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081화]

급작스럽게 뜬 일하는 인간 의 2화 선공개 영상.

일단 재생을 해보면 제일 먼저 오르골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테스타의 마법소년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변조된 탓에, 무슨 뚱땅거리는 개그용 BGM처럼 들렸다.

[띵↘ 띠링↗ 띵띵 띠↘디딩↗]

그 위로 오색찬란한 현수막과, 그것을 보는 테스타의 넋 나간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겹쳐졌다.

[큰세진 : …저 깨어 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자막이떴다.

[↑현실인지 계속 의심하도록 만들 예정]

그리고 곧바로 조류 연구가가 등장했다. 인자하게 웃는 얼굴 뒤로 지옥 불이 타는 CG가 합성된 채였다.

[조류 연구가 : 오늘 저와 함께 철새 촬영을 할 거예요!]

[테스타 : ?]

당황한 테스타의 위로 과격하게 흔들리는 자막이 헤비메탈 사운드와 함께 쏟아졌다.

[갑자기 등장한 뜬금없는 전문가! (※가짜임)]

[다짜고짜 시작하는 철새 촬영! (※가짜임)]

누가 봐도 보고 웃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컷이 변하며, 분위기가 비장해 졌다.

[그런데 테스타가 만만치 않다!]

빨갛게 깜박이는 자막 아래로 짧은장면이 겹쳐졌다.

[전 양궁 국가대표 : (새를) 쏴서 맞추는 거면 하겠는데.]

[선아현 : (동공 지진)]

류청우의 덤덤한 말에 카메라를 꼬옥 부여잡고 기겁하는 선아현의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되었다.

그러다 또 뜬금없이, 테스타가 단체로 진지하게 후다닥 쭈그려 앉는컷이 튀어나왔다.

[조류 연구가 : 조용히 접근해 봅시다∼]

[테스타 : 와르르 (촬영에 진심인편)]

숨을 죽이고 오리걸음으로 이동하는 덩치 큰 소년들의 모습이 BGM도 없이 이어졌다.

[(과몰입 상태)]

그리고 박문대가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어, 살짝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삽입되었다.

[박문대 : (찰-칵)]

근데 카메라를 당기니 새가 아니라 선아현을 찍고 있다.

[…?]

자막이 당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컷에서 또 뜬금없이, 미친 것처럼 도주하며 비명을 지르는 테스타의 컷이 터져 나왔다.

[테스타 : 으아아으아!]

[조류 연구가 : 신기하네요ㅎㅎ]

[테스타 : 갸아아악! (대충 방송국놈들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

핸디 캠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차유진 : Help! (도움!)]

자막이 번쩍거렸다. 재난 영화가따로 없었다.

[평화로웠어야 할 첫 예능 촬영!]

[이유 없는 재난이 테스타를 덮친다!]

[과연 테스타의 운명은?]

모자이크된 MC의 인영에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아이고 미안해요!]

그리고 까만 화면에 두두둥, 거대한 황금빛 자막이 떠올랐다.

[Prank에 진심인 MC와 제작진이 만들었다!]

[일하는 인간]

[1절만 하는 인간]

[7월 5일 목요일 저녁 11시!]

마법소년의 변조된 뚱땅거림이 다시 흘러나오며, 화면은 웅장하게 마무리 되었다.

"…."

이놈들도… 제정신은 아니다.

"푸하하하학!"

옆에서 끼어 보던 큰세진이 거실을 굴러다녔다.

이놈은 멍청하게 변주된 마법소년 BGM이 나올 때부터 폭소하더니,결국 이 꼴이 됐다.

나도 인정했다.

'…재미는 있어.'

여기도 아주사 때처럼 편집이없던 맥락을 창조하고 있다만, 하루이틀 일도 아니니 포기했다.

'논란 일어날 구성은 아니니 괜찮겠지.'

그냥… 웃기는 데 진심인 놈들 같았다.

여전히 소속사가 첫 예능 패를 딜 대신 끼워팔기로 써버린 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별개로 팬들은 재밌어 할 것 같았으니까.

'폼 유지만 하면 공중파 예능이야 다음에라도 뚫을 수 있다.'

대충 합격선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반응을 훑어보았다.

-내가 뭘 본 거지 (빨려드는 우주사진)

-?ㅋㅋㅋㅋ?

-미쳤나봨ㅋㅋㅋㅋㅋㅋ세상엨ㅋㅋㅋ

-테스타의 첫 예능의 상태가…? (첨부)

마지막 반응에 첨부된 GIF 파일을 클릭하니, 웬 기러기가 숨을 들이켰다가 레이저를 내지르는 짤이 재생되었다.

참고로 눈에서도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직관적인 예측을 하셨다고 볼 수 있겠다.

새 모가지 꺾일 때 차유진이 딱 저랬던 것 같거든.

"으하하! 우리 팬들 너무 귀엽다!"

어느새 일어나서 머리를 들이민 큰세진이 댓글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고는 자기 마음대로 화면을 터치해서 연관 동영상 하나를 찍었다.

…이건 협찬용 공용 태블릿이다.

참자.

"야, 이것도 보자. 이거 진짜 웃겨."

"뭔데."

무슨 화면을 코 앞에 들이대는 통에 저절로 눈이 동영상을 확인했다.

[테스타 동물의 킹덤 : 박문대편 I문댕댕의 생활탐구 ZIP | 테스타의 같이살기 TEST EP.3]

"…."

그사이, 자연스럽게 5초 광고가 끝나고 본 내용이 나왔다.

[우하∼ 우하∼]

90년대 동물 예능에서 나올 것 같은 촌스러운 오프닝이 테스타로 패러디되어 쑥 지나갔다.

직후 나온 것은… 강아지 잠옷을 입은 박문대다.

…선물로 받은 거라, 잠옷 다 빨면 가끔 입는다.

'…화면으로 보니 좀 그렇긴 하군.'

내 민망함과 관계없이, 동영상에서는 외국 다큐멘터리 더빙에서 자주들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생의 늑대들은 무리 사냥을 합니다. 그들은 핵가족 단위로 살며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죠.]

[하지만 여기, 이 개체는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입니다.]

[인간과 동거하며 차가운 도시의 습성을 익혔죠.]

화면에서는 잠옷 입은 박문대가 거실 소파에 넋 놓고 앉아 있는 장면을 빨리 감기로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서 온갖 동거인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해도 미동도 없다.

차유진과 큰세진이 다가와서 손을 흔들고 옆에 앉고 TV를 틀어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이 개체는 자잘한 사회생활에 힘빼지 않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저거 대답은 다 해줬을 텐데?'

아마 막간에 간신히 짬이 나서 운동하고 씻은 직후라 지쳐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익숙한 날조의 냄새가 아주 정겨웠다.

[그러나 강아지답게 인간을 좋아합니다. 특히 같은 무리의 인간에게 호의적입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화면에서는 박문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탄산음료와 함께 등장했다.

[어디, 성공적으로 호의가 전해지는지 봅시다.]

박문대는 우선 지나가던 류청우에게 페트병을 보여줬으나, 선선히 거절당했다.

[첫 시도는 실패입니다.]

'그냥 먹을 건지 물어본 건데…?'

실패라고까지 부를 필요가 있나?

아니, 애초에 정신머리 있는 성인이면 누구든 저 정도 제스처는 하지않냐.

그러나 심란한 내 심정과 상관없이, 내레이션은 열심히 개소리를 넣었다.

화면의 박문대는 페트병을 들고 터벅터벅 거실로 돌아오더니, 차유진과 큰세진의 환대를 받으며 음료를 넘겨주었다.

사냥에 성공한 것 같은 강조 컷 편집이 들어갔다.

[아, 이번에는 성공했군요.]

[인간들의 감사를 받습니다.]

영상은 절반 이상 빈 탄산음료를 돌려받아서 페트병째로 입에 넣는 박문대의 컷으로 끝났다.

[서울에 서식 중인 테스타류 갯과 박문대 개체의 한때였습니다.]

[두-둥!]

"…."

할 말을 잃었다.

바빠서 리얼리티용 컨텐츠를 따로 못 찍었더니, 뮤직비디오 촬영 분량 끝나니까 이런 걸 방영하고 있었군.

큰세진이 또 낄낄댔다.

"웃기지? 솔직히 웃기지?"

어. 다들 참 잘 웃는다.

베스트 첫 댓글이 이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찰떡

이 키읔의 나열에 '좋아요'가 4천개가 찍혀 있었다.

그 밑으로도 폭소하는 댓글이 다수였다. 다들 정말 즐거워 보였다.

물론 전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른 베스트 댓글을 더 보자.

-역시 오피셜로 밀어주는 건 문댕댕이다 티벳여우는 이단일 뿐

-여러분 문대는 먹방에서 인형탈을 거쳐 잠옷까지 항상 강아지에 진심이었습니다. 문대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팬이 됩시다.

-동물의 킹덤 브금 미쳤냐고ㅋㅋ엌ㅋㅋㅋㅋ 댕댕이가 신나서 패트병 사냥해온 것 같잖아!

-그래 우리 뭉댕 영원히 댕댕이하자

-티벳여우파는 방송국의 암묵적 탄압을 잊지 않겠다. 우리는 다시돌아올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 보겠답시고 했던 이미지 작업은, 박문대 스스로가 강아지에 집착한다는 이미지로 절찬리에 왜곡되는 중이었다…, 29살 공시생 자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군.

'…뭐, 사람들이 좋아하니 됐나.'

며칠 전 팬싸에서 움직이는 강아지귀도 써본 판이다. 슬슬 공시생 놈이 포기할 때가 됐지.

"문대 화난 건 아니지? 그치? 맞다, 내가 공평하게 내 동영상도 틀어줄게."

옆에서 큰세진이 껄껄 웃으며 다음 동영상을 자동재생시켰다.

제목에 대놓고 내용 힌트가 있었다.

[테스타 동물의 킹덤 : 이세진B편 I 큰세곰은 '인-싸' ZIP | 테스타의 같이살기 TEST EP.3]

'인-싸'

내용은 대충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잘 지내는 큰세진 특집이다.

개그와 훈훈함의 비율을 잘 잡아서 편집해 놨다.

"근데 솔직히 내 것보다 네가 제일웃긴… 야, 야!"

이 새끼가 자기는 좋은 거 받아놓고 사람 놀리고 있어.

나는 태블릿을 놈에게 떠넘기고 침대에 누웠다.

겨우 얻은 휴식 시간을 더 알차게써야지, 저런 걸 보면서 낭비하면안 된다.

"야, 나도 모니터링해 줘∼ 너만 보고 자냐?"

박문대 동영상 보고 처웃기만 한놈이 모니터링은 무슨.

"어. 너도 잠이나 자라."

"아∼ 잠은 차에서도 자잖아. 이렇게 시간 생겼으면 잘 써야지∼"

이놈은 상태창도 없을 텐데 대체 어디서 체력이 솟아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분명 어제도 3시간만 잤는데 말이다.

그때 웬일로 룸메이트한테서 지원이 들어왔다.

"…자겠다잖아. 좀 나가. 소란스러우니까."

이미 자려고 누워 있던 이세진이 한마디 던진 것이다. 참다가 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큰세진은 대답 없이 동명이인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웃었다.

"아 그러죠, 뭐. 잘 주무셔요 형님∼"

그러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시늉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방을 나갔다.

'저것도 좀 빡친 것 같은데.'

리얼리티 카메라 돌아가는 마당에 안 싸우려고 일부러 가볍게 넘긴 티가 났다.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군.'

어지간히 안 맞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방을 바꾸더라도 저 둘을 붙여놓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큰세진 : 나와라! 때는 지금뿐이다!]

"…."

[자라.]

나는 짧은 답장을 보내고 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숙면을 시작했다.

이때 즈음에는 테스타의 첫 예능영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있었다.

[테스타 첫 예능 영상 미쳤어ㅋㅋㅋ]

[일하는 인간 2화 선공개 (feat. 약빰)]

[모든 게 훼이크였던 테스타 출연예능]

미친 듯이 편집된 선공개 영상은당연히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서 인기글에 올랐다.

-헐 개웃겨ㅋㅋㅋㅋㅋㅋ

-와ㅋㅋ 망할 줄 알았는데 역시 될놈될이다 아주사 뚫고 온 놈들이라 그런가

-테스타 저기 출연한다고 걱정하는 척 긁는 댓글 싹 사라졌네ㅋㅋㅋㅋ

-팬들 좋겠다 벌써 엄청 웃김ㅋㅋㅋ

-오 이런 본격 낚시 방송 오랜만이야 너무 반갑다ㅠㅠ 얘들이 아주사 걔들이구나 귀엽넹 본방사수할게!

└팬인 거 다 티나요∼

└? 이 사람 왜 이래요?;;

└무시하세요 정병임

망할 줄 알았던 예능이 반전을 보여준 것에 더불어, 최근 가장 핫한오디션 출신 아이돌까지 출연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영상 자체가 너무 웃겼다.

덕분에 굳이 연예 커뮤니티나 SNS가 아니더라도 입소문이 났다.

[테스타가 출연하는 새 예능의 정체? 본격 낚시 방송!]

[테스타를 속이는 데 진심이라는 예능]

[TVC 신작 예능, 테스타로 떡상?]

개발새발 그려놓은 조류 현수막과 Prank 키워드로 가득한 영상은 무섭게 어그로를 끌며 조회수를 키워갔다.

게다가 얼마 안 가서 선택 받았다.

-ㅋㅋㅋ설마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 있나요?

바로 그 유명한 '위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082화]

위튜브 알고리즘.

대체 어떤 기준인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어쨌든 추천 동영상을띄워주는 동영상 알고리즘이다.

그리고 테스타가 출연한 1절만하는 인간 의 선공개 영상은… 알수 없는 이유로 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해외 Prank 유머 동영상들의 연관 추천이었다.

이 사람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의 전문 깜짝카메라 예능에 놀라며 신나게 클릭했다.

-ㅋㅋㅋ우리 나라도 다시 이런 거 만드냐? 개조아

-유명한 놈들 많이 나와서 다 자지러지고 갔으면 좋겠다 그냥 내 페티쉬임

└ㅋㅋㅋㅋㅋㅋㅋ유명인 리액션 꿀잼이자너∼

-제 발 흥 해ㅠㅠ 나 이 제 힐링 예능 지겹단 말이야ㅠㅠ

다음은 각종 TVC 예능 클립들의 밑에 등장했다. 감성이 비슷한 탓에 유입이 더 많아졌다.

-와 TVC 새 예능인가요?ㅋㅋㅋㅋ테스타 귀여워!

-우리 테스타 토크쇼하고 힐링 여행도 나와야 하는데… 나와서 지들끼리 화목한 모습 과시해서 빠들 미치게 해줘야 함ㅠㅠ 아 TVC 뭐하냐 빨리 섭외 안 하고∼∼

-아주사 애들이네 캬 그때 제정신아니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핵불닭맛 그립다 본방 봐야징

마지막은… 희한하게도, 동물 동영상으로부터 유입이 발생했다.

썸네일에 잡힌 현수막의 괴상한 조류프린트들이 AI에 의해 동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저세상 감성의 썸네일에 당황하며 클릭한 사람들이 즐비했다.

-? 왜 이런 흉물이 귀염뽀짝 댕댕쓰 동영상에 추천으로 뜨냐고 욕 박으러 왔는데 재밌네…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나랑 똑같이 생각한 사람 있어ㅋㅋ

- 설마 저 조류새끼 때문에 문조물 먹는 동영상에 연관으로 뜬 걸까요? 어처구니없는데 웃기긴 해서… 자존심 상해라ㅋㅋ

-여기 출연진들 다 사전 섭외된거죠?ㅠㅠ 넘 놀란 것 같아서 걱정되네요

덕분에 1절만 하는 인간 2화 선공개는 끝도 모르고 조회수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신 나간 센스의 동영상과 딱 맞는 BGM이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로 테스타의 '마법소년' 변조 비전이었다.

- 이거 브금이 꼭 뚠뚠한 고양이가 뒷발로 뚱땅 거리는 소리 같다 정신혼미해짐

└ㅋㅋㅋㅋㅋㅋㅋㅋ비유 보소

└맞아 딱 이 느낌이얔ㅋㅋㅋㅋ

-BGM 뭔지 아는 분?

└테스타 - 마법소년입니다∼ 여기 출연한 아이돌 최신곡이래요!

-아하 감사합니다∼

-헐 아이돌 노래?ㅋㅋㅋ 얘네 컨셉 병맛인가요?ㅋㅋㅋㅋ

└아니에요 원곡은 멋진 곡이라구욧!ㅠㅠ (뮤비 링크)

└오 보고 왔는데 멋있네요👍

└저 곡을 이렇게 바꾸다니ㅋㅋㅋ

그리고 다시 연관 동영상의 굴레로 '마법소년' MV까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알고리즘에게 간택 받아서 오신분?ㅋㅋ

-난 분명 철새용 분수대 설치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니 남자아이돌 뮤직비디오에 와 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넘 귀여우시던데 뮤비도 넘 멋지네요!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헐 요새 아이돌들 이런 곡 하는구나 졸업하고 관심없어서 몰랐음… 노래 좋네

-팬분들 아주사 재밌나요? 급 궁금해 짐

└이 친구들이 데뷔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고 보세요

└재밌는데 열받고 눈물 나고 모니터 부수고 싶어지실 거예요. 추천!

└?

이 일련의 과정은 의외의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아이돌이나 최신 가요에 관심이 없던 부류의 사람들이 곡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음원 차트에서 약간의 유의미한 상승을 가져왔다.

[5위 마법소년 / 테스타] ▲1

6∼8 위권에서 오르락내리락 정체중이던 '마법소년'이 살짝 약진했다.

그리고 좋은 곡은 일단 기세를 타면 상승세가 빨라지기 마련이었다.

일단 5위 안 최상위권에 노출되면, 편견이 있더라도 '한번 듣기를 시도해 보는' 사람들이 확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3위 마법소년 / 테스타] ▲2

다음 날인 화요일. '마법소년'은 다시 두 계단 등수가 상승한다.

참고로, 며칠 전 VTIC은 장기집권 끝에 음원 강자인 래퍼에게 1위를 내주었다.

안 그래도 미친 듯이 스트리밍을 돌리던 테스타의 팬들 사이에서는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설마?'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음악방송 3주 차도 슬슬 끝나간다.

"와아아아!"

마이크가 꺼졌으니 들리진 않겠지만, 멤버들은 입 모양만으로라도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뛰어갔다.

색색의 응원봉이 아래에서 흔들렸다.

"재, 재밌었어…!"

"오늘 의상도 근사하고 신도 편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화려한 귀금속 장식띠가 달린 하복 의상을 털며 김래빈이 외치자,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졌다.

"하하!"

"그치!"

무슨 말을 해도 웃겠다는 기세였다. 땀 맺힌 얼굴들이 싱글벙글이다.

차유진이 한마디 거든다.

"1위 해서 좋아요!"

그렇다. 드디어 1위를 했다.

'물론 공중파는 아니지만.'

이번 주 Tnet의 음악방송인 '뮤직밤'에서 1위를 한 것이다.

아쉽냐고? 솔직히 그렇다. 이번 주 금요일에 또 대형가수가 컴백해서 이번 활동으로 1위 할 기회는 다 물 건너간 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 뮤직밤에서 1위는 크게 공신력이 있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편애지.'

확인해 보니 방송 점수로 밀었더라고.

어쨌든, 좋다는데 분위기 망칠 필요도 없으니, 박수나 치고 고개나끄덕이자.

잠도 못 자고 활동하는데 이런 성취감이라도 있어야겠지.

심지어 이세진도 한마디를 얹었다.

"…결방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 그래도 트로피, 받았으니까요!"

"그래. 우리 이번 활동으로 트로피받고 가네!"

류청우가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한 주를 잘 마무리했다는 후련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잠시 뒤.

"7월 첫째 주, 인기뮤직 1위는… 네, 축하드립니다! 테스타의 마법소년!"

"…?"

갑자기 트로피가 하나 더 생겼다.

"…?"

혼란에 빠진 멤버들의 앞으로 무대폭죽이 터졌다.

타다닥! 펑!

MC가 부산하게 꽃다발과 트로피를 안겨주는 것을 받으면서도 누구하나 정신 차린 놈이 없었다.

참고로 그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게다가 하필, 마이크를 받은 놈은 김래빈이 었다.

"어…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어 넋이 나간 김래빈이 도움을 요청하는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야, 나도 안 되겠는데.'

미안한데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돌연사 탈출 상황에 당황해서 잠깐 머리가 멈췄다.

다행히 두 번째 마이크는 정상적으로 리더에게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저희가, 예상하지 못한 1위라서… 우선 팬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일해주시는, 직원분들께 감사하고…."

류청우는 침착하게 거론할 사람들다 거론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쏟기 시작했다. 현실감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돌겠네.'

솔직히 울 만했다. 그동안 류청우가 애들 챙기느라 거의… 매니저 반인분은 한 것 같다.

다행히 김래빈에게 마이크를 받은 큰세진이 열심히 뒷말을 이었다.

"곽신균 본부장님, 김혜정 팀장님. 또 이 앨범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분들 정말 사랑해요! 저희 진짜 예상 못 했는데… 과분한 1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아아악!"

"축하해!"

다행히 무대 밑에서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VTIC이 3주간 국내 활동을 마치고 이번 주는 나오지 않은 덕에 실시간 야유는 피할 수 있었다.

…잠깐, 맞다.

'대체 VTIC을 어떻게 이긴 거지?'

하지만 프롬프터에선 이미 점수 부분이 사라졌고, 대신 앵콜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네∼"

슬슬 엔딩 멘트를 치기 위해 MC들이 마이크를 들고나왔다.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그 잠깐 사이, 어느새 마이크를 잡은 차유진이 눈을 번쩍이며 소감을 한마디 외쳤다.

"주주님? 감사합니다!"

"컥."

방송사고였다.

황급히 차유진을 진압하는 멤버들의 앞에서, MC들은 꿋꿋이 엔딩멘트를 마쳤다.

"하하, 유행가가 듣고 싶을 땐?"

"생방송 인기뮤직!"

"다음 주에도 들으러 와∼"

그리고 '마법소년'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물음표가 가득한 차유진에게 여러 가지 눈짓을 보낸 뒤에야 놈을 놓아주었다.

나는 간신히 노래를 시작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일 생각해…."

기분 탓인지, 오르골 소리가 첫 예능 선공개 동영상 때처럼 유난히 뚱땅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가사까지 틀렸다는 것은 깨달은 건 이날 저녁 앵콜 영상을 확인한 후였다.

대환장 파티가 따로 없었다.

"알았지? 앞으로 방송에서 무슨 말할 거면 꼭 형들한테 먼저 물어보고 말하는 거야!"

"네…."

차유진은 매니저에게 삼십 분간 잔소리를 듣고 풀이 죽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트로피를 보는것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더 말해봤자 소용없겠군.'

반성하는 것 같긴 하니 슬슬 할일이나 해야겠다. 나는 한숨을 참고말을 걸었다.

"형, 얘도 사진은 찍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 가봐."

"네!"

차유진은 얼른 달려와서 트로피를 아기 사자 자랑하는 개코원숭이 마냥 들어 올리려 했다.

나는 차유진을 막았다.

"트로피 안고 고개 숙여."

"네?"

"반성해야지."

"예…."

차유진은 순순히 시무룩한 얼굴로 트로피를 내렸다.

사진 구도 잘 나오겠군. 나는 몇 장 찍은 후에 SNS 업로드를 준비하던 큰세진에게 사진을 보냈다.

"추신으로 반성 중이라고 달아둬."

"오케이∼ …음, 근데 그럴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하고?"

"…?"

"이거 봐."

나는 큰세진이 내미는 스마트폰 화면의 SNS 인기글을 확인했다.

[테스타가 기념비적인 첫 공중파 1위를 했는데 아직 팬덤 이름도 안정해진 거 실화냐?ㅋㅋㅋ 이건 차고영이 당근을 흔든 거라고 봐야 한다]

"…."

"분위기 괜찮아.

"잠시만."

나는 큰세진에게 스마트폰을 넘겨받고 자세하게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커뮤니티 최신 인기글 1위에서 해답을 찾았다.

[테스타 1위 대소동ㅋㅋ (feat. 벗어나지 못한 서바이벌의 굴레)]

클릭하니, 직전 앵콜 영상이 벌써 자막을 달고 올라와 있었다.

그새 온갖 자막으로 효과를 넣어놔서, 넋 나가고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이 배로 웃기게 표현되었다.

…참고로 나는, 김래빈의 도움을 회피하는 것이 '시선을 외면하는 로봇 밈'과 합성되었고, 마지막에 가사를 틀리는 것이 원 무대와 교차편집되며 수없이 많은 'ㅋ' 자막을 받았다.

[테스타의 첫 1위 수상은 흑역사가된다.]

참고로 이게 제목이다.

'미치겠네.'

어쨌든, 바로 여기서 차유진의 예의 '주주 발언'이 폭소 하이라이트처럼 편집되어 올라와 있었다.

[주주님? 감사합니다!]

[!]

자막으로 붙은 것은 '떨어지지 않는 아주사 망령'이다.

"…."

동영상 하단, 폭소하고 축하하는 댓글들 사이로 아주사 망령을 때려잡고 싶다는 팬들의 울분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우리 애들 데뷔하고 1위도 했는데 왜 아직도 팬들 부를 명칭이 주주님 밖에 없어ㅠㅠ

-안 그래도 돌이고 팬이고 전부 아주사 PTSD에 시달리는데 소속사일 안 하냐고요ㅠㅠㅠㅠ

-나도 애들한테 '사랑합니다 ()'여기에 팬 이름 넣어서 듣고 싶다…

애들이 팬 이름으로 주접 떠는 거 재밌겠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SNS나 커뮤니티에 최근 업로드된 의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ㅋㅋ응원봉도 팬 컬러도 안 나왔지? 완전 주먹구구식 운영 아니야? 솔직히 한 달 내로 컴백 때부터 쎄했는데 애들 데뷔 지장 있을까 봐말 안 한 거지ㅋㅋㅋㅋ

-애들 예능 추가 스케줄도 없고 행사나 돌리고 X발 차라리 콘서트를 하라고요 이 정도 규모 남돌이면 그게 더 돈 되는데 그것도 모르고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1위 곡 컨셉도 애들이 잡았잖아. 그리고 PPT 발표를문대가 했음. 근데 이렇게 시작해서 한 달 안에 제작했다는 게 뜨악한점 아냐? 대체 애들을 얼마나 갈아 넣은 거야?

"…음."

얼결에 다들 진실에 접근 중이셨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083화]

'팬덤 이름, 컬러, 공식 응원봉까지 뭐 하나 아직도 내준 게 없는 소속사'에 대한 분노는 에스컬레이터처럼 번져갔다.

'이 정도면 참을 만큼 참은 상황이긴 하지.'

솔직히 더 일찍 터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워낙 곡이 잘 나왔고 기세를 타는 중이라 혹시 성적에 영향갈까 봐 공론화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덕분에 회사 기획 파트에 적신호가 들어간 모양이다.

원래 오늘 밤에 예정되어 있던 테스타의 회사 관련 스케줄이 취소되었다.

"축하합니다!"

대신, 조촐하게 숙소에서 1위 파티가 벌어졌다. 허락받은 법인 카드로 치킨이나 몇 마리 시켜놓은 소소한 규모였다.

의외의 요소는 술이 있다는 점이다.

"1위 기념이니까 맥주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취하지 않을 정도만 마시고 치우자."

"네!"

허가를 받아온 류청우가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맥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척 봐도 술 강할 인상이라 놀랍진 않았다.

물론 미성년자 둘에게는 탄산음료가 돌아갔다.

왠지 소외시키는 것 같았는지, 선아현이 드물게도 둘에게 말을 걸었다.

"내, 내년엔 꼭 같이 마시자…!"

차유진이 입에 종이컵을 물고 대답했다. 한동안 관리하느라 못 본 탄산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었다.

"못 마심니다…."

"…으,으으응?"

"쟤 재미교포라 음주는 만 21살부터 가능합니다."

맥주를 따던 큰세진이 씩 웃으며 끼어들었다.

"하하하,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한국에서 마실 건데!"

"…!"

김래빈과 차유진 모두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 되었다.

'잘들 노는군.'

나는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상황확인을 위해서였다.

'대체 어떻게 1위 한 거지.'

분명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는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어차피 이번 주 순위 집계 기간이 끝나서 안 들여다 봤었다.

"…."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상황을 깨달았다.

'세 가지 요소가 겹쳤군.'

첫 번째는 예능 선공개. 여기서 뮤직비디오와 음원으로의 유입이 작은 기폭제가 되어서 차트 순위가 차근히 올랐다.

두 번째는… 팬 사인회였다.

추가 팬 사인회 응모 때문에 음반 판매량이 아직도 꽤 높던 것이다.

'…컷이 더 올랐잖아.'

어느새 180장이 된 팬 사인회 컷을 보니 식은땀이 났다.

이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이제 뭘 해야 제값을 할지 감도 오지않는다….

…어쨌든, 이 두 가지 요인이 우연히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는 가운데, 팬들이 먼저 상황을 눈치채고 투표를 몰아준 것 같다. VTIC의 음방활동이 끝나서 그쪽 투표 기세가 약간 줄기도 했고.

게다가 여기서 결정적인 세 번째요인이 들어갔다. 일요일에 하는 '인기뮤직'이 최근 순위 집계 체계를 개편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본래 월요일이던 집계일자가 수요일까지 밀리면서, 상승한 음원 점수가 다 반영되었다.

음반 판매량에서는 테스타의 팬 사인회 특수가 다 반영되고 VTIC은집계기간만 밀려 점수 차가 더 벌어졌다.

'천운이지.'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VTIC을 이긴것이다.

어느 정도냐면, 점수가 7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

나는 나도 모르게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렇게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물론 더럽게 고생은 했다. 그래서 보상심리라도 발동했는지 이게 되니까 아주 짜릿했다.

게다가 작은 실험도 성공했고.

"…더 마실 거야?"

"예."

나는 이세진이 건네는 맥주 캔을 하나 더 받으며, 상태창을 불러냈다.

"캬하하학!"

주변에서는 폭소 소리가 가득했다.

자막 붙인 앵콜 영상을 TV 화면으로 틀어보는 모양이었다.

민망해하면서도 웃고 즐거워하는 놈들과 대조적으로, 차갑고 깔끔한 상태창 팝업이 눈에 들어왔다.

[성공적 1위!]

당신은 공중파 음악방송 인기뮤직 을 통해 1위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1위가 아니면 죽음을' 제거!

: 진실 확인 = C└ick!

상태이상 제거 보상으로 주어지는 '진실 확인'

저걸 수령 하지 않으니, 상태이상이 제거되지 않았다.

즉, 보상을 받지 않으면 팝업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안 그래도 고민했다.'

내가 상태이상을 일찍 제거할수록, 새 상태이상이 뜨는 텀이 짧아지는것 말이다.

그러면 돌연사 위기는 그대로인 채 난이도만 미친 듯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까 기한 내에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편이 나았다.

지난번 케이스 등을 고려하여 그 방법을 틈틈이 고민했는데, 일단 제일 간단한 추측이 통했다니 다행일뿐이다.

'한결 마음이 편하군.'

일단 앞으로 300일 정도는 쫓기지 않고 상황을 살필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이유다.

다음으로는, 이 상태창이라는 게 어떤… 유동적인 악의를 가진 지성체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악의가 있다면 벌써 팝업으로 수령하라고 협박을 하든, 강제 수령을시키든 했겠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 상태이상에도 끝이 있을확률이 높았다. 게임에는 보통 엔딩이 있으니까.

'뭐, 희망적인 추측일 뿐이다만.'

일단 하나 해결하고 술이 들어가니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게 되는것 같다.

어쨌든, 이제 팝업도 보류시켜놨으니 천천히 상태창과 상황을 살펴보면 된다. 나는 손에 든 맥주를 다시 쭉 들이켰다.

"무, 문대야."

"어."

"너, 너무 빨리 마시는 건… 아,안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러네."

한 번에 한 캔씩 비우는 건 좀 심했나. 나는 혀를 차며 맥주를 치우고, 치킨을 잡았다.

"다, 닭 좋아한다고, 봤어."

"나? 아, 그 팬 사인회."

"으, 으응!"

선아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많이 먹어!"

"그럴게."

"많이 먹고…. 많이!"

"…."

'얘 좀 취한 것 같은데.'

한 캔도 안 마셨는데 취하는 걸보니 자기 주량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안 마셔봤나.

나는 선아현에게 탄산음료를 들려줬다. 그리고 첫 팬 사인회 때 만난 홈마를 떠올리며 치킨을 뜯었다.

'색 보정을 잘하시던데.'

아주사 때 이것저것 많이 올려주신 분이라 좀 부채감이 있다.

다음에 보면 그분 카메라에 시간을 더 많이 할당해야겠다.

"오오오!"

"야 이거 어떡하냐 우리 진짜 멍청해 보이는데? 크흐흡."

다른 놈들은 어느새 앵콜 영상에 이어서 1절만 하는 인간 본방송클립을 TV 화면에 틀어놨다.

[히이이익!]

마침 모가지 딴 새 탈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차유진이 클로즈업 되고 있었다.

"으하하하!"

본인까지도 눈물을 흘리며 폭소했다.

'진짜 웃기긴 하네.'

가학성 논란 안 나게 잘 편집해놨다. 게다가 마지막 소고기 장면을잘 살려놔서 훈훈함까지 챙겨놨다.

[놀랐을 텐데 많이 먹고 가렴]

[이날 테스타는]

[한우를 5kg 먹었습니다… ]

[제작비 쓸 가치가 있었습니다 제작진 일동]

멤버들이 경악했다.

"허어 억."

"5, 5kg…."

"어쩐지 다음날 체중이 좀 늘었습니다…."

"괜찮아. 그거 스케줄 때문에 다빠졌어."

"맞아요."

걱정 많은 몇 명은 그 와중에도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래도 5kg까지 먹었을 줄은 몰랐어."

"금액이 꽤 컸을 텐데."

"…괜찮을걸요."

말로는 손해 보는 것처럼 적어놨다만, 진짜 손해 보는 방송이 어디 있나.

나는 큰세진으로부터 리모컨을 뺏어서 연관 동영상을 띄웠다.

[테스타의 한우 5kg 먹방 I 무편집본 I 1절만 하는 인간 ep.2]

"저기서 이미 고깃값은 다 뽑았을겁니다."

"…!"

조회수가 벌써 백만이 넘었다. 멤버들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끄덕였다.

"저희 먹방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평소 먹고 싶던 건 다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대를 센터로 보내자!"

"세, 센터!"

선아현에게 또 맥주를 준 놈은 누구냐.

다행히 이 화제는 금방 지나갔다.

"저 계속 볼래요!"

"아, 맞다! 아까 문대 난입한 시간부터 다시 틀자!"

신이 난 놈들이 시시덕거리며 영상을 도로 재생했기 때문이다.

'이제보니 다 좀 취한 것 같은데.'

심지어 미성년자 둘도 분위기에 취했다.

뭐… 즐거워 보이니 내버려 두자.

어차피 숙소인데 취해도 상관없겠지.

나는 스마트폰으로 밀린 모니터링이나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애들 한우 많이 먹여주셔서… 압도적 감사…!

-차유진 공포영화는 잘 보면서 현실 공포에 약한 거 너무 귀여워ㅠㅠ 우쭈쭈 울 고영 새가 무서워오?

-선공개 영상만큼 웃겼다ㅋㅋㅋ아주사 안 본 머글 친구에게 영업 대성공ㅋㅋㅋㅋ

-문대가 찍은 아현이 사진이 내사진보다 나은 건에 대하여… 요솔 1패 문대 1승ㅠ (보정 사진)

"…."

마지막은… 프로필을 보니 선아현 사진 찍는 분이 잡담 올리는 계정이다.

그리고 첨부된 선아현의 사진은 며칠 전에 찍은 기억이 있다. 인터넷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지만.

마침 고기 먹방이 끝난 TV 화면에서 관련 내용이 나오고 있다.

[둥!]

[※쿠키 영상※]

먼저, 테스타가 와르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찍는 짧은 컷이 지나갔다.

[이 행동의 결과]

다 흔들려서 괴생명체처럼 보이는새, 지면에 나동그라졌는지 달려가는 발만 덩그러니 나온 컷, 뜬금없는 하늘 사진과 수평 안 맞는 물가사진까지 엉망진창의 사진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자막이 떴다.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하하하!"

"처음 써봤어요!"

"필름이 아까워."

당사자들이 한마디씩 보태는 와중에, 새로운 자막이 화면에 등장했다.

[예외 있음]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검은 새,나뭇가지를 휘두르는 파란 새, 그리고 저수지 정경 몇 점이 지나갔다.

직전에 나온 사진들과 대조되는 깔끔한 컷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뜬 것은 햇볕아래 환하게 웃는 선아현이었다.

저게 바로 아까 선아현의 홈마가 올린 보정사진의 원본이었다.

" 어?"

"…박문대겠네."

무덤덤한 이세진의 말처럼, 곧바로자막이 떴다.

[모두 한 카메라에서 나온 사진입니다.]

[↓찍은 사람]

선아현을 찍는 박문대의 영상이 교차되어 나갔다.

그리고 '카메라 감독님'이란 자막으로 자체 모자이크된 스텝의 목소리가 삽입되었다.

[무슨 수로 이렇게 잘 찍었지…?]

[이 친구 진짜 잘 찍었는데요? (당황)]

화면에서 '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스텝들의 모습이 지나갔다.

[박문대 : 의문의 금손 (카메라 감독님 피셜)]

[※ 1절만 하는 인간 에서 인증됨]

자막 위로 도장이 찍히는 효과가났다. 그리고 영상이 끝났다.

"…."

설마 이것도 컨텐츠로 살릴 줄은 몰랐네.

그리고 옆에서 큰세진이 일부러 상심한 척하기 시작했다.

"하… 이거 너무 서운한데? 문대는 친구를 차별하는데? 너무 아현이만 챙겨주는 거 아닐까? 아현이 말고도 이렇게 잘해주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자주 찍어서 업로드하며 우정을 증명하는 게 맞지 않나?"

"…."

"문대가 가만히 있을수록 상심한 나는 점점 더 말을 많이 하지 않을까? 문대는 빨리 포기하고 사진 업로드를 약속하는 편이 편하지 않…."

"내일 찍어서 올릴 테니까 그만해라."

"그랭."

취한 놈은 포기를 모른다. 다시 말을 걸지도 모르니 얼른 스마트폰 보는 척이나 하자.

화면에는 아까 띄워놓은 선아현의 보정 사진이 아직 남아 있었다.

'어쨌든, 예상대로 잘 나왔다.'

솔직히 판다면 시세보다 더 잘 받아야 할 사진이다.

카메라 반납하고 잊어버려서 제대로 확인 못 했는데, 이렇게 볼 줄은 몰랐다.

'뭐, 인정받는 거 좋지.'

사진 잘 찍는다고 나쁠 건 없지않은가.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SNS 확인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한 박문대 팬의 인기글을 봤다.

-박문대 슨스에 올리는 사진부터 예사롭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진 진짜 잘 찍는다 근데 왜 셀카는 실력이 반토막 나냐…ㅠㅠ

"…."

찍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생각해 보니 남 찍어봤자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것 같다. 날 잘 찍는방법이나 연구해 봐야겠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084화]

"흐엄…."

숙소 거실은 어느새 조용해졌다.

1위 했는데 알코올까지 들어가자 긴장이 풀리며 누적된 피로가 확 쏟아졌는지, 대부분 뻗어서 자고 있었다.

미성년자 둘도 덩달아 졸다가 잠이들었다. 이세진은 체력문제인지 이미 중간에 방으로 들어간 상태다.

그쪽도 아마 잠들었겠지.

그래서 거실에 남은 것은…

"문대 넌 괜찮아?"

나와 류청우뿐이다.

저쪽은 술이 강하고, 나는 '바쿠스500' 특성 덕분에 아직 정신 차리고 있을 만했기 때문이다.

"예.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류청우는 빙긋 웃더니 손에 든 맥주를 쭉 들이켰다.

'대체 몇 캔이나 마신 거지.'

어차피 거의 취한 것 같진 않으니 상관은 없지만, 분명 여섯 캔 이상은 마신 것 같았다.

주량이 어마어마한 건 분명했다.

"음, 활동하는 건 좀 어때?"

"저야 뭐, 할 만합니다."

"하하, 문대는 언제나 침착하네."

류청우는 다 마신 맥주캔을 잘 접어서 내려놨다. 표정이 영 씁쓸해보였다.

'왜 또 그러냐.'

1위까지 했는데 또 무슨 걱정이 생겼는지 얼굴이 영 안 좋았다.

"나도 너처럼 좀 침착한 성격이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형 충분히 침착하신 것 같은데요?"

아주사 끝나고 근 2달간 이놈이 취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류청우는 고개를저었다.

"아니, 난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력이 안 좋은 것 같다. 오늘 1위 할때 소감 제대로 말 못 한 것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그래."

"…?"

이건 더 뜬금없다.

'1위 소감은 이미 난장판이었구만 무슨.'

"형 오디션 때부터 리더 잘하셨는데요. 그런 문제 없으셨던 것 같은데."

"연장자라 리더를 한 거지, 내가 잘해서 했던 건 아니야. 팀이 제대로 굴러간 적도… 그래, 우리 같이했던 2차 때 빼면 없지."

그거야말로 솔직히 류청우 탓은 아니지 않나.

'그냥 네가 팀 운이 더럽게 없었던거지.'

나는 떨떠름하게 맥주를 하나 더땄다.

" 아주사 때야 뭐, 단기간에다 서바이벌이라 제대로 굴러간 팀이 더 드물었죠. 그리고 어쨌든 테스타는 잘 굴러가는 중인 것 같은데요."

"…잘 굴러가다가 내 실수로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인 거야."

류청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내가 이 팀에 기여할 만한 포지션이 리더 정도라 맡기는 했는데… 좀, 한계 같기도 하다. 내가 원래 이렇게까지 뭘 참는 성격도 아니고."

"흠."

어쩐지 테스타가 결성된 뒤로 류청우의 태도가 더 보수적이고 온건해졌다 했더니, 꾹꾹 눌러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2차 때 생각해 보면, 원래는 좀더 도전적이고 쾌활한 성격이었지.'

아주사 때 겪은 갈등들이 이상한 학습효과를 줬나 보다.

그 와중에도 류청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어지간히 속이 텄던 모양이다.

"아주사 때도 좀 고민했었지. 여기 나온 게 정말 맞는 선택이었나 하는…."

"…."

그러고 보니 금메달까지 땄으면서 양궁 그만두고 굳이 망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이유가 없지 않았나.

"어쩌다 나오게 되셨는데요?"

"아, 이건 다들 모르겠구나. 아주사 작가 중에 친척이 있었거든."

"…!"

잠깐.

"설마 류서린 작가요?"

"맞아. 성이 똑같아서 바로 알았나?"

류청우가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 누나가 하도 부탁해서… 나도 어차피 새 진로를 이쪽으로 잡았으니까, 나와본 거였지."

식은땀이 났다.

'이거 지금 걸리면 스캔들감 아닌가…?'

어차피 오디션 망했을 때야 상관없겠지만, 지금 아주사 시즌3는 미친 듯이 대흥행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다.

근데 데뷔한 멤버 중 하나가 작가 친적이다?

'심지어 류청우는 우호적인 편집만쭉 받았지.'

이거 완전… 스캔들인데.

류청우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너희한테 피해 가는 일은 없을 거야. 어차피 먼 친척이고 거의 안면도 없었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온 거라… 섭외나 다름없었으니까."

아마 형식만 따지자면 박문대가 받았던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사가 뜰 때는 그런 걸 친절하게 표기해 줄 리가 없었다.

그냥 '테스타 멤버, 사실은 아주사 작가의 친척이었다', '섭외된 친인척이 데뷔까지… 아주사의 그림자' 같은 타이틀이 나오겠지.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음, 그것도 걱정 마. 너한테 처음말해보는 거니까."

류서린 작가 쪽에서도 1화 방영되고 반응 보자마자 전화해서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딱 이 시기만 넘기면 된다.'

아주사 다다음 시즌까지 나올때쯤, 그러니까 한… 이삼 년 지난후에 터지면 별일 없이 넘어가겠지.

그리고 방송 내내 안 터지고 아직까지 안 터졌다면 다들 아직은 모른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나는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류청우에게 확인했다.

"작가분하고 얼마나 먼 친척인데요?"

"음… 같은 풍산 류씨라는 것 빼고는… 몇 촌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정도."

"…."

그 정도면, 여차해도 친척까지는 아니라고 변명도 가능하겠다. 그냥 본가가 똑같아서 섭외가 용이했다로 풀 수 있겠군.

약간 긴장이 풀렸다.

다음 상태이상이 뭐가 뜰지 모르겠지만, 팀에 악재가 오면 좋을 리 없다는 건 확실해서 그런지 좀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른 생각도 슬슬 든다.

'그러고 보니, 나도 풍산 류씨였던가.'

부모님 돌아가시고 별로 신경 안써서 확신은 못 하겠는데,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 류청우와 항렬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류건우, 류청우.

흠.

'우(佔)자 돌림이겠군.'

뭐 아무렴 어떤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이상하게 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됐네… 원래 동생들한테는 이런 이야기 안 하는데 말이야. 하하."

"…."

연상인 걸 본능적으로 알았나.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럼… 일단 섭외가 들어갔다는건, 가수 준비는 이미 하고 계셨단말이군요."

"응. 양궁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류청우가 어깨를 살짝 돌리는 시늉을 했다.

"어릴 때 교통사고가 좀 크게 났었는데… 뭘 잘못 건드렸는지 다 크고 나서야 후유증이 생기더라고, 힘을주면 손이 떨려."

"…."

"그래서 재작년인가 그만두고…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새로 진로 탐색 해본 거지. 하하."

이미 극복한 사람 특유의 여유가 묻어나는 태도였다.

'끝난 일이란 뜻이군.'

나도 그냥 고개나 끄덕였다.

그때, 발 옆에서 누군가 들썩거리는 소리가 났다.

" …크흡."

"…?"

"죄송해여. 들었습니다…."

옆에 엎어져서 자던 차유진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일어났다. 그리고그 뒤에 누워 있던 김래빈도 코를 훌쩍이며 몸을 움직였다.

"어쩌다 보니 정신을 차려서… 죄송합니다.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고…."

"아니에요. 크흥"

"…."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두 놈은 소리에 금방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류청우는 잠시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곧 웃어넘겼다.

"거실 한복판에서 이야기한 내 잘못이지 뭐.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서 자."

하지만 두 놈은 주춤주춤 말을 더남겼다.

"형.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청우 형 멋져요. 아이돌 잘했어요!"

"…음"

류청우는 복잡미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툭 말을 얹었다.

"이제 말 잘 들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안 참고 좀 편하게 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리더."

"…네가 할 생각은 없어?"

"예? 당연히 중도 포기해서 망할걸요."

"…."

내가 리더를? 분명 하다가 빡쳐서 한두 놈은 손절해 버릴 것이다.

진심이 느껴졌는지 류청우는 말문이 막힌 얼굴이 됐다. 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휴"

하지만 곧, 한결 편한 태도로 툭 대답했다.

"…그래. 잘 알겠다. 리더 계속해볼게."

"와!"

"대신 너희도 내가 쓸데없는 일 하려고 하면 말려. 이제 나도 무조건 브레이크만 거는 건 못하겠다."

"그럼요."

류청우는 '나 참'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곧 기지개를 피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속내를 털어놔서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리고 거실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쓰러진 인간 몸들만 남았다.

"…."

"…들어갈까?"

"예."

깨면 알아서 들어가겠지. 놔두자.

테스타가 1위의 기쁨과 회포를 풀고 난 직후.

팬들은 테스타의 첫 1위가 기사로뜨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때까지 참았다. 테스타의 좋은 소식을 팀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계속 문의는 넣자

-눈치 있으면 알아서 준비하겠죠 팬들은 각자 전화와 메일로 조용히 피드백 요구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결국 며칠이 지나도 아무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소속사 이 새끼들 정신 못 차리네?

수면 밑에서 부글부글 끓던 여론은 결국 폭발했고, 팬들은 결국 소속사를 향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아티스트 활동 지원 요청 성명문]

[202X년 7월 10일, 테스타의 팬연합 일동은 T1스타즈 엔터테인먼트의 비합리적인 운영을 비판하며, 아티스트와 소비자(팬)들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합니다. 데뷔 전…]

어떤 개인 멤버 한 명에 결부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멤버의개인 팬 커뮤니티에서까지 연합하여 규모는 미친 듯이 불어났다.

성명서가 안 된다면 다음 수단으로 팩스와 포스트잇 시위까지 차근히 준비 중인 팬들에게, 다행스럽게도 소속사의 응답이 왔다.

[안녕하세요. T1스타즈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당사는 테스타의 활동을 위한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최근팬 여러분께서 우려하시는 사항 역시 늦지 않게 실행될…]

항복 선언문이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고 너희가 오버한 거야!'라는 뉘앙스가 살짝 느껴지는 것에 짜증을 느끼는 팬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빠른 시일 내로 뭘 해보겠다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

-역시 X소는 패야 말을 듣는가…

-솔직히 니들 지금 이 난리 안 부렸으면 2집 때야 팬덤명 나왔을 거라고 떠들고 있지?ㅋㅋ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함ㅇㅇ

-응원봉도 응원봉이지만 앞으로 제발 이젠 애들 컴백 일정 거지같이 잡지 마. 아무리 돈이 좋아도 애들 그만 쥐어짜라고.

-다음에 또 한 달 내로 컴백 이 지랄하는 기사 뜨면 시위 트럭 보낼테니 그렇게 알아라ㅋㅋ

소속사는 이후 '팬들이 직접 선택하는 팬덤 이름' 같은 아주사 스타일 이벤트를 해볼 것처럼 슬쩍 기사로 운을 띄워봤지만, 팬들의 공격에 침몰했다.

-제발! 그만! 시켜! 우리 이제 투표 주식 다 지겨움 그냥 테스타가하자는 거 시켜줘ㅠㅠ

-아주사 망령 이제 그만…

-1위 곡 컨셉 뚝딱 만드는 대천재 아이돌들 두고 왜 자꾸 팬들한테 시키려고 해 우린 그냥 애들 하는 거보고 시시덕거릴래요

-그래 우린 돈이나 쓸래 빨리 굿즈나 찍어줘

다행히 소속사는 더 간 보지 않고열심히 일정을 준비했다.

그래서 그 주 금요일.

[기쁘다 국민 주식 오셨네!]

[테스타의 첫 W라이브]

[테스타가 지어주는 팬 이름 이야기!]

[7/15 (SUN) 3:00 PM]

헐레벌떡 이벤트 배너가 떴다.

-와 드디어

-ㅠㅠㅠㅠ우리 애들도 이젠 덥라이브한다!

-존버 승리!

-미친 라이브로 말하는 큰세진 아아아아ㅠㅠ

-제발 개노잼이라도 좋으니까 길게 하자

- 티원 놈들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일을 할 줄은 아네ㅠㅠ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테스타를 음방에서만 간신히 봤던 팬들은 잔뜩 흥분했다.

아직 예고 동영상 하나 올라온 테스타의 W앱 채널은 벌써부터 구독이 우수수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벤트 당일 오후 3시 정각.

[아아!]

[안녕하세요∼]

테스타가 W라이브를 켰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085화]

[다들 접속하셨나?]

[아직 알람 가는 중인 것 같은데.]

송출이 딜레이되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런 라이브 방송에 경험이 없는 테스타 멤버들은 화면을 보며 속닥거렸다.

그러다 차유진이 확 밝아진 얼굴로 외쳤다.

[오, 숫자 생겼어요!]

[아!]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뜨는 실시간 댓글을 보며, 테스타 멤버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대학생은 화면에서 꾸벅 인사를 하는 박문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강아지가 별 희한한 꼴을 다 본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으나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팬싸도 못 갔는데 W라이브라도봐야지…!'

가을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던 그녀는 홈마인 친구와 달리 도저히 6월 말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덕분에 울면서 팬싸를 떠나보냈다.

'적금 깰 생각도 했는데…'

왜 돈이 있는데 쓰질 못하냐며 우는 그녀를 친구가 톡으로 위로하는데도 마음이 아팠다. 문대가 팬싸에서 뭘 했는지… 너무 상세히 들어버린 탓이었다….

'문대 금발 했을 때… 가면 되는거지.'

그녀는 금발로 첫 실물을 보고 싶었다고 중얼거리며 화면에 집중했다. 슬픈 자기합리화였다….

[저희가 오늘 이렇게 W라이브로 인사드린 이유는… 드디어 저희 팬분들의 공식 명칭을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와아아!]

류청우의 말에 테스타가 열심히 박수와 호응을 보냈다.

문대도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통큰 소매를 걷지 않고 움직이는 탓에 천이 파닥파닥거렸다.

"귀여워…!"

자신을 말하는 줄 알고 강아지가 귀를 쓱 들었으나,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뚱한 눈으로 대학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화면에서는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랑해!

-1위 축하해 얘들아ㅠㅠ

-MARRY ME PLEASE

-저 오늘 생일인데 이름 불러주세요ㅠㅠ

-테스타 다음 앨범도 대박 나자!

아직 극 초반이라 일단 뭐라도 쏟아놓는 식의 댓글이 많았다.

테스타는 뭔가 읽고 싶은 눈치였지만, 너무 빨라서 잘 읽지 못하고 대신 방긋방긋 웃었다. 대충 하트가 많다는 건 확인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다들 뭐하고 계세요? 주말 3시니까 딱 간식먹을 타이밍인데∼]

[간식 먹고 싶어요!]

차유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마트폰 카메라 뒤의 스탭이 '가져다드릴 테니 제발 오프닝은 대본대로 진행해 주십쇼'

사인을 보냈다.

W라이브를 처음 하는 신인이 오프닝 중에 대화하다가 산으로 가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당근을 흔들 것 같은 그 모습에,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차유진을 다독여 뒤로 뺐다.

[하하, 일단 저희 준비한 것부터 확인할까요?]

[네!]

테스타가 카메라에서 떨어지자, 뒤에 세팅된 책상이 보였다. 하얀 천들로 덮인 책상은 올록볼록한 것이 누가 봐도 그 안에 뭔가가 들어 있 슈어 보였다.

-책상 뭐야?

-앨범인가?

-인도네시아에서 당신을 응원한다

-ㅋㅋㅋㅋ오빠들 다 너무 귀여워요!

-너희 다 못생겨졌어

-유진이 배고파?ㅠㅠ

온갖 의문과 개인 질문, 악플들까지 혼재해서 댓글에 가득 찼지만,다행히 테스타는 화면에서 거리가 떨어진 탓에 댓글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무나 다 들어올 수 있는 탓에, 실시간 댓글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대학생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악플러 놈들 다 신고해 버려야 하는데…!'

순식간에 올라가 버리는 탓에 간신히 확인만 할 수 있었다.

제발 문대가 이대로 댓글을 확인 할수 없는 거리에 있길 바라며, 그녀는 다시 화면 속 테스타에게 집중했

[오늘 소개해 드릴 것은 바로…짠! 저희가 그린 응원봉 그림입니다!]

[와아!]

책상의 첫 번째 하얀 천을 걷어내자, 멤버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판넬이 쌓여 있었다.

멤버들은 신나서 박수를 치며 각자의 이름이 적힌 판넬을 본인에게 옮겨줬다.

[각자 하나씩 만들어봤는데, 오늘 여러분을 증인으로 저희가 상의를 통해서 이 중 하나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정말 열심히 그렸어요!]

[저희도 아직 각자의 그림을 확인하기 전입니다.]

[최초 공개!]

"…."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기 판넬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문대는 귀여웠다. 하지만 속이 불타올랐다.

'소속사 놈들 진짜 말 못 알아듣네…!'

팬들한테 투표시키지 말라고 했더니 테스타 애들끼리 자체 투표를 하게 만들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애들이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말하면 너희가 알아서 취합한 다음에 디자인 뽑으라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처음인 그녀는 답답한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설마 타이틀곡 작업 때도 이렇게 애들한테 시켜서 리얼리티 2화에서의 컨셉 제작 발표기가 나왔던 건가. 테스타가 직접 도전한 게 아니라?

강렬한 의심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박문대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대학생의 시선은 도로 그것을 쫓았다.

[자, 그럼 저희 한 명씩, 그림 공개하고 설명 들어갈까요?]

[좋습니다!]

[그럼 오른쪽부터∼]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던 류청우는 약간 쑥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단번에 테이프를 떼고 자신의 그림을 개봉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오묘한 선으로 이루어진 공 그림이었다.

[…?]

[…?!]

[형 이거… 응원봉 맞죠?]

[프흡.]

몇 명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웃음이 터진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류청우도 그만 웃어버렸다.

[하하,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요. 음,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응원도구가… 손가락 모양대로 홈이 있고, 잡아서 머리 위로 흔들기 편하면 어떨까 해서.]

[오오.]

[막대형 대신 야구공처럼 동그란형태군요!]

[동그라미 반짝반짝하면 예뻐요.]

그림은 별로였지만, 발표가 좋았다며 다들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스타는 이후로도 멤버마다 좋은 부분만 콕콕 집어내서 칭찬 코멘트위주로 대화를 진행했다.

자기 의견이 꼭 반영되어야 하는 종목이 아니라, 모로 가도 예쁘게만 뽑으면 그만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현 씨 그림은 마법봉처럼 생겨서 예쁘네요.]

[가, 감사합니다.]

[우리는… 마법소년이니까… 마법봉을 응원봉으로 쓴다…? 설득력 있네요!]

[개연성이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현실성 없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외면당했다.

[응원봉의 목적은 팬분들께서 무대를 즐기시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흔들면 마라카스처럼 소리가 나면 어떨까 합니다!]

[재밌는 생각이네요.]

[래빈 씨, 근데 그러면 우리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거 아닙니까?]

[헉.]

김래빈은 발표 시작 3분 만에 침몰당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래빈아 괜찮아ㅠㅠ

- 귀여웡ㅠㅠ

-응원봉 뭐든지 좋아

-so cute

간간이 'eng plz'나 '꼽주네' 같은댓글이 출몰하긴 했지만, 시청 중이던 팬 대부분은 훈훈하게 웃으며 화면을 감상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느새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화면을보고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 문대 차례다!'

[자… 문대 씨는… 오오?]

화면의 박문대가 묵묵히 테이프를 벗기더니, 그림을 돌려서 카메라에 비추었다.

위풍당당한 검은색 작대기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 스타일의 응원봉도 제법 있었다.

문제는 그 주변에 여러 가지를 그리려고 시도한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었다.

하나같이 끔찍하게 못 그린 나머지, 무슨 괴상한 아메바처럼 보였다.

[…?]

그리고 박문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순식간에 폭소가 오디오를 잡아먹었다.

[프하하하하!]

[문대 그림이 제일 임펙트 있다!]

[너는… 청우 형보다도 못 그렸어요!]

존댓말을 쓰는 컨셉을 잡은 것도 까먹은 멤버들이 미친 듯이 웃으며 그림을 들여다봤다. 심지어 선아현까지도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도 웃음이 터졌다.

웃김 반 덕심 반이었다.

'문대 그림 진짜 못 그리나 봐…!'

근데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귀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 웃어서 미안해요!]

[그래요, 문대 씨 설명도 들어봐야죠!]

[…뭐, 괜찮습니다.]

화면의 문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림을 손으로 짚으며 조목조목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겉모습은 야구 배트처럼 보이는데』

[음음.]

[손잡이 부분을 돌려서 빼면, 안에서 마법봉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신박한데요?]

[좋은데?]

어릴 때 쓰던 마법검 장난감이 생각난다며 다들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마법봉은 아현이 디자인을 쓰면 어떨까요?]

[가운데 청우형 동그라미 넣어요!]

[배트 분리는 원터치로 되게 해주세요!]

제작단가가 미친 듯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울트라캡숑마법장난감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얘들아!

-그만…그만하자ㅠㅠㅋㅋㅋ

-세상에

-저게 뭐옄ㅋㅋㅋㅋ

-우리 저걸로 변신해서 응원하면됨?

- ㅋㅋㅋㅋ너희가 좋다면야 뭐!

테스타는 카메라 밖에서 펜까지 받아와서는 자기들끼리 여러 요소를 더한 새 응원봉을 마구 그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개 중이던 박문대의 그림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면 여기 이게 마법봉이었어요, 문대 씨?]

[…예.]

큰세진이 말라 비틀어진 꽈배기 같은 형태를 보고 또 폭소했다.

박문대는 결국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자신을 그림을 탁자 끝으로 밀어냈다.

"허어어…."

그 모습이 워낙 처량하고 귀여워서 예비 대학원생은 결국 실시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녀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이 트레픽 과중으로 버벅거릴 지경이었다.

-ㅠㅠㅠㅠㅠㅠ문대 귀여워

-결혼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큰세야 문대 달래줰ㅋㅋ

-이게 바로 사랑인가

-(하트 이모티콘)

-지렁이 같앜ㅋㅋㅋㅋㅋㅋㅋ

-그림 말고 딴 거 해요

-사랑한다!

중간중간 외국어까지 지나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만큼 다량의 댓글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와중에 화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새로운 응원봉 디자인이전시되고 있었다.

[짠!]

[응원봉 컨셉 그림, 결정했습니다!]

[와아아!]

제작팀에서 받자마자 압도될 것 같은 단가상승의 결정체였지만, 그럴싸해 보이긴 했다.

센스 있는 의견만 잘 잡아넣은 덕분이었다.

참고로, 박문대는 멤버들의 '괜찮다'의 연발로 도로 자신의 그림을챙겨갔다.

그래도 응원봉 디자인이 완성된 것은 기쁜지, 박수를 치는 문대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흑발도 좋네.'

흑발이든 금발이든 역시 실물을 봐야 했다고, 대학생은 결국 인정했다….

화면의 멤버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그림을 쓱쓱 아래로 내려 정리하더니, 아직 흰 천이 덮인 책상의 일부분 앞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자, 그럼 이제 대망의 발표가 남았습니다.]

[바로 팬덤 이름 공지입니다!]

이것도 같이 상의해서 정했다며, 즐거워하던 멤버들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함께 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두구두구두구!]

[개봉!]

그리고 다 같이 천을 들어 뒤로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