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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혼란이 가라앉고 지성이란 것이 뇌리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때 허기 말고는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허기를 인식하고 나서는 허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놀라서 호흡을 잠시나마 잊었다. 죽은 자가 어떻게 허기를 느끼는 것이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는 그저, 나는 그저…!
그저…?
"아…?"
손과 손이 감싼 머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문득 바라보니, 내 손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검은 손톱이 박힌 세 개의 녹색 손가락. 팔뚝은 녹색의 갑각에 덮여있었고, 만졌을 때의 질감이 딱 머리를 잡았을 때와 같았다.
이건 나의 몸이 아니-!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이 낯선 지식과 사념이 날뛰기 시작했다. 끔찍하도록 이기적이고 편협하며, 하늘 높을 줄 모른다 하며 오만하면서도 그만큼 비굴하여 유아적이었다. 사악하디 사악하여 차라리 비참한 그것은 정순함도 없이 크기와 밀도만이 비대했다.
나는 이, 무엇인지 모를 것의 육체라는 오탁의 늪에 발을 들인 멍청한 미아였던 것이다.
사악한 사념의 늪에 매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늘한 깨달음이 스쳤다. 이 몸-죽어서 없는 나의 것이 아닌 이 몸이 자체적으로 지닌 사악함이 사바세계로 떨어져 내린 '나'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뒤틀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거대한 절망의 깨달음.
나의 원수, 나의 원적, 나의 죽음인 피콜로 대마왕이 비웃으며 내 의식을 사념에 처박았다.
『나를 밥통에 처박아 두고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았느냐, 무태두!』
나의 영혼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오탁이 코로 입으로, 숨통을 틀어 막고 목구멍을 채우며 배가 터지도록 밀려 들어왔다. 눈으로 귀로 고통으로 뒤틀린 온갖 얼굴과 절망의 탄식이 가득 채우고, 손에 발에 진득한 피의 질감과 뼈가 부서지는 감촉이 내 행동의 결과인 마냥 생생하게 묻었다.
아, 역겹다. 역겹구나! 이 사악함이 치가 떨리도록 역겨워! 어찌 이런 사악함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사악함? 하! 순진해 빠진 소리는 집어치워! 약육강식의 세계에 약자에게 이입할 만큼 여유로운가 보지?』
역겨움에 몸부림치며 늪의 끝을 찾아 더듬는 나의 손을 하얀 갑옷을 입은 야인(野人)이 걷어차 다시 늪으로 밀어 넣었다.
완전히 가라앉아가는 나의 배 위에 무거운 것이 내려 앉았다. 머리 양 옆으로 검은 뿔이 솟은 보라색 피부의 악마와 같은 괴물.
『우리 같은 강력한 존재의 주변에 천것의 죽음은 호흡처럼 당연한 것이야. 벌레들의 죽음에 마음 쓸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하여 넓고 실용적으로 이용할 방도를 봄이 마땅하지.』
서늘한 손이 목을 잡으며 나를 들어 올렸다. 불길하게 빛나는 새빨간 눈이 동정심으로 위장한 오만함을 띠었고, 그것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부드러웠다.
『아, 물론, 아주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그들도 섭섭해 하겠죠. 그러니까 즐기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이렇게, 말이죠.』
놈의 다른 손이 내 머리에 닿는 순간, 거대한 충격과 함께 역겨움에 막히던 숨이 트였다.
그것은 환희였다. 모독적이고 허용되어서는 안 될 환희.
나의 것이 아닌 악행에,
나의 눈으로 보지 않은 파괴에,
내가 유발하지 않은 고통에 느끼는 역겨움이
막고 있던 '사악'이
역겨움이 녹아내린 환희와 섞이며 쏟아져 내렸다.
아.
아아.
이래서는,
휩쓸려서는 안 되는데.
나의 것이 아니고
내가 보지 않았고
내가 하지 않았는데.
아아아아아!
누구나, 아무라도 좋다!
멈춰다오.
이 광기를 멈춰다오!
난.
나는!
이것은 내가 아니야!
나는, 나는!
『강자와 싸울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좋은 걸.』
…뭐…?
『싸우고, 싸워서, 계속 강해지는 거야. 한계를 넘고 또 넘어, 그 너머의 또 다른 경지로.』
사악하지 않은 검은 사념과 눈이 마주쳤다.
『강해지는 것은 즐겁잖아?』
그것은 사악하지 않았다.
정반대로 순수했다.
정순했다.
그러므로 빈틈을 만들어, '나'를 죽이는 독이 되었다.
【"일어나라, 셀! 그리고 증명하는 것이다. 이 초 천재 닥터 게로가 만든 완벽함을!"】
"닥쳐!"
꼬리를 휘둘러 시끄러운 컴퓨터를 부수었다. 검게 죽은 컴퓨터의 화면이 거울처럼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벌레.
버러지.
딱 나로군, 딱 나야!
외계의 악을 모아 인간의 악의가 탄생시킨 버러지!
안식의 땅에서 끌려 나온 비참한 미아!
너무 어이가 없어서 폭소하며 울었다.
살고 싶지 않은데.
이런 삶은 싫은데.
그냥 죽는 것도 싫었다.
싸우다 죽고 싶다.
죽이다 죽고 싶다.
즐기다 죽고 싶다.
파괴를 체험하고
고통을 감상하며
피눈물에 웃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뭐냐, 이건.
뭐냐고, 이건!
죽을지 살지도 결정 못해 갈팡질팡.
이것이야 말로 미아가 아닌가!
"오랜만이구나, 저주 받을 세상아! 이제는 셀이라고 한다. 핫, 하하하하하!"
그래, 일단은.
이 빌어먹을 연구소부터 부수도록 할까?
후기: 타 사이트에도 있지만 애초에 제가 쓴 거니 문제 없군요. 그런데 이거 영어로 번역하면 운율이 맞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