 고담의 어두운 사회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라이더가 활약하는 한, 그 방면으로 그가 하는 일은 은폐 작업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완벽한 복수를 원했다. 그의 존재가 드러나서 복수를 하기 전에 방해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행보를 감추는 것은 배트맨이 있는 한 힘든 일이었기에 마카로프 기업의 오너인 마카로프 아틀라시아로서 고담에 온 것이고.
'배트맨이라….'
제이슨이 작게 코웃음 쳤다. 바로 1주일 전에 베인이라는 근육 덩어리 빌런이 등장해서 브루스 웨인의 등뼈를 작살낸 사건이 있었다. 장 폴 밸리(아즈라엘)라는 아마추어가 브루스에게 진 목숨빛을 갚는다고 잠시 배트맨 역할을 대행했는데, 워낙 정신적으로 불안한 자였던 터라 얼마 안 가 해고되고 쫓겨났다. 그리고 쫓겨난 장 폴 밸리는 얼마 안 가 죽었다. 세간에는 아즈라엘로서 활동하다가 범죄자의 습격으로 죽었다고 알려진 모양이지만, 사실은 어새신이 그의 목을 거둔 것이었다.
"그의 망령됨은 그 자신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덧씌워진 것. 지금이 아니면 때는 없다."
어새신은 그렇게 이유를 설명했다. 아즈라엘의 유해에서 갑옷을 관찰한 제이슨은 그의 이유를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갑옷 자체가 축복과 저주의 경계에 선 사념의 덩어리였고, 갑옷에 서린 역사는 잔인하고 역겨울 만큼 희생제의(犧牲祭儀)로 점칠되어 있었다. 그는 갑옷에 묶인 신실한 이들의 영혼을 해방한 다음 어새신이 청한 성 뒤마 성전사단의 토벌을 허가했다.
어새신의 일처리는 신속하고 은밀했다. 다음 날까지 아무도 그들의 전멸을 알지 못했다. 장 폴 밸리의 시신을 돌려주기 위해서 수도회에 도착한 배트맨을 맞이한 것은 참수된 시신의 무리였고, 그는 아직도 그 원흉인 '처형자'를 쫓고 있었다.
옷에서 마력의 불꽃이 튀자 제이슨은 혀를 찼다. 차라리 망념에 가까운 복수심이 그의 심장을 노심 삼아서 용의 숨결과 같은 검은 불길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을 최대한 제어하기 위하여 마술예장이 그의 감정처리를 도왔지만, 마력의 스파크가 튀면서 과부하 현상을 보였다. 그가 복수자(Avenger)인 이상 어쩌 수 없는 일이었다. 고담에 그를 살해한 자가 자유롭게 다른 인간을 죽이는 불의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으니.
"마스터."
부드러운 미성이 복수심의 돌풍을 뚫고 들어왔다.
"룰러."
언제부터인가 감겨 있던 십자 동공의 붉은 눈이 뜨이고 보라색에 가까운 회청색 눈과 마주했다. 자비로운 서늘함이 닿자 복수의 열기가 그나마 가라앉았다.
제이슨이 심호흡했다.
"라이더는?"
"밀러 항구의 무기 밀매를 인터셉트 하고 있어요. 세이버와 랜서 덕분에 진행이 빠르군요."
룰러는 아직 그의 계획을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고담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지만, 그녀의 마스터가 간접적으로도 더러운 일을 하는 것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의 마스터는 아직 성인조차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기업의 회장으로, 어른으로 위장하여 일하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의도는 좋지만 그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말리고 싶었다. 그가 멈추지 않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었다.
작은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인 제이슨이 옆을 흘겨보았다.
"진지구축 현황은 어때, 캐스터?"
"미콩! 주인님의 부름에 등장~ " 캐스터가 어디에서 그의 시선 안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깔끔하게 준비 완료예요! 수도와 전기도 완비! 이 더러운 도시 구석구석 모든 영맥을 제어권에 두었답니다~!"
"흠."
캐스터는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했다고 신호하는데도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녀가 계속 바라보니, 그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잘했어, 캐스터. 도움이 되었다."
그의 몸은 익숙지 않은 일을 한 데 대한 불편함으로 어색함이 넘쳐 흘렀다.
"꺄~! 부끄러워하는 주인님 귀여워!"
"다, 닥쳐! 이거 놔!"
그를 끌어안고 폴짝폴짝 뛰면서 꺄꺄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가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그에게서 떨어진 캐스터는 계속 그를 껴안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다가 꼬리와 귀를 쫑긋 세우고 표정을 굳혔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허공에 그녀가 날카로운 눈총을 쏘았다.
"관음하는 취미도 있나 보죠, 영웅왕?"
그에 아처가 금색의 영자를 갖추며 실체화 했다.
"관음이라니, 불경하다! 짐은 이미 모든 것을 관조하고 있거늘!"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찌푸린 아처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내 그 표정은 파안대소로 깨졌다.
"하지만…. 푸하하하핫! 여우에게 좋을 대로 휘둘리는구나, 마스터. 더 빠릿하게 굴지 못 하겠느냐?"
그는 얼간이 같은 제이슨의 모습이 웃기다는 것을 대단히 돌려서 표현하고 있었다."
"흥. 초야권을 대놓고 주장한 네가 할 말이 아니지."
제이슨의 반격에 아처가 아픈 상처를 게이볼그로 푹 찔린 것처럼 펄쩍 뛰었다.
"네 이놈! 그것은 성년의 '나'가 한 일이라고 했을 터!"
제이슨은 코웃음만 쳤다.
"어쨌든 그것도 너잖아?"
"이익!"
아처가 분해서 이를 갈 때 랜서가 아처 옆에 현계했다.
"그 쯤 하라고, 루갈반다가 피똥 싸는 동안 놀러다닌 한량 금붙이. 고담 토종의 박쥐 어새신이 움직이는 것 같으니까."
아처의 이마에 핏줄이 '빠직' 소리가 날 것처럼 튀어나왔다.
"누구 덕분에 네 전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똥개! 잊혀서 환령으로 떨어진 다른 잡종들 신세가 되어봐야겠느냐?!"
랜서가 양손을 장난스럽게 들었다.
"워, 워.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전에 딱히 영령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제이슨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하여 끼어들었다.
"굳이 온 이유가 있겠지, 랜서?"
"뭐, 그렇지." 랜서가 창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블랙 마스크인가 뭔가 하는 녀석을 해치웠다. 그 녀석의 떨거지들도 정리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것을 발견했거든."
그가 웬 아뮬렛을 내밀었다.
"흑마술(Witchcraft)로 만들어진 마력 쫓는 아뮬렛이야. 보디가드 하나가 가지고 있던데, 근처에 마녀라도 있어?"
제이슨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담에는 자타나라는 호모 마기가 살아. 인맥이 넓은 블랙 마스크가 마법을 경계해서 준비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게 아니라 보디가드라…?"
어새신이 그의 상념을 끊으며 마치 거기에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앞에 나타났다.
"광대가 움직였다, 계약자여."
핫산이 조커와 그가 이끄는 갱단이 움직인 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건넸다. 제이슨은 그의 보고를 들으면서 지도를 읽었고, 조커가 조커 가스를 고담시 전역에 살포하여 판데믹 수준으로 난리를 일으킬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소의 정보가 갖춰진 계시는 차라리 미래시에 가까웠다.
"고맙습니다, 어새신. 놈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엉뚱한 시민을 죽이지 않게 손을 써주시겠습니까? 심심풀이로 살인을 하는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당장 배트맨 모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당신 뿐이군요."
"그러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인 어새신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 캐스터가 외쳤다.
"마스터, 라이더와 박쥐가 만났어요!"
제이슨이 허탈하게 웃었다.
"공교롭네. 어떻게 하필 제대로 움직일 시기에 딱 걸리냐?"
혀를 찬 제이슨은 라이더의 시야를 빌렸다.
【오. 왔냐, 마스터?】
마치 채팅방에 들어온 친구를 맞이하듯 라이더가 염화로 가볍게 인사했다. 라이더는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로 날아다니는 적을 상대로 총을 쏘고 있었다. 조명 상태가 별로 양호하지 않은 부두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마치 일부러인 것처럼 얼기설기 쌓여 있었다. 가끔 조명에 드러나는 그림자의 형상이 배트맨이 총탄을 피하며 남기는 흔적이 전부였다. 한 정 당 단발로 끝나야 정상인 머스킷 권총이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총알을 계속 쏟았다.
【어때?】
【마스터가 브리핑했던 대로인데? 웬만한 어새신 못지 않아. 가뜩이나 밤눈이 그렇게 밝지도 않은 편이라 애먹고 있다. 아, 빨리 세이버가 와줬으면 좋겠구만.】
라이더는 투덜거리면서 살아있는 어쌔신이 접근하지 못하게 총을 쏘고 또 쏘았다.
=복수자 광시곡
"하! 하앗! 여기냐!"
배트맨은 기관단총의 그것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피하여 어둠 속에 있는 엄폐물 뒤로 숨었다. 그의 눈은 가늘게 뜨인 채 집중하여 적을 관찰했다. 상대는 붉은 튜닉에 겉은 검고 안감은 푸른 재킷, 트리콘 햇을 착용했다. 총은 아마도 겉모양만 머스킷인 자동권총. '아마도'가 붙은 것은 자동권총이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재장전 없이 발사된 탄환의 수가 비현실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외계의 기술일까?'
또 울리는 총성에 배트맨은 몸을 날리면서 상념을 뒤로 미뤘다.
일견하기에는 해적을 기믹으로 삼은 얼치기처럼 보이는데, 정작 상대해보면 아니었다. 상대의 기세가 어지간한 빌런에 못지 않았다. 기세에 어울리는 실력도 있어서 총을 떨어뜨리려고 날린 배터랭을 총탄으로 쏘아 튕겨내고 있었다. 귀신 같은 사격 솜씨였다. 웬만한 인간은 쫓지 못하는 그의 움직임을 대략적으로나마 쫓으면서 쏘는 총탄은 좀처럼 그를 놓칠 것 같지 않았다.
해적이 고담의 언더그라운드를 종횡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루머에 그쳤었다. 실재한다는 단서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문에 비해서 그가 건지는 정보가 희박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그의 앞을 막고 있었다. 고담에 깔린 감시망을 피해 자신의 정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상대에 대한 평가와 위험도가 점점 높아졌다.
무기밀매를 막으러 왔다가 갱단 간의 항전을 목격한 것이 고작 20분 전이다. 알프레드로부터 밀러 항구의 수상한 조짐을 전해 들은 것이 25분 전인데, 그가 도착했을 때는 항전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해적 기믹의 새로운 빌런을 선두로 한 갱단의 압도적인 승리로.
배트맨의 당초 계획은 승자인 갱단이 무기를 수습하는 동안 하나씩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재를 뿌린 사람이 바로 해적(가칭)이었고. 해적(가칭)이 부하들을 재촉한다고 아무렇게 쏜 총의 탄환이 천장에 매달린 사슬을 끊었고, 그것이 떨어진 위치가 하필 그가 올라서서 내려다보고 있던 곳이었다.
그것을 급히 피하느라 기척이 드러났다. 해적(가칭)은 평범한 갱이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이 나서서 그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해적(가칭)이 그를 잡고 있는 동안에 무기는 계속 반출되고 있었다.
"로빈."
「"배트맨?"」
"갱 보스에게 잡혀 있다. 먼저 가서 무기 반출을 막아."
「"꽤 하는 상대인가 봐요? 그러죠."」
배트맨은 로빈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하는 수없이 로빈을 선행시켜 갱단의 제압을 맡겼다. 이제 거의 4년 가까이 활동한 팀은 훌륭한 로빈이 되었기에, 해내리라고 믿었다.
'이제는 놈에게만 신경 쓰면 되겠군.'
그렇게 생각한 배트맨은 로빈과 교신했던 자리에서 벗어나서 2단으로 어긋나게 쌓인 컨테이너 사이에 숨었다.
"넌 누구냐?"
"오호? 드디어 유명한 박쥐옷 어새신이 목소리를 들려주는군. 진명을 가르쳐주기에는 문제가 있고…. 그래."
적이 권총의 총구로 트리콘 햇의 아래를 밀어 올리며 칙칙한 조명 아래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이마에서 왼쪽 뺨까지, 인상적인 흉터가 보였다. 트리콘 햇으로 진 그림자 때문에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푸른 눈이 배트맨이 있는 장소를 대략적으로 아는 것처럼 주변을 훑었다.
"라이더라고 하지. 그게 옳은 명칭이야. 파이렛(pirate) 따위로 촌스럽게 부르지 말고."
라이더가 모자를 들어 올리지 않는 총으로 발포했다. 총알이 컨테이너에 박히거나 관통하면서 쨍그랑거리고 땅땅 소리를 냈다. 컨테이너를 관통한 총알 하나가 배트맨 머리 옆으로 지나갔다.
배트맨은 긴장으로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고요히 움직여서 폐건물의 콘크리트 벽을 등진 그는 심문을 이어갔다.
"목적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라이더가 눈썹을 슥 들어 올렸다.
'진짜 산 인간인가? 영령의 감각을 속이고 움직이다니.'
그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발포했다. 하지만 배트맨은 질문을 내뱉은 직후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아주, 아주 뻔한 목적이라네. 온갖 쓰레기와 오물의 수집이지. 진흙에 빠진 보석의 감정과 채집이 취미거든. 상인의 소소한 취미라고 할까."
배트맨은 '상인'이라는 키워드를 뇌리 한 구석, '라이더'라는 카테고리 아래 항목으로 박았다.
"왜 하필 고담이지?"
"하필 고담에 원하는 게 있더군. 나도 이런 썩어 빠진 곳에는 오고 싶지 않았다고오~?"
무언가가 라이더 앞으로 휙 날아왔다. 무심코 그것을 쏘아 맞힌 라이더는 그것에서 맵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연기가 나오자 몸을 날려서 연기의 사정권에서 빠져나갔다. 연기가 완전히 터져 나오기 전에 말이다.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볼 수 없는 민첩한 몸놀림이다.
"최루탄? 엉큼한 놈이로고(What a sneaky bastard)."
배트맨은 작게 혀를 찼다. 나름대로 허를 찌른 일격이었다. 라이더가 최루가스에 완전히 휩쓸렸다면 기습을 시도할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벗어났다면 가스를 연막 삼아 접근할 수도 없었다. 장탄수를 헤아리지 못할 총을 가진 라이더가 연기에 난사라도 하는 날엔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총알이 컨테이너를 간단하게 관통했음을 감안하면 배트맨이 제아무리 방탄 재질 갑옷으로 무장한들 벌집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찾아다니는 라이더를 보고 배트맨이 섬광탄 기능이 있는 배터랑을 날렸다. 최루탄을 경험한 라이더가 그것을 피해자, 바닥에 박힌 배터랑이 섬광탄으로 기능하면서 섬광을 내뿜었다. 현직 해적이라고 해도 믿을 욕설이 라이더의 입에서 폭풍처럼 쏟아졌다.
배트맨이 그 때를 노려 라이더에게 몸을 날렸다. 라이더는 시각이 마비되고 청각과 균형 감각이 어그러졌을 것임에도 어느 새 커틀러스를 뽑아 들어 허리 어림께 높이로 휘두르고 있었다. 커틀러스의 칼날을 피하여 뛰어오른 배트맨이 라이더의 턱을 날렸다. 베인도 비틀거리게 할 강펀치인데, 라이더는 한 발짝 물러났을 뿐이다. 라이더는 정면으로 치고 온 배트맨을 양손으로 끌어안아서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고는 내던졌다.
생각 이상으로─베놈을 주입한 베인 이상으로─ 던지는 힘이 강했다. 배트맨은 자세를 바로잡아 낙법을 쓸 틈도 없이 어깨와 옆구리부터 콘크리트 벽과 충돌했다. 옆머리가 강타 당하면서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커틀러스의 칼날이 날카롭게 잘라냈던 배트맨의 망토 밑자락이 뒤늦게 바닥에 떨어졌다.
라이더가 커틀라스와 총을 들고 경계하는 자세로 섬광탄의 효과가 다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배트맨도 뜻밖의 반격에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느라 시간을 들였다. 수트에 내장된 컴퓨터가 그의 어깨 근육이 파열되고 뼈에 금이 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느끼기에는 약간의 뇌진탕 증세도 있었다.
그는 이명이 가시면서 균형을 잡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이더가 있는 곳에는 이제 라이더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하냐, 라이더."
악마의 형상을 한 투구에 전신을 하얀 갑옷으로 덮은 붉은 기사. 장갑 대부분이 하얀색이니까 하얀 기사라고 생각해야 할 터인데, 이상하게도 붉은 기사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들었다. 기사 주위를 휘감은 붉은 전광(電光)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 세이버(Saber)인가."
세이버. 배트맨은 그 키워드로 뇌리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증설했다. 내심 증설하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카테고리 수만큼 그의 적이 수십 배로 늘어났다. 카테고리의 적은 항상 그들보다 못한 부하들을 우르르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커틀러스를 넣고 권총을 허리춤에 찔러넣는 등, 라이더는 전신 갑옷을 입은 세이버의 앞에서 거의 무장을 해제했다. 배트맨은 위기감을 느끼며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몸을 더욱 채찍질했다.
위험하다. 고담의 언더그라운드 생리 상, 저렇듯이 상대한다면 동맹 이상으로 확고한 협력을 구축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라이더는 벌써 감각을 회복하고 있었다. 시각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있으니 분명했다.
이대로 싸우면 2:1이다.
"그 꼬맹이는?"
"네가 내던진 기사(Knight)의 종자(Esquire)다."
'꼬맹이'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린 배트맨이 눈을 부릅떴다.
'로빈!'
아니나 다를까, 세이버의 손에는 정신을 잃은 채 뒷덜미를 잡힌 로빈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로빈이 현황 보고조차 없었다. 세이버 주위의 전광을 볼 때, 전기를 다루는 메타휴먼의 초능력에 통신기가 망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의 걱정을 모르는 채 라이더와 세이버의 대화가 이어졌다.
"기사(Knight)?"
"저 녀석의 별명이야.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
세이버와 라이더의 시선이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일어난 배트맨에게 모였다. 라이더가 휘파람을 불었다.
"거창하군(fancy). 그럼 여기에 기사만 셋인가?"
세이버가 잠시 말이 없었다.
"아, 그래. 너도 경의 칭호(Sir)를 받았었지. 깜빡했다."
"야, 임마…."
눈을 날카롭게 치뜬 라이더는 무어라고 하려다가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는 다 챙긴 것 같고─"다 챙겼어." 세이버가 알렸다.─그럼 좋아. 돌아가자고."
그가 등을 돌렸다. 배트맨이 그들을 불러 세우기 전에 세이버가 쫓아오려는 그를 향하여 로빈을 던졌다.
"덜 여문 종자를 전장에 내보내지 마라, 어둠의 기사여."
배트맨은 파열된 어깨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삼키면서 로빈을 받아냈다. 로빈은 단순하게 기절했을 뿐이었다.
그가 그 사실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라이더와 세이버, 그리고 무기를 빼내던 갱단원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3년 스킵입니다.
참고로 노맨스 랜드 사건은 없습니다. 타마모가 진지를 구축하면서 영맥을 다듬은 여파로 지진이 아예 발생하지 않게 됐거든요.
Jason Makarov Todd Atlasia
→조커에게 살해당했다. 향년 15세.
→부활 당사자로서 부활의 이유는 모르지만 부활했다.
→마카로프의 지식을 계승하면서 본질이 변조됐다.
→'죽음'을 사고의 방 하나에 두고 있어서 직사의 마안을 쓸 수 있는 모양.
→악마라서 마안 사용에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기원:결핍, 마술특성:소거, 속성:불과 허수
→자신의 기원을 각성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제거했다.
→얼떨결에 배트 컴퓨터와 와치 타워 컴퓨터를 해킹해버렸다.
→복수를 다짐했다.
→마녀 잔 다르크의 환령과 융합했다.
→제3법의 마법사다.
→얼떨결에 인대의 마법을 완성했다.
→진명이 변했다.
→스펙터의 숙주가 되었다.
→관위시간신전을 작성했다.
→영령을 소환했다.
└세이버:아버지에 대한 반역/랜서:불운한 최후/아처:?/어새신:천명/라이더:불가능의 실현/캐스터:사랑하는 이에 대한 헌신/버서커:배신감/룰러:인리를 위한 희생제물
→고담에 오니 어벤저의 영기가 지극하게 활성화됐다.[New!]
Modred
→모르건과 사이가 좋아 보인다.
→정당한 이유로 반역을 일으켰다.
→배트맨과 만났다.[New!]
Gilgamesh
→현계한 이유 중 하나가 반달 새비지인 모양이다.
Hassan-i Sabbah
→1대 아즈라엘을 참수했다.[New!]
→성 뒤마 성전사단 수도회를 토벌했다.[New!]
Tamamo no Mae
→고담에 진지를 구축했다.[New!]
Francis Drake
→고담의 갱단을 접수 중이다.[New!]
→배트맨과 충돌했다.[New!]
Cú Chulainn
→블랙 마스크와 그 조직을 토벌했다.[New!]
Bruce Wayne
→고작 일주일 만에 부서진 등뼈가 나았다…?[N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