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5화]

돌아온 매니저는 예상 가능하지만, 골 때리는 소식을 전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셨다구요?"

"그래. 무슨 폭행이니 어쩌니 하면서… 진땀 뺐다 진짜."

하마터면 컴백 전에 이상한 기삿감을 줄 뻔했다며, 첫 번째 매니저가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왜 하필 그쪽으로 연락을 해서는… 쯧."

지금 자리에 없는 두 번째 매니저를 저격하는 말이었다.

참고로, 이세진이 회사와 면담하는데에 동행하느라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분, 어떻게 로비에 들어오셨던 거였어요?"

"그때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세진이가 연습실로 가겠다고 해서 회사로 왔었대. 안면 터놓은 가드들이 멤버 부모라고 하니까 들여보내준 거지."

"아하∼."

큰세진은 감탄사를 뱉으면서도 그다지 속 시원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원천봉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가.'

가족 구설수는 설사 당사자가 의절해도 계속 일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로비에서 난동 부릴 정도면 보통 인간은 아니니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했다.

"…아무튼, 작은 세진이도 놀랐을텐데 너희도 숙소 오면 잘 대해줘."

"그럼요."

"알겠습니다."

발목부상부터 가족 문제까지 터졌으니 심적으로 힘들 건 거의 확정이었다.

멤버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 사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깁스를 한 이세진이 숙소로 복귀했다.

며칠 전이랑 똑같은 상황이었으나,다른 점은 동행인이 없었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세진의 얼굴이 비장했다.

"…?"

그 기색을 모두 눈치챘는지, 멤버들이 주춤주춤 말을 걸었다.

"세진아, 음… 이야기는 잘 끝났고?"

"괜찮아요?"

"그래. …아주 멀쩡해."

이세진은 다짐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꿋꿋하게 현관을 걸어들어와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물을 한 컵 원샷했다.

꿀꺽꿀꺽.

이세진은 식탁에 컵을 탁 내려놓고서, 심호흡 후에 말했다.

"내일… 접근금지 신청할 거야."

"…!"

"아, 아버님을?"

"아버지는 무슨, 그 새끼 나 어릴때 이혼해서 양육권도 없어…!"

이세진이 쌍욕 하는 것을 처음 들은 몇몇 멤버들이 당황했다.

"…증거자료는 있어요?"

"대상을 나로 신청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 엄마로 할 거야."

"…!"

"…후."

이세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적당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 사람, 내가 아역배우로 약간 인지도가 생겼을 때부터 엄마한테 계속 연락해서 돈을 뜯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어머님은 어린 이세진에게 굳이 그 상황을 티 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아역 활동 쉬면서부터는 뜸했는데, …내가 아주사 에 나오면서 또 연락하기 시작했던 거지."

이세진이 침을 삼키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냥, 두 분이 성격 차로갈라지신 건 줄 알고. 어렵다고 하셔서, 돈을 보내드렸는데…."

점점 요구하는 액수가 커지고 은근한 폭언과 협박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너무 잘되니까, 중후반 때부터는 거의 매일 그러더라고."

이세진의 얼굴이 당시를 회상하는지 창백해졌다.

'…그래서 3차 경연 때부터 유독 더 예민해진 거였나.'

그때 이미 멘탈이 터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번 휴가 때 엄마랑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안 거야."

애초부터 도박과 손버릇 때문에 이혼한 것이며, 친부가 지속적으로 금전적 협박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

잠시 걱정 어린 침묵이 흘렀다.

"…그럼 왜 지금까지도 연락을…?"

"…내, 내가 섣불리 움직였다가, 엄마나… 그룹에 또 민폐가 될 수도 있잖아. 이미… 지난번에 소속사 문제도 났었는데."

이세진은 이를 악물더니, 눈가를 세차게 닦았다.

"도망 안 치기로 했으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었어. …잘 안 됐지만."

"…."

"미리 사과할게, 접근금지 신청하면… 혹시 기사가 날 수도 있어. 회사에서 최대한 막아보겠다고는 했지만…."

이세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 또 문제가 된다면… 미안하다."

"…!"

"세진아, 이런 일로 사과할 필요없어."

"저, 정말 괜찮아요…!"

우왕좌왕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큰세진이 사람 좋은 얼굴로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음… 형님, 고충은 정말 안타깝지만요. 접근금지 신청만으로 뭐가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방법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나도 알아."

이세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그 사람이 도박하는 장소를 알아냈거든."

"-! 어, 어떻게요?"

"…그게 중요해? 아무튼, 거길 경찰에 신고할 거야."

"헉!"

"그러면 감옥 갈 테니까. 그사이에 정산받아서 보안 더 좋은 곳으로 엄마 이사 보내드리면 돼."

"오오!"

감탄하는 미성년자들 사이로, 나는 떨떠름히 생각했다.

'불법도박은 보통 벌금형 아닌가.'

형량을 받아도 보통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만 봤던 것 같은데.

게다가 신고받은 경찰이 그렇게 순순히 믿고 출동해 줄지도 문제다.

"…집행유예 나오고 끝나지 않을까요?"

"그러진 않을 거야. 도박장에서 일하면서 사기도박 했다니까."

"…!"

"나 겁주려고 떠든 거 다 녹음해놨어. 조폭이니 뭐니…. 필요하면 익명으로 경찰에 보낼 수 있어."

도박 문제라길래 중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인 범죄자셨군.

뭐, 이세진의 사이다를 향한 열망과 큰 그림은 이해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경우에는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범죄자가 본인이 이세진 아빠라고 떠들고 다니면 더 골 아파지지.'

역시 이세진하고 사이를 가시적으로 확 끊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흠.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오케이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이야기는 꺼내 보자.

"그런 전과 생긴 사람이 나중에라도 형 이름 빌려서 쓸데없는 말 못 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감옥 나와서 형 아버지라고 하면서 투자 사기 같은 거 칠 수도 있잖아요."

"…!"

"이참에 아예 선을 그어버리는 건어떠세요."

"어, 어떻게…?"

나는 손가락을 돌렸다.

"형이 어머니 성으로 개명하는 거죠."

"…! 커흡."

"아예 부친 쪽과는 연결고리를 지워 버리는 겁니다."

상상도 못 한 파격적 제안이었나.

이세진이 사레가 들렸다.

"진정하시고."

이세진이 아까 마시던 잔에 물이나 한 잔 더 떠다 줬다. 이세진은 원샷하더니,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그런 생각은… 못 해봤네."

"저도요."

"나, 나도."

옆에서 차유진과 선아현이 멍하니 동의했다.

큰세진은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 미성년자 아니면 굳이 친부허락 없어도 가능하대요. 그래도 의견 청취서 같은 게 발송된다는데, 그 도박장 신고해 버리고 정신없을때 딱! 해버리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세진은 오묘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기간이 꽤 걸릴 텐데, 컴백 활동 중간에 바꾸는 것도 좀…."

음,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군.

"그냥 당장 예명으로 쓰시면 되는데요."

"…!"

"아, 그렇군요. 일단 활동명을 바꾸신 후에 자연스럽게 개명하면 되시는 겁니다!"

김래빈이 감탄했다. 그리고 이세진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뭐, 갑자기 성 갈게 생겼으면 고민될 법도 하지.'

이름과 성이 모두 갈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좀 웃기긴 하다만.

어쨌든 저쪽은 아역배우 때부터 저이름으로 쌓아온 커리어가 있으니, 바꾸는 데 거부감을 느낄 여지도 충분했다.

'거절할 수도 있겠군.'

그렇게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이세진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성씨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스마트폰 보던 바로 그 눈인데.'

아마 사이다를 향한 열망이었나 보다.

어쨌든, 이세진의 호쾌한 개명 선언에 멤버들이 박수를 쳤다.

"오오오!"

이세진은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틀었다.

'결론 났군.'

나는 바로 추가 당부 사항을 말했다.

"꼭 친부의 완전한 귀책사유로 이혼했단 뉘앙스 넣어서 기사 뽑아달라고 회사에 말하세요. 대놓고는 말고 그냥 행간에서 짐작 가능한 수준으로."

어그로 끌진 말고 여지도 주지 말란 뜻이다.

물론 회사에서 어련히 잘 챙기겠다만은, 한번 잡고 넘어가도 손해 볼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세진은 뭔가를 회상하는 표정이 됐다.

"…지난번에도 생각했지만, 넌…아니다."

"…? 말씀하세요."

"아니라니까."

뭐, 그러시다면야.

류청우가 약간 멋쩍게 웃으며 대화에 끼었다.

"사실 난 지금 말 나온 목적들과 별개로도… 충분히 좋은 결정인 것 같다. 그런 사람한테서 받은 것보단 널 사랑하는 어머니 성이 훨씬 좋잖아."

"…맞아."

"아무튼, 힘든 결정 내려줘서 고맙다. 세진아."

"…힘든 건 아니지."

이세진은 반년 치 사교성을 다 썼는지, 평소의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투로 돌아갔다.

"아, 아무튼. 그럼 이대로 회사에 전화해 둔다."

"예!"

"결론이 잘 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고마워."

"히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세진도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이놈이 여전히 이세진에게 별 호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만, 최소한 이번 일에서는 짜증이 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세진은 과업에 몰입하는 바람에 큰세진을 더 거북해할 틈이 없어진 것 같고.

'잘됐네.'

괜히 붙여놓지만 않으면 되겠군.

그 화목한 분위기에서, 나는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형 어머님은 성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러자 이세진의 귀가 벌게졌다.

뭐지?

"…배."

"예?"

"배라고!"

"…II"

…그렇게 돌고 돌아서,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은 정말로 배세진이 되었다.

이번에는 배우의 줄임말이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따온 성이라, 배세진본인도 만족하는 듯하니 다행이었다.

똑같은 이름인데 받아들이는 쪽의 인식만으로도 이런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게 좀… 이론적으로 재밌긴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제일 놀라운 부분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그건 며칠 뒤 배세진이 찾아온 인터넷 기사에 나왔다.

"이거야!"

배세진은 드물게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들이댔다.

"…?"

나는 기사를 읽었다.

[XX시 불법도박장 운영자 일당 검거… 마약까지 확인]

: 경기도 북부경찰서는 지난 11일 XX시 한 건물의 지하 창고에서 도박장을 개장하고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A씨(43) 외 5명을 검거했다고12일 밝혔다.

또한, 도박장 시설 내부에서 2.2kg의 알약형 마약류를 적발….

"…!"

"어때! 몇 년은 신경 안 써도 될것 같지!"

"…예."

정말, 이젠 신경 안 써도 되겠다.

슈뢰딩거의 마약쟁이를 뒷발로 잡은 날이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배세진이 반깁스를 풀고 가벼운 보호대로 바꿀 무렵이었다.

'오늘 자정에 뮤직비디오 티저가 나온다.'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나도 미뤄둔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왔다.

바로 포인트 분배다.

'상태창.'

쓸 수 있는 포인트는 3. 이 중 하나를 비상사태를 위해 남겨두고 포인트 2점은 무조건 사용할 생각이다.

문제는 어디에 쓰냐이다.

"흠."

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포인트를 어디에 분배할지 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스탯을 올리기 전에먼저 할 일을 수행하기로 했다.

"형."

"어?"

"혹시 샵 바꾸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사 때 했던 일의 심화 버전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6화]

배세진의 개명은 적당히 관심을 받고 무사히 넘어갔다.

성만 바뀐 데다가, 새 이름이 큰세진과의 구분을 위해 부르던 별명 중하 나였기 때문에 별 위화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헐 테스타 배세진 진짜 배세진으로 개명함]

: 어머님이 배씨래ㅋㅋㅋㅋ 엄마 혼자 키워주셨다고 리스펙 의미에서 개명한다는데 진짜 웃기다 별명이 이름 됨ㅋㅋㅋ(기사링크)

-엥 이거 진짜야?ㅋㅋ

-신기하네ㅋㅋㅋ

-상상도 못한 효도 ㄴㅇ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개인 가정사도 있지만 테스타에 이세진이 둘이라 너무 헷갈려서 바꾼 것도 있을 듯 계속 알파벳 붙일 수는 없잖음ㅋㅋ

-ㅋㅋㅋ팬들 안 헷갈리고 좋겠네

그러나 막상 팬들은 무작정 좋지만은 않았다.

배세진은 팬들이 부르던 애칭이라기보다는 아주사 시청자들이 '배우님'이냐고 비꼬는 의미로 부르던 것이 퍼지면서 별명으로 정착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시일이 지나며 부정적 뉘앙스는 거의 묻혔지만, 그래도 첫 시작을 기억하는 팬들은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사의 전문을 다 읽고 난후, 팬들도 이 개명을 긍정적으로받아들이자는 분위기가 은은히 형성되었다.

…소속사 T1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배세진은 "현재 개명하는 이름과 겹치는 기존 별명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신기한 일이며, 이 또한 기회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팬분들께 이 별명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면 돌파해 보려는 배세진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세진은 어머님께 받은 선물 같은 이름이라는 게 앞으로 정사다

-혹시 세진이 상처받을까 봐 저별명은 절대 안 썼거든. 근데 세진이가 먼저 써도 된다고 해주는구나…

-빠한테 한 처맥이는 놈들도 널렸는데 우리 배세는 완전 효자야 어머님께도 효자 팬한테도 효자ㅠㅠ 쪽쪽쪽

-흠 둘 중에 굳이 작은 세진이를, 그것도 저 별명으로 바꾸자고 하는게 쎄했는데 전문 보니까 납득은 가네. 세진이가 내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 같아.

배세진의 개인 팬덤이 아닌 테스타 팬덤 안에서야 '안 헷갈리니 좋다, 신기하고 귀엽다' 정도로 말하고 넘어 갔다.

이미 '이세진'들을 구분하느라 본명으로 지칭하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였기에 별 거부감이 없던것이다.

다만, 큰세진의 악성팬 계정들은 잠시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아 드디어 이세진 이름 되찾았냐 멀쩡한 이름두고 매번 별명만 서치하려니 X같았는데 다행

-내 새끼 허허실실충에 눈치는 빨라 가지고 자기가 별명 붙여서 배우님 심기 맞춰주는 거 보고 빡쳤는데ㅋㅋㅋ '그분'은 개명하면서 이미지까지 챙겨가시네 와 머단^^

-우리 애한테 정치질 프레임 붙일게 아니라 본인이 머가리에 붙이셔야 하는 게 아닌지

하지만 이 반응도 수면 아래에서만짧게 요동치고 끝났다.

그렇게 테스타와 회사의 바람대로,개명은 큰 파란 없이 원래 그랬던것처럼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정착했다.

그리고 배세진의 개명이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닐 때쯤.

컴백 날짜가 다가왔다.

"드디어."

이틀 밤샘 끝에 랩실에서 풀려난 대학원생은 비틀거리며 현관을 지나들어갔다. 키우는 강아지는 거실에서 낮잠을 즐기는 중이셨다.

하지만 그녀는 잘 수 없었다.

'테스타 뮤직비디오 봐야 돼.'

무려 어제 자정에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지 못했다.

덕분에 그녀가 아는 것은 마지막으로 본 티저 영상뿐이었다.

그마저도 컨셉 포토와 유사한 짧은 컷들을 멜로디 하나에 묶어둔 것이기에 큰 떡밥이나 힌트는 되지 못했다.

덕분에 그녀는 정말 미치도록 뮤직비디오가 궁금했지만….

어차피 늦은 거, 큰 화면으로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집으로 달려온 판이었다.

대학원생은 찬물로 세수하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위튜브에 들어갔다.

더 갈 것도 없이, 인기 탭에 들어가자마자 맨 위에 기다리던 제목이 떠 있었다.

[테스타 (TeSTAR) '비행기 (Airplane)' Official MV]

"…후하!"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는 썸네일이고 뭐고 볼 것도 없이 당장 뮤직비디오를 클릭했다.

제일 처음 나온 것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얀 학교 복도였다.

마치 추상화에나 나올 것 같이 환상적인 화면이, 묘하게 지난 마법소년 컨셉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같은 구도의 새카만 복도로 불쑥 컷이 바뀌었다.

'어?'

검은 복도는 사방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야광도료로 그린 그라피티들과, 점멸하는 비상등이 흐르는 물에 왜곡되며 기묘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 등장했다.

"…!"

어두운 인영은 비틀거리며, 벽을 짚은 채로 다급히 앞으로 걸어왔다.

누군지 언뜻 보였다고 생각한 순간.

검은 인영이 뻗은 손바닥이 불쑥 카메라를 가렸다.

[….]

화면이 새까매졌다.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섭도록 맑고 아련한 소리였다.

그리고 화면에서 손바닥이 떨어졌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가득한 하늘. 그 아래에 낡은 학교가 있었다.

다만 흉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산과 나무 사이에 그림처럼 들어간 작은 학교는 마치 청춘 소설에 나올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 소년이 학교 문 앞에 서 있었다.

[…]

소년의 뒷모습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했으나, 곧 문고리를 잡았다.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는 순간.

맑고 산뜻한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했다.

-마음이 울렁거려

어딘가로 날려 보내고파

한 점 남김없이 전부

-지금 창문을 열어

하늘로 날려 보낼 거야

오늘 접은 종이비행기를

소년은 열린 문 너머 복도로 달려나갔다. 카메라가 살짝 측면으로 돌며 옆얼굴이 보였다.

박문대 였다.

그 순간, 시원한 드럼 소리가 울렸다.

Tang Tang! Drdrdrdrdr!

그 위로 밴드 사운드와 바이올린 소리가 가득 얹어지며 귀를 채웠다.

2000년대 초반에나 유행했을 법한 고전적인 악기와 소리였으나, 박자 배치와 신디사이저로 찍은 세부 요소가 현대적인 덕에 촌스러운 느낌없이 레트로 감성만 챙겼다.

그사이, 복도 끝 방문에 도착한 소년이 벌컥 문을 열었다.

탕!

열린 문 너머는 기숙사 방이었다.

각자 놀고 있던 소년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

그리고 영상은 완전히 청춘물로 바뀌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일상을 즐기는 테스타의 모습이 이어 졌다.

그들이 머무는 학교 구역이 바뀔때마다 안무 컷이 들어갔다. 마치 학생들이 직접 치운 것처럼, 약간 어설프게 구석에 민 책상까지 분위기를 살렸다.

'세상에.'

대학원생은 벌써 이 청춘과 아련을 섞어 쏟아부은 뮤직비디오가 심장에 박혔으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2절에 접어들면서부터 새로운 컷이 섞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테스타는 각자 학교와 숲에서 특정 상황과 소품을 마주치며 사소한 이상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가령, 선아현이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을 트는 순간 물 대신 반짝이는 비눗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와…."

그녀는 반사적으로 감탄했다.

반짝거리는 빛 망울들이 바람을 타고 선아현 주변을 맴도는 것은 정말 대단한 컷이었다….

그 이후로도 대부분의 멤버들이 '마법소년'에서 선보인 능력을 처음 만나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그려졌다.

'문대는?'

설마 오프닝에 나와서 생략하는 건가 걱정이 드는 사이, 문대의 능력이 화면에 나왔다.

수업이 끝나고 음악실에서 나가는 친구들을 따라 나가려던 문대가 문고리를 잡는 순간, 그 위로 오묘한 문양이 새겨지는 환상이 깜박였다.

그리고 문이 잠겼다.

'허어억.'

대학원생이 비명을 삼키는 사이, 뮤직비디오는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7명의 소년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통금시간에 학교에서 몰래 빠져나가 놀자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래서 별이 가득 뜬 한밤중.

장난스러운 탈출이 시작되었다.

큰세진이 눈을 감고 바깥 복도의 상황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자, 차유진이 조그만 곰 장식의 태엽을 마구 돌려 사람 크기로 만들어서 이불을 덮어주는 식이었다.

다만 김래빈은 컴퍼스로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려다가, 창문에 동그란 예쁜 구멍을 내버리고 애매한 얼굴로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소년들은 몰래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성공한다.

마지막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잡지 않고 놓아줄래

즐거움도

아쉬움도

다시 차오를 때면

또 만들어 보낼게

널 향한 Airplane

-Airplane

현대적 전자악기와 함께 드랍이 들어가며, 별이 쏟아지는 들판을 배경으로 하는 단체 안무 컷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화려한 안무가 멈추는순간.

멤버들은 춤을 그만두고 들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끊지 않은 원테이크로 자연스럽게 스토리 라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하하하!]

소년들이 웃는 소리가 반주 위로 삽입되는 그 순간, 드럼이 빠졌다.

브릿지가 변주되어 은은하게 곡을 마무리했다.

-저 멀리 Fly high

날아가는 내 맘이

은하수를 넘어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래

류청우가 웃으며 장난감 총을 하늘에 쏘았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총알은 폭죽처럼 빛을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손 모아 Pray again

너에게 다가가길

우리의 선 너머

두 손이 맞닿기를 원해

소년들은 깔깔 웃으며 들판으로 달려 나갔다.

카메라는 그 뒷모습을 제법 오랫동안 화면에 담았다.

'아… 좋았다.'

그녀는 긴장이 쭉 풀리며 키보드를 흐늘흐늘 손가락들로 두들겼다. 너무 좋은데 체력이 없어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러나 영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는 순간, 화면이 갑자기 검게 변했다.

"…?"

검은 화면은… 한밤중의 교실 창가였다. 그러나 창밖은 야경이나 별하나 없이 칠흑처럼 깜깜하여 엄청난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 대신 갑자기, 커튼에 빛이 번쩍였다.

"…!"

영상 시작할 때도 봤던 야광 그라피티가 커튼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스산한 빛 덕분에, 드디어 창가에 엎드린 인영이 보였다.

테스타 팬이라면 익숙한 구도였다.

'…마법소년 티저!'

그 구도가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 마법도 일어나지 않았다.

[….]

영상은 그대로 끝나 버렸다.

"…휴!"

대학원생은 긴 한숨을 뱉었다.

'마지막에 떡밥은… 아니, 그걸 생각하기 전에… 너무 좋았다…!'

곡도 좋고 안무도 좋고, 의상까지다 좋았다!

다만 체력적인 문제로 자세한 감상이 머릿속에서 완성되지 않고 느낌만 둥둥 떠다녔다.

'이럴 땐 다른 사람들 감상을 보는거지…!'

그럼 머리는 안 쓰고 주접은 공감으로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신나서 댓글창으로 화면을 내렸다.

"…."

그리고 영어로 가득 찬 화면을 보고 굳었다.

영문 코멘트부터 상단에 노출해주는 위튜브의 정책 탓이었다.

그나마 상단에 노출된 한글 댓글을 하나뿐이었다.

-한국인을 찾습니다. 테스타 사랑한다! (웃으며 우는 이모티콘)

"…."

대학원생은 SNS 계정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7화]

지난 월요일에 곡이 공개된 후 며칠이 지났다. 슬슬 첫 무대 스케줄이 코앞이라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지난 데뷔 쇼케이스 사고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컴백에서는 쇼케이스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컨텐츠가 하나 잡혔다.

"컴백쇼도 따로 할 줄이야."

"진짜 신나요!"

류청우의 살짝 부담감 어린 말을 차유진이 완성해서 아예 노선을 틀어 버렸다.

어쨌든, 말 그대로다. 테스타는 다음 주 목요일 뮤직밤 다음 타임에 단독 컴백쇼 시간을 받았다.

지난 앨범 성적 덕도 있지만, 우리가 Tnet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는 영향력이 있었을 것 같다.

' 아주사 로 데뷔했으니 진골급이지.'

어쨌든, 관련 VCR 촬영도 이미다 끝났다.

"우리도 곡이 좀 생겨서 '바로 나' 안 해도 되는 것도 좀 좋지 않나요? 그룹으로 딱 자리매김한 느낌이랄까? 하하!"

큰세진은 대놓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 이 컴백쇼가 본인이 세워놓은 단계별 목표 중 하나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잘됐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진작에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던 일이었다.

"애, 앨범 보게?"

"어."

바로 이번 앨범 실물 확인이었다.

회사에서 따로 받은 게 있기는 한데, 이건 그냥 내가 예약 주문해 봤다.

지난 데뷔 앨범을 워낙 급하게 준비했던 탓에, 실물 앨범이 마감이덜 되거나 속지 인쇄가 불량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마 이번에도 그러진 않겠지.'

뽑기 운으로 피해 가버리면 별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직접 주문해서 살펴보고 싶었다.

"어, 문대 앨범 언박싱해? 동영상찍어줘?"

"아니. 괜찮아."

나는 뽁뽁이를 뜯어내며 큰세진의 제안을 거절했다.

거대한 앨범 세트 구성 상자가 눈앞에 드러났다.

"와…."

"…이걸,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나?"

배세진이 중얼거렸다. 아, 참고로 저놈은 지난주에 발목 보호대 신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어쨌든, 말대로 이 상자는 무슨 서랍 수준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도 했다.

"아, 이게 응원봉이 포함된 세트구성입니까?"

"맞아."

바로 드디어 응원봉이 출시되어서 함께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응원봉 실물부터 확인해 볼까.'

나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

왼쪽, 완충재 사이에 낀 응원봉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화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운데 오로라 빛으로 번뜩이는 거대한 큐빅이 압도적이었다.

'최종 그림보다도 화려한데…?'

어차피 만들 거 아주 다 때려 넣어보겠다는 직장인의 광기가 느껴졌다.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놈들도 약간 당황한 듯싶었다.

"오… 오∼"

"어, 엄청… 크네."

"번쩍번쩍해요!"

차유진의 어휘가 좀 늘었군.

"아, 옆에 그건 응원봉에 씌우는건가?"

"아마도요."

나는 응원봉 옆에 고정된 검은 원통을 꺼냈다.

아, 야구배트 모양은 시간과 단가상 안정적인 탈부착이 가능하게 하기 힘들다고 반려당했다.

'이 정도도 사실 기대 이상이지.'

나는 원통을 씌워서 응원봉 모양을 바꿔보았다가, 안정적으로 고정되는것을 확인하고 다시 뺐다.

'이제 앨범.'

상자 오른쪽에는 거의 전공서 양장본 두께의 앨범 두 권이 위풍당당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짜 큰데?"

"아무래도 구성 중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걸 무기로 써도 되겠어."

나는 두 앨범을 차례대로 들어서 잘 확인했다.

한쪽은 흰 바탕에 여름날 수채화 풍경이 깔렸고, 다른 쪽은 검은 바탕에 야광 그라피티가 특징적이었다. 다만, 기본 디자인이 같은 덕에 통일감은 살아 있었다.

다행히 둘 다 마감이 깔끔하고 프린트 질도 좋아 보였다.

"앗, 포카 떨어진다∼"

"…! 자, 잡았어…!"

참고로 포토 카드는 각각 교실 배경의 선아현 셀카와 방독면을 벗는 류청우였다. 나는 본인들에게 카드를 증정하고 앨범 확인을 끝냈다.

"야 아현이는 진짜 잘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셀카를 못 찍는데 잘생겼지?"

"고, 고마워…?"

최근 스탯 S-를 찍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고 나니 딱 컴백쇼 사전녹화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곡 하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체력안배 잘하자."

"넵!"

몇 가지 점검을 끝낸 후, 우리는 첫 곡 녹화를 위해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 응원봉 500개의 장거리 실물을 확인했다.

"와아아아악!"

"…!"

예상은 했지만… 아니, 예상 이상으로… 엄청난 밝기를 자랑했다.

인당 하나씩 미러볼을 들고 있는것 같았다.

'…본인 무대 관람에 방해가 되지않나?'

광원이 저렇게 가까이에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텐데.

무대 위에서야 황홀할 만큼 근사하게 보였으나, 들고 있는 본인들이불편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나는 팬들과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멤버들에 이어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응원봉 어떠…."

"예뻐!"

"너무 좋아!"

"…알겠습니다."

만족하신다니 됐다.

테스타가 팬들과 하루 내내 컴백쇼를 촬영한 다음 날 새벽. 당연히 후기가 올라왔다.

그중에는 박문대의 익명 팬 커뮤니티도 있었다.

[컴백쇼 사녹 후기]

: 곰머 이 미친놈 백금발해옴 X발 망주사 순발식급 충격 이 새끼는 평생 금발 박제해야 함

무대 좋았음 응 뭔지 안 알려줘 방송 봐∼

-헉

-도로 금발 됨?

-금발! (강아지 랜딩하는 박문대짤)

-아니 내 새끼 두피 살살 녹겠네 그냥 흑발하지… 곡 컨셉에도 흑발이 나은 거 아니냐

└응 아니야 박곰머는 금발뿐

-몇 곡함?

-이거 주작임?

└아닌 듯 비슷한 글 다른 사이트에도 계속 올라옴

-곰머 역시 뭘 좀 아는 듯ㅋㅋ 하지만 서치할 때 여긴 들어오지 말아라 혹시 보고 있다면 뒤로 가기 누르고 다신 돌아오지 마

└이런 걸 빠의식 과잉이라고 함

-사녹을 평일에 잡으니까 이런 놈들도 가는 구먼

아직 첫 컴백 무대도 방송을 타지 않은 시점이라, 세세하게 많이 적어둔 후기를 보더라도 팬들이 사전녹화 후기글을 보고 직관적으로 느낄수 있는 건 거의 외관 변화에 대한 묘사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목요일 저녁에첫 컴백 무대가 방영될 예정이기에, 바로 이 새벽에 뮤직밤 사전녹화가 진행되었다.

당연히, 10월 중하순 새벽은 상당히 추웠다.

"밀지 마세요!"

'…추워!'

김래빈의 팬은 투덜거리며 사전녹화 현장으로 들어갔다. 아까 확인한 글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박문대 금발 다시 했다고?'

너무 좋았… 아니, 그냥 박문대는 금발이 나았다.

2차 팀전 이후로 은근히 박문대가 신경 쓰이게 된 그녀는 가끔 박문대의 팬사이트에 들어가서 소식을 확인하곤 했다.

심지어는 SNS 지인인 김래빈의 개인 팬들이 박문대를 비꼴 때 은근히 두둔하는 중이었다.

-곰머 레빉이 눈치 주는 거 봤음? 어르신들한테 사연 팔아 1위한 짬 여기서 나왔죠 젊꼰이 따로 없죠ㅋ

└그래도 곰머는 밥은 잘 주잖어 빅버드씨하고 있으면 레빉이 정치질만 당함

…주로 이런 식이었다. 참고로 빅버드는 극한까지 변형된 큰세진의 검색 방지용 별명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도 박문대에 대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부정 중이었다.

'…무대나 보자!'

그녀는 얼른 생각을 떨치고 응원봉을 꺼내 들었다. 이 검은 원통을 벗기면 샤라라 마법봉이 나온다는 구성은 솔직히 웃기고 재밌었다.

'응원봉이 좋다는 거야, 응원봉이.'

팬들이 각자 응원봉을 다 챙겨 들고서 기다리고 있자, 무대 너머에서 테스타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안녕!"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이 녹화장 안을 울렸다.

"피곤하시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

"아니야 안 피곤해!"

솔직한 사람부터 좋은 말부터 해주는 사람까지 섞여서 난장판이었지만, 그 분위기 자체가 재밌어서 다들 웃어댔다.

테스타는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대체적으로 말도 곧잘했으며….

무엇보다 의상이 진짜 대단했다.

'저게 뭐야…!'

테스타는 겨울 교복에서 재킷 대신 테크웨어 의상 소품을 걸치고 있었다.

학생용 셔츠와 바지 위로 검은 가죽과 플라스틱, 금속으로 이루어진장비의 실루엣이 올라간 것이 과하지 않고 딱 핏이 맞았다.

'타이틀곡이랑 분위기가 다를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컨셉포토보다 본격적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김래빈은 머리를 살짝 더길러서 이마가 반만 드러나게 넘기고 있었다.

'반 깐!'

불량함보다는 위태로움에 가까운느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응원봉으로라도 뭔가를 막 때리며 이 흥분을 표출하고 싶었으나,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는 상황이었기에 참았다.

그리고 그때쯤, 김래빈에게 약간 떨어져 서 있던 박문대가 눈에 들어왔다.

"…!"

잘생겼네?!

왜 저렇게 잘생겼지? 그녀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며 박문대를 보았다.

박문대는 트렌디하게 매력적인 상이긴 했고, 객관적으로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미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왠지 그렇게 보였다!

'저 백금발 때문인가?!'

박문대는 거의 색이 없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물을 뺀 백금발이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고쳤나?'

그녀는 짧게 의심했으나, 막상 이목구비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딱 집어내지는 못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작게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샵 바꿨다더니…."

"잘 바꿨나 봐요. 애들 더 잘생겨진 것 같아요."

"…."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납득했다.

누군진 몰라도 대단한 전문가가 붙은 게 분명했다.

그사이, 테스타는 팬들과의 짧은인사와 잡담을 끝내고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을 맞췄다.

테스타가 뒤로 돌아서 각자 시작 포지션을 잡는 순간, 그녀는 흥분으로 손에 든 응원봉을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응원봉 커버…'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이 검은원통을 벗기지 말아 달라는 말은 들었다.

'이대로 응원하라는 건가?'

그녀가 살짝 떨떠름하게 검은 막대기를 보고 있을 때, 블루투스로 연결된 중앙제어에 의해 응원봉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낯익은 야광 그라피티가 주르륵 원통형을 감싸고 켜졌다.

"…!"

아마도 안쪽의 빛이 투과하여 새어나오는 것 같았는데, 왠지 그것 때문에 더 네온사인이 생각났다.

"헐."

그녀는 이 원통형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관련 사항을 몰랐기에, 순간깜짝 놀랐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이미 집에서 한 번씩 켜보고 왔는지 그냥 무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녀도 얼른 무대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런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녹화장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무대 위에 강렬한 전주가흐르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08화]

아직 무대는 어두웠다.

불빛없는 무대에서, 마치 둔탁한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은 오묘하고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울렸다.

DOON DOON DOON DOONDOON DOON DOON DOON

이미 스트리밍을 하느라 많이 들은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현장에서 듣는 박력이 또 달랐다.

생각보다 빠른 템포에 긴장감이 조성되 었다.

그리고 그 위로, 일렉 사운드가 꽂혔다.

Dvvvviiiiii-!

바로 트레일러에서 등장했던 그 천둥 같은 리프 멜로디였다.

그리고 마치 천둥에 놀란 것처럼,무대 위로 벼락같이 조명이 들어왔다.

노란 끼 없이 창백한 조명 아래로 SF 게임에 등장하는 뒷골목 같은 무대 세트가 드러났다. 다만, 군데군데 책상과 칠판 같은 학교 소품들이 버려지듯 배치되었다.

테스타는 뒤로 돌아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차유진이 천천히, 고개를 꺾으며 앞으로 돌았다.

-Do not trust it

There no justice

Oooohh-.

나직한 싱잉 랩이 끝나는 순간, 내리치는 리프 멜로디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뭄바톤이 전개되었다.

리듬감이 넘치지만, 흥겹진 않을정도의 아슬한 수위에서 때 이른 첫댄스 브레이크가 들어갔다.

차유진을 중심으로 하는, 살짝 기계적인 느낌이 나는 군무였다.

그리고 차유진이 대형의 뒤로 사라지는 순간, 노래가 시작되었다.

-돌이켜봐도 알 수가 없어

Umm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Target Target Target

GOT IT

달려가는 대로 잡아채는 대로

트레일러 곡과 전혀 다른 보컬 멜로디 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서브곡, 'Better Me'는 트레일러의 곡에서 반주를 샘플링만 해온 듯한 구성이던 것이다.

하지만 이쪽이 훨씬 아이돌이 낼것 같은 트렌디한 댄스곡이었다.

덕분에 무대 위의 테스타는 거의 날아다니고 있었다.

숨을 쉴 틈은 있는지 궁금해지는 구성이었다.

-선명한 이 느낌

(지워지질 않아 잊혀지질 않아)

지금도 난 알아

(I got that CODE)

프리코러스에 접어드는 순간, 김래빈과 큰세진의 보컬이 교차하며 퍼졌다.

둘은 서로를 잡아채려는 듯한 다소 과격한 페어안무를 선보인 뒤 갈라졌다.

그리고 두 번째 프리코러스 파트.

박문대가 나오며, 갑자기 트레일러의 일렉 사운드가 돌아왔다.

그리고 트레일러와 유사한 가사까지 흘러나왔다.

-I will never die

Like I did before

I'm gonna keep ME

Alive-!

고음이 깨끗하게 올라갔다.

트레일러와 보컬 멜로디는 완전히달랐으나, 그 난이도 만큼은 반박의여지 없이 확실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이 고음을 다른멤버와 엮이고 쳐내며 나오는 동적인 안무와 함께 쭉 불렀다.

그것도 약간 처연한 분위기로.

'와…'

김래빈의 팬은 응원도 잊고 마치 경연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감탄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무대에 집중했다.

드디어 후렴에서 김래빈이 나온 것이다!

김래빈은 노려보는 것 같은 눈초리로 살짝 우울하게 후렴을 불렀다.

-BUT,

It's just confusing

언제부터였는지

I'm just confused

Umm

어디까지 가는지

후렴은 다시 뭄바톤으로 돌아와서 흐르는 듯 낮은 목소리의 보컬과 쨍한 비트로 성기게 엮였다.

그리고 류청우가 나와서 다음 후렴소절을 이어받았다.

-Could be confusing

무엇을 원하는지

May be confused

Umm

어떻게 하는 건지

방황하는 것 같은 가사와 분위기였으나, 어딘지 의미심장하고 추상적이었다.

여기에 무대와 안무, 그리고 의상까지 어우러진 덕분에 무대는 현실이 아닌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겪는 방황처럼 보였다.

덕분에 정신 산만할 수 있는 네온사인과 장치들은 도리어 강렬한 곡의 중심부에 있는 살짝 우울한 맛을 살렸다.

-Take me and get that might

멜로디컬한 후렴구가 끝나자마자, 툭 쏘는 것 같은 차유진의 랩과 함께하는 2절 안무는 더 강렬하고 복잡해 졌다.

-아득한 이 느낌

(지워버리는 잊으려 하는)

그래도 난 알아

(I got that CODE)

마치 터질 지점을 향해 끝없이 오르는 것처럼, 반주에 구성 요소가 계속 추가되고 비트는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브릿지를 지나 후렴이 터져나올 순간.

곡은 드랍되는 대신, 모든 반주를 없앴다. 그리고 그 강렬한 리프 멜로디만 홀로 돌아왔다.

Dvvvviiiiii∼!

그리고 비트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리프 멜로디와 겨루며 마지막후렴이 터져 나왔다.

-BUT,

It's NOT confusing!

내가 누군지

I'm NOT confused

Oh!

찾아낼 BETTER ME

류청우의 보컬을 받은 박문대는 마지막 초고음까지 찍어 음을 잡아냈다.

AR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의 성량이 었다.

'헐!'

관객들이 내적 환호를 질렀다.

음원 들을 때는 리프 멜로디랑 목소리, 두 가지가 모두 쨍하다 보니몇 번 들으면 피로해 졌는데, 무대로보니 엄청나게 극적이었다.

게다가 직후 다시 시작되는 뭄바톤이 귀에 척 달라붙었다.

-BETTER ME

방긋 웃은 큰세진이 마지막 댄스브레이크에서 센터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첫 댄스 브레이크의 반주가 변주되 었다.

갈등이 해소된 듯, 좀 더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만 안무는 발을 움직이는 구간이늘어 엄청나게 화려해졌기 때문에, 난이도와 볼거리 면에서는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BETTER ME

곡이 끝날 때가 되어서 야 변주훅으로 튀어나온 타이틀을 다시 한번 부르며, 곡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내적 함성은 곧바로 외부로튀어나왔다.

"와아아아아악!"

"어어어!"

"어떡해!"

누가 봐도 퍼포먼스용이라고 외치는 것 같은 서브곡 무대는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모두 챙기는 훌륭한 구성이었다.

더 좋은 점은, 반복 녹화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 번 더 이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테스타는 워낙 쉴 구성 없는 곡에 숨이 차는지, 비틀거리며 숨을 헐떡이다가 감사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더운지 테크웨어 소품을 슬쩍들어서 부채질을 하는 멤버도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류청우가 스탭에게 말을 걸었다.

"후욱… 후, 다음 테이크… 네? 이대로요?"

테스타의 표정이 밝아졌다.

"와, 우리 한 번에 됐대요!"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다.

'안 돼!'

심지어 장비 점검 때문에 리허설도 미리 끝낸 상태라, 팬들이 볼 수 있던 건 그 무대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번복은 없었다. 테스타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헛수작을 부렸다.

"감독님, 저희 이거 목소리 잘못낸 것 같지 않나요?"

"카메라 못 봤어요!"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미안해하며 애교나 춤을 선보이고는 사라졌다.

"…."

그리하여 팬들은 입장한 지 20분만에 다시 녹화장을 나오게 되었다.

그들 손에 쥐어진 것은 테스타가 준비했다는 어느 맛집의 크림빵과 아메리카노뿐이 었다.

'…김래빈! 박문대! 누가 그렇게잘하래!'

김래빈의 팬은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크림빵을 뜯었다.

맛있어서 더 열받았다.

그날 저녁, 테스타의 서브곡과 타이틀곡 무대 모두가 드디어 첫 방송을 탔다.

본부장이 날아간 데다가 최근 사건이 많았기 때문인지, 회사는 일단 활동 중에 잘 시간은 줬다.

덕분에 당일 자정에 숙소에서 첫무대 반응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위튜브 등지에서는 당연히 타이틀 조회수가 많았으나, SNS나 커뮤니티로 들어가니 서브곡에 대한 반응도 거의 비등했다.

나는 댓글이 오백 개가 넘은 글하나를 클릭했다.

[테스타 이번 서브곡]

: (SNS 영상 링크)

방금 뮤직밤에 나왔는데 솔직히 타이틀보다 무대 반응 더 좋은 듯

-이건 진짜 퍼포용이네

- 빡세다

-개잘하네;

-음원은 타이틀이 훨씬 윈데 이건왜 서브곡으로 골랐는지 알 것 같다 진짜 무대하고 봐야 훨씬 좋다ㅋㅋ

-이거 라이브임?

└ㅇㅇ완전 라이 브야

-거의 립싱크나 다름없네ㅋㅋㅋ박문대 파트 AR 티 엄청 난다 아주사 때도 그러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MR제거 영상링크)

-무대는 진짜 잘하는데 가사 대체뭔 소리임?

└우리도 모름 근데 작사에 김래빈있더라 조금 있으면 W라이브로 와서 구구절절 이야기할 거야 시간 나면 보러와줘

└ㅋㅋㅋㅋㅋㅋ요약본 올려줘

대체로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간혹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어그로도 있지만, 그거야 맨날 출몰하는 놈들이고.

물론 그 댓글들 사이에서 예상했던 이야기도 발견했다.

-와 박문대는 금발만 하면 리 즈오네ㅋㅋㅋ

-백금발 진짜 박문대야? 헐 내 머릿속의 박문대는 아주사 제발회 사진에 멈춰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거임

-문대 진짜 잘생겼다

-아니 박문대 진짜 머리 금발로자랄 것처럼 찰떡이네 무슨 일이야

-나 시험 때문에 아주사 못 봤는데 백금발이 1위야? 저 얼굴에 노래 저렇게 하니까 너무 당연히 1등했을 것 같다;;

└방송물을 정수기 채로 입에 쏟아부은 놈입니다 속지 마세요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찍은 보람이 있군.'

물론 의구심을 가지는 반응도 쑥쑥 튀어나왔으나, 거기서 더 발전하지 못했다.

선수 쳐서 밑밥을 깔아 놨기 때문이다.

-음ㅋㅋ 외모 변화… 할만하않

└샵 바꿨다고 함

└그걸 어떻게 알아?

└컴백 덥라이브 비하인드에 머리하는 장면 나옴

└아하 ㅇㅋ

-샵 바꿨다고 얼굴이 변하면 저도 그 샵 다닐래요

└놀랍게도 무대화장하는 아이돌에게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임…

└ㅋ누가 그래요?

└내가 파는 아이돌이 샵 바꾸고 망해서 앎

└미안;

흠, 역시 괜찮은 변명이 들어가니 적당히 비비고 넘어갔다.

'회사가 슬슬 샵을 갈아타려고 해서 다행이었지.'

덕분에 무리 없이 외모를 A-로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외모를 찍었느냐 하면… 최근에 B+이었던 류청우가A-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워낙 아주사 때 마음고생을 했다 보니, 그 여파가 사라진 것이 지금 드러난 것 같았다. 내가 봐도 안광이 좋아졌더라고.

어쨌든 이 흐름대로라면 나 혼자 B따리로 남아 순간 캡처 비교글 감이 될 것 같아, 타이밍 맞는 지금 투자를 했다.

'좋은 선택이었고.'

아, 다른 하나는 가창에 찍어서 A+로 만들어줬다.

저 서브곡 마지막 후렴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언젠가 목이 나갈 것은 예감이 강력하게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조금 아쉽긴 한데.'

사실 가창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컴백이 코앞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남은 포인트 하나는 예정대로 아껴 둬야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스마트폰을 껐다. 내일도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스케줄이 시작되다 보니 당장 자야했다.

'타이틀곡 반응은 내일 더 살펴보자.'

그리고 다음 날 음악방송을 대기하며 타이틀곡 반응을 살피던 중, 희한한 소식을 들었다.

"너희 다음주에 예능 촬영 잡혔다∼"

"오∼"

"어디요?"

"새 싫어요."

1절만 하는 인간 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떨떠름한 반응들 속에서, 매니저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말 타고 활 쏘는 예능이야!"

"…!"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류청우를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