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와 조우전을 치르고 세이버라는 새로운 적을 만나고 돌아온 배트맨을 기다린 것은 심하다고 여겨질 만큼 안도하는 알프레드였다. 차에서 내리는 그를 보고 알프레드가 참아온 한탄을 터뜨렸다.
"맙소사(Goodness)! 비교적 멀쩡하게 돌아오셨군요, 주인님."
금욕적이고 침착·냉정한 그가 드물게도 목소리를 높이면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눈만으로 브루스를 살펴보았다. 배트카의 조수석에 누인 로빈도 확인한 뒤였다. 호들갑 떨며 둘러보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어도, 평소 그의 행동거지를 따져보면 그에 준했다. 배트맨은 카울을 뒤로 넘겨 벗었다. 파열된 어깨와 금 간 뼈가 진통제로도 가리지 못한 고통신호를 보내와서 미간을 찌푸린 채였다.
"무슨 일이죠?"
그와 로빈이 생존했음을 확인한 알프레드는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고 답했다.
"주인님과 티모시 도련님의 신호가 일제히 사라졌었습니다. 추적기는 물론이고, 생명 신호도 사라졌지요."
그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한 브루스는 그가 자신을 걱정하여서 취한 후속조치까지 도출했다. 실로 배트맨답게도, 또한 후회와 각오의 발로로, 이런 경우를 상정하여 메뉴얼이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회와 각오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유리관 안에 박제되다시피 보관된 두 번째 로빈의 옷을 보면 명백했다.
브루스는 배트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 전원을 켜며 물었다.
"딕이 오겠군요. 도착예정시간은?"
"아마 지금쯤이면…."
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모터 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곧 검은 동체 위로 파란 선이 흐르는 오토바이를 탄 나이트윙이 배트카 옆자리에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도착했다.
한 발을 내려서 바이크 지지대를 내린 리처드가 그것에서 뛰어내리며 다소 간 초조함을 담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다들 무사해요?"
답한 것은 브루스였다.
"중상자는 없다. 차에서 팀을 내려주겠니?"
"팀이요?"
발을 뒤로 굽혔다가 앞으로 당기며 펴는 것으로 바이크 스탠드를 세운 리처드가 거의 뛰듯이 차로 조수석으로 돌아가서 문을 열었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팀이 안전 벨트에 매인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브루스가 한 손으로 자판을 빠르게 두드렸다. "기절했을 뿐이다."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딕이 팀을 병상 위에 올리며 타박했다. 그의 시선이 자판을 두드리는 브루스의 왼손에 머무르다가 무릎 위에 올려진 오른손에서 부상 당한 어깨로 올라갔다.
딕이 팀을 챙기는 사이에 얼음 주머니와 의료도구를 챙겨 온 알프레드가 브루스의 어깨에 시선을 집중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깨를 다치셨군요."
브루스가 가능한 한 태연하게 대꾸했다.
"큰 부상은 아니야."
큰 부상을 즉시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구차한 변명은 즉각 반박 당했다.
"파열된 어깨 근육과 금 간 뼈가 말입니까?"
아버지나 다름 없는 늙은 집사가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조용히 건네는 의문형 질타에 브루스는 할 말이 없어졌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조차 구차했다. 그의 부상을 이십 여 년이나 돌봐온 집사는 그의 거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진단이 가능했으니까. 대략적인 진단도 아니고, 무서우리 만치 정확한 진단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물은 적은 없었다. 어쩐지 그것조차 '알프레드니까.'란 한 마디로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브루스에게 인복(人福)을 나타내는 파라미터(parameter)가 따로 있었다면, 알프레드 한 명만으로도 평균 초과의 고수치를 기록했을 것이다.
브루스는 그 이상의 변명을 삼가고 조용히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카울에 내장된 소형 컴퓨터의 메모리 칩을 배트 컴퓨터에 삽입했다. 원하는 시간대를 찾은 그는 그 구간에 있는 영상을 띄웠다.
로빈과 배트맨이 처했던 상황이 궁금했던 딕이 브루스 뒤로 다가와서 화면을 보았다. 로빈과 배트맨이 갈라져서 양방향에서 포위하듯 부두의 창고지대로 잠입했다.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의 몸이 널려있고 화약 연기가 남아있는 등 방금 항쟁이 끝난 듯한 밀러 항구의 현장. 승리한 갱단의 멤버가 밀매된 무기를 쓸어 담고, 배트맨은 복층 창고 내부의 3층 복도에서 틈을 엿보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해적처럼 치장한 남자가 부하를 재촉하느라 아무렇게나 쏜 총탄에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쓰이는 크레인의 사슬이 끊어진 것만 빼면. 하필이면 사슬과 그것에 연결되어 있던 갈고리가 배트맨이 감시하던 지점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배트맨이 드러났다.
보통 배트맨을 발견한 깡패는 패닉하여 그가 공격할 틈을 주곤 했다. 배트맨의 무기는 은밀행동과 공포였으니. 배트맨의 오랜 파트너였던 딕은 그가 그 공황상태를 이용하여 잽싸게 판을 뒤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러한 난장판을 예상한 딕의 기대와는 달리, 상황은 지극히 배트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아앙? 뭐야, 쫄쫄이?"」
"푸흡."
딕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뿜었다. 뜻하지 않은 곳을 찌르는 것이 코미디의 극치라면 해적 차림의 빌런은 제대로 찌른 셈이었다. 현장의 깡패들도 다르지 않았다. 해적차림을 한 갱단의 우두머리의 표정은 공포가 아니라 황당함과 어이 없음을 그려내고 있었고, 흉한 것을 봤다는 양 이맛살과 코를 찡그렸다.
배트맨을 발견하고 패닉 직전이었던 그들은 뜻하지 않은 말에 웃거나 웃지 않으면서 해적에게 시선을 모았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해적은 그 황당한 한 마디로 배트맨의 습격이 최적의 효율을 발휘할 판을 깨버렸다.
배트맨은 오랜 경험에 말미암아 승기(勝氣)를 가져오기 위한 최적의 행동을 취했다. 머리의 빠른 제압.
해적은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 은밀하게 투척된 배터랑을 겨냥하여 한 자루 머스킷 권총의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대응했다.
타챙! 챙! 타다다당! 탕탕!
두 개의 배터랑이 격추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치 기관총의 그것처럼 탄환의 세례가 배트맨을 쫓았다.
「"저 변태는 내 몫이다! 네 놈들 궁둥이는 나한테 맡기고 작업 계속해!"」
「"알겠습니다, 선장!"」
그 뒤는 빠르게 지나가고 흔들리는 풍광과 총성, 기합 소리의 향연이었다. 배트맨이 종종 뒤를 돌아보며 화면이 같이 흔들렸다. 정황상 배트맨은 배터랭을 날리며 해적의 추적을 견제하는 하고 있는 듯했다.
밝은 빛과 연막 한 자락을 포착한 리처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브루스가… 몰리고 있어…?'
연막탄이나 섬광탄을 뒤로 흘려도 그것이 터지는 것보다 더 빨리 통과해 버려서 뒤에서 터지니 효과가 없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뭉툭한 파찰음을 녹음기가 간신히 잡아냈다. 배터랭은 해적의 총탄에 맞자 마치 사격장의 클레이처럼 챙챙 깨졌고, 추격자는 웃고 소리치는 가운데도 추격 속력이 줄지 않았다. 그렇다. 배트맨이 저 신입에게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흔들리는 화면에서 적의 기량을 알기란 어려웠지만, 리처드는 제법 생생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해적은 어지간한 명검보다 날카롭고 단단한 배터랭을 클레이처럼 깨드리는 총을 난사하면서, 그 반동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배트맨을 바짝 쫓고 있었다. 배트맨이 그래플을 쏘아 날아다니다시피 함에도 쫓아왔다. 심지어 그 흉악한 총은 도저히 일반적인 물리 현상의 한 갈래로 설명할 수 없는 장탄 수를 자랑했다.
"재장전 속도가 데스스트록 뺨 치네요?"
그가 너스레를 떨며 슬쩍 떠보니 브루스가 고개를 저었다.
"라이더는 한 번도 재장전을 하지 않았다, 딕. 놈의 총은 일반적인 자동권총조차 아니겠지."
요란한 총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난히 큰 총성과 함께 뒤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팀이 문자 그대로 "억." 소리를 내면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도미노 마스크를 썼음에도 놀라서 눈을 부릅떴음을 알 수 있었다. 납치나 생포된 경우를 상정한 훈련의 프로토콜과 상반되는 행동이었지만, 3D 음질을 자랑하는 스피커가 귓가를 스치는 탄환의 소리를 최대 볼륨으로 출력하고 있었으니 그것을 감안해야 할 터.
이내 상황을 파악한 팀이 딕의 옆으로 다가오며 속삭였다. 알프레드의 말 없는 타박을 무시한 채 그의 눈은 영상에 고정되어 있었다.
"상황 요약 좀."
"네가 기절했고 브루스는 다쳤어. 이번 빌런의 명칭은 라이더인 모양이고, 머스킷 권총으로 위장한 대위력 기관단총으로 무장했어. 보고 있는 영상 포함해서 내가 아는 건 그게 다야."
팀은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했다. 브루스의 금 간 뼈가 악화되지 않도록 압박붕대를 감고 파열된 어깨 근육에 얼음 주머니가 닿도록 고정하고 있던 알프레드가 화면을 흘겨보더니 한 마디 했다.
"라이더라니, 특이하군요."
배트맨은 "흠." 하는 비음으로 동의를 표했다.
나이트윙과 로빈은 두 사람의 사고를 따라잡았다. 확실히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저 빌런은 해적 기믹이니 라이더가 아니라 파이렛이라고 불리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라이더(Rider)라면 탑승물이 특징적인 것일까? 하지만 배트맨을 쫓는 빌런에게는 탑승물이라고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총사(Gunner)라고 했으면 기믹의 절반은 맞추었을 테지만, 왜 하필 기병(Rider)이란 말인가?
그리고 영상은 어느덧 무기를 빼돌리는 갱 멤버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 가로등이 있어도 고장 나서 의미가 없는 어두운 구획을 비추었다. 배트맨은 반타블랙의 망토로 몸을 감싸서 그림자에 숨은 듯했다. 소리 나지 않게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영상이─그러니까 당시 그의 시선이 라이더에게 고정되었다.
「"자, 이 정도면 적당히 떨어졌고…."」
라이더가 빈 손에 허리춤에서 꺼낸 총을 한 자루 더 들었다
「"제대로 놀아보자고, 고담의 어새신."」
그리고 실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난사가 시작되었다. 배트맨이 어디에 있나 몰라서 하는 난사가 아니라, 마치 그의 위치를 미리 알고 쏘는 듯했다.
그래, '마치'말이다.
"저게 말이 돼?" 딕이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되겠지, 아마. 나도 보고 있는 걸." 팀이 답했다.
라이더는 배트맨의 위치를 알고 쏘는 것이 아니었다. 전부 '운'이 좋아서 다수의 탄환이 배트맨의 위치로 쏘아지고 있었다. 라이더는 정말로 '몰라서' 난사했고, 그 난사는 크레인 사슬을 끊어서 배트맨을 노출시킨 탄환이 빗발치는 것에 불과했다. 라이더는 운이 좋게도 배트맨이 기척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운이 지나치게 좋고? 그건 그들이 더 궁금한 부분이었다. 브루스도 같은 의문을 품었는지 영상을 되돌리고 느리게 재생하면서 라이더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이전과 동일했다.
라이더는 운이 좋을 뿐이었다. 의외의 장소에서 나왔다는 듯, 배트맨의 기척이 드러날 때마다 순수하게 놀라는 표정과 미세하게 생기는 연사(連射)의 딜레이가 그것을 시사했다.
영상 속의 배트맨은 3분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게 얼마나 심했는지 바이탈 모니터링 컴퓨터 기록에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을 지경이었다. 라이더가 무전이라도 받은 것처럼 신경이 분산되지 않았더라면 빗발치는 총탄을 얼마나 맞았을지 모를 일이다.
"상황이 저런데 저를 안 불렀단 말이죠?"
"…."
브루스는 팀의 눈총을 신경 쓰지 않고 영상에 집중했다.
「"넌 누구냐?"」
「"오호? 드디어 유명한 박쥐옷 어새신이 목소리를 들려주는군. 진명을 가르쳐주기에는 문제가 있고…. 그래."」
라이더가 총 한 자루로 트리콘 햇을 살짝 들어올렸다. 고화질 카메라이기에 더욱 형형하게 드러난 파란 눈이 영상을 직시했다.
「"라이더라고 하지. 그게 옳은 명칭이야. 파이렛(pirate) 따위로 촌스럽게 부르지 말고."」
다른 총 한 자루가 순식간에 여섯 번 불을 뿜었다. 한 발이 배트맨의 귓가로 스친 듯, 스피커에 미세한 파열음이 포착되었다. 당시에는 라이더에 집중하느라 포착하지 못한 소리.
브루스는 카울에 손을 넣어 탄환이 스쳤던 곳을 확인했다. 통신기가 으깨졌고, 섬세한 회로가 망가져 있었다. 알프레드가 근심하게 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회로가 망가진 탓에 배트 컴퓨터로 송출하는 데이터 일체가 끊어졌던 것이다.
알프레드가 눈썹을 들어 올리고, 팀과 딕의 눈이 마주쳤다. 빗나간 탄환조차 피해를 주다니. 믿기 힘든 운이었다, 정말로.
「"목적은?"」
「"아주, 아주 뻔한 목적이라네. 온갖 쓰레기와 오물의 수집이지. 진흙에 빠진 보석의 감정과 채집이 취미거든. 상인의 소소한 취미라고 할까."」
「"왜 하필 고담이지?"」
「"하필 고담에 원하는 게 있더군. 나도 이런 썩어 빠진 곳에는 오고 싶지 않았다고오~?"」
배트맨이 최루탄을 던지고, 그것을 격추한 라이더가 순식간에 최루탄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팀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라이더의 몸놀림이 한 순간 영상에 포착되지 않았다. 그가 직접 영상을 조작해 봐도 프레임을 따라가지 못한 것처럼 길게 늘어진 잔상만이 그가 어떻게 회피했는지 보여줬다.
"메타휴먼(Metahuman)일까요?"
브루스가 짤막하게 대꾸했다.
"그럴지도."
최루탄 냄새를 쫓듯이 라이더가 세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최루탄? 엉큼한 놈이로고."」
배트맨의 다음 수는 섬광탄 기능이 있는 배터랑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라이더의 입에서 알프레드가 팀의 귀를 막을 만큼의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선정적이고 적나라하며 역겨운 주제에 사실적이기까지 한 욕설에 딕의 얼굴이 벌개졌다가 노래지고 초록색으로 죽었다. 어찌나 실감나는 욕인지 그의 뇌리에 절로 그 욕에 해당하는 그림이 그려진 탓이다.
'저 입에 키스할 여자들이 불쌍하네.'
라이더가 처음으로 총을 거두고 칼을 들었다. 커틀러스였다. 눈을 감고 그것을 몸통의 중앙에서 조금 낮은 높이에서 가로로 휘두르는데, 그 타이밍이 딱 배트맨이 공격하기를 기다린 듯했다.
모두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운이 아니었다. 피부로 느낀 바람과 육감의 발로다. 그 한 번의 움직임은 라이더의 진짜 기량이다. 배트맨이 몸을 숙였다면 아래로 비스듬하게 가르는 커틀러스가 그의 목을 갈라버렸을 것이다. 배트맨은 간발의 차로 뛰어올라서 어퍼컷으로 응수했다. 강한 어퍼컷으로 자신의 턱을 날리는 배트맨을 라이더가 끌어안더니 제자리에서 휙 돌아 원심력을 더하여 내던졌다. 무언가에 부딪힌 배트맨의 입에서 "컥."하고 미처 삼키지 못한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이 녹음되었다.
통신기와 배트 컴퓨터와의 연결이 망가진 가운데 가해진 충격 때문인지 영상에 노이즈가 발생하고 녹음 기능에도 이상이 생겼다. 소리가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영상은 깜빡거리고 뒤틀렸다.
「"뭐하냐, 라이더."」
그래서 새로 등장한 자의 목소리와 모습이 제대로 녹화되지 않았다.
「"아, ■이버인가."」
"뭐라고 한 거죠?" 팀이 물었다.
"세이버(Saber)." 브루스가 답했다.
영상 속 라이더가 무장을 해제하고 세이버에게 다가갔다.
「"그 꼬■이는?"」
세이버가 빨간 색의 무언가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러면서 세이버의 모습이 일그러지는 문제 부분에서 벗어난 로빈이 드러났다.
「"네■ ■던■ 기사의 ■자다."」
「"기사?"」
「"저 녀석의 별■이야. 어둠■ 기■."」
「"거창하군. ■럼 여기■ ■사만 셋■가?"」
세이버가 잠시 침묵했다.
「"아, 그래. 너도 ■■ ■■를 받■었지. 깜■했다."」
「"야, 임마…."」
브루스가 누가 질문하기 전에 답했다.
"경의 칭호(Sir)."
"기사 서임을 받았단 말일까요?"
딕의 물음에 알프레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단순히 그러한 해적을 모델로 삼았을 겁니다."
그가 추측하며 취한 어조는 단호했다. 범죄자가 기사 서임을 받은 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영국 정보부에서 일했던 그의 전직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그럴 만했다. 갱단 두목짓이나 하고 있는 범죄자가 기사 서임을 받았다고 하면 그 자체로 모욕이었다.
「"무기는 ■ 챙긴 ■ ■고─"다 챙■어."─그■ 좋아. 돌■■자고."」
세이버가 배트맨에게 다가왔다. 노이즈와 잡음이 심해지다가 마지막 순간에 화면과 음질 모두 선명해졌다.
「"덜 여문 종자를 전장에 내보내지 마라, 어둠의 기사여."」
악마의 형상을 한 투구를 쓰고 하얀 전신 갑옷을 입은 붉은 기사. 마지막 순간 선명해진 영상을 통해 브루스는 왜 자신이 기사가 붉다고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기사 주위를 휘감은 붉은 전광(電光)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투구의 슬릿에서 새는 붉은 빛과 드문드문 드러난 갑옷의 붉은 상감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것은 하양을 뒤집어 쓴 빨강이다. 당시 그는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상이 끊어졌다.
영상을 보면서도 손을 쉬지 않은 브루스는 영상에서 수집한 정보로 세이버와 라이더의 프로필을 만들었다. 세이버의 정보가 극히 적었기에 라이더의 그것보다는 짧았다.
"세이버가 어떻게 너를 생포했는지 기억하느냐?"
브루스의 질문에 팀이 기억을 떠올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당신의 연락을 받고 움직이려는 순간에 정신을 잃었어요. 아마 그 때 세이버에게 잡혔겠죠."
브루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난감하군. 세이버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해.'
그 때 알프레드가 그를 나직하게 불렀다.
"브루스 주인님. 경황이 없어 말씀드리지 못 했는데, 블랙 마스크가 살해 당했다는 경찰의 무전이 있었습니다."
"블랙 마스크가?"
브루스의 되물음에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였죠?"
"밀러 항구에서 항쟁이 벌어졌을 즈음입니다."
브루스가 침음했다.
"음…."
'거의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라….'
그는 컴퓨터 앞 자리를 팀에게 양보하여 GCPD의 데이터 베이스를 해킹할 것을 지시했다. 블랙 마스크 살해사건의 자료가 컴퓨터 화면에 떠올랐다. 죽은 시체에는 날카로운 것에 찔리고 베인 상처와 파열된 내장으로 인한 내출혈의 흔적이 남았고, 생존자는 하나 같이 심장처럼 고동치는 새빨간 장창을 들고 옷과 머리가 파랗고 눈은 붉은 남자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많은 사건을 접하고 온갖 계략을 돌파해 온 경험심안(眞)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범인의 모습과 새빨간 장창을 보는 순간,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우연이 아니겠군.'
패턴이 있었다. 사건의 연속성에 의한 패턴이 아니라, 그 주체의 명칭에 패턴이 있었다.
기사인 세이버. 해적 기믹의 라이더. 그리고 창을 든─
"랜서(Lancer)."
모두의 시선이 배트맨이 랜서라고 칭한 범인의 모습에 고정된 그 때, 그들의 머리 위에 거꾸로 매달린 박쥐가 주황색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그것을 보고 들었다.
=복수자 광시곡
그 날 죽은 것은 블랙마스크 일당만이 아니었다. 배트 클랜은 그것을 다음 날 아침 뉴스 속보에서 알 수 있었다. TV는 완전히 전소한 6층짜리 빌딩을 비추면서 워렌 화이트, 달리 그레이트 화이트 샤크라고 불리는 고담 사상 최악의 화이트 칼라 범죄자 명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딕은 토스트에 바른 땅콩 버터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망연하게 그 현장을 보았다. 전소한 빌딩은 누가 봐도 그 화재 원인이 분명했다. 해적 룰렛의 장난감 칼처럼 빌딩 이곳 저곳에 층 당 하나씩 처박힌 여섯 대의 탱크로리가 그것이다.
"브루스."
팀이 손목시계로 위장된 컴퓨터 단말을 조작하더니 홀로그램을 띄워서 브루스에게 보여주었다. 팀이 따로 조사하고 있던,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했을 탱크로리가 실종된 사건들의 리스트였다.
딱 여섯 대가 실종된 상태였다.
손에 묻은 버터를 핥아먹고 토스트를 접어 한 입에 넣은 딕이 우유로 그것을 넘기며 헛웃음을 지었다. 테이블 매너를 완전히 거스르는 행동에 알프레드가 쏘는 못마땅함의 눈총을 외면하면서.
"도대체…. 중장비를 따로 동원한 걸까요? 아니면 메타휴먼인가?"
어느새 GCPD를 해킹한 팀이 자료를 띄우면서 그의 의문에 부정을 표했다.
"중장비는 아닐 거야. 건물 외부에 항전의 흔적이 없어."
워렌은 화이트 칼라 범죄자이지만, 자기 발로 아캄에 들어가는 우행을 저질러서 미친 후에는 블랙마스크와 영역을 다투는 거물 마피아로 활동했다. 달리 말하면 그의 휘하에 총으로 무장한 깡패가 있다는 것이고, 그런 자가 본거지에 중장비를 동원하여 탱크로리를 투척하는 상대를 그냥 앉아서 두고 볼 리 없다는 뜻이다. 전소한 빌딩을 제외한 외부는 매우 깔끔했다.
"대신 내부에서 격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팀이 몇 가지 화면을 짚어서 따로 빼낸 다음 확대했다. 사지나 목이 뜯겨 죽은 시체들과 바싹 익은 다진 고기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워렌의 시체가 널린 사진이다.
딕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으우(Ew)…. 엄청난 원한인걸."
"워렌에게 원한을 가진 자는 많다." 브루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사진을 관찰했다. "하지만, 그렇군. 아무래도 그의 범죄가 탱크로리를 맨손으로 던질 수 있는 메타휴먼에게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구나."
괴력 혹은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잠재적 빌런의 등장에 식탁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으흠!"
알프레드의 헛기침이 어둠을 깨면서 그들의 시선을 모았다.
"주인님, 출근 시간이 가깝습니다. 팀 도련님도 등교하셔야지요."
그가 자신에게도 무어라고 하기 전에 딕이 얼른 끼어들었다.
"아, 저는 괜찮아요. 합법적인 병가를 내고 오는 길이라서."
"그렇습니까? 그럼 마저 식사를."
남은 식사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딕이 오라클과 연계해서 그레이트 화이트 샤크의 사건을 더 파고 들겠다고 케이브로 내려간 뒤에 저택에 혼자서 남은 알프레드가 설거지를 한 다음 청소를 시작했다. 저택은 무척 넓었으므로 주로 쓰이는 방과 응접실, 로비만을 청소해도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로 딱 맞았다. 그가 정원의 잡초를 뽑는 동안 딕이 올라와서 직접 현장을 보겠다고 알리며 나갔다.
물뿌리개에 물을 받기 위해 수돗가로 간 알프레드는 새하얀 도브(Dove)가 수도꼭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가까이 가면 날아가겠거니 생각하고 다가가니, 비둘기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수상하게 여겨서 걸음을 멈추는 알프레드. 갑자기 눈을 붉게 물들인 비둘기가 부리를 열었고, 그것에서 나온 이름에 알프레드는 눈을 부릅뜨면서 물뿌리개를 떨어뜨렸다.
=복수자 광시곡
한편.
『삐비비비, 삐비비비, 삐비비비──』
배트 컴퓨터가 비상호출 신호를 내면서 울렸다. 그러나 주황색으로 눈을 빛내는 박쥐가 키보드를 눌러서 신호를 해제하고 그것을 수신한 기록을 지웠다.
발신자는 제이슨 블러드.
=복수자 광시곡
제이슨 블러드는 그의 정면, 그의 머리 그림자가 비치는 바닥에 꽂힌 십자가 형상의 기형검을 절망 어린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어떻게 저것이…!'
그것은 그의 죄의 상징.
영원히 묻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과거.
되살아 나온 절망.
교회의 수호자 집단.
이어진 베드로의 계보.
실존했던 퇴마사(Exorcist)의 상징.
천국(진리)에 이르는 열쇠, 흑건(Black Key).
폭군의 명령을 받아 말살했던 매장기관의 영장(靈裝)이 부활하여 그의 그림자를 꿰고 묶었다.
"오랜만이다, 겁쟁이야."
금속이 부딪히고 마찰하는 소리에 이은 목소리. 그의 눈앞에 그가 만들어서 도시 곳곳에 뿌렸던, 일종의 도청기인 마력 쫓는 아뮬렛이 툭 떨어졌다.
냉수가 끼얹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은 차갑게 굳어버리는데, 정신은 날카롭게 깼다. 제이슨 블러드의 흔들리는 눈이 그의 그림자를 꿴 흑건에서 올라가 정면을 향했다.
악마를 형상화 한 듯한 투구가 분해되고 갑옷과 일체화하면서 침입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찬란한 금발과 선명한 녹색 눈동자, 그리고 결코 착각할 수 없는 용(Dragon)의 마력.
블러드의 입이 바짝 말랐다.
"모, 드레드…."
"신수가 훤하구나, 개자식아. 멀린의 이복형님이 아주 잘해주는 모양이야, 응?"
스톤헨지에서 마법적인 현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부터 염려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아서 왕의 것이 아닌 용의 마력. 보티건이 살아 돌아왔다면 사태가 그토록 조용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아서 왕의 복제 호문쿨루스 모드레드다.
모드레드를 본 순간부터 발작하듯이 분노하며 으르릉거리는 에트리간은 흑건의 봉쇄효과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분노하며 날뛰기를 멈추지 않아서 블러드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악마는 갑자기 침묵했다. 세이버 뒤에서 하얀 갑옷을 입은 여자 때문에.
"세이버, 회포는 나중에 풀도록 해요. 마스터가 그 악마에게 심문할 것이 많다고 거듭 강조했어요."
악마의 숙주인 블러드는 한 눈에 그 여자가 성녀임을 알아보았다. 흑건에 의해 흐트러진 에트리간의 사념이 경악과 초조함을 띠었다.
"아, 그렇지. 부탁한다, 룰러."
성녀가 두 손을 뻗자 그 주위로 성스러운 힘이 모이더니 붉은 천이 나타났다. 흑건으로 인해서 봉인되어 나오지 못하는 에트리간이 느끼는 역겨움이 블러드에게 전해졌다. 신물이 블러드의 입에도 올라왔다. 그것이 그를 구속하자 역겨움은 더 심해졌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되어 쓰러졌다.
그리고 배트 컴퓨터로 비상호출 신호가 전해지지만….
=복수자 광시곡
특별하게 먹고 싶은 것이 없으면 가는 고급 식당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입장하던 브루스와 팀은 강렬한 인상의 남자를 만났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중인 것으로 보이는 그는 머리카락은 순금을 녹여낸 듯한 화려한 금발이고 고급스러운 루비처럼 눈이 붉었다. 키는 거의 브루스와 비슷하고 체구도 건장한 편이었다. 표범무늬 정장 자켓에 검은 면바지를 입고 머리카락을 위로 바짝 세운 그는 얼핏 돈 많은 양아치나 클럽 관리자처럼 보였다. 순금이 분명한 큼지막한 괴고리가 그런 인상을 강조하는데,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은 귀티가 그것을 모두 외유 나온 왕의 유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남자는 브루스를 한 번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골치 아픈 것에게 관심을 받고 있구나, 잡종(mongrel). 더 발버둥 치거라. 하찮은 환령(Phantom)으로 남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자는 그대로 그들을 지나쳐서 갔다. 브루스는 멀어지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선명하게 붉은 눈이 그의 영혼마저 들여다보고 모든 것을 통찰해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것은 충고이고 조롱이면서, 경고이고 동정이었다.
한 박자 늦게 남자의 뒷모습을 좇아 뒤로 돌았지만, 남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팀이 그의 손을 두드려서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가 신호한 대로 고개를 돌려보니, 식당의 직원과 손님이 모두 하나 같이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들이 일어나서 식당이 다시 정상적으로 영업할 때까지 시간이 약간 걸렸다. 브루스는 굳이 개인실을 빌렸고, 팀은 식당의 감시카메라를 해킹하여 그들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냈다.
그들을 지나쳤던 그 금발 남자. 그가 무엇을 했는지는 몰라도 식당 직원과 손님이 마치 고대의 왕이나 신을 영접한 것처럼 극진하고 조심스럽게 대접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나기 전에는, 겉보기에는 자발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스스로 엎드림으로써 징검다리를 만든 웨이터나 급사들의 등을 밟고 나갔다.
팀이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에고매니악(Egomaniac)이 따로 없네요."
그를 잡종이라고 불렀던 남자의 언동을 떠올리고, 브루스는 팀의 의견에 동의했다. 정신조작 능력자(로 보이는 인물)의 등장에 두통을 느끼면서.
Jason Makarov Todd Atlasia
→부활 당사자로서 부활의 이유는 모르지만 부활했다.
→마카로프의 지식을 계승하면서 본질이 변조됐다.
→'죽음'을 사고의 방 하나에 두고 있어서 직사의 마안을 쓸 수 있는 모양.
→악마라서 마안 사용에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배트 컴퓨터와 와치 타워 컴퓨터를 해킹해버렸다.
→복수를 다짐했다.
→마녀 잔 다르크의 환령과 융합했다.
→제3법의 마법사다.
→얼떨결에 인대의 마법을 완성했다.
→스펙터의 숙주가 되었다.
→관위시간신전을 작성했다.
→영령을 소환했다.
└세이버:아버지에 대한 반역/랜서:불운한 최후/아처:?/어새신:천명/라이더:불가능의 실현/캐스터:사랑하는 이에 대한 헌신/버서커:배신감/룰러:인리를 위한 희생제물
→고담에 오니 어벤저의 영기가 지극하게 활성화됐다.
Modred
→모르건과 사이가 좋아 보인다.
→정당한 이유로 반역을 일으켰다.
→배트맨과 만났다.
→제이슨 블러드(에트리간)을 습격했다.[New!]
Gilgamesh
→현계한 이유 중 하나가 반달 새비지인 모양이다.
→브루스 웨인에게 의뭉스러운 경고를 던졌다.[New!]
Hassan-i Sabbah
→1대 아즈라엘을 참수했다.
→성 뒤마 성전사단 수도회를 토벌했다.
Tamamo no Mae
→고담에 진지를 구축했다.
Francis Drake
→고담의 갱단을 접수 중이다.
→배트맨과 충돌했다.
→본의 아니게 배트맨의 전술 깨뜨리며 몰아붙였다.[New!]
Cú Chulainn
→블랙 마스크와 그 조직을 토벌했다.
→감시카메라에 포착되었다.[New!]
Bruce Wayne
→고작 일주일 만에 부서진 등뼈가 나았다…?
Jeanne d'Arc
→제이슨 블러드(에트리간)을 습격했다.[N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