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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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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언 고마웠어요. 잠깐 다른 얘기지만 저, 제임스 포터랑 사귀게 됐어요. 가레스와 리처드가 벌써 알렸을 테니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이렇게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는 제임스의 안 좋은 면만 보고 편견을 가져버렸던 것 같아요.제임스 쪽도 절 잘못 알기는 마찬가지였으니 어차피 비긴 일이지만. 제가 제임스를 사귄 지도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제가 제임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얼마 전에서야 알았지만, 저는 이 관계가 뭐랄까... 모르겠어요, 그냥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게 제자리인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써 놓고 보니 이상하네요. 이 얘긴 그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물론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퀴디치에 소홀해지질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아빠한테 전해주세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제임스도 연애 때문에 퀴디치를 조금이라도 포기할 사람은 아니구요. 게다가 이번 경기는 제 호그와트 생활의 마지막 경기잖아요. 제 모든 노력을 전부 쏟아부어서 그리핀도르에게는 우승컵을 안기고 저는 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야죠.아빠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적어두는데, 푸들미어에 스카우트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다 하는 조언 같은 건 절대 보내지 말아달라고 전해주세요. 아빠의 영향력이 아닌 제 본인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퀴디치 팀에 다른 일이 있으면 또 알려드릴게요. 아니면 제임스 일이라도. , 엄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데 리처드가 릴리 포터를 좋아해요. 조언 같은 거라도 좀 해 주세요.

에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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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를 만난다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아니겠어." 누군가 푹 한숨을 쉬며 말했어.

"맞아," 다른 여자애 하나가 위로하듯 말을 건넸어. "그 오빠, 몸이나 얼굴이나 진짜 섹시하잖아. 키스도 정말 황홀하게 잘할 텐데."

"스타일을 보면 그냥 키스하는 것도 아니고 열정적으로 밀어붙일 것 같지?"

"진짜 부럽다,"

"사실 그 언니도 예쁘긴 예쁘잖아."

아,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떡해야 하나. 7층 화장실에 와서 볼일을 보고 나가려는데 저런 소리가 들려서 말야, 난 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문 뒤에 가만히 서서 지금 제임스의 키스 실력이 황홀하니 어쩌니 떠들고 있는 저 여자애들이 빨리 나가 주길 기다려야 했어.

제임스랑 내가 사귄다는 게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그리 놀랍지는 않았던 것 같아, 하긴 원래도 대부분은 우리가 이미 사귄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래도 방금 들린 대화의 내용을 보면 이게 그리 큰 뉴스는 아니더라도 재밌는 얘깃거리 정도는 되는 모양이야. 제임스의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생각해보면 이 학교의 포터나 위즐리가 뭘 하고 산다는 얘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해.

"사실 난 전부터 그 오빠를 좋아했단 말야," 누군가 투덜거리듯 말했어. 그 말에 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찬찬히 곱씹어보고는 표정을 팍 찌푸렸어. 저게 지금 내 남자친구한테 눈독을 들인단 말이야?

"난 가끔 수업시간에 딴생각할 때 있잖아, 포터가 갑자기 다가와서 날 벽에 밀어붙이고 키스해주는 상상도 하고 그랬는데."

그리고 여자애들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어.

아, 그렇단 말이지. 좋아, 나도 여기서 저 개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기는 싫다 이거야. 누가 뭐래도 난 그리핀도르잖아? 저 애들이 제임스나 내 얘길 뭐라고 떠들든 무슨 상관이야, 난 이 좁은 칸 밖으로 나가 줄 거야.

단번에 화장실 문을 홱 열어젖힌 나는 일부러 크게 발소리를 내며 세면대로 걸어와 손을 씻었어. 밖으로 나와서 보니 5학년 그리핀도르였던 여자애들은 자기들 바로 옆에 내가 서 있는 걸 보고는 순식간에 입을 닫아버리더니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짓더라. 난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젖은 손을 닦았어. 5학년 여자애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런 날 흘끔흘끔 쳐다보기만 했어.

나는 그대로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하다가, 순간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라 그대로 뒤를 홱 돌아봤어. 그리고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아, 그냥 들어 둬... 제임스가 정말 황홀하긴 하지."

그렇게 화장실 문을 쾅 닫아 놓고 걸어나오는데 문 뒤쪽에서 여자애들이 다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내가 말을 뱉어놓고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그런 말을 하고 나오다니. 나의 용감한 그리핀도르 정신에 박수.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어?" 제임스가 산술점 시간에 자기 옆자리로 다가온 날 보고 물었어.

그 질문에 난 그저 미소를 키울 뿐이었지. "화장실에서 재밌는 얘길 들어서, 그 뿐이야."

"여자애들은 화장실에서 대체 뭘 하는 거야?" 프레드가 옆에서 시끄럽게 물었어.

크리스토퍼도 어깨를 으쓱였어. "사비트리 말로는 화장실이란 머리를 만지면서 수다를 떠는 곳이라더라. 난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말야. 그렇지 않아? 화장실은 변을 보는 곳이잖아."

"쉬하면서 수다를 떠는 사람이 어딨어?" 프레드가 물었어.

"남자들은 화장실에서 얘길 하진 않지." 제임스도 거들었어.

"나도 화장실에서 수다를 떨진 않아," 난 그런 부류의 여자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 둬야겠다는 생각에 말했어. "오늘은 어쩌다보니 다른 애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지."

"아, 그래?" 제임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어. "그래서 어쩌다 들었다는 그 재밌는 말이 뭔데?"

그 물음에 나도 모르게 방금 전의 대화가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어. "넌 몰라도 돼."

하지만 내가 그 때 화장실에서 맞닥뜨렸던 여자애들은 다른 기숙사도 아니고 그리핀도르였잖아? 게다가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서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었나 봐. 결국은 제임스도 어디서 그 얘길 들었더라구.

그 다음날 아침에 밥을 먹고 있는데 제임스가 내 옆으로 슬쩍 다가와 앉더니 몸을 숙이고는 내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거야. "그냥 들어 둬, 내 경험상 너도 장난 아니게 황홀하다고."

테이블 저편에서 겜마가 오만상을 찌푸린 채 우릴 보고 있었어. 요새 며칠간 나랑은 한 마디도 섞질 않으려고 하던데. 그렇다고 내가 기분이 나쁘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제임스는 내 볼에 짧게 쪽 입을 맞추고는 다시 제대로 앉아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음식을 덜었어. 그 때 거울을 보지는 않았지만, 내 얼굴은 위즐리 가족의 머리색만큼 새빨간 빛으로 달아올라 있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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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제임스 포터랑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다며." 약초학 프로젝트 시간에 조나단이 말을 건넸어. 그 날 수업이 있던 제3온실에서는 심혈을 기울여서 아주 조심스럽게 식물을 다뤄야 했어. 육식 식물이 내 손으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신경 쓰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란 나한텐 너무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 맞아," 난 그렇게 대답했어. "그렇게 됐어."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아? 내가 새로 남자친구를 사귀었단 말을 전 남자친구한테 하고 있었다니.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조나단은 식물을 다루면서 말했어. 지금까지 식물을 건드리는 일은 대부분 조나단이 다 해서 그런가, 조나단이 낀 장갑은 내 것보다 훨씬 더 더러워져 있었어. "너희 둘이 그렇게 될 줄은 나도 진작에 알고 있었어."

오, 멀린. 물론 조나단이 일부러 내 마음을 무겁게 하려는 작정은 아니었다는 건 알아. 조나단같이 착한 애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지.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

"있지," 난 조나단에게 말했어. "우리 사이가 그렇게 끝나버린 건 정말 미안해. 넌 정말 좋은 남자야. 진심이야. 넌 나 정도 되는 사람한테 희망고문이나 당하고 있을 그런 사람이 아니야."

단어 하나 빠짐없이 모두 사실인 말이었어.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던 게 잘못이었지. 조나단은 나랑 그렇게 헤어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고, 애초에 사귀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어. 그 전에 미리 끝을 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조나단은 쓸데없이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래서 난 조나단에게 더 미안했어.

근데 조나단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더라구. "에바... 난 정말 괜찮아. 우린 그냥 각자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사실 크리스마스 방학에 네가 우리 집에 왔다 간 날 저녁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나면 우리에게 공통의 관심사라고는 하나도 없지 않나. 그리고 나도 더 이상 봉치킨 프린트가 뭔지 몰라서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고."

"뭐?" 난 중간에 말을 끊고 물었어. "봉 뭐라고?"

식물 잎을 부드럽게 따내던 조나단이 얼굴을 붉게 물들였어. 그러고보니 얘도 참 별 것도 아닌 데 얼굴을 붉히곤 했었지. "무슨 꾼이라는 선수가 빗자루 위에서 하는 기술 같은 거라고 하던데."

아, 그렇다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 좀 알겠어. 오, 멀린.

조나단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어. "있잖아... 사실 그게 정말 뭔지는 정말 관심도 없었어. 물론 네 퀴디치 얘기가 싫었단 건 아냐."

나도, 조나단이 퀴디치에 관심이 없다는 게 싫지는 않았는걸. 퀴디치를 모른다고 해서 인생에 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나단은 잘 살고 있잖아. 나는 잘 살지 못하겠지만. 그나저나 봉치킨 프린트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조나단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어. "왜 웃는 거야?"

"그냥... 제임스가 그- 봉치킨 프린트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웃음이 자꾸 터져나오던 걸 겨우 누르고 말했어. "원래는 브론즈키 페인트거든, 제임스가 그래도 잘 쓰는 기술인데."

"우드 양, 집중하지 않으면 까딱하다 병동에서 피부 재생 치료를 받아야 할 신세가 될 겁니다," 롱바텀 교수님이 학생들을 둘러보다 날 지적했어.

그래서 금방 웃던 걸 멈추고 눈앞의 화분에 담긴 기분 나쁜 초록색 식물로 시선을 돌렸어.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쁘게 생긴 식물이야.

"훌륭합니다, 그랜트 학생." 교수님은 조나단이 만지던 식물을 보고 그렇게 덧붙이고는 크리스토퍼와 사비트리 쪽으로 움직였어.

그러고보니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야, 크리스토퍼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봐봐, 자기 여자친구랑 수업시간에 파트너인데 심지어 그 수업을 맡은 교수님이 자기 아빠인 거잖아. 그쪽을 흘끗 보니 사비트리는 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작 크리스토퍼는 태연하더라구.

"그래도 네가 잘 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난 조나단에게 진심으로 말했어. "병동에 가기는 정말 죽어도 싫거든."

"그래도 병동을 너무 기피하지는 마, 부상을 당하면 우선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난 어깨를 으쓱였어. "그래도 난 병동이 너무 싫어. 폼프리 부인은 항상 퀴디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단 말야.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 봐."

"네가 걱정되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하긴, 바로 그 점에서 퀴디치에 대한 우리 둘의 관점이 판이하게 갈렸지. 조나단은 내게 너무 좋은 사람이라 문제였어. 내가 올바른 일을 하는지 안전한 일을 하는지 항상 걱정하고 있잖아. 미안한 말이지만 귀찮고 짜증났다고.

나는 눈을 굴리는 걸로 대답했어. "폼프리 부인은 단번에 뼈도 붙여버리잖아. 내가 당해 봐서 알아."

그 말을 들은 조나단은 고개를 갸웃거렸어. "매번 다치는 것도 힘들거나 피곤하지 않아?"

"뭐, 애초에 내가 일부러 다치는 것도 아닌걸."

아, 그래, 나무에서 뛰어내려서 급강하나 회전 연습을 할 때나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는 연습을 할 때처럼 가끔은 다칠 걸 알면서도 몸을 굴리긴 하지.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고, 그런 연습이 결국 실제 상황에서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한 거잖아.

조나단은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어. "난 네가 걱정돼서 그래."

몸이 다치는 게 걱정된다는 건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힘들 게 걱정된다는 건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르지.

"됐어, 그럴 필요 없어." 난 확실하게 못을 박았어. 나도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다고.

"알아, 이젠 제임스의 몫이지."

난 그 말이 다른 말보다도 너무 싫었어. "뭐?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날 걱정해 줄 필요가 있어? 물론 엄마아빠는 부모님이니까 제외한다면," 난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말을 덧붙였어.

"아냐, 난..." 조나단은 무슨 말을 하려다 갑자기 말을 멈췄어. "내 말은 제임스도 자연스레 네가 퀴디치를 하는 걸 걱정하게 될 거란 뜻이었어, 제임스에게 넌 여자친구고,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니까."

"그럴 리가," 난 코웃음을 치는 걸로 대답했지만 조나단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어. "제임스는 알아, 내가 경기중에 다치기나 하는 연약한 사람이 아니란 걸. 날 알고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그래도 걱정하게 될 걸," 조나단은 부드럽게 다시 말했어. "그리고 너도, 제임스가 걱정될 거고."

"피,"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한 손을 내저었어.

제임스가 퀴디치 하는 걸 걱정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 물론 프로들의 경기는 훨씬 더 진행도 빠르고 더 위험할지 몰라, 하지만 블러저만 빼면 특별히 신경 써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없잖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방금 네 말이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조나단은 농담을 던지듯 말했어.

나는 그저 미소를 짓는 것으로 답했지. "그럴 일은 없을 걸."

조나단이 전에 했던 말이 맞았어. 우린 그렇게 잘 어울리지 못했어. 어울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게 안 어울렸지. 그래도 괜찮은 친구 사이는 될 수 있었어. 지금은 학교라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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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먼저 나오셨군."

제임스는 놀랍다는 기색을 만면에 짓고 날 빤히 쳐다봤어. 나도 그런 제임스를 마주 쳐다봤어. 그저 제임스보다 먼저 나오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일찍 일어난 걸 수도 있고 그냥 눈이 떠진 걸지도 모르지.

"내가 먼저 와 있으면 네가 재미있는 표정을 짓잖아." 난 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야, 그건 전에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이잖아." 제임스는 스트레칭을 시작한 날 빤히 쳐다봤어.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렇게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숙이면 아프지 않냐?"

"별로," 난 다른 쪽 다리로 손을 옮기는 사이 고개를 가로저었어. "물론 처음부터 되던 건 아니지, 계속 노력한 거야. 이렇게 몸을 풀어 주면 연습하고 나서 근육통도 없고 좋으니까."

제임스도 혼자 다른 스트레칭을 시작했어. 난 준비운동을 다 끝내고 제임스의 옆에서 퀴디치를 주제로 수다를 떨었지.

"생각해 봤는데," 난 제임스에게 말했어. "우리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아 부어야겠어. 우승컵을 타려면 래번클로와 경기에서 큰 점수를 내야 할 거고, 그러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전략을 써야 돼."

"우리 플레이북을 갖다 놓고 보면 뭔가 써먹을만한 게 있지 않을까," 제임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말했어. "내 건 완벽 그 자체고, 뭐 네가 써놓은 것도 나쁘지 않으니-"

난 들고 있던 팔목 보호대를 제임스에게 힘껏 던졌어. 제임스는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보호대를 한 손으로 탁 잡아냈지.

"한번만 더 나한테 폭력 썼다간 이거 안 돌려준다,"

난 씩 미소를 지었어. "내가 이미 사람 얼굴에 주먹도 날린 사람이라는 건 알지?"

제임스는 보호대를 얌전히 내게 던져줬어.

난 크게 웃으면서 제임스가 던진 보호대를 받아 락커룸에 넣었어. "그래도 네 얼굴은 절대 안 때릴 테니 안심해."

"알아, 혹시 날 때렸다가 얼굴을 다쳐서 황홀한 키스 실력에 문제라도 생기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너 아니겠어?" 제임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두 눈을 빛냈어.

그리고 내가 차마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두 볼이 화끈 달아올랐어.

제임스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 "넌 아직도 그 말이 부끄럽냐?"

어... 그럼 안 부끄럽겠어? 그 날 이후로 내리 며칠 동안 호그와트 여학생들이 거의 그 얘기만 하는 것 같던데. 그 때 그 순간의 딱 한 번의 실수로 뱉은 말이 내가 가는 곳 여기저기서 수군수군 들려대는데 그럼 안 부끄럽겠냐고!

"그 때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말을 뱉은 게 후회가 되긴 해도 거짓말은 아니었어. 정말, 진심으로 사실을 말했던 거야. 그래도 사람들이 다 알게 될 만한 일은 아니지 않냐 이거야. 나랑 제임스 둘만의 일이잖아. 다른 사람, 특히 여자애들이 우리 둘의 키스랑 무슨 상관인데?

"난 좋은데 왜." 제임스는 돌연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화장실에서 소문 제조기인 5학년 여자애들한테 자기가 키스를 잘한단 말을 했다는 게 좋다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기질 같은 걸지도 몰라.

"내 마음이 이젠 짝사랑이 아니라는 일종의 증명이니까." 제임스는 그렇게 인정을 하면서 두 귀를 붉게 물들였어.

난 그대로 제임스에게 달려가 두 팔을 벌려 끌어안았어. 제임스 포터한테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자유로웠어. 엄마에게 썼던 편지에서 했던 말이 정말 맞았어. 나랑 제임스 사이엔 뭔가 이유 없이 본능적인 게 있어. 어떻게 그 동안 하나도 모르고 있었을까.

제임스는 자기 입술로 내 입술을 부드럽게 덮었어. 달콤하고 따뜻한 기분에 다시 온몸이 떨려 왔어. 정말, 황홀하다는 말을 내가 괜히 한 게 아니었다니까. 제임스가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다가와서 오른쪽 귀 아래에다 뜨겁게 키스를 퍼부어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어. 나도 한 손으로 제임스의 어깨를 쓰다듬는 사이 문득 이 티셔츠 속에 골든 스니치 타투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그 생각에 정신이 다시 몽롱해지더라.

"안-녕," 자라가 락커룸으로 들어오면서 말했어. 제임스와 내가 서로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광경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오히려 난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어.

"음, 안녕," 그래서 우선 제임스를 꼭 둘러안았던 팔을 풀고 인사를 했어. 제임스도 잔뜩 싫은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내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자라를 노려봤어. 누가 봐도 갑자기 방해를 받아 잔뜩 짜증났다는 표정이었지.

솔직히는 나도 같은 생각이 들었어. 자라도 너무하지 않아?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들어오다니 말야.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린다. 진심이야, 말해 주고 싶었어." 자라는 자기 락커로 걸어가면서 태연히 말했어.

"브리는 어딨어?" 난 항상 자라와 붙어 다니던 브리가 보이지 않자 물었어.

자라는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대답했어. "몰라, 니코랑 같이 있겠지."

그러고보니 이제 니코와 브리도 사귀기로 했으니, 우리 팀에 벌써 두 커플이 있는 셈이네. 게다가 릴리나 리처드가 누구든 먼저 호그스미드에라도 같이 가잔 말을 하게 된다면 세 쌍으로 늘어날 거고. 오, 멀린! 그럼 우리 플레이에 차질이 있을 지도 모르는 거잖아! 누구든, 물론 나도 포함해서, 연애 감정 때문에 좋게든 나쁘게든 퀴디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될 일이지. 경기장에서만큼은 그리핀도르 팀 선수로서 연습을 하고 전략을 배우고 실력을 쌓아야만 해.

그 건은 바로 다른 선수들과 얘길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커플이 늘어나는 시기고 또 커플들이 모이는 장소라지만 그리핀도르 팀 연습만은 예외가 돼야지.

"자, 시작하자." 난 벤치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선수들을 보며 말했어. "우선 연습에 앞서 공지가 있어. 지금 팀 안에서... 그, 연애-를 하는 선수들이 있잖아? 분명히 말해두는데, 여기 경기장에서는 무조건 퀴디치가 우선이야. 사랑싸움이나 키스나 여튼 퀴디치랑 관련 없는 것 때문에 우승컵을 타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돼. 음, 다들 알아들었어?"

어우, 애들 앞에 서서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내용인걸. 다시는 절대로 이런 공지는 하지 말아야지. 내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우선은 얼굴이 뜨거운지부터 확인해볼 생각으로 머리를 넘기는 척하면서 손을 대 봤어. 다행이야, 열은커녕 차가울 정도더라구.

"주장도 해당되는 거지?" 니코가 조심스레 손을 들고 물었어.

"당연하지." 나는 짧게 대답을 했어. 그 말을 하면서 제임스를 돌아봤는데 자기도 같은 의견이라는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라구. 제임스라면 이해할 줄 알았어, 우리 둘 다 래번클로를 이기고 우승컵을 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다음 연습 시간에는 전략 회의를 할 거야. 지금까지 래번클로 팀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본 습관이나 특징 같은 걸 얘기할 거니까 준비해 와. 그리고 마지막, 스트레칭부터 좀 하고 있어, 호수 주변을 돌 거니까."

다른 선수들은 단체로 싫은 소리를 냈지만 제임스 딱 하나만은 그 말에 활짝 웃었어. 호수를 돌자는 말은 곧 제임스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잔 말이었으니까. 물론 제임스가 큰 차이로 이기는 일은 드물었지. 하지만 한번 성공했다 하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기뻐하더라구. 사귀게 됐다고 해서 제임스가 그런 재미를 포기할 거라는 허황된 기대는 하지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서로 더 뛰어난 퀴디치 선수라고 경쟁하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잖아.

다들 함께 락커룸을 빠져나가는 길에 제임스가 날 잠시 한쪽으로 끌더니 갑자기 입을 맞췄어. 난 순간 영혼이 반쯤 빠져나가버린 것만 같은 몽롱한 기분에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입술에 닿는 제임스의 따뜻한 느낌에 취해 있었지. 근데 제임스는 뜬금없이 씩 미소를 짓더니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서는 호수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거야.

나는 그런 제임스를 잠시 멍하니 바라봤어. 몇 초가 지나서야 제임스가 무슨 생각으로 일을 꾸민 건지 감이 왔지. 오, 망할.

"야, 그러는 법이 어딨어!" 난 어떻게든 제임스를 따라잡으려고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소리를 질렀어. "반칙이야, 이- 이 사기꾼 자식아!"

정말 너무하지 않아? 내가 연애 같은 걸로 팀 연습에 지장 주지 말라고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짓이나 하고 가다니. 역시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데는 제임스 포터만한 사람이 없다니까. 내가 방금 전 공지한 말뜻은 분명 아주 잘 이해했겠지, 그러면서도 내 성질을 건드려 놓는 일은 포기할 수가 없나 봐.

제임스는 계속 달리면서 잠시 고개를 돌려 날 돌아봤어. 한참 먼 거리였지만 평소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린 미소를 짓고 있었어. 나랑 말싸움 한번 하자는 투의 미소였을 거야. 다시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어, 짜증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좋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임스도 나도 달리면서 페이스를 계속 유지했어. 다른 선수들을 전부 지나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 연습 때는 경보 정도가 보통이지만 제임스나 나나 이른 아침에도 비는 시간에도 심심하면 하는 게 달리기였으니까 지구력이 훨씬 더 좋았거든. 목표량의 반을 넘겼을 즈음 난 제임스를 따라잡아서 거의 나란히 달릴 수 있었어. 도착점으로 정했던 너도밤나무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

제임스는 순간 나를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아무리 여자친구라도 절대 안 봐줄 거다'라는 뜻 같았어.

난 이쪽도 마찬가지라는 표정을 마찬가지로 쏘아보냈어. 절대로 제임스를 봐줄 수는 없지. 어릴 때부터 우리 경쟁은 이런 식이었어. 지금도 그만두고 싶지 않아.

나란히 전력질주를 하는 사이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난 계속 팔을 움직이고 다리를 뻗었어. 너도밤나무가 점점 가까워졌어. 뒤쪽에서 다른 선수들이 응원하는 소리도 들렸어.

"에바 파이팅!" 리처드가 소리쳤어.

"제임스 이겨라! 캐논처럼 쓰러지지 말고!" 는 니코가 보낸 응원이었어.

"이겨 버려, 에바!" 이번엔 자라가 소리쳤어. "여자 선수의 실력을 보여줘!"

운동화 밑창에 딱딱한 땅의 느낌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졌어. 그리고 조금 더, 조금만 더 빠르게 달려 보자고 스스로를 보챘어. 끝에 내가 조금 앞서긴 했어, 곧 제임스도 속도를 붙여서 결국은 무승부가 돼 버렸지만.

제임스와 난 죽을 힘을 다해 달려서 너도밤나무를 쌩 지나쳤어. 그리고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속도를 늦췄지. 그리고 팔을 위로 쭉 뻗어 손바닥을 맞부딪히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어.

"내가... 이겼어," 나는 제임스에게 말했어.

"아니... 거든," 제임스는 밝은 갈색 눈으로 날 바라보며 대꾸했어.

"네가 애초에... 반칙... 썼잖아," 나는 그렇게 되받아쳤어.

제임스는 다시 씩 입꼬리를 올렸어. "나름 이기는 전략인데."

가빴던 숨이 드디어 진정된 것 같아. 전부터 습관적으로 달리기를 하던 게 정말 다행이야.

"그리핀도르답지 못한 짓이야," 난 팔짱을 끼고 말했어. "그리핀도르라면 좀 더 신사답고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그래?"

제임스는 몸을 숙여서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췄어. "그렇다고 재밌는 장난을 하면 안되는 건 아니지."

"퀴디치 연습 때만큼은 연애하지 말라던 사람이 누구더라?" 니코가 호수 저편에서 빽 소리를 질렀어.

뒤를 돌아보니 다들 걷던 걸 멈추고 제임스와 내가 경주하던 걸 보고 있더라구. 아오, 저 멍청이들. 지금 이게 티비 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단 말야?

아니지, 잠깐. 음... 하긴, 틀린 말은 아니지.

"거기서부터 끝까지 전력질주로 달려와!" 난 최대한 주장다운 목소리를 내어 소리쳤어. "실시!"

"언니 미쳤어?" 다들 어거지로 전력질주로 달려 도착점을 통과하고 숨을 고르던 중에 자라가 투덜거렸어. "이렇게까지 했는데 우승 못 하면 진짜..."

난 활짝 미소를 지었어. "내 계획이 바로 그거야."

~...~...~...~...~...~...~...

그리고 그 주 주말이었어. 크리스틴이랑 키에런이랑 같이 도서관에서 마법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제임스가 뜬금없이 달려오더라구. 도서관 한 구석 사각지대에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여길 찾아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같이 시험공부를 할 생각으로 찾아온 줄 알았더니, 더 뜬금없는 말을 던지더라구. "에바, 잠깐 얘기 좀 해."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보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길래 난 크리스틴과 키에런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제임스를 따라 도서관 밖으로 나왔어. 그 두 사람이 턱짓을 하거나 윙크를 날리지 않는 걸 보니 그 둘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아.

"트리스탄 때문에 불렀어." 제임스는 어깨에 걸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거칠게 꺼내들며 말했어.

오빠 얘기가 나오니 또 가슴 한켠이 쿡쿡 찔리는 느낌이 들었어. 사실 지금까지 단 하루도 오빠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었어. 트리스탄이 아무리 별 쓰레기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미친짓을 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우리 오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크리스마스 방학 때 그 일이 있었다고는 해도 오빠는 우리 가족이잖아.

"오빠가 왜?" 난 그렇게 물었어. 오빠 걱정을 조금이라도 하는 게 맞을까? "무슨 일이라도 있어?"

"다치거나 한 건 아니고," 제임스에게 돌아온 답은 그뿐이었어. 그리고 들고 있던 편지를 내게 건네줬지. "우리 엄마가 퀴디치 통신원이잖아, 그래서 오늘 토네이도즈 경기를 보고 오셨나 봐. 내일 예언자 일보 보도 전에 네가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리처드랑 가레스도 알고 싶어 할 거고."

나는 제임스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 빠르게 읽어내려갔어.

제임스,

이 얘기를 에바에게 전해줬으면 좋겠구나. 오늘 토네이도즈 경기를 취재하고 왔어. 트리스탄 우드가 토네이도즈 주전 파수꾼이 되고 첫 경기였으니 큰 이슈가 되겠지.

에바가 트리스탄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는 건 알지만, 에바가 내일 아침 예언자 일보에서 이 얘기를 보는 것보다는 나나 널 통해 미리 알고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경기 결과는 참담했어. 트리스탄이 가장 큰 구멍이었지. 잔뜩 긴장해서는 다른 선수들과 팀워크를 맞추지도 못하고 있는 거야. 아직 주전 팀에서 뛸 준비가 덜 된 선수라는 게 일반 관중들의 눈에도 훤히 보였을 정도였어. 경험도 현저히 부족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준비를 갖추지도 못하고 너무 성급했던 거야.

에바에게 알려야 할 일이 생기면 또 편지를 보낼게.

사랑하는 엄마가.

P.S. 네가 에바와 사귄다는 얘기는 알버스에게 들었어. 드디어 잘 됐구나!

추신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리긴 했지만 머리는 온통 트리스탄 얘기로 어지러웠어. 지난 12월에 오빠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 그런 말을 했잖아, '이전의 난 경기에 나갈 수 없었어. 지금은 나갈 수 있어. 내가 이적한 건 경기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오빠는 경기에 나갈 기회를 간절히 원했어. 그러면 온 마법 세계에 오빠의 천재적인 재능과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테니까.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기회를 오빠는 결국 얻었지. 하지만 참담하게 실패했고.

트리스탄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고 동시에 고소하다는 생각도 들어 머릿속이 복잡했어. 오빠는 아직 주전 선수가 될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야. 아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말했잖아, 오빠가 팀을 이적한 건 끔찍한 실수였다고. 경솔하게 노력도 없이 성과를 이루려고 했을 뿐이라고. 내 말이 맞았어. 그런데 왜 오빠가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주전으로 나선 첫 경기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선보였으니 지금 오빠의 기분이 어떨지는 상상도 안 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번 큰코다쳐봐야 세상이 꼭 자기 뜻대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테니 잘됐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

"트리스탄한테 연락 할 거야?" 제임스가 조심스레 물었어.

나는 편지를 다시 접어 제임스에게 돌려줬어. 제임스는 그 편지를 가방에 도로 쑤셔넣었고.

"넌 어떨 것 같아? 릴리가 그랬다면?"

"안 하지." 제임스는 솔직한 답을 내놓았어. "못 하겠지. 시간이 좀 지난 것도 아니고 바로 오늘 일인데."

"응, 나도 그래."

제임스는 두 팔을 뻗어 날 부드럽게 안아주었어. 나는 그런 제임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가슴팍에 고개를 기대 놓고 조용히 심장박동소리를 들었어. 이렇게 제임스의 품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있으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고마워." 나는 제임스의 망토자락에 얼굴을 묻은 채 조용히 말했어.

"내가 힘들 땐 네가 날 안아 줄 거잖아."

나는 제임스의 품에서 슬쩍 떨어져 나와 그 옆에 서면서 한 손을 꼭 잡았어. "그럼 난 가 볼게, 크리스틴이랑 키에런이 걱정할 거야. 아니면 너도 같이 안 갈래? 마법 시험 때문에 모여서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제임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어. "그래, 시험 전에 연습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도서관에 다시 발을 들이기 직전에 문 앞에서 제임스가 내 손을 갑자기 홱 잡아끌었어. 그러더니 순간 내 입술에 부드럽고 짧은 키스를 하는 거야. 덕분에 또 발끝까지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어.

"고마워," 나는 아까와 같은 말을 반복했어.

제임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어. "뭐가? 키스가?" 그렇게 물으면서 입꼬리는 씩 올라가 있었지. "알아, 너무 황홀했지?"

나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제임스의 어깨를 쿡 찔렀어. 내가 5학년 여자애들한테 했던 말을 가지고 평생을 날 놀려 먹을 생각인가 봐. "아닌데? 그냥... 너라서, 너라서 고마워."

제임스는 갈색 두 눈으로 날 빤히 바라봤어. "별 말씀을."

나는 제임스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작은 미소를 지었어. 오빠가 무슨 멍청한 짓을 해서 걱정이 되고 화가 나도 나는 혼자가 아니야. 리처드도 있고, 가레스도 있고, 엄마, 아빠, 크리스틴도 있지. 무엇보다 여러 의미로 날 황홀하게 하는 사람인 제임스까지 내 곁에 있잖아.

아, 물론 굳이 키스 얘길 하는 건 아냐.


아니긴.. 솔직해지자 에바^^!

안녕하세요 역자입니다 게임온에서 번역하기 어려운 탑쓰리 안에 들었던 이번편의 '황홀', 원어로 amazing. 에바의 황홀한 기분이 잘 느껴졌으면 좋겠네요:D

좋은소식과 나쁜소식이 있어요 먼저 좋은소식은 2월내로 게임온 한역본 업로드가 완결까지 끝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분입니다:D 제가 번역을 올릴 때 1번역을 하고 2한챕터씩 따로저장해서 한번더 손보고 3팬픽션넷 doc매니저에 올려서 한번더 검토 이렇게 기본 세번을 거치는데 방금 29챕터 초벌번역이 끝났고 보통 2,3단계는 일찍 끝나거든용 한국의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게임온 한국어 완역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D

나쁜소식은 역자의 고삼 담임배정이 마치 OWL학년에 엄브릿지를 만난 해리같다는거예요 으앙

요즘추운데 감기조심합시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