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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편지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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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못 움직이겠어,"
"난 온 몸을 다 못 움직이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난 니코와 브리를 향해 눈을 굴리며 말했어. 니코는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먹은 양을 생각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던데 말야.
"마지막 경기까지 몇 주도 안 남았잖아." 릴리가 입을 열었어. "연습 강도를 높여야 경기도 이기고 우승컵도 탈 수 있겠지."
그 옆에서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어.
"맞는 말이야," 자라도 진심을 담아 동의했어. "지금 슬리데린 점수가 1000점이잖아. 우리가 이기려면 래번클로랑 붙을 때 못해도 430점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자라나 릴리가 한 말이 맞아. 우리 그리핀도르가 래번클로와의 경기에서 얻은 점수로 슬리데린 총점을 넘고 퀴디치 컵까지 따내려면 벌어야 하는 점수가... 그렇게 됐어. 어느 면에서나 만반의 준비를 해 둬야만 하는 상황이었지. 사실 우린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그런 우리가 래번클로에 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다만 퀴디치 컵에서 슬리데린을 제치고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점수를 벌 수 있느냐, 그게 문제였던 거야. 래번클로 선수들이 전략 하나는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라 상대하기가 까다로웠으니까. 후플푸프와 붙었을 때 430점으로 이기긴 했지만, 래번클로를 상대로도 그 정도 점수를 낼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믿어야겠지. 다만 믿음만으로는 부족해. 남은 마지막 몇주 동안 우리의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할 거야.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브리는 불안한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니코는 그 말이 불안했는지 소리를 빽 질렀어. 화라도 난 것처럼 눈빛도 변해 있더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돼, 할 수 있다고. 사실 캐논 같은 경우만 봐도..."
"캐논은 그냥 실력이 쓰레기잖아, 경기만 했다 하면 지는데." 브리가 그 점을 지적하며 말을 잘랐어.
"캐논의 시대는 꼭 올 거야," 가 니코의 대답이었어. 그러고는 화가 났는지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아침을 먹기 시작했어.
"우리는 래번클로를 이길 수 있어," 난 다른 누군가 처들리 캐논 얘기를 또 꺼내기 전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어. "난 믿어. 하지만 믿음만으로는 안 돼, 열심히 노력해야지."
자라가 그 말에 씩 미소를 지었어. "에바, 언니는 정말 뼛속까지 주장이다."
"무슨 얘기들 하고 있었길래 그래?" 제임스가 슬쩍 다가와 내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어. 제임스는 그날따라 뭔가 묘하게 달라 보였는데 그 때의 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
"그냥 퀴디치 얘기였어," 리처드가 대답을 했어.
"그래, 당연히 퀴디치 얘기겠지," 프레드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어. "에바 루이즈가 심각한 얼굴로 다룰만 한 주제라곤 퀴디치밖에 없잖아?"
"내가 그래도 퀴디치만 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난 프레드에게 그렇게 대꾸했어.
그런데 그 말에 주변에 있던 애들이 전부 못 믿겠단 표정을 하고 날 돌아보는 거야.
"그래, 일상생활의 대부분이라고 하지 뭐, 그럼." 난 눈을 굴리며 대꾸하고 다시 밥을 먹었어.
"그나저나 두 사람은 뭘 하고 있었어?" 릴리가 갑자기 의심스런 눈초리로 제임스와 프레드를 번갈아 보며 물었어.
프레드는 입을 꾹 닫고 대답을 하지 않았고, 제임스는 별일 아니라는 투로 어깨를 으쓱였어. "아무것도."
나도 처음엔 못 믿겠던 말이었지.
제임스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말을 못 믿겠단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어. "정말이야, 그냥 크리스토퍼랑 잠깐 얘기를 좀 하느라 늦은 거라고."
그러다 제임스가 왜 늦었는지 그 이유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어.
"제임스, 오늘은 넥타이 제대로 맸네." 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놀랍다는 목소릴 냈어.
제임스의 두 귀에 옅은 분홍빛이 돌기 시작했어. "원래도 제대로 매고 다녔는데," 라고 짜증스레 투덜대면서 말야.
난 손을 뻗어 웬일로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춘 제임스의 실크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쓸었어. 그리고 고개를 들며 활짝 미소를 지었어. "크리스토퍼랑 했다는 얘기가 이거야? 크리스토퍼가 매 준 거지?"
그렇게 난 제임스를 더 놀리고 싶었는데 바로 그 때 부엉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서 편지 배달이 시작됐어. 수백 마리의 부엉이들이 각자 사람을 찾아 대연회장 하늘을 날아다녔어. 커다란 갈색 부엉이 하나가 프레드 옆으로 내려앉더니 접시 옆에다 양피지 봉투 하나를 툭 내려놓았어. 그와 동시에 다른 부엉이 하나도 제임스와 릴리의 점시 옆에 편지를 하나씩 주고 갔어.
릴리는 자기한테 온 편지를 들어 보더니 제임스와 프레드 앞으로 온 편지로 시선을 돌렸어. 제임스나 프레드나 편지가 온 건 알면서도 먹느라 바빠서 보지도 않고 있더라. 릴리는 어려운 퍼즐이라도 푸는 것처럼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사색에 잠겼어.
프레드는 베이컨 하나를 집어서 부엉이에게 줬어. 부엉이는 만족스런 울음소리를 내고는 부엉이장으로 다시 날아갔지.
"오, 멀린..."
"왜?" 릴리가 대체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물었어.
제임스는 다른 답 없이 휴고가 다른 4학년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있던 테이블 저편을 가리켰어. 잘생긴 원숭이올빼미 하나가 부리에 빨간 봉투를 문 채 휴고 앞에 앉아 있는 거야.
"저 빨간 봉투가 헤르미온느 숙모한테 온 호울러라는 데 내 1년치 용돈 건다," 릴리가 숨을 헉 들이키며 말했어.
"오, 고드릭, 상황이 영 안 좋아보이는데." 제임스도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이 안에도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는, 안 봐도 알겠네." 프레드는 자기 앞으로 온 편지를 내려다보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어.
"그래도 호울러는 아닌 게 다행-"
제임스가 하던 말은 끝까지 듣지 못했어, 휴고가 결국은 어떻게 용기를 냈는지 빨간 봉투를 열었거든. 열린 봉투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나와 온 대연회장에 메아리를 만들었어.
"휴고 아서 위즐리! 네빌이나 맥고나걸 교수님께 편지를 받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나도 네 아빠도 네 그 경솔한 행동에 아주 치가 떨리고 부끄러웠어, 알아? 누나 남자친구란 이유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싸움을 걸다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유가 뭐든 변명할 생각 마라, 그 아이의 기숙사나 가족 때문에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는 말도 비약이야. 네 아빠나 난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단 말이야! 당장 가서 스코피어스랑 네 누나한테 사과하고, 집에 오면 넌 엄마랑 진지한 대화를 좀 나눠야겠다!"
그리고 봉투가 펑 하고 터지면서 온 대연회장이 일순 조용해졌어. 조각조각 재가 된 호울러가 휴고의 눈앞에 날리고 있었어. 터진 호울러를 보는 휴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지만 두 귀는 부끄러웠는지 새빨갛게 물들어가더라. 로즈가 테이블 저편에서 휴고의 눈을 보려고 계속 시선을 맞추고 있었는데도, 휴고는 어느 쪽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어.
대연회장에 있던 학생들 중 절반 정도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다른 절반의 시선은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평소답지 않게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있는 스코피어스를 향해 있었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속삭이는 목소리에서 난 그런 대화의 주제가 대부분 호울러나 휴고 아니면 로즈, 스코피어스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어.
"흠..." 프레드가 뭔가 곰곰이 생각하며 뱉은 말이 어색한 침묵을 깼어. "그래도 저 정도면 양호한 편인 것 같은데,"
"오빠도 들었잖아, 엄마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지." 로즈가 옆에서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어.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진지한 대화를 할 거라잖아."
프레드는 얼굴을 홱 찌푸렸어. "난 그 진지한 대화 생각도 하기 싫다. 화나면 헤르미온느 숙모만큼 무서운 사람도 없는데."
"오빠도 편지 받은 것 있으면서," 릴리는 여전히 프레드 앞에 덩그러니 놓인 봉투를 가리키며 말했어. "우리도 마찬가지고."
다들 휴고의 호울러 쪽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자기들 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나 봐. 테이블 저쪽을 보니 알버스는 편지를 들어서 봉투를 슬쩍 보더니 뜯지도 않고 가방에 그대로 집어넣었어.
"난 나중에 읽을래." 로즈도 그렇게 말하며 봉투를 낚아채듯이 집어 들고 가방에 던져넣었어. 제임스도 받은 편지를 훑어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짓더라. 그리고 제임스도 편지를 읽지 않은 채 가방에 넣어뒀어.
"아니, 왜들 그래. 특히 로지 넌 말야," 프레드는 로즈를 놀리듯 말을 건넸어. "너랑 말포이 소식에 론 삼촌이 뭐라고 했는지 나도 궁금해 죽겠다고."
"오빠는 다른 사람 인생에 끼어드는 성질을 좀 죽일 필요가 있어." 로즈는 그렇게 투덜거렸어.
"나한테는 나중에 말해 줄 거지? 응?" 릴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로즈에게 물었어.
"그래, 알려줄게," 로즈는 한숨을 푹 쉬었어. "그나저나 프레드, 오빠가 받은 편지는?"
"대충, 여름 내내 버로우 정원에서 땅신령을 잡아야 할 처지겠지, 뭐." 프레드는 잔뜩 침울해진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편지를 내려다봤어.
"또?" 제임스는 씩 웃으며 말했어.
"아, 3학년 때 알버스한테 바퀴벌레 무더기를 던졌다가 여름 내내 땅신령만 잡았던 인간이 누구셨더라? 오 맞아, 너였지, 참."
"버로우가 뭐야?" 난 릴리와 로즈를 돌아보고 물었어. 프레드나 제임스는 전에 그 정원에서 땅신령 잡던 기억을 회상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거든. 저번에도 몇 번 듣긴 했던 단어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 물어볼 기회는 없었어. 집 같은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위즐리 할아버지랑 할머니 댁이야," 릴리가 설명을 했어. "여름방학에는 거의 그 집에 가 있거든. 우리 엄마가 자란 곳이기도 하고, 아빠도 좋아하는 곳이고. 아빠는 거기서 처음으로 이런 게 집이고 가족이구나 하는 걸 느꼈대."
"프레드, 시간 끌지 말고 편지나 좀 열어봐." 로즈는 짜증이 난 듯 한숨을 쉬었어.
"재밌을 게 뭐 있다고 그렇게 읽고 싶대?" 프레드는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으로는 편지를 집어들었어. 접시 옆에 있던 버터나이프를 들어 봉투를 똑 떼어 열고 프레드는 빠르게 양피지를 훑어 읽었어.
"뭐래?" 제임스는 편지를 읽는 프레드 옆에서 답을 재촉했어.
"땅신령 잡으래," 프레드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어. "진지한 대화는 나도 해야 할 것 같고 말야. 그래도 아빠는 헤르미온느 숙모처럼 폭발한 것 같지는 않긴 해. 사실 그러실 분은 아니지. 근데 좀 재밌는 건 스코피어스가 테디랑 친척간이란 얘길 했다는 부분. 테디랑 빅투아르 결혼식에 아마 말포이 가족도 초대를 받았을 테니까 나서서 주문이나 저주를 거는 짓 하지 말라고 하는데. 스코피어스의 기숙사는 그렇게 문제될 일도 아니고 또 내 인생이 아니라 로즈 인생이란 말도 있고."
"다른 편지들도 내용은 비슷하겠네." 릴리는 그렇게 결론을 냈어.
"그럼 악의 없이 거는 장난은 괜찮다는 거지?" 제임스는 웃을락 말락 하는 표정을 하고 물었어.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 로즈는 무섭고 딱딱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듯이 말했어. "이상한 짓 하기만 해봐!"
"오, 로지, 너무 그럴 거 없어," 제임스는 씩 미소를 짓고 말했어. "그냥 내적으로 강한 사람인지 시험해보고 싶을 뿐이야."
로즈는 째릿 하는 시선으로 제임스와 프레드를 번갈아 노려봤어. 그 둘은 시선에 눌렸는지 비뚤어져 있던 자세를 조금 고쳐 앉았어. "둘다 모르진 않겠지만, 어쩌다 보니 난 스코피어스가 너무 좋아져서 말야. 그러니까 시비를 건다거나 협박을 한다거나 할 생각은 저 멀리 치워 버려, 알았어?"
프레드는 자기 편지를 내려놓고는 굳은 표정으로 로즈와 눈을 맞췄어. "로지, 말포이도 네 사촌오빠들이 너무 멍청하고 동생은 또 과보호적이라 상대하기 힘들단 이유로 널 차버린다면 애초에 네 수준에 못 미치는 인간이겠지, 안 그래?"
로즈는 대꾸를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다시 조용히 닫았어. 양쪽 귀가 빨갛게 물들어있는 걸 보니 말은 안 해도 프레드가 한 말에 기분은 좋았나 봐.
"가만히 있는 놈을 먼저 건들진 않을게,"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이 가족들을 상대로 그 놈이 적응할 수 있느냐가 문제지."
"아, 너도 아직 고려 대상이야, 우리 가족 수준에 맞는 인간인지." 프레드는 들고 있던 버터나이프로 리처드를 툭 가리켰어. 리처드는 그 작은 칼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침을 꿀꺽 삼켰어.
"저 쪽은 됐어," 제임스는 프레드의 말에 한 손을 내저었어. "알버스랑 내가 직접 골랐으니까."
짜증난 듯 눈을 굴리는 릴리의 옆에서 리처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어.
"아, 그렇지, 참." 프레드는 제임스가 상기시켜 준 말에 순식간에 표정을 풀고는 리처드에게 겨눈 버터나이프를 내려놓았어. "그럼 넌 됐다. 그 손으로 이상한 짓 할 생각만 하지 마, 알아들었어?"
"프레드, 제발 좀 닥쳐 줘."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릴리의 목소리엔 화난 기색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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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오후가 돼서야 난 위즐리 포터 가족들이 보낸 편지의 내용을 대충 알 수 있었어. 난 그 가족들처럼 남 일에 관심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 아침 시간 이후로 그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했는데, 휴게실에 들어가 보니 그리핀도르의 위즐리 사촌들 다섯 명이 벽난로 앞 암체어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더라. 전에도 이런 적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어.
"저기, 또 누구 인생에 끼어들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난 제임스가 앉은 암체어 옆으로 슬쩍 다가서며 미소를 짓고 물었어. 제임스는 내가 온 걸 보고 한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어.
알버스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끼어드는 건 아니고... 집에서 온 편지 얘길 하고 있었어."
"아," 난 가족들끼리 하는 대화에 생각 없이 끼어들었나 싶어 어색한 기분에 그렇게 대답했어. "그럼 난 이만 올라가 있을-"
"그냥 있어도 돼, 에바." 로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어.
"내 소속도 아닌 자리에 불편하게 앉아 있고 싶진 않아," 내가 이 가족의 일원인 것도 아니고.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겠지.
프레드는 그런 내게 또 윙크를 날렸어. "야, 이 정도면 넌 사실상 우리 가족 아니냐. 진짜 가족이 되기 전까진. 응?"
"가족? 무슨 말이야? 우리한테 숨기는 거 있어?" 릴리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랑 제임스를 번갈아 보며 물었어.
"아니!" 제임스와 난 동시에 대답했어.
"아," 그렇게 말하는 릴리의 목소리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어. 난 두 눈을 굴리는 걸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지.
"어쨌든 그래서 이게 뭐냐면," 록산느는 내게 설명을 해주려는 듯 입을 열었어. "우리 그리핀도르 사촌들한테 오늘 아침, 로즈와 말포이 얘기로 부모님들이 전부 편지를 보냈어. 주 내용은 기숙사나 혈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최소한 우리 전부가 말포이나 슬리데린 팀이랑 붙었던 싸움판에 끼어든 게 아니었다는 건 다행이지만, 그래도 말포이의 기숙사나 가족 때문에 너무 선을 긋지는 말라는 말을 해 두고 싶으셨나 봐."
그래서 제임스나 알버스나 편지를 받고는 걱정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었구나. 휴고의 호울러가 울리고 나서 특히 제임스는 자기 편지에 무슨 말이 있을지 엄청 걱정이 됐을 거야. 이번 학년 들어 새로 알 하나가 제임스가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이랑 정말 친한 사람이라는 거였어. 포터-위즐리 가족들은 다들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친하더라구. 제임스로서는 사촌오빠로서 로즈를 지켜야 할 지 아니면 아들로서 일을 벌이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겠지.
난 고개를 약하게 가로저었어. 또 크리스틴이 해야 어울릴 것 같은 말을 내가 떠올리고 있었잖아?
"엄연히 스코피어스라는 이름이 있어," 로즈는 싸우기 싫다는 투로 강경하게 말했어. "그 성만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아냐."
"미안," 록산느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반어조가 섞여 있었어. "말하다보니 습관이 돼서."
"그럼 당장 고치면 되겠네."
"나한테 화풀이할 일은 아니잖아!"
어... 근데 뭘 화풀이를 한다고? 로즈가 엄마아빠한테 받은 편지에 뭔가 안 좋은 말이라도 있었나?
"뭘 갖고 그렇게 싸우는 거야?" 프레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렇게 물었어. "네 부모님도 상관없다고 했잖아, 로즈."
로즈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어. "상관없는 거랑 인정하는 건 다르지. 그리고 여름방학에 집에 가면 날 앉혀 놓고 진지한 대화를 해야겠다고 했다고."
"로즈," 릴리가 몸을 기울여 한 팔로 로즈를 안으며 말했어. "나도 알아, 론 삼촌이 좀... 똥고집이긴 하지. 그래도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도 아니고, 헤르미온느 숙모가 하는 말은 듣잖아. 다 말포이 가랑 인연이 좋지만은 않다 보니 놀란 것뿐일 거야."
"딸 일에 신경 쓰고 걱정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 다만... 두 분이 스코피어스를 볼 때 말포이 가족을 아예 논외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돼서 그래. 스코피어스가 자기 아빠랑 복제인간처럼 닮긴 했잖아, 스코피어스를 보면서 말포이 씨 생각이 정말 안 날까? 학생 때나 전쟁 때 기억을 떠올리시진 않을까?"
사실 난 이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오면 안 될 자리에 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다들 괜찮다고는 했어도 가족끼리의 사적인 대화에 끼어들었다는 건 분명하잖아. 그런데도 슬쩍 빠져나올 수도 없었어. 환상을 만드는 마법을 평소에 좀 열심히 공부했다면 지금 몰래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닐 텐데. 심지어 제임스는 내 손을 꼭 붙들고 놓아 주질 않고 있었단 말야.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아냐, 애초에 먼저 다가간 건 나였기도 했고.
"그럼 내가 얘길 해 볼게," 알버스가 그런 말을 했어. "가끔 내가 너희 둘이랑 같이 공부할 때 봤던 모습이나, 그런 거."
"나도, 저번에 같이 아침식사를 했던 얘길 해도 되겠다, 조용하고 그래도 착한 것 같았다고." 록산느도 그렇게 거들었어.
"나도,"
모두가 놀라 뒤를 홱 돌아보니 어느새 휴고가 와 있었어. 양쪽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말야. 나도 방금 그 말이 휴고 입에서 튀어나왔다니 믿기지가 않았어. 물론 내가 휴고를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봤던 모습을 생각하면...
"휴고?" 로즈는 무슨 일이냐는 톤으로 물었어.
"그때 아침 식사 시간에 했던 말 있잖아. 자기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다고. 그래도 누나를 향한 자기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로즈는 그 날의 기억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우린 남매니까," 휴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어. "내가 그... 그 형을 믿지는 못해도, 누나는 믿어. 정말이야."
로즈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어. "휴고, 난... 많이 바라지 않아, 그냥 스코피어스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 내가 계속 말했잖아, 그 사람 그 자체로 봐 달라고."
"애초에 우리가 그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지." 제임스는 그 점을 짚었어.
"그렇지. 오빠가 그렇다고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지만," 로즈는 그렇게 말했어. "일단 우리가 모여서 제대로 이 얘기를 하려면 부모님들 도움이 필요하긴 했어."
제임스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 듯이 미간을 좁혔어. "얘기 했잖아, 너랑 나랑."
"그리고 우리끼리 릴리 방에서 모였던 날도," 록산느도 입을 열었어. "조금은 얘길 했었고. 그치?"
휴고도 고개를 끄덕였어. "퀴디치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우리 전부," 로즈는 두 팔로 앉아 있는 가족들 전부를 –그리고 어쩌다보니 나까지- 안다시피 하며 말했어. "전부 다 모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면 그렇게 얘길 했잖아, 에바랑 제임스 때는 몇 번이나 모였는지 셀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정작 이 얘기는 한 번도 없었다고. 그리고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야, 나한테는."
그리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잠시 감돌았어. 그리고 결국 그 침묵을 깬 건 프레드였지.
"로지, 미안해. 난 그냥... 경기 때 이후로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나는 너희 둘이 같이 있던 걸 계속 봤잖아. 혹시나 하는 생각도 전부터 있었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경우였고." 알버스는 조곤조곤하게 말을 시작했어. "다른 경우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이번 여름방학 때 집으로 잠깐 불러서 시간을 주면 어때?"
로즈는 그 말을 듣고 창백해졌다가, 곧 원래의 표정을 되찾았어. "그래, 그래야지. 고마워, 알버스."
"그래!" 프레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소리를 질렀어. "그 때 시험해 보면 되겠네, 아침에 말했던 거 있잖아."
하, 차라리 딱정벌레를 수프에 넣어 먹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될 것 같은데. 저번에 듣기로는 프레드의 아빠가 자기 형제 중 누구한테 그런 적이 있다고 하던데 말야.
로즈는 재미 없으니 그만 하라고 경고를 하듯이 프레드를 노려봤어. 나도 그리핀도르긴 하지만 로즈의 저 표정에는 나도 모르게 한 발 물러나버릴 것 같더라.
"너무 이른가?" 프레드는 그렇게 물었어. "로지,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에 적응 못하겠다면 그건 그 놈 잘못이지. 더 좋은 놈을 만나라고."
"맞아, 동감!" 휴고도 목소릴 높여 프레드를 거들었어.
"네가 누구를 만나든 똑같은 짓을 했을 거란 건 알지?" 제임스는 심통이 난 로즈를 보며 물었어. "무슨 말이냐, 나도 그 말ㅍ-아니, 스코피어스가 슬리데린 퀴디치 선수라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저번 경기에선 나보다 먼저 스니치를 잡았다는 것도 싫다고. 슬리데린은 학교생활 내내 우리의 최대 라이벌이었고, 또 난 그 놈이 리날디랑 같이 다니길래 둘이 사귀는 줄 알았고, 그러니 내가 그 놈을 좋게 볼 수가 있나. 지금이라고 뭐가 다르겠어? 꼭 슬리데린이 아니라 후플푸프나 래번클로 팀에 있었더래도 날 이겨먹었다면 난 그 놈을 싫어했겠지."
이 얘기가 결국 다른 사람이 가족이랑 어울릴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정확히 무슨 뜻이던간에 '내적으로 강한' 사람인지 확실히 해 두려고 하는 말이라니 순간 다른 의문이 떠올랐어. "그러면서 왜 나는 시험해보지 않는 거야?" 난 프레드에게 물었어.
프레드는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어. "오, 안 하기는. 하고 있다고, 에바 루이즈."
"일단 언니가 여기 앉아있잖아," 릴리는 미소를 지으며 프레드의 말을 이었어. "언니 얼굴에는 당장 일어나버리고 싶다고 써져 있긴 하지만."
"에바 루이즈라고 불리는 것도 잘 버티고 있고," 프레드는 농담을 던졌어. "나나 제임스가 네 샴푸통에다 염색약을 넣어 놨을 때도 우릴 죽이려 들지도 않았고."
그 점에 있어서는 내 이성보다 크리스틴한테 고마워해야 할 텐데.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오지랖 넓고 시끄러운 인간들인지 알면서도 제임스랑 잘 사귀고 있지. 네 인생에 우리가 참견한다는 걸 너도 알고 있으면서도 말야. 이미 사귀기 전에 우린 널 잘라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니지. 넌 합격."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보긴 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어. 이 가족들 참견에 소름 돋거나 무서웠던 적은 없었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도 않고. 미친 사람들이란 건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 프레드는 나한테 계속 제임스랑 결혼하라는 말을 내뱉고 다니다간 저주라도 한 방 맞게 되겠지만.
"그리고 언니는 오빠랑 사귀기 전부터 우리랑 친했잖아," 릴리가 덧붙인 말이었어. "프레드도, 록산느도, 알버스도, 나도."
"스코피어스 건은 우리도 이제 차차 알아가면 될 거고," 제임스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로즈에게 말했어. "일단 그 사람을 좀 본 다음에 판단하는걸로 할게. 편견 없이 제대로."
잠깐 빛이 그리로 비쳤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순간 로즈의 눈에 언뜻 눈물이 맺힌 것 같았어. "정말, 다들 정신이 나갔다니까. 그래도 사랑해, 다들." 로즈는 기쁜 얼굴로 그런 말을 했어.
"우리가 좀 괜찮은 사람들이긴 하지," 프레드는 답으로 씩 미소를 지었어. "내가 속한 집단이라면 어느 곳이든 탑이 아니겠어,"
록산느가 그 말에 팔을 뻗어 프레드의 머리를 꾹 눌렀어. 그 반응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지, 프레드까지도.
~...~...~...~...~...~...~...
누군진 몰라도 N.E.W.T. 시험을 만든 인간들은 괜히 시간 때우려고 시험을 만든 게 아니었나 봐. 7학년이 되면서 받는 숙제는 도저히 양이 줄어들질 않았어. 리처드랑 가레스도 O.W.L. 시험이 코앞이라 한참 힘들고 바쁠 때였지. 다들 다가오는 시험 준비에 지쳐서 퀴디치 연습에는 전처럼 집중하질 못했어. 그래도 연습을 쉴 수는 없었지. 래번클로와 붙게 될 이번 경기에서 퀴디치 컵의 승자가 정해질 테니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슬리데린에 우승컵을 뺏길 수는 없잖아. 절대 안 될 말이지.
그리핀도르 락커룸에 앉아 있으니 문 밖에서 쏟아지다시피 내리는 빗소리가 들렸어. 오늘은 밖으로 플레이북을 들고 나가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공책에 방수 마법을 걸어 두긴 했어도 우중충한 날씨에 플레이북을 들고 나가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가진 물건 중 플레이북만큼 아끼는 것도 없어서 혹시라도 젖거나 할까 봐 걱정이 먼저 되더라구. 물론 연습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이런 날씨가 오히려 실전 대비에는 좋잖아?
여느 때처럼 끽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어. 그 소리에 고개를 든 나는 그대로 시선이 머무른 곳에서 눈을 떼질 못했지. 제임스가 문간에 한 팔을 짚고 서 있었는데, 밖에 내리는 저 빗속에서 비를 다 맞고 달려온 모양이었어. 그래서 셔츠가 다 젖어서는 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거야. 언제 봐도 몸매 하나는 정말 멋있다니까, 젖은 셔츠에 팔근육 어깨근육 하나하나가 다 드러나 있었어. 조금 어지러운 기분까지 들었을 정도로.
내가 그렇게 빤히 자기 가슴팍을 보고 있자 제임스의 양쪽 귀가 분홍빛으로 물들었어. 입가엔 장난스런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래, 네가 내 몸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좋네. 계단 벽에 붙은 복근 포스터를 그릴 때부터 알아보긴 했다만."
나는 제임스의 머리를 겨눠서 퀘이플을 던졌어. 그리고 예상대로 –아니었으면 던지지도 않았겠지- 제임스는 퀘이플을 가볍게 받아냈어.
"몰랐는데 네 다리 멋있다," 제임스는 내게로 슬그머니 걸어오면서 내가 신은 운동화 쪽을 보고 말했어.
"시간만 나면 운동장을 달려댔으니까." 난 장난스레 미소를 짓고 말했어.
"흠,"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날 자기 쪽으로 홱 끌어당겼어.
"연습 시작하기도 전에 너 때문에 다 젖겠는데," 난 반쯤은 진심인 말로 볼멘소리를 했어. 속으로는 지금은 젖든 말든 상관없었어, 어차피 날다 보면 쫄딱 젖을 테니까.
"안됐네," 제임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입술로 내 목을 부드럽게 누르기 시작했어. 그 입술이 다가오는 느낌, 감싸 안듯이 부드럽게 와닿는 혀의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가 새나갔어. 그리고 이럴 때마다 매번 그러듯이 난 두 손으로 제임스의 머리를 쓸었어. 손에 닿는 머리카락 느낌이 맘에 들었거든. 제임스도 날 더 세게 끌어안는 걸 보니 내 손길을 되려 즐기는 것 같았고. 칠흑같이 검은 제임스의 머리카락은 정말 부드러웠어, 쉽게 손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넌 정말 못말리는 인간이야,"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는 이전에 한번도 튀어나온 적 없었던, 묘할 정도로 숨이 찬 목소리였어.
"넌 그 말을 칭찬으로 하는 것 같더라."
내가 눈을 감는 사이 제임스는 턱선을 따라 입을 맞춰 오다가 곧 자기 입술로 내 입술을 다시 부드럽게 덮었어. 그리고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더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지.
아, 솔직히 정말 좋았어. 아니, 좋다는 말로는 표현 못 해. 그보다 훨씬 더한 형용사가 뭐 없을까? 따뜻한 입술에서 옅은 민트치약 맛이 났어. 저번에 저녁으로 양파를 먹고 키스했던 그날 밤보다 훨씬 더 낫던걸.
"어... 안녕?"
나는 급하게 제임스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어. 우리 둘 다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리처드랑 릴리가 락커룸에 들어와 있더라. 멀린, 대체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야? 사실 제임스에게 너무 취해 있긴 했어, 아마 슬리데린 팀 선수들이 바로 옆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대도 몰랐을 걸.
생각해보니 좀 소름끼치긴 한다만.
"릴리!" 제임스는 두 귀가 새빨개져서 소리를 질렀어. 이렇게 당황하거나 부끄러울 때마다 저렇게 귀가 물드는 데 솔직히 재밌었어.
"너희는 웬일로 이른 아침부터 나왔어?" 난 리처드와 릴리의 얼굴을 봤다가, 두 사람이 꽉 맞잡은 두 손을 봤다가 하면서 물었어. 비에 쫄딱 젖어서는 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말야.
"빗줄기가 잠깐 약해진 것 같길래, 그냥 잠깐 준비운동이나 할까 하고." 리처드는 내 눈을 피하며 그런 대답을 내놓았어.
그 말을 잘도 믿겠다. 방금까지 비가 얼마나 세게 퍼부어댔는데. 제임스가 온통 젖은 채로 들어온 것만 봐도 알겠던데.
"너, 여기 키스하려고 왔지!" 제임스는 리처드에게 삿대질을 하며 갑자기 빽 소리를 질렀어.
오. 그것도 말 되네.
"오빠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닐 텐데!" 릴리는 두 눈을 이글거리며 제임스의 말을 받아쳤어.
"야, 그래도 난- 난 네 오빠잖아!" 가 제임스가 괜찮은 대답이랍시고 내놓은 말이었어. 뒤통수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다구.
"그래, 난 오빠 동생이고, 리처드는 에바 동생이고, 근데 방금 오빠가 언니 목구멍에다 혀를 아주 집어넣으려고 하는 걸 두 눈으로 봤고. 그래도 우린 아무 말 안 했거든!"
어... 맞는 말이긴 하네.
"너도 저 둘이 사귀길 바랐으면서," 난 적당히 하란 의미로 제임스의 팔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며 말했어. "남녀가 사귀다보면 키스도 하고 그러는 거지, 안 그래?"
"그야 알지만, 내 눈으로 보고 싶진 않아." 제임스는 중얼중얼 불평을 했어.
릴리는 두 눈을 빙글빙글 굴리더니 리처드를 끌고 락커룸 안쪽으로 걸어갔어. "나도 방금 봤던 그런 거 별로 보고 싶진 않았어, 엄밀히는 본 게 아니라 보임당한거지."
릴리가 날 무안하게 하려고 일부러 한 말은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 남자친구랑 키스하는 광경을 남자친구의 동생이랑 내 동생한테 동시에 들켜버리다니. 창피하잖아!
리처드는 경외 비슷한 감정을 담고 릴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어. 왜 내 동생이 릴리 포터를 그렇게 좋아하게 됐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이제 보니 알 것 같더라. 저렇게 용기 있고 적극적인 성격에 반한 걸 거야. 잘 된 일이지.
"캐논에서 새로 뽑은 수색꾼 봤어? 어떤 것 같아?" 리처드는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려는지 다른 주제를 꺼냈어.
그 주제에는 다들 할 말이 많아 보였지.
"이상해,"
"맞아, 나도 봤어."
"그럴 줄은 몰랐는데."
"맥킬런을 주전으로 보내면 후보 선수를 새로 채울 것 같긴 하더라,"
제임스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어. "맥킬런이 있다고 캐논이 뭐가 달라지겠어? 비행에는 쥐약인 인간이잖아. 애초에 무슨 실력으로 리그 후보팀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던데."
리처드는 어깨를 으쓱였어. "캐논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었겠지."
나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어. "하긴, 공식 모토부터가 '손가락을 걸고 최선을 위해 기도하자' 같은 말인 팀에서 뭘 기대하겠어."
"언젠가 캐논의 시대가 오긴 하겠지," 제임스가 말했어. "한 30년 안으로는, 더 걸릴 지도 모르고."
"오빠는 론 삼촌 말을 너무 많이 듣더니 세뇌당한 것 같아," 릴리는 그 말로 제임스를 놀렸어. 그러고는 제임스가 입고 나온 밝은 오렌지색 캐논 셔츠를 가리켰어. 조금 낡긴 했지만 제임스 몸이 잘 드러나는 옷이니 –게다가 지금은 비에 젖어 있기도 했고- 난 불평할 생각은 없었어.
"형은 만약에 캐논에서 계약 제의가 들어오면 갈 거야?" 리처드가 제임스에게 물었어.
제임스는 잠시 생각이 필요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대답했어. "몰라. 꼭 항상 이기는 팀에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지난 한 세기동안 최저 실적을 낸 팀에 들어가기란 솔직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리그에 데뷔하는 데는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고."
"캐논에 들어가는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사람이," 난 캐논 로고가 그려진 제임스의 가슴을 쿡 찌르며 장난을 걸었어.
"그러는 넌 애초에 스카웃 제의도 못 받을 거면서," 제임스도 날 놀릴 때나 짓는 미소를 띠고 받아쳤어.
"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받아쳤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리처드는 그런 우리를 이상하단 시선으로 쳐다봤어. "저렇게 이상한 연애질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그 말에 얼굴이 순간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어. 온통 새빨개져있을 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보였어.
"오, 조용히 해," 라는 말밖에 머릿속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어.
바로 그 때 니코가 브리와 자라랑 나란히 락커룸으로 들어왔어. 이제 사람이 다들 모였으니 연습을 시작할 수 있겠다.
"좋아, 일단 스트레칭부터 제대로 하고 방수 마법 같은 거라도 걸어 놔. 밖으로 나갈 거야." 난 일어서서 단호하게 공지를 했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연습을 할 거라는 말에 여기저기서 날 노려보는 시선과 불만에 찬 소리가 터져나왔어. 활짝 미소를 짓고 밝게 말하던 니코만 빼고. "빗속에서 날기, 좋지!"
"너만 좋은 거야, 꼬마야." 자라가 답으로 중얼거리듯이 말했어.
질퍽거리는 운동장에서 나와 걸어가면서 난 속으로 그냥 빗속에서 경기를 하는 거랑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겠다고 생각했어. 하늘이 쏟아붇는 비에 센 바람까지 더해져서 경기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어. 바람 때문에 퀘이플이나 블러저가 제대로 날아가지도 않아서 경기 자체가 힘든 날씨였던 거야.
이런 날씨에는 제임스도 스니치를 찾지도 못할 지 몰라. 그래도 난 혹시 모를 연습을 해 두란 말로 스니치를 공중에 풀었어. 래번클로와 경기가 있는 날 날씨가 이럴 지도 모르잖아? 대비를 해 둬야지. 전에도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지만 연습만이 살길이니까.
연습을 끝내고 락커룸에 들어와 (다들 비에 젖은 덕분에 같이 흥건해진 바닥 위에서) 난 색분필로 칠판에 그림을 그려서 이런 날씨에는 퀘이플이나 블러저를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강조해서 설명을 했어.
"좋은 연습 한 번 했다고 생각해," 난 쫄딱 젖은 모습과 다르게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서 말했어. "래번클로와 경기하는 날 이렇게 비가 올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놈의 비는 일주일 내내 그칠 줄을 몰랐고, 우린 매일 아침 연습 때마다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야 했어.
"지난 2주 동안은 머리가 다 말라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며칠이 지나고 연습 후 샤워실에서 나오던 브리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며 투덜거렸어.
"마법도 쓸 수 있는 애가 왜 그런 말을 해?" 자라가 비꼬듯이 물었어. "그냥 마법으로 말려."
"머리카락에는 함부로 주문을 못 걸겠어," 브리는 당연하다는 투로 그렇게 대꾸했어. "저번에 실수로 눈썹을 다 지워 버린 뒤로는 엄두가 안 나."
나는 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작은 웃음을 흘렸어. 옆에서 릴리도 똑같은 행동을 했어. 그러다 우린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작은 미소를 지었지.
~...~...~...~...~...~...~...
그 다음날 아침에는 아침 연습을 나가지 말자고 했더니 어쩜 우연히도 그날따라 구름 한점 없이 날씨가 맑더라. 대연회장 천장에 느릿느릿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크리스틴과 난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가 제임스, 프레드, 크리스토퍼의 옆자리에 앉았어.
"오랜만이네," 난 크리스토퍼를 보고 인사를 건넸어. 수업시간에 잠깐 보는 것만 빼면 얼굴 보는 게 정말 간만이었거든.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걸까? 크리스토퍼랑 제임스, 프레드까지 셋은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부터 친한 친구였다고 하던데.
"사비트리랑 싸웠어," 크리스토퍼는 울적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어.
"오, 어떡해," 크리스틴이 친절한 목소리로 건넨 말이었어.
난 어깨로 제임스를 살짝 치며 입을 열었어. "얘랑 나도 싸우고 화해하는데, 넌 우리보다 훨씬 성격이 좋잖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
"고마워, 에바." 크리스토퍼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어. "상황을 좀 더 봐야겠지만."
어머, 좋은 징조가 아닌 것 같은데. 크리스토퍼는 정말 착한 애란 말야,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인데. 사실 전부터 크리스토퍼의 연애사가 순탄하지는 않았어. 5학년 때는 크리스틴에게 고백한 적도 있는데 정중한 말로 거절당했지. 저번 학기에는 크리스토퍼 동생의 친구 중 하나가 스토킹하다시피 졸졸 따라다닌 일도 있었고. 이번에 사비트리랑은 그래도 잘될 줄 알았는데.
"다 내 잘못이야," 크리스토퍼는 말을 이었어. "걔랑 너무 오래 붙어있느라 친구들을 별로 안 만났더니 친구들이랑 논다고 하면 질투부터 하더라. 내가 더 이상 자기를 안 좋아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나 봐."
아, 그래서 요새 크리스토퍼가 잘 안 보였구나. 이제야 좀 알겠어. 사실 크리스토퍼가 처한 상황은 내가 보기에도 곤란해보였어. 남자애들 무리에서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크리스토퍼였는데, 친구들이랑 여자친구 사이에서 관계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었나 봐.
"그래도 자기랑 친구들 중 꼭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선을 넘은 거지." 프레드는 얼굴을 확 찌푸리면서 말했어. 짜증스레 포크로 딸기를 쿡쿡 찔러대면서.
"맞는 말이지," 제임스도 동의를 했어.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잡아 봐, 둘 다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하는 말이야 항상 맞는 말이지." 프레드는 과장스레 목소릴 높이며 말했어. "내가 언제는 틀린 적이 있었나?"
제임스는 답으로 눈썹을 치켜올렸어. "저번 주 마법약 시간에, 젓기 전에 쏠배감펭 가시를 더 넣으라고 했을 때?"
"잘못 들었겠지,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난 크리스틴을 돌아보고 눈을 마주치며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어. 마법약을 만들다 끈적한 액체를 뒤집어써버린 제임스 덕분에 온 교실이 한바탕 난리가 났을 거야. 제임스도 자기가 생각해도 재밌는 상황이라 같이 왁자하게 웃었겠지. 안 봐도 눈에 선했어.
"그런 의미에서 졸업할 때까진 네 냄비를 쓸 거야," 제임스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대꾸했어. "또 냄비를 사야겠다고 편지 보내기 싫어."
"이제 프레드가 버린 제임스 냄비가 총 몇 개지?" 크리스토퍼가 물었어. 그 말을 하며 지은 미소는 아까와 달리 진짜같았어. 제임스랑 프레드 덕분에 잠시나마 고민을 잊은 모양이야. 생각보다 대단한 애들인데.
"넷."
"거짓말이야!" 프레드는 제임스의 말에 상처라도 받았다는 듯 한 손으로 심장을 부여잡으며 말했어.
"진짜 부끄러워 죽겠다고!" 제임스는 웃음소리를 섞어 그렇게 말했어. "슬러그혼이 내 마법약 실력을 물로 보는 것도 다 네 덕분이잖아. 우리 가족들 유전자가 있는데도 그런 실력을 보이다니 안타깝다는 말을 날 볼 때마다 한다고. 그 말만 들으면 왜 아직도 날 슬러그 클럽에 부르는지 모르겠다니까."
프레드는 큰 소리로 콧방귀를 뀌었어. "넌 어차피 별로 가고 싶어 하지도 않잖아. 지루한 얘기만 한다며."
난 그 슬러그 클럽 모임은 5학년 때 그만뒀어. 애초에 우리 아빠 때문에 불려간 자리기도 했고. 유명한 아빠를 둔 것만으로 다른 대접을 받는 게 난 너무 불편했거든. 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조금 더 사심을 담자면 장래의 리그 선수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어.
"그래도 저번에 갔을 땐 나쁘지 않던데," 크리스틴이 말했어. "마법부 직원도 몇 명 만났고. 음식도 정말 맛있더라."
그러다 편지를 배달하는 부엉이들이 한꺼번에 날아들면서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대화가 잠시 끊겼어. 며칠 전에 엄마 아빠에게 보낸 편지가 있어서 답장을 기다리고 있던 난 기대감을 품고 부엉이들을 바라봤지. 그 기대는 눈앞으로 날아온 그웨녹을 보자마자 조각나버리긴 했지만.
"왜 그래?" 제임스는 내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물었어.
"트리스탄이 보낸 편지야," 난 오빠의 갈색 부엉이가 던져준 편지를 받고 제임스 접시에서 베이컨 하나를 집어 부엉이 입에 넣어 주며 말했어.
"야, 내가 먹을 거에 막 손대지 마," 제임스는 그렇게 투덜거렸어.
"읽어볼 거야?" 크리스틴이 조용히 내게 물었어.
"나중에," 난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 편지를 잘 넣어두었어. "읽긴 할 거야, 수업 끝나고 나서."
그 편지는 하루 종일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줄 알았어. 그렇게 수업시간이 느리게 느껴진 건 또 처음이었다니까. 물론 퀴디치 경기 전날만 빼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난 누구보다 빠르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왔어 (가는 길에 잘못해서 록산느를 넘어뜨릴 뻔했어). 전속력으로 기숙사까지 달려온 나는 바로 침대 위로 뛰어올라갔어. 그리고 가방을 뒤져 편지를 꺼내 당장 봉투를 열었지. 그렇게 긴 글을 쓴 것도 아니었다는 게 조금 실망이긴 했어.
에바,
만나서 얘기 좀 하자. 다음 호그스미드 외출 때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볼 수 있을까?
트리스탄
이게 다야? 오빠가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데, 내가 오빠한테 무슨 말을 했는데, 오빠가 무슨 짓을 했는데 편지에 쓴 말이라고는 딸랑 두 문장이 전부라고?
바로 그 때 크리스틴이 방에 들어왔어. 그리핀도르 탑까지 뛰어오는 날 따라잡기가 힘들었나 봐.
"오빠가 뭐래?" 크리스틴은 힘들에 숨을 고르면서 물었어.
"별 말 없어," 난 목소리에서 씁쓸한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어. 그리고 편지를 크리스틴에게 건넸어. 크리스틴은 편지를 흘끗 보고는 다시 내게로 돌려줬어.
"하고 싶을 말을 편지에 전부 다 담기란 원래 어려운 법이잖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면대면으로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크리스틴의 말에 어느 정도 기분이 나아 진 것 같았어. 가빠오던 숨도 점차 제자리를 찾는 게 느껴졌어.
크리스틴의 말이 맞았어. 항상 그랬지. 트리스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더 나을 얘기일 거야. 그런데 애초에 오빠를 만나러 가긴 해야 할까? 그것도 잘 모르겠어.
"그럼 넌 갈 거야?" 크리스틴이 물었어.
난 무거운 한숨으로 대답했어. "모르겠어. 가야 할까?"
"그래야겠지," 크리스틴은 솔직한 답을 내놓았어. "일단 얘기를 들어 봐. 또 바보 같은 말을 하면 그대로 자리를 떠도 되고. 아니면... 제임스한테 같이 가 달라고 해 봐, 마음은 한결 편할 거야."
난 두 눈을 깜박였어. "그거 괜찮은데,"
~...~...~...~...~...~...~...
7학년 남학생 기숙사 문을 두드리자 가장 먼저 프레드가 문을 열었어.
"에바 루이즈," 프레드는 문을 활짝 열어주며 날 반겼어. "잘 왔어." 그러고는 다른 때와 비슷한 자세로 안으로 들어오란 손짓을 해 보였어.
그리핀도르 7학년 남학생 방인데 생각만큼 어지럽거나 더럽지는 않더라. 여기저기 늘어진 양말이나 양피지, 깃펜 같은게 널브러져 있긴 해도 사방이 잡동사니이지는 않아. 냄새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말야.
"오, 바닥이 보이네," 난 잔뜩 놀란 목소리로 말했어. "냄새도 안 나고."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이야?" 프레드는 상처라도 받았다는 듯 한 목소리로 대꾸했어.
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는 걸로 되받아쳤어.
프레드는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었어. "오, 맞아, 룸메이트 중 하나가 공기청정 마법을 걸어 놨어."
난 씩 미소를 지었지. "그럴 줄 알았어. 혹시 제임스 어딨는지 알아?"
"그럼, 당연히 알지."
프레드의 입에서 다른 대답이 나오지 않자 난 프레드를 노려보며 다시 물었어. "그래서 어디 있다는 건데?"
프레드는 여느 때처럼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어. "어디 있냐고 묻지는 않았잖아,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 완전히 다른 질문이라고."
"프레데릭 조지 위즐리," 난 경기장에서나 쓰는 목소릴 내서 경고를 했어. 프레드한테도 먹히는 것 같더라.
"잠깐 알버스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6학년 애들 방에 갔어. 아마 좀 있으면 올 거야.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프레드는 그 말을 하면서 누가 봐도 제임스 자리인 침대를 가리켰어.
침대에 기대 세워둔 트렁크 위로 주황색 캐논 티셔츠가 널브러져 있었어. 트렁크 밖으로는 양말 몇 짝이랑 양피지 조각이 삐져나와 있었고. 침대 끄트머리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책이랑 변신술 책이 다른 양피지랑 잉크병과 나란히 늘어서 있었어.
"서랍 열어 봐도 돼, 옷장 아래 있는 것만 빼고." 프레드는 자기 침대에 풀썩 앉으면서 지거리 포커리와 호커스 포커스 책을 집어들며 말했어. 프레드의 침대 뒤쪽에는 커다란 빈티지 포스터 하나가 붙어 있었어, 위즐리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 전단지였지. 잘어울리는데.
"거긴 왜?" 난 궁금한 걸 못 참고 그렇게 물었어.
"거기다 퀴디치 플레이북을 넣어 놓거든,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열 수 없도록 마법을 걸어 놨어."
소름 돋을 정도로 나랑 비슷한데. 2학년 때 소차가 내 서랍을 열어보려고 한 적이 있었어, 혹시 아빠 사진이나 뭐 그런 게 있을까 봐서였지. 주문 때문에 소차는 끔찍한 충격을 받아버리긴 했지만. 물론 비유적으로.
난 가만히 앉아있기도 뭐하고 또 궁금하기도 해서 다른 서랍을 슬쩍 열어봤어. 다른 건 다 평범했는데, 동그랗게 잠들어 있는 골든 스니치랑 널브러진 개구리 초콜릿 카드 더미는 눈에 띄더라구. 재밌는 건, 카드를 슬쩍 들어 봤더니 거기 있던 게 전부 다 같은 종류였다는 거야.
"다 보우만 라이트뿐이네." 난 한손으로 카드를 쓸으며 말했어.
프레드는 어깨를 으쓱였어. "그놈의 희한한 버릇 중 하나지. 보우만 라이트 카드만 자기가 갖고 나머진 다 나한테 준다니까."
난 작은 미소를 지었어. 제임스 같은 수색꾼이라면 골든 스니치를 발명한 사람의 카드만 모아 쌓아두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서랍장 위쪽에는 나이트 램프와 나란히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어. 내가 제임스 생일 때 선물로 줬던 사진 두 장이었지. 그 옆에는 자기 가족들이랑 찍은 사진도 하나 있었어. 방학 때 포터 가족이 다 같이 산이 많고 초록색으로 뒤덮인 그런 곳에 여행을 갔다 왔나 봐.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가 준 사진 액자 뒤쪽에 작은 양피지 조각이 숨겨져 있었어.
난 그 양피지를 집어서 조심스럽게 펴 봤어. 몇 번이나 꼼꼼하게 접혀서는 접착 마법까지 걸어 액자 뒤쪽에 붙어 있었다니,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양피지를 펴 보니 익숙한 글씨체로 낙서가 휘갈겨져 있었어. 활짝 펴진 양피지를 보며 난 심장이 콩콩 뛰어대는 걸 느꼈어. 이걸 갖고 있었을 줄이야.
그 때 제임스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문간으로 슬쩍 들어왔어. "에바,"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자기 방에, 자기 침대에 들어와 있었다는 데 상당히 놀란 모양이더라.
"넌 가만 보면 되게 감성적일 때가 있어, 알아?" 난 사진 액자와 양피지를 제임스의 눈앞에 대고 흔들어보였어. "저번 산술점 시간에 낙서했던 걸 이렇게 소중하게 챙겼을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제임스는 잔뜩 당황한 것처럼 커다란 몸과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표정과 함께 양쪽 귀를 새빨갛게 물들였어.
"귀엽다," 난 그렇게 말하며 액자를 내려놓고 제임스에게 천천히 걸어갔어. 그리고 발끝을 들고 서서 가볍게 입을 맞췄어.
"난 지금부터 여기 없는 척 할게, 고맙지?" 프레드는 지거리 포커리 책을 읽으면서 자기 침대에 누워 소리를 질렀어. 멀린, 그러고보니 프레드가 같이 있었다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잖아.
"내 존재감이 그렇게 미미하다니 기쁘네," 프레드는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장난스레 그런 말을 던졌어. "그리고 고마워, 에바. 제임스한테 로맨틱한 면도 있다는 걸 알려줘서."
"트리스탄이 보낸 편지 얘길 하려고 왔어," 난 제임스를 끌어다 침대에 앉으며 말했어.
"난 휴게실에 가서 누구 없나 찾아봐야겠다," 프레드는 그런 센스를 보여 줬어. 편지가 상당히 사적인 내용이라 제임스와 단 둘이서 얘기하고 싶다는 내 바람을 알아준 프레드가 너무 고마웠어.
"프레드, 고마워." 난 문을 닫고 나가는 프레드의 뒤에 대고 소리쳤어.
제임스는 한 손으로 내 손을 맞잡고 손등을 부드럽게 쓸었어. "무슨 내용이었길래 그래?"
난 작은 한숨을 쉬었어. "별 내용 없어. 그냥 할 말이 있으니 다음 외출 때 호그스미드에서 잠깐 만나 달라고."
제임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좁혔어. "그게 끝?"
난 고개를 끄덕였어. "일단 만나겠다고 할 생각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건지 들어보려고, 그뿐이야. 그래서 말인데... 네가 같이 가 주면 안 될까?"
"그래," 제임스는 잠시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어. 갈색 두 눈으로 내 눈을 마주보면서.
"고마워," 난 두 팔로 제임스를 끌어안으며 말했어. 볼에 닿는 셔츠의 느낌과 제임스의 냄새에 다시 기분이 좋았어. 빗자루 광택제랑 샴푸 냄새. 넥타이는 이번에도 제대로 매어져 있었어. 크리스토퍼 덕분이었겠지?
"트리스탄이랑 단 둘이 얘길 하고 싶어, 그래도 네가 한자리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난 자세한 설명을 이었어. "만약의 상황에 무사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그러고 나서 제임스와 손을 맞붙잡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임스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어. "사비트리가 크리스토퍼한테 헤어지자고 했대,"
"그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난 그렇게 대답했어. 아침에 크리스토퍼가 했던 말을 생각하며 그리 놀랍지도 않았으니까.
"사비트리는 프레드나 내가 별로 맘에 안 들었나 봐. 그래서 우리랑 대화 했던 거고. 최소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대면하고 알아보려는 노력도 안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지. 넌 내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잖아." 제임스는 말을 이었어.
목소리를 보니 전부터 그 문제로 꽤 오래 고민을 했던 모양이야.
"너랑 사귀기 전부터 네 친구들이랑은 아는 사이였으니까, 난 사비트리처럼 내성적인 성격도 아니고." 난 그렇게 다시 말했어.
제임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어. "알지.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는 해도 노력은 해볼 수 있는 거잖아. 자기한테만 시간을 쏟으라는 말도 문제가 많고, 크리스토퍼도 좀 더 균형을 잡았으면 좋았겠지. 일이 그렇게 된 건 안타까워, 몇 달을 사귀었는데."
나도 같은 마음이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리스토퍼가 날 필요로한다면 친구로서 위로의 말 몇 마디 건네는 것뿐이었지만.
"우린 그냥 사귀는 사이인 게 아니라 좋다," 제임스의 그 말에 난 솔직히 놀랐어. "친구이기도 하니까. 좋아."
난 고개를 돌려 제임스를 봤어.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리고 있더라.
"나도. 좋아." 내 진심을 담은 대답이었어.
~...~...~...~...~...~...~...
"계속 짜증나는 말만 해서 못 참겠다 싶으면 콧등을 살짝 긁어. 그럼 내가 보고 당장 가서 트리스탄한테 저주를 날릴게." 제임스는 스리 브룸스틱스로 들어가면서 그런 말을 했어.
"고마워," 난 그렇게 대답했어. "이렇게 같이 와준 것도 고맙고." 그리고 제임스의 손을 맞잡은 내 손에 꼭 힘을 한번 주고는, 가게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은 트리스탄을 찾았어.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더라. 밝은 갈색 머리카락은 여전히 짧아서 약한 곱슬인 것도 티가 안 났어. 꽤 오랜 시간을 실외 경기장에 있었을 테니 피부가 조금 더 탄 모습이더라. 딱 하나, 표정에 드리운 수심만이 전과 달랐어.
"안녕, 에바." 오빠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어. "오늘 예쁘네."
"고마워." 난 네이비색 스커트를 가볍게 쓸었어. 제임스가 저번에 날더러 '다리가 멋있다'고 한 적이 있잖아? 그래서 특별히 고른 옷이었어. 정확히 말해두는데 남자한테 잘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치마라 입고 나왔다는 말이야. 아침에 제임스가 이 치마를 입을 날 보고 지었던 그 표정이 맘에 들긴 했지만.
"엄마가 편지에서 그러더라, 제임스랑 사귀게 됐다고."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오빠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어. 트리스탄이 엄마 편지에 답장은 안 해도 읽고 있긴 했다는 걸 엄마한테 말해줘야겠어. 분명 의미가 있을 테니까.
트리스탄은 다시 작은 미소를 지었어. "그 놈이 널 좋아하는 줄은 진작에 알았지. 겨우살이 일 기억 나? 그렇게 질투가 서린 표정은 일부러 연기하기도 힘들겠더라."
그러고 있는데, 난 놀라 소리라도 지를 뻔했는데, 소차가 자기 남자친구라는 올리버 뭐시기랑 손을 잡고 우리 테이블 옆을 지나갔어.
"에바, 안녕!" 소차는 평소처럼 잔뜩 올라간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어. "그러고보니 올리버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 올리버, 여긴 에바 우드야. 에바, 이쪽은 올리버 캠벨이야."
맞아, 캠벨! 쟤 성이 캠벨이었지! 뭐시기보다 훨 낫네.
"오, 반가워." 난 올리버에게 그렇게 말했어. 사실 속으로는 소차의 남자친구 이름이 올리버라는 데 정신이 팔려서 너무 신경이 쓰였어. 솔직히 이상하잖아.
올리버는 날 보고 고개를 끄덕였어. "나도. 퀴디치 하던 걸 봤는데, 진짜 대단하더라!" 그리고 다른 말을 이어가더라. "그럼 졸업하면 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거야?"
난 기쁘게 미소를 지었어. 생각보다 꽤 뭐랄까... 정상인 애잖아? 놀라운데. "내 계획은 그래."
소차의 표정이 순간 무섭게 돌변하길래 무슨 일인가 봤더니 우리 오빠가 옆에 있던 걸 본 거야. 소차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어. 솔직히 좀 무섭더라.
"아버지를 그렇게 배신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 소차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어. "당신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어?!"
그런 말을 내뱉더니 콧대를 치켜들고는 그대로 저편으로 걸어갔어. 올리버 캠벨이 대체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 소차의 뒤를 종종 따라갔어.
"신경 쓰지 마," 난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멀어져가는 소차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어. "내 동기인데, 아빠 팬이거든. 그래서 저래."
트리스탄은 작은 미소로 답했어. "기억난다. 학교에 있을 때 아빠 사인을 받아달라고 했던 애네. 이상한 친구야."
이상하다고? 오, 올리버 우드 덕질 성지가 있는 방에서 살아보지 않고도 저런 말이 나오다니. "그 이상이야. 오빠는 모를 걸."
그리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어. 시선 끝으로 얼핏 보니 제임스는 크리스토퍼랑 알버스, 가레스까지 멀지 않은 자리에 같이 앉아 있었어. 프레드랑 휴고랑 로즈는 –그리고 스코피어스까지- 퀴디치 경기장에서 싸운 일 때문에 나머지 벌을 받아서 못 나왔거든. 제임스는 한 테이블에 앉은 남자애들과 무슨 얘기를 하면서도 시선은 내게 고정하고 있었어. 제임스가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안심이 됐어.
"오빠는 엘레나랑 아직 만나?" 난 이 자리까지 나온 이유를 본격적으로 알아보려고 그렇게 물었어. 다른 중요한 얘길 할 게 아니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트리스탄을 만나고 있었겠어?
오빠는 그 질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숨부터 내쉬었어. "에바,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말 다른 사람이야. 지난 몇 달간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내 옆에는 엘레나뿐이었어. 그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엘레나는 내 옆에 있어 줬다고. 그리고 엘레나가 날더러 푸들미어에서 나와 버리라고 꼬드긴 것도 아니야. 내가 전부터 그런 생각을 계속 했다고. 물론 그 얘길 엘레나한테 했던 건 맞아, 그렇다고 엘레나가 날 부추긴 건 아냐. 내가 결정한 일이지."
"오, 그런데 오빠가 들어간 팀의 오너가 어쩜 우연히도 엘레나 아버지였다고?" 난 나름 노력했지만 내 목소리에는 비꼬는 투가 잔뜩 들어가 있었어.
"이적하겠다는 말을 불편하게 해 버린 건 나도 반성하는데, 토네이도즈로 옮긴 일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 없어. 경기 결과가 별로였다고는 해도 여기서는 경기를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오빠를 빤히 쳐다봤어. "오빠는 머리가 돌았어? 예언자 일보에서도, 퀴디치 주간지에서도, 온 퀴디치계가 오빠를 무슨 구경거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고."
트리스탄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날 마주 쳐다봤어.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트리스탄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조금 갈라져 있었어.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멀린, 에바... 경기에서 좆같이 뛰긴 했지, 알아. 안다고. 나만 아는 것도 아니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알겠지. 그걸 또 굳이 일러주는 건 뭐 하자는 거야?"
난 오빠가 쏟아낸 말에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릴 뻔한 걸 참아야 했어.
"아냐, 난... 난 그냥..." 일단 입은 열었으면서도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
"아빠한테 아무 말 안 하고 닥쳤던 게 미친짓이었다는 것도 알아. 우리 가족들한테 내내 좆같이 굴었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또 놀라운 말이 튀어나와 이번엔 참지 못하고 입을 동그랗게 벌렸어. 방금 뭐라고? 미안하다고? 트리스탄이 미안하단 말을 했어? 미안하다는 말은 빈말로라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정말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단 말야.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만 오빠 입에서 나오는 말인데.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난 느릿느릿 그렇게 물었어.
트리스탄은 내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어. "일단은 토네이도즈에 있어야겠지. 계약을 했으니까."
난 불만스레 팔짱을 꼈어. "언제부터 계약이 그렇게 중요하셨어?"
그래도 자기 행동에 부끄럽다는 표정을 짓긴 하더라. 약하게나마.
"있지, 그래도 난 토네이도즈에서 뛰는 게 좋아. 사람도 다들 괜찮고."
"오빠가 거기 들어간 건 엘레나 덕분이었잖아, 오빠 재능만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그 말에 트리스탄은 입꼬리를 실룩거렸어. "그 말은 내가 재능이 있긴 있단 말이네?"
"오빠가 재능이 없단 말은 안 했어," 난 그렇게 받아쳤어. "그 있는 재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게 문제지."
"에바... 날 용서해 줄 수 있을까?"
난 대답을 하기 앞서 잠시 생각을 했어. 오빠답지 않게 슬픈 표정을 한 갈색 두 눈도, 오빠답지 않게 불안한 자세로 꼼지락대는 손가락도, 오빠답지 않게 줄줄이 늘어놓던 말들도...
"좋아. 그래도 전처럼 가까워지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지만." 난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어. 오빠가 한 짓을 다 받아들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우린 남매인걸.
"오늘 밤엔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도 죄송하다고 할 생각이야."
"잘 생각했네."
"리처드랑 가레스한테도 편지를 보냈는데 날 별로 보고 싶지 않은가 봐."
그 일은 몰랐는데. 거기에 너무 상심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
"퀴디치는 잘 하고 있고?" 또 잠시 침묵이 지나가고 트리스탄이 물었어.
멀린, 난 그런 어색한 침묵이 정말 싫었어. 불편해 죽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당장에라도 콧등을 긁어서 제임스를 불러 여기서 탈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어쨌든 그리핀도르인 내 성격엔 또 상황을 피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무엇보다... 트리스탄은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우리 오빠잖아.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난 솔직하게 대답했어. "요즘은 연습 시간도 거의 배로 늘었어. 이기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난 우리 팀을 믿어."
"넌 정말 훌륭한 주장이야, 에바." 오빠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어. "너라면 언젠가 꼭 푸들미어 주장이 될 거야. 다른 팀으로 가지 않는다면."
"다른 팀에서 시작할 수는 있어도 난 꼭 푸들미어에 갈 거야. 내 마지막은 푸들미어야." 난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어.
트리스탄은 씩 미소를 짓는 걸로 답했어. "이젠 평소에도 주장 목소리가 나오네."
내가 주장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어머.
"그래서 푸들미어 말고 다른 팀에서 뛸 생각은 없다는 거지?"
"다른 팀에서 뛴다면 리그에 데뷔하는 길 정도로." 난 그렇게 대답했어. "단기로 계약을 하고 다시 열심히 노력해서 어떻게든 푸들미어에 들어갈 거야."
트리스탄은 고개를 끄덕였어. "굳은 의지, 좋지. 그래도 난 네가 다른 팀에서 뛰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가. 푸들미어가 꼭 퀴디치의 전부라거나 마지막인 것도 아니잖아."
난 그 입에서 나온 말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애쓰며 오빠의 눈을 빤히 쳐다봤어. 푸들미어가 꼭... 뭐? 아냐, 나한테는 아니야.
"있지," 트리스탄은 잔뜩 놀란 내 표정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어. "일단은 퀴디치 선수가 돼야 하는 거야, 푸들미어 선수가 아니라. 좀 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어때."
난 화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어. "오빠는 몰라."
"난 네 생각보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이야. 에바, 우린 퀴디치 선수야. 경기를 해야 우리가 사는 게... 사는 일답지. 그건 당연한 거야. 경기장에서 진짜 경기를 해야 제대로 사는 인생이란 생각이 들 거라고."
"난 실력도 없이 경기에 나가느니 차라리 충분한 실력을 갖출 때까지 후보 팀에 있고 싶어. 팀에 대한 소속감이나 자부심, 난 그런 게 중요해. 푸들미어의 남색 선수복을 입는 거, 그게 내 꿈이고 앞으로도 내 꿈일 거야."
"꿈은 변하기도 하지." 오빠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어.
"내 꿈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오빠가 다른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내가 말을 잘랐어. "이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아. 이제 가 봐야겠어, 제임스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 솔직히 맞는 말은 아니었어. 내가 오빠랑 나누겠다는 대화가 얼마나 길어지든 제임스라면 끝까지 기다려 주겠지만 나는 이제 자리를 뜨고 싶었어. 트리스탄이 해야겠다는 말은 다 들었으니까. 오빠를 용서한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오빠가 한 일이 맘에 든다거나 그 행동이 이해가 가는 건 아냐.
"엄마 아빠한테 내 얘기 전해 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의자를 끌었어. 그리고 저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임스와 눈을 맞추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어.
오빠는 잔뜩 어색한 자세로 날 따라 일어섰어. "그래도... 그래도 오빠랑 헤어지는데 한번 안아주지도 않고 갈 생각이야?"
그 말을 내뱉던 바로 그 때,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오빠의 표정에 슬프고 쓸쓸한 기색이 지나갔어.
"아냐, 아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오빠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두 팔로 오빠를 꼭 끌어안았어.
~...~...~...~...~...~...~...
"어땠어?" 제임스는 트리스탄이 멀어지자마자 그렇게 물었어. 오빠는 이제 그 잘난 아파트로 돌아가서 엘레나를 만나겠지. 엘레나 그 여자 생각에 또 몸이 덜덜 떨려 왔어. 트리스탄은 엘레나 탓이 아니라고 계속 말했지만 나는 아무리 해도 푸들미어를 떠나겠다는 오빠의 결정에 엘레나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어.
"정신이 다 나가 버릴 것 같아." 나는 솔직한 심정을 말했어. "진짜 멍청한 인간이야. 내가 볼 땐 오빠도 속으로는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알아, 아직은 겉으로 드러내기가 싫을 뿐이지."
"그것도 자기 선택이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 "어떤 특정한 팀의 선수가 되기에 앞서 먼저 퀴디치 선수가 돼야 한다는 말도 했어. 하지만 오빠는... 오빠는 그리핀도르잖아."
리라 리날디가 저번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트리스탄이 슬리데린에 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그 생각이 떠오르자 난 다시 리날디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어.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잖아?" 제임스는 그렇게 반문을 했어. "난 졸업하고 나면 딱 이 팀에서 뛰고 싶다 하고 정해둔 게 없잖아. 그냥 선수가 되고 싶을 뿐이지."
"마음이 가는 팀이 정말 하나도 없어?"
나는 그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어.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대답을 하더라. "다른 곳보다는 이쪽이 좀 더 낫겠다 싶은 팀은 있지만,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하고 싶어서."
"가능성을 열어 둔다... 오빠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갔나 봐, 제임스가 부드럽게 내 팔을 잡더니 날 돌려세워서 눈을 마주쳤거든.
"너한테는 다르지." 제임스는 그렇게 말했어. "넌 걸음마도 하기 전부터 푸들미어 선수가 되고 싶었을 거 아냐."
음, 그렇게까지 어렸을 때부터는 아니었지만, 대충 그쯤부터긴 했겠지.
"다섯 살 때는 하피스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제임스는 슬쩍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 "내가 하피스에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난 그냥 다른 무엇보다도 퀴디치 선수로서 경기장을 날아다니고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제임스의 이마에 흩어진 앞머리를 슥 쓸어줬어. 제임스 말이 맞아... 그래, 알아, 제임스 말이 맞지. 특정한 팀의 선수가 되는 일이 내게는 일대의 꿈이지만 제임스에게는 아니잖아.
전에는 숙제나 퀴디치 연습 때문에 바빠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못 해 봤는데, 제임스는 호그와트를 졸업하면 어디로 가게 될까? 제임스는 어느 팀에 들어가게 될까? 나랑 제임스가 다른 팀 선수가 되면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까? 두 팀이 경기라도 하게 되면 우리 관계에 다른 영향이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동동 떠다니며 날 괴롭혔지만 난 서둘러 그런 생각들을 밀어냈어.
"저쪽 한번 봐봐, 기분이 좀 나아 질 거다." 제임스는 날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더비시앤뱅스 가게 앞에 서 있는 학생 커플을 가리켰어.
"리처드랑 릴리네." 난 그 둘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어. 서로 손을 맞잡은 채로 눈을 마주치며 뭔가 얘길 나누고 있더라구. 릴리가 크게 미소를 짓자 리처드의 양 볼에 옅은 홍조가 돌았어.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잘 어울리고 귀여워.
"결국 릴리한테 고백할 생각을 했다니 내가 다 뿌듯하더라."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손으로 내 손을 덮어 안듯이 잡았어.
"이제 네 가족들은 누구 연애사를 다뤄야 하나?" 난 제임스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면서 혼잣말하듯이 물었어. "너도, 릴리도, 로즈도 다들 짝을 찾았잖아. 다음은 누구야?"
제임스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대답했어. "다들 생각하는 건 있는 것 같던데."
"이번엔 프레드 어때? 아니면 알버스나?"
"아, 너도 이제 남 연애사에 대놓고 참견하기로 한 거야?" 제임스는 내 손을 쥔 손에 더 힘을 주며 날 놀려댔어. "그래, 그렇게 시작하는거지."
오, 멀린. 그러고보니 나도 다른 사람 일에 나도모르게 끼어들고 있었잖아? 포터나 위즐리들이랑 너무 오래 붙어있어서 그런 걸 거야. 그놈의 가족 모임에 앉아있기까지 하다 왔으니, 그 참견 유전자가 나한테까지 옮았나 봐!
내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여는데 제임스가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손을 홱 끌어당기더니 돌벽 모퉁이에 날 던져놓다시피 밀었어.
"야, 갑자기 왜-" 내가 다른 말을 하려 했지만 제임스는 내 말을 잘랐어.
"겜마야."
오. 아, 그렇다면 좀 알겠어. 사실 나도 제임스랑 사귀기 시작한 뒤로 최대한 겜마를 피해 보려고 하긴 했는데, 우리가 룸메이트인 이상 생각보다 힘들더라구. 덕분에 날 향해 꽂히는 날카로운 눈초리를 계속 받아야 했지.
난 두 눈을 빙글빙글 굴렸어. "네가 자길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 텐데, 그걸 좀 알아야 돼."
"내가 머리라도 다쳐서 심각한 뇌손상이 오지 않는 이상, 그렇지." 제임스는 그렇게 중얼거렸어. "애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바라는 게 많아. 사비트리같아."
"에바, 안녕!" 이라고 어딘지모르게 익숙한 여자애 목소리가 밝은 인사를 건넸어. 멀린, 내가 아는 애들 중 이렇게 밝은 목소릴 내는 사람이 니코 말고 또 있던가?
제임스의 손을 꼭 쥐고 놓지 않은 채 슬쩍 뒤를 돌아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디스였어. 한 손은 보니 조나단의 손을 잡고 있더라, 조나단도 날 보고는 작은 미소를 건넸어.
"응," 난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에 살짝 당황해서 그렇게 대답했어.
"그거 알아, 에바?" 주디스는 두 눈을 기쁜 듯이 반짝거리며 내게 물었어. "조나단이랑 나 말야, 지금은 커플이야!"
아주 조금이긴 했지만, 주디스가 뱉은 그 말에 옆에 있던 제임스의 자세가 살짝 누그러졌어. 난 당장 눈을 굴리며 따지고 싶은 걸 애써 눌렀어. 얘는 어떻게 이렇게 질투가 많지? 내가 전에도 계속 얘길 했잖아, 나 때문에 질투 같은 거 할 필요 없다고. 조나단에게는 특히 더. 물론 조나단이 좋은 남자긴 하지, 그래도... 아무리 좋은 남자라도 제임스가 아니잖아.
"오, 잘됐다!" 난 두 사람을 보고 진심으로 대답했어. 조나단이 아직 날 신경쓰고 있던 건 아니라는 거잖아? 솔직히 마음이 훨 놓였어. 누가 나한테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일 자체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랑 헤어지고 나서 꽤 힘들었을 애잖아. 지금은 행복해보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사람이었는데, 나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조나단은 옆에 선 주디스를 흘끗 보며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어. "결국 얼마 전에 알게 됐어, 그리고 정말 모든 게... 들어맞더라. 좌우간 그 자리에 있던 건 항상 주디스였는데."
주디스는 사랑스런 미소를 짓고 조나단을 올려다봤어. "오래도 걸렸다, 그치?"
옆에서 제임스가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애써 참는 게 보였어. 속으로도 아마 내가 자길 알아봐주기 전까지 일 년을 꼬박 기다렸던 일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럼 나중에 보자. 우린 스크리번섀프트를 잠깐 둘러볼 거야. 깃펜 신상이 새로 들어왔다더라구." 주디스는 그렇게 말을 정리했어. 그러고 조나단과 손을 꼭 맞잡은 채 저 멀리로 걸어갔지. 그 뒷모습을 보며 난 정말 잘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너랑 그랜트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커플 같더라," 제임스가 퀴디치 가게 쪽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그런 말을 했어.
"전에도 말했잖아," 난 짜증스런 감정을 애써 숨기지도 않고 말을 내뱉었어. "질투 같은 거 할 필요 없다니까. 내 선택은 너야. 그것보다 허니듀크에서 초콜릿이라도 좀 사가면 어때? 아침 디저트로 초코볼만한 게 없잖아."
"좋지," 제임스는 즉시 긍정의 답을 내놓았어. "프레드한테 산성 캔디를 사달라는 부탁도 받았고."
난 의심스런 눈치로 제임스를 올려다봤어. "산성 캔디? 그걸 갖고 뭘 하려고?"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였어. "몰라.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하잖아. 자기는 하루 종일 나머지 벌을 받을 처지라 못 나가니까 한 박스만 대신 사다달라고 하던데. 마지막 외출을 이렇게 날려버리다니, 안타깝게 됐지."
"그래도 여길 영영 못 오는 건 아니잖아." 난 그렇게 대꾸했어. "그리고 너희 둘은 어차피 외출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빠져나가면서."
"나랑 프레드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제임스는 모욕이라도 당했단 목소리를 꾸며내서 말했어. 물론 설득력은 없었지만.
난 전문가의 자세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어. "그럼 퀴디치 경기 끝나고 열리는 파티에서 나오는 버터맥주는 전부 휴게실에 마법처럼 나타났겠다?"
제임스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봤어. "내 생각만큼 그렇게 눈치가 없는 건 아닌가보네."
난 크게 미소를 지었어. "록산느가 저번에 어쩌다 말했었어."
"야, 그걸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버리면 안 되지." 제임스는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어. "가만 있었으면 네가 그래도 눈치가 없지는 않구나 생각했을 거 아냐."
그리고 우린 허니듀크로 가서 초코볼과 프레드가 부탁한 사탕을 사고 (동시에 속으로 난 당분간은 프레드가 주는 음식을 아무거나 받아먹으면 절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곧장 퀴디치 가게로 향했어. 퀴디치 가게에 들르지 않으면 외출다운 외출이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 한 시간이 지나고 우린 각자 쇼핑백을 한 손에 들고 처음보다 훨씬 적어진 용돈을 갖고 문을 나섰어.
"퀴디치 가게 냄새 말야, 정말 완벽하지 않아?" 난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미소를 짓고 말했어. "크리스틴이나 키에런은 서점이 그렇다고 하던데, 난 퀴디치 가게만큼 기분 좋은 데가 없어. 허니듀크도 비교도 안 된다니까. 빗자루 광택제 냄새, 새 가죽 냄새... 그보다 더 완벽할 순 없지. 이런 냄새가 나는 집에서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지 않아? 너 혹시 그런 마법 할 줄 아는 거..."
조용히 걷던 제임스가 갑자기 길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어. 뒤에 오던 애들이랑 부딪힐 뻔도 했다니까. 그 애들은 짜증난 것처럼 우리 쪽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빠르게 걸어갔어.
"너 괜찮아? 왜 그래?" 난 그렇게 물었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정말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컨푼더스 주문을 맞은 것 같기도 하고, 파이어볼트 사에서 신상 빗자루를 출시한다는 소식이라도 들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이상한 표정이었어.
제임스는 바로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어. 대신 내 손을 잡고 있던 한 손으로 날 부드럽게 끌어당겨서 몸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세워 놓는 거야. 난 대체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제임스를 조용히 올려다봤어.
돌연 굳은 표정을 하고 갈색 두 눈으로 날 쳐다보던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어. "에바... 나,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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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역자입니다
할일많다고 유야무야하다보니 약속했던 기간을 넘겨버리게됐네요:( 그래도 세번네번 다시봐야해서그렇지 번역이 끝나긴 끝났으니 최대한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담
하 3월모고 국어에 너무 타격을 크게맞았어요 멀린
다시공적인얘기로돌아와서 오늘챕터 좀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제임스대사도그렇고../ 특히 트리스탄이랑 대화하는부분이 굉장히 번역하면서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렇지않아요?
그런 트리스탄과 에바의 미래가 어떻게될지는! 차차알아가도록합시다 아니지 원작자님 프로필에 드가보시면 게임온 후속이 있어요 읽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