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쓰레기 정보
~...~...~...~...~...~...~...
"미안한데 지금 뭐 하고 있냐고 물어봐도 될까?" 록산느가 밝은 갈색 눈에 호기심과 의심을 반반 담고 물었어.
내가 뭘 하고 있었냐면, 도서관에서 빌려 온 퀴디치 책 열 권을 학생휴게실 테이블에 쫙 펼쳐 놓고 읽고 있었어. 책마다 새로운 경기 전술이나 연습 방법과 관련해서 감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없을까 찾아보고 있었던 거지.
"조사." 난 그게 가장 무난한 대답이겠다고 결론을 내렸어. "퀴디치랑 관련해서 말야. 까먹은 점수를 만회하려면 다음 경기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해 둬야 할 테니까."
그리고 아무 말도 없길래 나는 록산느가 다른 데로 가 버린 줄 알았는데, 다른 질문을 했어. "있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어, 그래."
오, 봐봐, 이 책에서는 몰이꾼이 추격꾼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두 페이지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잖아. 흥미로운데. 이런 건 우리 그리핀도르 팀에 적용할 수도 있겠어.
"너랑 우리 사촌이랑 사귀는 게 맞아? 제임스 말야."
난 그대로 숨이 멎을 뻔했어.
그래, 처음엔 겜마가 그런 말을 하더니 이젠 록산느다 이거지. 대체 어디서 이런 쓰레기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내가 제임스 포터한테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어? 절대로, 무조건, 단 한 번도 없었다구!
"멀린, 대체 왜 다들 그런 말들을 하는 거야? 당연히 아냐! 내가 왜 포터랑 사귀어, 아냐!"
"진짜?" 솔직히 말해서 록산느의 표정은 조금 '실망'한 것 같기도 했어. "있지, 이건 그냥 내 생각이긴 한데, 사실 너희 둘이 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말야. 둘 다 퀴디치에 과할 정도로 열정적이잖아."
내가 포터랑 잘 어울린다고? 절대 그렇지 않아. 절대로, 절대로 아냐. 그보다 더 끔찍한 말도 없을걸? 리라 리날디의 친구가 되는 걸 빼면.
"멀린, 지금 네 얼굴을 너도 좀 봐야 되는데." 갑자기 록산느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어. "슬리데린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라도 받은 것 같은 얼굴이야."
"근데 그 소문은 대체 어디서 들었어?" 내가 머뭇머뭇 물었어. 이걸 아는 게 나을지 모르는 게 나을지 확신이 안 섰거든. 호그와트 성을 떠돌고 다니는 소문은 악의에서 퍼뜨려지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
"음, 난 겜마한테 들었고, 겜마는 제시카 월터스한테 들었고, 걔는 리라 리날디가 후플푸프 애들 몇 명이랑 하는 말을 들었다던데. 지금은 다들 그 얘기만 하고 있는걸."
"다들?" 나는 순간적으로 겁이 난 걸 숨기려고 아주, 아주 심혈을 기울여 물었어.
"어... 아니, 다는 아니고 꽤." 록산느는 조심스레 대답을 하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어. "학생휴게실 앞에서 둘이 손잡고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었다며. 내가 들은 말로는."
그래, 듣고 보니 두 남녀가 그러고 있던 상황이었으면 그런 결론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건 알겠는데, 그거야 그 남녀가 나랑 포터가 아닐 때나 해당되는 얘기지!
록산느는 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대답을 해 줬어. "애들이 그러는데 너희 둘이... 음... 어... 그렇게 자꾸 다투는 이유가 음, 그러니까 너희가 좀... 어..." 그러더니 뒷말을 흐리더니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더라.
"말해." 난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서 록산느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어.
"썸을 타는 거라고." 록산느는 바로 앞에 놓인 테이블에 눈을 고정시켜 놓고 중얼거렸어.
"썸을 타는 거라고? 내가 포터랑?" 그 말에 완전히 경악한 나는 그대로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어.
록산느는 그 소리를 묻어 주려고 따라 목소릴 높여 헛기침을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어. 학생휴게실에 있던 애들은 이미 전부 우릴 돌아보고 있었지. 과장한 게 아냐, 정말 이 방 안의 모두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으면서 학생휴게실 구석에 있던 날 바라보고 있었다디까. 포터랑 그 친구들도 그 중 하나였고.
크리스토퍼랑 프레드의 눈은 아주 밖으로 뿅 튀어나올 기세였던 반면, 포터는 날 짜증나게 만드는 그 특유의 웃음을 씩 지어보였어.
아주 완벽해 죽어버릴 것만 같은 하루인걸.
~...~...~...~...~...~...~...
다음날 아침에 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어. 어제 퀴디치 전략 연구를 한다고 미뤄 놓은 마법 작문 숙제를 하느라 잠도 조금밖에 못 잤지만 그래도 연습 전에 잠깐 나와서 운동장이라도 돌고 싶었어.
지금 내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웠거든. 반은 슬리데린과의 경기에서 졌다는 사실 때문에, 나머지 반은 사람들이 내가 제임스 포터랑 사귄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때문에.
경기가 끝나고 나서 리라랑 몇 번을 더 마주쳤는데, 그 때마다 리라는 주장으로서의 내 능력과 그리핀도르 팀의 실력에 대해 가시 돋친 말들을 쏘아댔어. 물론 난 다 참았지. 리라한테 너희 파수꾼이 내가 지금까지 본 파수꾼 중에 가장 못하더라는 말을 해 주긴 했는데, 그 정도로는 내 기분이 별로 나아지지도 않았고 리라도 짜증난 기색을 하나도 안 보이더라.
그러니까 결론은, 난 지금 머리를 좀 비워 주지 않으면 죽겠다는 거야.
성 밖으로 나와 보니 오늘은 검은 호수 주변을 도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래번클로 애들은 이미 학기 초에 내게서 떨어졌을 거고, 개인적으로 검은 호수 주변에서 달리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내게 가장 필요했으니까. 난 호숫가 근처의 커다란 나무 아래 서서 스트레칭을 조금 한 다음,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어.
스피드를 조금씩 올리며 달려서 나중에는 거의 전력질주를 하다시피 뛰고 있었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녹아내릴 것 같지만 그래도 난 계속 달렸어. 이렇게 뛰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 않거든. 그저 내가 들이쉬는 공기의 느낌과 땅을 밟고 뛰어오르는 발의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야. 경기 이후로 내 머릿속을 맴돌던 모든 고민과 잡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한 기분이 들어 나는 마음이 놓였어.
한참 뒤 기운이 다 빠져버린 나는 뛰는 걸 멈추고 호수 끝자락에 앉았어. 아니지, 아빠가 말하는 대로라면 호수라기보다 '연못'이겠다. 그 생각을 하니 오늘따라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졌어. 난 아빠가 보낸 편지를 떠올렸어. 아빠가 주장이었을 때 그리핀도르 팀도 수많은 경기에서 수많은 패배를 겪었다고 했지.
하지만 당장 아빠의 도움과 조언이 너무 간절한데도 (물론 그 소문에 대해서는 아니야. 멀린, 아빠한테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겠어?)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말을 해 주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 그리핀도르 팀은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어. 사람들이 그러잖아, 내가 주장이 된 건 그냥 우리 아빠가 올리버 우드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난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훌륭하게 잘 해낼 수 있다구.
락커룸에 들어가면서 난 어깨에 힘을 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 그리고 이미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벌써 옷까지 갈아입고 퀴디치 장비까지 꺼내 놓은 걸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
"나 혹시 늦은 거야?" 난 주장이 제일 늦게 나타났다는 생각에 창피했어. 그리고 시계를 흘낏 훑어봤어. 연습 시작까지는 아직 15분은 더 남은 시간이었지.
"그냥 우리가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다음 경기 땐 꼭 이겨야지." 자라가 평소와 다른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어.
"정말, 너희가 최고야!"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질렀어. 아마 다들 내가 무지 신이 난 걸 쉽게 알 수 있었을 거야. 선수들 하나하나를 꼭 안아주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걸. "그래,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자세가 바로 이거라구. 좋아, 좋아. 내가 경기 때 몇 가지 적어 둔 게 있는데, 지금 너희가 전부 모였으니 바로 시작해도 되겠어."
난 우리 선수들과 같이 저번 경기의 모든 것에 대해 자세하고 깊은 얘기를 나눴고, 우리가 잘 했던 건 뭐고 부족한 건 뭐고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함께 얘기했고, 새로운 전략과 경기 방식의 틀을 잡았어. 난 칠판에다가 도표를 그려 놓고 다음에 있을 후플푸프와의 경기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어.
"그러니까, 정리하면," 내가 마지막으로 말했어. "우리는 아주 잘 했어, 하지만 더 발전할 수 있어. 연습을 하는 내내 우리의 약점이 뭔지 잘 생각해 봐. 우리에게 단 하나의 약점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질문 있어?"
니코가 밝은 파란 눈으로 날 빤히 바라봤어. "한 시간 내내 말만 하고 끝이야?"
"응, 끝이야." 나는 니코의 말이 과장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시계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어. "연습의 시작이자 실력 향상의 첫 단계가 바로 시작점을 정확히 아는 거야. 계획을 먼저 잘 세워 둬야지. 자, 가서 빗자루만 조금 타다 들어가자."
다들 몇 명씩 모여 얘기를 하면서 락커룸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뒤에 남아 칠판을 지웠어. 깔끔하게 지우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포터가 내 바로 뒤에 서 있더라.
포터. 내 최악의 모습을 봤던 포터. 내가 두 팔을 두르고 어깨에 기대 한참을 흐느꼈던 그 포터. 잠깐은 손을 잡고 걸었고 지금은 전교생이 내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는 그 포터.
오 멀린,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게 나을 지도 몰라.
"오늘은 좀 괜찮냐?" 포터가 조심스레 물었어. 아마 내가 또 자기한테 달라붙어서 울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응, 훨씬 괜찮아졌어." 나는 진심인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어. "한참 앉아서 경기 생각을 해 보니 너나 다른 사람들 말이 다 맞더라구. 우린 정말 잘 했어, 난 실패한 것도 아니고. 경기 때문에 잠깐 바보 같은 생각 같은 걸 하고 있었을진 몰라도 지금은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아."
"잘됐네." 포터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어. "나와, 가서 연습이나 하자고. 후플푸프는 그냥 눌러버릴 수 있게."
그리핀도르가 저번 경기에서 진 뒤로 나랑 포터의 사이가 살짝 변한 것 같아. 포터와 함께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어. 포터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나 보여 주는 자기의 진짜 모습을 내 앞에서도 드러내 주는 것 같고. 포터가 재수없다거나 멍청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다시는 못 하겠어. 아니니까. 애초부터 그랬던 적도 없었고 말야. 포터는 그냥 열일곱 살짜리 남자애잖아. 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되는 거겠지?
"락커룸에서 키스라니. 너무 뻔한 거 아냐?" 자라가 막 경기장으로 나온 제임스와 날 보고 느릿느릿 말했어.
"두 사람, 드디어 만나는 거야?" 브리가 두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소리쳤어.
난 제임스를 한껏 노려봐 주고, 우릴 기다리고 서 있는 다른 팀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째릿 노려봐줬어. 다들 우리 둘을 보면서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던 거 있지.
"아냐!" 난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 표정을 하고 소리질렀어. 대체 이 말을 몇 번이나 더 해야 되는 거야? "아냐, 아니라고! 우리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들뿐이었어. 리처드까지도 날 안 믿는 것 같았다니까! 이게 무슨 동생이야, 배신자지!
"꼭 사귀어야만 키스하란 법은 없지." 자라가 우릴 보고 윙크를 하더니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어. 니코와 브리가 그 뒤를 따라갔구.
"근데 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 아니야?" 리처드가 물었어. 갈색 두 눈이 호기심에 가득 차서는 나와 제임스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어. "키스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는 말이지만 동생한테 누구랑 키스했냐는 질문을 받는 거 말야, 부끄럽다거나 난처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치더라구. 그 '누구'가 바로 옆에 서 있다면 특히 더.
"아닌데." 포터가 우리 둘 모두를 위해 대답을 해 줬어.
이런 바보 같은 소문이 돌기 전에 그 말을 해줬으면 좀 좋아?
"그런 말만 하지 말고," 릴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어. "오빠는," 그러더니 제임스를 가리켰지. "에바 언니 앞에서 멍청이 짓 하는 것 좀 자제해. 그리고 언니는," 이번엔 날 가리켰어. "우리 큰오빠가 하는 말들을 다 진지하게 들어주지 마."
내 머리가 다른 대답을 만들어 낼 수 있기도 전에 어느새 모든 선수들은 하늘 위로 날아가버렸어.
어... 방금 포터랑 내가 열네 살짜리한테 관계에 대한 조언 같은 걸 듣고 있었던 거야? 신기한 경험인걸.
내가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경기장에 멀뚱멀뚱 서 있으니까 포터가 큰 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하더라.
"왜 웃어?" 내가 물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지금 웃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거든. 재밌는 말을 들어서 웃는 그런 웃음이라기보단, 히스테리적인 공황 상태 뭐 그런 것 때문에 나오는 웃음에 가깝긴 했지만. "포터, 다들 우리가 저기서 키스하고 왔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포터는 한참을 웃더니 겨우 어깨를 으쓱여 보였어. "애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뭔 상관이야? 아니라고 발광을 해 봤자 그 생각을 바꿔버릴 수는 없는 거고. 오히려 우리가 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 걸. 그리고 아까 릴리, 말하는 게 우리 엄마랑 완전 똑같았어."
뭔가를 감추려고 더 부정을 한다, 라... 비슷한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혹시 소차랑 무슨 얘기 했었어?"
"소차?" 포터의 얼굴이 혐오감에 찌푸려졌어. "걔 완전 정신 나간 애잖아. 열심히 무시하고 다니고 있는데."
"말이야 쉽겠지." 난 그렇게 중얼거렸어.
난 우리 팀 선수들에게 짧은 스트레칭과 윗몸일으키기 50번을 하고 나서 경기장 열한 바퀴를 돌라고 지시했어. 그리고 다른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 때 포터만 따로 경기장 뒤편으로 잠깐 불렀지.
"포터," 나는 가까이로 다가가면서 포터를 불렀어. "주장으로서 왜 네가 스니치를 못 잡았는지 그 이유를 난 알아야겠어."
포터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면서 미소를 싹 지워버렸어. "우드,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말포이가 더 잘 했다, 그게 다라고."
난 고개를 가로저었어. 내가 이렇게 한심한 말을 답으로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그건 충분한 대답이 못 돼. 그런 이유밖에 찾아내지 못해서는 퀴디치 컵은 무리일 거야."
"야, 넌 수색꾼도 아니잖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포터는 화난 듯이 말을 쏘아붙였어.
"나도 내가 수색꾼이 아니란 건 알아, 포터." 그래서 나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어. "하지만 난 주장이지.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잘 안단 말이야. 난 그냥 혹시 다른 게 있었는지를 묻는 거야. 순간 눈이 부셨다거나, 시선이 풀렸다거나 하는 거 있잖아. 말포이가 반칙이라도 쓴 건 아냐? 아니면 그 순간에 빗자루를 더 꽉 잡으려다 놓쳤다거나?"
"우드, 말포이가 더 잘 했다고, 그게 다라니까! 내가 그 생각을 그럼 안 해봤을 줄 알았어? 난 죄책감 같은 것도 없이 태평할 줄 알았냐고?" 그러다 포터의 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어. "나 때문에 우리가 졌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 때문에 진 게 아니야, 경기에서 진 건 우리 팀이잖아." 나는 포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읊어줬어.
포터는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봤는데, 그 뜻을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었어.
"포터, 우리는 팀이잖아, 이겨도 같이 이기고 져도 같이 지는 거야."
"샤워실에서 죽으려고 했던 애가 그런 말을 하냐." 포터가 중얼거렸어.
"포터," 나는 다른 길로 빠지지 않으려고 다시 말을 시작했어. "난 이 팀의 주장이고, 난 지금 너한테 다음 경기를 치르기 전에 네 실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있는지 물어 보고 있는 거야. 다른 이유는 없었어.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고 나한테 알려 줘."
~...~...~...~...~...~...~...
7학년 여학생 기숙사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전쟁터으로 가는 길 같았어. 방에 들어가 봤을 땐 사방이 온통 물에 젖어 있고, 깃털들이 여기저기에 날려 대고 있었지. 그 중 몇 개는 아직 공기 중을 느릿느릿 떠다니고 있기도 했고. 겜마의 침대 커튼에는 희미한 연기까지 피어 올라오고 있었어.
겜마가 방 중앙에서 손에 지팡이를 꼭 쥐고는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어. 소차는 자기 침대의 올리버 우드 성지를 지키려는 듯 두 팔을 벌리고 벽에 붙어 있었구. 록산느랑 크리스틴은 반쯤 닫힌 화장실 문 뒤로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
내가 지금 이게 무슨 일이냐고 굳이 묻지 않아도 되겠다는 게 슬픈 일일까? 이미 이런 특이한 상황들을 수도 없이 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 봐도 알겠단 말야.
"다들 좋은 아침." 나는 최대한 활기찬 목소릴 냈어.
록산느랑 크리스틴은 이제 화장실이라는 대피소에서 나와도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조심히 걸어나왔어. 그 둘은 바로 깃털을 치우고 젖은 물건에 건조 주문을 걸기 시작했어. 옆에서 겜마는 또 불을 붙여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있었지.
"오, 에바!" 소차가 황홀해 하는 목소리로 질러댄 소리에 난 화들짝 놀랐어. "너랑 제임스 얘긴 들었어! 베로니카 레이드한테 들었는데 너희 둘이 손을 꼭 맞붙잡고 있어다며! 결국엔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다 알고 있었다니까!"
"음, 있잖아, 제임스랑 나, 사귀는 거 아니야." 난 눈을 비비면서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어. "그냥 작은 오해고 바보 같은 소문일 뿐이야."
그리고 소차는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왔어. 덕분에 난 처음으로 소차의 올리버 우드 성지를 전부 볼 수 있었지. 소차의 침대 위 벽에서 젊은 아빠의 사진 스무 장이 날 바라보고 있었어. 오. 마이. 멀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하잖아. 난 빠르게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그 광경은 그대로 뇌리에 남아 버렸어.
"이해할 수 있어!" 소차가 유쾌하게 말했어. "비밀로 하고 있는 거구나! 올리버 우드랑 너희 엄마가 결혼하기 전에 두 사람 관계를 비밀로 했던 것처럼!"
아, 그래. 우리 아빠에 대해 자기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거지?
그 사이 겜마가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대답했어. "사람들이 두 사람 관계를 어떻게 몰랐겠어, 둘 다 퀴디치 분야에서는 유명인사들인데."
"괜찮아, 괜찮아, 내가 다아아아 알고 있다니까." 소차는 내 어깨를 톡톡 치면서 말했어. 자기가 내 친구나 뭐라도 된다는 듯 한 행동이야. 개인적으로 난 차라리 죽고 싶은걸.
"정말이라니까, 제임스랑 난 서로 좋아하지도 않아." 나는 목소릴 높여서 사태의 심각성을 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어. "애초에 사실이 아니라고. 포터가 날 좋아하지도 않고, 나도 포터를 좋아하지 않아. 끝. 알겠어?"
"오, 그래, 알겠어." 소차는 능청스레 나한테 윙크를 해 보였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
음, 잠깐만,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지금 이 방에는 우리 말고도 세 명이 더 있는걸. 비밀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크리스틴이 가방끈을 어깨에 둘러매고 일어나는 걸 본 나는 크리스틴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와버렸어. 멀린, 정말 우리 방에는 벽에 걸린 '7학년' 표지판보단 '위험지역, 주의요망' 이런 표시가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넌 이 정신 나간 소문 안 믿지? 응? 그치?" 내가 아침 식사를 먹으러 가면서 크리스틴에게 물었어. 물었다기보다 그렇다고 대답해주길 빌었다는 게 맞는 것 같긴 해.
"나도 네가 제임스를 안 좋아하고 제임스가 네 남친이 아니란 건 알아." 크리스틴이 대답했어.
그제서야 나는 아직 크리스틴한테 조나단 얘기를 안 했다는 생각이 났어.
"있잖아, 나 말할 거 있는데." 나는 다시 입을 열었어. "조나단 그랜트 있잖아, 약초학 시간에 나랑 옆자리에 앉는. 기억 나? 걔가, 어, 나한테 호그스미드에 같이 가자고 했었어."
크리스틴은 순간 걸음을 멈췄어. "조나단이? 에바, 진짜 대박이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짧게 날 꼭 안아주었어. "이번엔 받아 줬구나!"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물었어.
크리스틴의 얼굴을 보니 하려던 말을 해도 될지 주저하는 것 같았어. "음, 그냥, 넌 다른 남자애들이 너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보통은 거절했으니까... 그래서 난 그냥 네가 옛날에-"
"난 에릭이나 잭은 좋아하지도 않았어." 나는 크리스틴의 말을 잘랐어. "게다가 에릭은 열세살 때 일이잖아. 나는 막 퀴디치 팀에 선수로 들어갔을 때였고. 그런 데 신경 쓸 틈이 없었지."
"그래, 내가 말하고 싶은 게 그거야. '그런 데 신경 쓸 틈이 없다'고? 에바, 호그스미드 데이트 한 번 가자는 게 결혼하자는 건 아니야."
그러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어. 돌바닥에 닿는 발소리가 온 복도에 울렸어.
"나한텐 달라." 나는 움직이는 계단을 폴짝 뛰어넘으면서 말했어. "퀴디치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든단 말야. 누구랑 사귀고 말고 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어.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없어. 지금은 주장이잖아."
크리스틴은 예리한 눈으로 날 찬찬히 쳐다봤어. "그럼 넌 걔 좋아해? 조나단?"
난 그 대답으로 어깨를 으쓱였어. "아마도. 조나단이랑 얘기하는 게 좋고, 호그스미드에 같이 가자고 물었을 때 정말 기뻤으니까. 아마... 모르겠어. 조나단은 멋진 애니까, 기회를 주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거든."
사실 난 조나단이랑 데이트를 하게 됐다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도 확신이 가질 않았어. 걔가 나한테 같이 가겠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긴 했는지도 모르겠구. 물론 조나단은 정말 멋진 사람이지. 하지만 난 정말 조나단을 좋아하는 걸까? 남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있긴 있나? 이제부터 생각을 해 봐야겠지, 무슨 다른 뜻이 있지 않았겠어?
크리스틴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어.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걸. 나는 한번 기회를 줘 보라는 말밖에 못 해주겠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아침 식사를 하면서 난 우리 오빠가 보낸 편지를 하나 받았어.
사랑하는 에바
리처드가 보낸 편지에서 경기 얘기는 들었어. 정말 유감이야. 네가 얼마나 이기고 싶어했는데. 그래도 최소한 그리핀도르가 큰 차이로 진 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 너라면 이미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겠지만 그래도 들어 둬, 그리핀도르는 여전히 우승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리날디나 포터는 한 대씩 때려버리거나 해. 그럼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 질 거야.
사실 지금 엄청난 빅뉴스가 있어. 아직 확정이 된 일은 아니라 다른 말은 못 해주겠지만.그냥 머지 않아 내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만 알고 있어.
엘레나랑은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어. 엘레나도 퀴디치를 좋아하니까, 너도 만나보면 맘에 들어 할 거야. 호그와트에 다닐 때 슬리데린 팀의 선수이기도 했대. 슬리데린이었다니 너는 별로 달가워하진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엘레나는 좋은 사람이야, 정말이야.
난 이제 가 봐야겠다, 점심 연습 전에 엘레나를 만나기로 했거든.
트리스탄
멀린, 뼛속까지 그리핀도르인 우리 오빠가 여친이라고 슬리데린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슬리데린 퀴디치 팀 선수라면 더더욱. 물론 슬리데린이라고 전부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퀴디치 팀 선수들은 다들 그랬으니까. 리날디나 헐크 뱅크스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말포이도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 있고.
그리고 머지않아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건 또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어. 지금 푸들미어 파수꾼인 라이스가 다른 팀이랑 재계약을 하거나 은퇴한다는 말은커녕 조짐도 없었는데. 오빠는 이미 후보 선수잖아. 왜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물론 오빠에게 일어날 거라는 좋은 일이라면 다른 것도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퀴디치를 빼면 달리 뭐가 있겠어?
그리고 난 오빠가 보낸 편지에서 응원 같은 걸 바랐다구. 안 그래도 아침부터 피곤한 일이 많았는데.
오늘 첫 교시가 산술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최소한 오늘은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아.
"제임스, 네 여친 왔다!" 프레드가 교실에 들어온 날 보면서 큰 소리로 놀려댔어. 그 말에 교실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 날 봤고, 몇몇은 포터 옆에 앉으라는 눈길을 보내기도 하더라. 온 교실이 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어.
"거 봐, 사실이라니까!"
"우드는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 줄 알았지."
"너무 로맨틱하다!"
"포터," 나는 앞을 똑바로 보면서 억양 없이 말했어. "네 사촌놈은 이제 나한테 죽었어."
남자애들 셋은 그저 소리내어 웃기만 했어.
~...~...~...~...~...~...~...
"어머, 역시 화제의 루저 그리핀도르라니까."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모퉁이를 돌다가 자기랑 부딪힐 뻔한 날 보고 리라가 신나게 웃어댔어.
"루저가 되는 경험은 네가 더 많을 텐데, 리날디." 나는 가방끈을 다시 조절하면서 대꾸했어. "2년 전에 슬리데린이 결승전에서 어떻게 졌더라? 350점차 아니었나?"
리라의 짙은 눈이 날 무섭게 노려봤어. "너희 팀이 슬리데린한테 진 걸 생각하면 그 시즌은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걸 잘 알았을 텐데? 내가 우리 선수들을 학교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 놓았으니까 말이야."
"방금 그 말이 말포이를 팀에 끌어온 걸 말하는 거라면," 나는 비웃는 투를 내려고 했어.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훌륭한 팀은 훌륭한 수색꾼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할 수 있겠지," 리라는 긴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휙 쓸어넘기면서 무슨 노래를 부르다시피 했어. "하지만 우리 수색꾼이 너희 수색꾼을 이겼고, 우리 팀이 너희 팀을 이겼잖아?"
단어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면서 리라는 날 지나쳐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갔어. 얼굴을 보아하니 자기가 한 말이 꽤나 만족스러웠나 봐.
뭐 이런 개떡 같은 애가 다 있어?
"이번 수업은 좀 쉬웠으면 좋겠다. 오늘 일진이 너무 안 좋아." 약초학 시간에 내가 조나단 옆자리 의자에 풀썩 앉아 가방을 쿵 떨어뜨려놓으면서 말했어.
수업이 끝나면 잠깐 빗자루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어. 빗자루를 탄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들은 헛소리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어.
"일진이 안 좋다는 게, 네가 제임스 포터랑 사귄다는 그 소문 때문에 그래?"
오, 멀린! 왜 조나단이 성 전체를 떠돌아다니는 그 소문을 들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못 해 봤을까? 이제 얘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완전 절대로 무조건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반박을 했어. "정말 진심이야, 절대로 아냐. 포터랑 난 서로 좋아하지도 않아. 그 바보 같은 소문은 그냥 경기 끝나고 나서 우리 둘이 같이 걷는 걸 봤던 6학년 애들이 맘대로 퍼트린 거야. 그리고 뭐 그래, 손은 잡고 있었단 건 사실 맞는데, 그건 그냥 내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걔가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 줘서 그랬던 거고, 그리핀도르가 진 것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던 날 달래려고 걔가 와서 말을 걸어 준 거란 말이야. 난 내가 걔랑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 정말 아무것도 아니-"
"잠깐, 잠깐만!" 조나단이 한 손으로 내 입을 부드럽게 막았어. "난 애초에 그 소문 믿지도 않았어. 네가 포터를 좋아하고 있었다면 내가 같이 호그스미드에 가자고 했을 때 거절했겠지. 넌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잖아."
"아." 내가 말했어. 맞아, 대답이었어, 바보같지만. "그래, 그럼."
조나단의 초록 눈이 안경 뒤에서 웃고 있는 게 보였어. "네가 그게 헛소문이라고 말하는 걸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봐?"
"음, 크리스틴이랑, 우리 동생들이랑, 오빠랑, 록산느랑, 우리 퀴디치 팀 선수들까지는 아니란 걸 아는데, 겜마랑 소차는 내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아. 보아하니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사람들은 종종 사실보다 더 재밌고 흥미롭다는 이유만으로 헛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해. 그리핀도르 팀 주장이 포터 가의 맏아들과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단 게, 후플푸프 남자애랑 같이 호그스미드에 간단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건 사실이잖아."
"난 너랑 같이 가게 돼서 기쁜데." 나는 내 마음을 그렇게 정리했어. "진심이야."
조나단은 작은 미소를 지었어. "나도, 기뻐."
안녕하세요 역자입니다:)
넹 이렇게 에바는 조나단과 데이트를 나가게 되는데요(
제임스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주세용 뚠뚠(궁금하신 분들은 완결난 원어를 읽고오시기: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