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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퀴디치에 미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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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대했던 대로, 릴리와 리처드는 우리 팀에 아주 완벽하게 어울려줬어. 어쨌든 포터와 내 동생이니 사실 실력이 좋을 줄은 다들 예상했겠지만, 기본 체력까지 좋은 선수들을 줄은 몰랐어. 릴리가 브리와 내 연습 방식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인 덕분에 브리랑 나도 릴리의 비행 습관 같은 것들을 쉽게 알 수 있었지.
새 학기가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나가는 동안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 상황은 내내 괜찮았어. 포터가 자꾸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것만 빼면 진짜 팀다운 모습을 찾아 가고 있었던 거야.
경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난 찬바람에 몸서리를 쳤어. 작년에 션은 주로 오후에 팀 연습을 잡았는데 난 이른 아침에 선수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 해가 아직 뜨질 않았으니 춥기야 하겠지만, 우리 연습을 보러 오는 애들이 좀 덜할 테니까. 날 관찰하던 그 래번클로 애들이라도 이른 아침부터 나오진 못할 거야.
이젠 아주 익숙해지겠는데, 포터는 오늘도 나보다 먼저 경기장에 나와있었어. 알람을 좀 더 이르게 맞춰서 포터보다 더 일찍 나와 볼까 생각도 해 봤는데, 포터라면 그런 나보다 더 일찍 나와 버리면서 결국에는 우리 둘 다 다섯 시간쯤 일찍 경기장에 나와 버리는 바보 같은 상황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관뒀어.
그래서 '누가 더 경기장에 일찍 나오나' 하는 시합 같은 건 관두고 난 그냥 연습시간마다 포터가 나보다 먼저 나오건 말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 포터가 그걸 갖고 자기가 더 대단하단 생각을 한대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20분 더 침대에 있을 수 있는데.
오늘 아침 포터는 선명한 주황색 처틀리 캐논 셔츠를 입고 옅은 안개가 낀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었어. 무슨 네온사인인 줄 알았다니까.
"네가 캐논 팬일 줄은 몰랐는데." 난 포터에게로 다가가며 말했어.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포터 옆에서 나도 같이 몸을 풀었어. 어차피 이제 선수들이 모이면 운동장부터 돌아야 할 테니까.
한쪽 다리를 쭉 펴고 있던 포터는 잔디밭에서 날 올려다봤어.
"네가 나에 대해 모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포터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 말을 이었어. "이건 론 삼촌이 준 선물이야. 캐논 골수팬이신 분인데, 다른 가족들도 당연히 캐논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매년 크리스마스랑 생일 때마다 처들리 캐논 팀 물건을 선물로 주거든."
"그럼 네가 좋아하는 팀은 어딘데?" 그러고 보니 포터랑 같은 팀에서 뛴 지도 4년이 지났는데 얘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어. 질문을 하고 난 허리를 접어서 발끝을 잡았어.
"하피스. 엄마가 거기서 선수로 있었으니까." 포터는 반대쪽 다리를 펴면서 대답했어.
"진짜?" 사실 의외였어. 엄마 때문이라면 말이야 되지만 그래도 신기해. 우리 나이대의 남자애들이 자기가 하피스 팬이라고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잖아. 전에도 포터가 하피스 셔츠를 입은 걸 본 적은 있지만 그거야 포터가 하피스를 좋아해서라기보단 그냥 엄마 때문에 입은 건 줄만 알았지.
"어, 근데 왜?" 포터는 이번엔 일어서서 팔을 뒤로 쭉 당기며 대답했어. 잠깐 딴 얘기긴 한데 그러고보니 포터 말야, 팔이 꽤 멋있게 생겼어. 물론 그렇다고 내가 굳이 보려고 한 건 아냐! 그냥 눈에 띈 거라구.
"사실 좋은 팀이잖아." 포터는 솔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 "스펙터클한 경기도 정말 많았지. 넌 하피스 경기는 보지도 않고 그냥 퀴디치에 열정이 없다느니 경기가 멋있진 않았다느니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 논리에 숨은 뜻 있었어. 포터는 퀴디치 경기엔 승리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걸 정말 잘 이해하고 있어. 그냥 경기가 좋아서 경기를 할 뿐이라는 사실 말야.
"하피스 선수들이 다들 몸매도 좋고 에쁜 마녀들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포터는 그 말을 하면서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어. "그러니 누가 안 좋아하겠냐?"
난 포터를 보며 눈을 굴리다 웃음을 터뜨렸어.
"네가 좋아하는 팀은 굳이 물을 필요도 없겠다." 포터가 내 스웨터를 가리키며 씩 웃었어. 스웨터의 가슴 부분엔 푸들미어의 상징인 X자 금색 부들이 새겨져 있었어.
"아마 내가 푸들미어 유나이티드가 아닌 다른 팀 팬이었다면 집에서 쫓겨났을 걸." 난 웃으면서 사실을 인정했어. "난 다른 것보다도 푸들미어의 역사가 너무 좋아. 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잖아. 항상 팀 실력도 좋았고, 열정적인 선수들도 많았고."
퀴디치 팀 얘기를 계속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난 나도 모르는 새 포터랑 정말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이야.
"푸들미어는 이미 두 번이나 유러피안 컵을 탔잖아? 아빠는 올해 푸들미어 랭크가 더 올랐으면 하시는 것 같아." 난 그렇게 말했어..
"세 번 아니던가?" 포터는 일어서서 무릎을 풀며 물었어.
"두 번이야." 난 포터의 말을 고쳐주면서 두 팔을 위로 쭉 뻗었어. 그 바람에 입고 있던 셔츠가 살짝 위로 올라갔고 순간 그 사이로 쌀쌀한 바람이 스쳐지나갔어. 멀린, 진짜 춥다.
"나는 그... 음, 세 번이라고 알고 있는데." 포터는 왠지 모르게 산만해진 태세였어. 내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피하기만 하더라구.
"포터, 우리 아빠가 푸들미어 코치인데 그럼 내가 틀렸겠어?"
자, 이제 말싸움 없는 평범한 대화는 안녕이야.
"그래, 푸들미어 코치는 네 아빠지, 네가 아니라." 포터는 그 점을 짚어 냈어. "'너'는 전문가라고 하기 힘들지."
"푸들미어에 대해서는 너보다 내가 더 잘 알거든!"
"설마 그거 처들리 캐논이야?" 자라가 브리와 나란히 우리 쪽으로 걸어오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어. 포터랑 내 말싸움도 그대로 끝나버렸지. "멀린, 오빠 취향이 그렇게 구릴 줄은 몰랐는데. 그 팀 좌우명이 뭐더라? '다 함께 최선을 다해 기도하자'?"
"스팅거가 되는 것보다야 백배는 더 낫지." 포터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띠고 되받아쳤어.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해. 우리 가족들이 다들 와스프스를 좋아하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와스프스를 정말 싫어하거든. 옛날 몰이꾼 때문인 것 같긴 하던데.
"그래도 오빠가 진짜 응원하는 팀은 캐논이 아니라 하피스란 걸 내가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자라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굴렸어. "최소한 하피스는 제대로 날 줄은 알잖아."
"그건 너무 심했다," 니코가 이쪽으로 합류하면서 말했어. "난 솔직히 캐논 좋아하는데."
"그거야 쪼꼬미 네가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그렇지." 자라가 니코에게 통보하듯 말했고 브리는 옆에서 하품을 했어.
그 말을 들은 니코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몸서리를 쳤어. "아닌데, 리그팀 최약체라서 좋아하는 거거든? 나랑 비슷하니까. 난 마른 데다 키까지 작아서 아무도 내가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잖아."
"아님 뭐가 모자라서나," 포터가 작게 기침소리를 섞어 가며 말했어. 니코는 일부러 그런 포터를 무시했지.
"그럼 넌 캐논이 언젠가 다시 우승할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묻는 브리의 목소리에는 의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어.
"진짜 팬이라면 당연히 믿지. 캐논의 시대는 올 거야, 꼭." 이 니코의 대답이었어. 와, 순간 트릴로니 교수님이 빙의된 줄 알았어. 니코한테 혹시 점성술 좋아하냐고 물어 볼 뻔했다니까.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멤버는 리처드와 릴리였어. 내 시계를 보니 꼴찌긴 해도 약속한 시간보다는 5분 일찍 나온 거라 뭐라고 할 수는 없었지.
"다들 좋은 아침이야," 난 우리 팀 선수들을 반갑게 맞았어. "아직 준비운동 안 한 사람 없지? 있다면 당장 실시하고, 경기장 돌자!"
열 바퀴를 꼬박 돌고 나서는 각자 다른 연습을 시켰어. 리처드는 공중에서 발을 이용해 공을 막는 연습을 했고, 포터는 풀어 놓은 스니치를 계속 잡으러 다녔고, 자라와 니코는 블러저를 때려대면서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습을 했어.
그 동안 브리, 릴리, 나는 호크헤드 공격 대형을 익혀보려고 연습에 들어갔어. 기본 대형으로 움직이 있었지만 아직 우리한테 익숙한 움직임도 아니었고 대형도 영 자연스럽지가 않았거든. 연습시간을 더 늘리면 분명 이 대형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게 될 거야.
올해 시즌의 첫 경기인 우리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그 중요한 경기 날까지 딱 2주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야. 우리와 슬리데린 사이의 경쟁심이 장난이 아니다 보니 두 기숙사의 경기는 그 해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곤 했지.
작년에는 슬리데린과 붙었던 첫 경기에선 우리가 이겼는데 학기말에 우승컵을 뺏겨버렸어. 슬리데린 선수들은 분명 (리라 리날디는 특히 더) 작년에 진 것 때문에 이를 갈고 있을 테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지.
올해 슬리데린 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가 네 명이나 되니 좀 걱정이긴 해. 새 선수들이 팀에서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감이 안 잡히고. 게다 명이 추격꾼이란 말야. 다른 둘은 몰이꾼 하나랑 수색꾼이야.
후플푸프에는 올해 새로 들어온 선수가 없으니 경기에서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건 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작년에 후플푸프 팀 애들을 보면서 정리해 놓은 공책을 아직 갖고 있거든. 후플푸프 파수꾼은 항상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서 날아. 그리고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우리 추격꾼들이 훨씬 유리하지.
래번클로에서는 올해 몰이꾼이랑 수색꾼을 새로 뽑았어. 새로 들어온 수색꾼은 작년 후보 선수였으니 날 때의 습관이나 기술 같은 걸 내가 어디다 적어 놨을 거야. 다음에 후플푸프랑 래번클로 경기 때 더 자세한 걸 보긴 해야겠지만.
"야, 우드!" 포터가 소리쳤어, 딱 내가 릴리가 던진 공을 멋지게 받아내던 참이었어. "팔꿈치는 꼭 안쪽으로 넣고 날아라!"
빗자루를 돌려 보니, 저쪽에서 포터가 골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리처드랑 얘기를 하는 게 보여. 저 배신자! 포터 같은 놈한테 누나 약점을 팔아 넘겨? 그래서 좋을 게 뭐 있다고?
"야! 리처드 다니엘 우드! 넌 이제 나한테 죽었어!" 난 리처드 쪽으로 빽 소리를 질렀어.
리처드랑 포터는 그저 소리내어 웃기만 했어.
아, 저 멍청이들을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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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그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조나단이 무슨 나무에서 꼬투리 몇 개를 따면서 물었어. 저 나무 이름이 뭐였더라, 뭐라고 했었는데 약초학 수업이 시작되고 10분 만에 까먹어버렸어.
약초학은 나랑 정말 안 맞는 과목이야, 점성술보다는 조금 낫다 뿐이지. 독 달린 제라늄이나 독화살 만드는 데 쓰는 나무 같은 걸 어떤 좋은 일에 써먹겠어? 이걸 배워서 대체 어디다 써먹으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말야.
손을 얼굴에 가져 순간 움찔했어. "퀴디치 연습을 하다가 공이 이리로 빗나갔나 봐. 니코가 사방으로 돌아다녀서 집중도 안 됐고, 브리도 내가 시선이 딴 데 가있다는 걸 모르고 블러저를 날리는 바람에 얼굴에 공을 맞았거든."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조나단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 한쪽에 생긴 멍을 만져보기라도 하려던 것처럼 손을 움직이다 멈칫했어.
난 그냥 어깨를 으쓱였어. 멍을 일부러 누르지만 않으면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거든. 심한 상처도 아니고 말야.
"더 심하게 다친 적도 많은데 뭐. 저번에는 뼈 몇 개가 부러지기도 했어."
조나단은 바로 앞에 있던 나무에서 다른 꼬투리 하나를 톡 잘라 통에 넣으면서 몸을 떨었어. "내가 지금까지 다쳤던 정도로는 다친 거라고 할 수도 없겠다. 네가 말한 건 진짜 생각만 해도 아픈 것 같아."
"하다보면 다 익숙해 져." 난 꼬투리 통을 내려다 보며 대답했어. 조나단이 모은 게 나보다 훨씬 더 많아. "손가락 관절이 나간 채로 경기에 나가기도 했는데 뭐."
"미친 거야," 가 조나단의 반응이었어.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오. 음, 잘됐네. 그치? 새 친구를 사귀는 건 좋은 거잖아. 기숙사 간 통합에도 기여하고 말야.
"너도 정말 좋은 애인걸." 난 그렇게 대답했어.
약초학 시간이 끝나고 나서 난 오빠랑 엄마아빠한테 우리 그리핀도르 팀 상황을 알린 편지를 보내려고 부엉이장으로 왔어.
오빠가 나한테 보낸 편지가 그동안 하나 더 있었어. 뻔하게 자기 활약이 턱없이 부족하고 또 푸들미어 후보 선수로서 뛰는 시간도 많지 않다며 한탄을 하는 내용이었지.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하는 우리 오빠라지만 이럴 때는 거만하고 재수 없는 놈이라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어.
오빠가 아빠한테 뭘 바라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팀의 완벽한 에이스인 파수꾼을 아빠가 뜬금없이 잘라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 오빠는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건데. 퀴디치 분야 종사자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야. 이젠 오빠한테 그 말을 하는 것도 넌더리가 나.
아빠는 그리핀도르 팀 주장이었던 시절 팀 연습을 이끌어 나갔던 방법에 대해 정말 이보다 더 자세할 순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적은 편지를 보냈었어. 엄마는 추신에다가 아빠가 이 편지를 보내겠다는 걸 극구 만류했다고 쓰긴 했는데, 누굴 놀리려는 것도 아니고, 엄마는 편지에다가 최근 성공한 팀 주장들의 가장 효과적인 습관에 대해 보도한 퀴디치 주간지 기사를 보내 왔더라구.
우리 가족은 정말 퀴디치에 미친 사람들이야. 난 그런 우리 가족들도, 퀴디치도 정말 사랑해. 그 무엇과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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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데린과의 경기 당일 아침 새벽엔 햇빛이 쨍 했지만 시원했어. 우리 방에서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 것 같아 난 우선 소차한테 걸어 둔 침묵 마법을 풀었어.
경기 시작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머릿속에서 퀴디치가 아닌 다른 일들은 전부 다음으로 (아님 다다음이나 다다다음으로) 미뤄 놓는 일이었어. 이미 내 머릿속은 퀴디치로 꽉 차 있긴 해, 아까 샤워할 땐 소차의 샴푸를 쓸 뻔했고 (소차 샴푸는 밝은 분홍색 통에 들어 있었는데 대체 왜 내 샴푸랑 헷갈렸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오는 길에는 닫힌 문 쪽으로 가다가 그대로 부딪힐 뻔하기도 했을 정도라구.
다행히 대연회장까지 가는 길에 전시된 갑옷 쪽으로 달려가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진 않았어. 다 크리스틴 덕분이야. 대연회장까지 오는 내내 날 조종하다시피 하면서 이끌어 줬거든.
경기 당일에는 그리핀도르 팀 선수들이 다 같이 모여서 아침을 먹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리 팀 전통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크리스틴이 내 옆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았어.
니코는 긴장감이나 걱정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는 아주 행복한 얼굴로 정통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어. 과일 몇 개를 먹고 있던 자라랑 브리는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릴리랑 리처드는 잔뜩 긴장한 듯 창백해진 얼굴로 뭐라도 먹어 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는데, 이번이 첫 경기라는 걸 생각하면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긴 해.
"다들 뭐라도 좀 먹어," 난 우리 팀 선수들에게 말했어. "오늘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려면 많이 먹어 둬야지."
포터가 바로 내 오른편에 앉아 있었는데 접시를 보니 아직 음식에는 손도 안 대고 있더라.
포터는 약간 내 쪽으로 몸을 숙이더니 내 빈 접시를 향해 손짓을 했어. "우드 너도 좀 먹지 그래."
난 고개를 젓고 손으로 배를 감쌌어.
"긴장되냐?" 포터는 평소 시비를 걸 때처럼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어.
난 접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어. 내가 지금 왜 이러지? 다른 퀴디치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경기 전에 긴장을 하긴 했지만, 주장으로서 경기에 나간다는 압박감이 이런 느낌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살면서 이렇게까지 퀴디치 경기 때문에 불안했던 적은 없었단 말야.
"진짜 싫어, 나답지가 않잖아!" 난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버렸어.
잠깐만, 근데 왜 내가 포터한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야?
"네가 주장으로서 나가는 첫 경기잖아, 긴장되는 게 당연하지." 포터는 그렇게 날 달래면서 과일 요거트를 내 접시에다 조금 떠 놓았어. "먹어. 좀 나아질 거야."
난 신경을 바짝 세우고 접시를 보다가 눈길을 포터에게로 돌렸어. "내가 이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포터의 대답은 이거였어. "네가 먼저 조금이라도 먹으면 나도 아침 먹을게."
그럼 나한테 선택권은 없는 거네, 포터도 그걸 아니까 저런 말을 했겠지. 우리는 딱 서로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먹었어. 근데 포터 말이 맞는 것 같아, 배에 뭐라도 들어가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어. 그 때 잠깐뿐이긴 하지만.
"이따가 경기장에서 그거 다 토해내지나 말아라." 포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어.
"저번에 경기장에다 토한 사람은 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그렇게 말했어. 그 기억에 포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고 곧 우울한 얼굴이 된 포터는 날 노려봤어.
시계를 보니까 이제 경기장으로 가야 할 시간이야.
"시간 됐어," 난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팀 선수들에게 알린 뒤 곧 대연회장에서 나가는 발걸음을 옮겼어.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학생들이 우리에게 격려와 응원의 말을 보냈어.
그리핀도르 퀴디치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우리는 락커룸 공용 구역에 잠시 모였어. 우리 팀 선수들이 사색에 잠긴 얼굴로 날 바라봤고 난 그런 선수들 앞에 섰어. 니코만 빼고 다들 잔뜩 긴장한 얼굴이야.
"좋아, 얘들아, 이제 시작이야." 내가 입을 열었어. 전부터 이런 말을 해야겠다고 잔뜩 생각을 해 뒀는데, 그 말들은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어.
포터는 내 말에 다른 토라도 붙여야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어. 근데 참 신기하지, 그런 포터의 행동이 내 입을 열어 줬으니 말야.
"뭐야, 포터, 너는 더 잘할 수 있다 이거야?" 내 말에 다른 애들이 짜증난 얼굴로 포터에게 시선을 돌렸어. 포터는 그냥 씩 미소를 짓는 걸로 받아쳤지.
"다들 연습 때마다 정말 잘 해 왔어. 서로 한 팀이란 생각으로 한 팀으로서 열심히 노력했지. 모두들 잘 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해 두고 싶어. 자 그럼, 니코랑 자라, 너흰 리라의 몰이꾼 배치 전략의 포커스가 덩치라는 걸 기억하고 있어야 돼.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고 똑똑하게 날아,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말고. 그리고 포터, 이번엔 절대 상대편 수색꾼한테 반칙 쓰지 마, 제발. 해가 쨍쨍하니까 다들 눈부심 조심하고."
밖에서 슬리데린 팀 선수들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려. "주장 리라 리날디가 이끄는 슬리데린 팀입니다! 리날디, 알리만, 스내블리, 머레이, 하워드, 뱅크스, 그리고 말포이! 올해 슬리데린 팀에는 수색꾼 스코피어스 말포이와 몰이꾼 로버트 하워드가 함께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리핀도르!" 밖에서 캐스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우리는 빗자루에 올라타,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경기장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 "우드, 포터, 마틴, 토마스, 펠프스, 우드, 포터! 올해 새롭게 주장이 된 에바 우드가 파수꾼으로 리처드 우드를, 추격꾼으로 릴리 포터를 데려와 팀을 완벽하게 아울렀다고 합니다. 오늘 아주 멋진 경기를 볼 수 있겠네요!"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밝게 빛났지만, 산들바람이 약하게 불어왔어. 퀘이플을 던질 때 조금 영향이 있겠다 싶을 정도의 약한 바람이야. 사방을 둘러싼 관중석은 환호와 응원을 보내는 학생들로 가득 찼어.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는 시끄럽긴 해도 정말 즐거워. 막상 이렇게 경기장에 나와 있으니 긴장이 좀 풀리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이야, 경기장은 내 자리였으니까.
후치 부인은 두 팀 선수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어. "다들 공정한 경기를 해 주길 바란다,"
후치 부인이 퀘이플을 하늘 위로 던져 올렸고, 난 공이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슬로우모션처럼 정확히 포착했어. 직감에 온 몸을 맡긴 나는 빗자루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방향을 아래로 돌렸어. 곧 하늘에 떠 있던 빨간 퀘이플을 받아낸 나는 왼쪽 팔 아래로 안전하게 공을 안아들었고 (물론 팔꿈치는 안쪽으로 붙이고), 슬리데린 추격꾼 마이클 스내블리를 피해 계속 아래로 날았어.
"우드가 퀘이플을 잡으면서, 그리핀도르가 공격권을 갖습니다."
한참 날다가 멈춰선 나는 슬리데린 골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어. 내 뒤로 리라와 유나 알리만이 양쪽에서 바짝 쫓아 날아오고 있었어. 하지만 곧 브리와 릴리가 지금까지 계속 연습했던 그대로 각각 내 위와 아래로 날아왔지. 평범한 퀘이플 패스를 하듯이 브리 쪽으로 퀘이플을 떨어뜨리는 척 하다가, 위쪽의 릴리에게로 공을 넘겼고, 공을 받은 릴리는 슬리데린 골대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어.
"그리핀도르의 릴리 포터가 득점합니다!" 캐스터가 환호하며 소리쳤어. "현재 그리핀도르가 10점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십 분 정도가 지나자, 그리핀도르가 30점을 더 앞서면서 이기고 있는 상황이 됐어. 하지만 이 점수로는 말포이가 포터보다 먼저 스니치를 잡는다면 질 게 뻔해.
포터는 한번 반칙 판정을 받았어, 내가 상대편 수색꾼을 밀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말이야. 포터는 사람 말을 제대로 듣는 법을 좀 배워야 돼. 그렇긴 해도 슬리데린에서 추격꾼 하나가 스코어링 에어리어로 들어가거나 상대 선수를 미는 등의 반칙이 더 많았어. 상대를 미는 파울 판정을 받은 건 리라였어, 정말 놀랍지도 않지.
브리가 내 쪽으로 퀘이플을 넘겼어. 살짝 방향이 엇나가긴 했지만 어떻게든 공은 받아냈지, 곧 커다랗게 생긴 슬리데린 몰이꾼 중 하나가 내 쪽으로 블러저를 던지는 바람에 몸을 숙여야 했어. 블러저가 지나가면서 만든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어. 정말 아슬아슬했지.
리라가 퀘이플을 빼 보려고 공을 찔렀지만 난 리라가 퀘이플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더 세게 공을 안았어. 그 때 니코가 정확히 리라를 조준해서 멋지게 블러저를 날려 준 덕분에 리라가 급하게 내게서 떨어지면서, 난 속도를 줄여 경기장 아래로 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어.
슬리데린 골대 쪽으로 날아가면서 난 뱅크스를 향해 똑바로 날았어. 표정을 보니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던 뱅크스를 두고 난 골라인 바로 앞에서 급하게 멈춰 섰다가,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는 척 하면서 왼쪽 골대로 아주 손쉽게 퀘이플을 던져 넣었어.
"우드가 득점합니다! 현재 100대 60으로 그리핀도르가 앞서고 있습니다."
슬리데린 몰이꾼 하나가 일부러 자라 쪽으로 날아와 자라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리려는 반칙을 했는데, 후치 부인은 슬리데린 파수꾼이 퀘이플을 잡으려다 골대에 손이 닿은 걸 보고 반칙 판정을 내리느라 바빠서 자라 쪽은 보지 못했어.
스내블리가 퀘이플을 들고 가다가 득점해버렸고, 얼마 안 가서 리라가 골을 하나 더 넣었어. 이제 딱 20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퀘이플을 느슨하게 들고 있던 알리만에게서 공을 뺏어 온 나는 팔꿈치를 안쪽으로 잡아 놓고 날다가, 선수들과 블러저들 사이를 돌다가, 팔을 뒤로 뻗어 그리핀도르에 10점을 더 가지고 왔어. 브리가 골 넣고 릴리 득점했지만, 슬리데린의 알리만도 골 넣은 상황이야.
순간 관중석에서 일제히 함성 소리가 들렸다가 곧 침묵에 잠겼어. 이 소리는, 스니치가 등장했다는 뜻이지. 나도 날던 걸 멈추고 스니치를 쫓는 레이스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
곁눈질로 빠르게 훑어보니 하늘 저 위쪽에서 포터와 말포이가 경기장을 가로질러 날고 있었어. 기세는 막상막하야. 이 거리에서 얼핏 봐도 포터는 잔뜩 집중하느라 입을 악물고 있더라구.
나는 한번 더 골을 냈어, 뱅크스가 뻗은 손에 퀘이플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긴 했지만. 너무 서두르느라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하지도 못했고 내가 노린 골대가 어디인지도 뱅크스한테 들켜버렸을 거야. 다음 연습 땐 여기에 좀 더 집중해야겠어.
이제 퀘이플을 넘겨 받은 릴리는 스내블리와 리날디의 팀 공격을 멋지게 막아내면서 날아갔어.
순간 관중석에서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함성 소리가 터져나왔어. 어느 쪽에서 왜 함성 소리가 들렸는지는 굳이 관중석을 안 봐도 불 보듯 뻔했어. 리라 리날디의 얼굴에 그대로 써져 있었거든.
"말포이가 스니치를 잡았습니다! 240대 150으로, 슬리데린의 승리!"
순간 빗자루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어. 전에도 이런 기분은 여러 번 느껴봤지만 이건 전혀 다른 느낌이야. 이번엔 속에서 마구 흥분되면서 가슴이 뛴다기보다, 그냥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은 그런 멍 한 느낌이야.
"네가 좋은 주장감은 아니었나 봐?" 리라 리날디는 미소를 씰룩이면서 말을 내던지고는 경기장 한가운데로 날아가 다른 슬리데린 선수들과 승리를 축하했어.
그리핀도르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단체로 충격에 입을 떡 벌리고 있었어. 우리가 졌다는 사실에 그리핀도르 깃발이 슬프게 내려앉았고, 학생들은 하나 둘 관중석에서 빠져나갔어.
그리핀도르가 졌어.
내가 진 거야.
~...~...~...~...~...~...~...
에바 토닥토닥... 괜찮을거야...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완결된 게임온 영어편 정주행하시기..(
역주1)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퀴디치의 역사 책에 따르면 푸들미어가 유러피안컵에서 우승한 횟수는 '최소 두 번'이라네요. 에바와 제임스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미지수네요:(
역주2) 아마 올리버가 와스프스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는 옛날 몰이꾼은 루도 베그만일 거예요:)
역주3) 다음 챕터가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앞 절반 챕터 중 제가 번역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편이예요ㅎㅎㅎㅎㅎ
+업로드 과정에서 자꾸 글자 한두 개가 빠지는 현상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정하고 세이브를 해도 다시 로드하면 그대로더라구요;-; 팬픽션넷에 오류 메일을 보내볼게요 당분간만 어색한 부분은 넘기고 읽어주세요:( 중요한 부분이 생략된다면 제가 주석을 달겠습니다:D 오늘은 특별히 중요한 내용이 생략되진 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