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사람 많아?"
"진짜 많아요!"
"아직 공연 시작까지 8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화장실에 가는 척 바깥을 염탐하고 온 김래빈과 차유진이 흥분해서 떠들었다.
무대 위에 선 멤버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심호흡을 했다.
"후아…."
"리허설 소리 다 들리시겠네."
그렇다. 지금 콘서트 리허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참이다.
해외투어를 하는 아이돌의 경우 리허설 관람을 포함해서 표를 팔기도하는데, 그 케이스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첫 콘서트에서 리허설까지 공개면 아마 지금보다 열 배는 긴장한 놈들이 속출했을 테니까.
물론 지금도 다들 기합은 바짝 들어가 있다.
"우리 진짜 잘하자.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한 만큼은 보여드려야지."
"맞아요!"
"정말… 정말 많이 했어."
배세진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지난 연습 기간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좀 심하긴 했지.'
체력이고 나발이고 폐활량이 안 버텨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숙소에 사이클 머신을 들였다. PT 받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에 만장일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유닛 무대 제작 리얼리티에서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이날이 왔군.'
아쉽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준비는 다 끝났다.
그리고 그건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연습량을 믿고 가보자."
"넵!"
그 단단한 분위기 속에서, 큰세진이 슬쩍 손을 들었다.
"저희 구호라도 한 번 외치고 갈까요∼?"
"구호?"
"그거 있잖아요∼"
"…아."
무슨 말인지 그제야 깨달은 놈들의 얼굴 위로 느낌표가 떴다.
그리고 잠시 뒤, 턱턱 손이 모였다.
"아 테스타 오늘 뭔가 보여준다!"
"가자!"
…민망함과 분위기를 등가교환 하는 문구였다만, 효과는 있었다.
"오프닝부터 가는 거죠?"
리허설은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직 비어 있는 관객석이 다 찰때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체조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목적 중 하나는 바로 콘서트 관련 상품 구매였다.
'MD 다 건졌다!'
박문대의 홈마도 양손 가득 쇼핑백을 가지고 입장 줄에 섰다. 성공적인 사냥의 증거품이었다.
게다가 다들 퀄리티가 괜찮았다!
특히, 응원봉에 부착해서 커스텀이 가능한 반짝이는 파츠 세트가 아주 예뻤다.
사전 구매 당시 이미지 컷만으로도 순식간에 제일 먼저 품절 되는 것을 이미 SNS로 확인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뽑았어.'
최근 대기업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티원의 행보에 많은 팬이 누그러든 상태였다.
거기에 이것저것 잘 뽑으니, 슬슬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하지만 홈마는 마음을 다잡았다.
'…방심하지 말자.'
콘서트 블루레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애들이 시안을 냈다는 걸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개로 마음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 빡세게 한 것 같지?!'
콘서트가 너무 기대된 나머지 만면에 웃음이 번졌다. 표가 있는 자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벌써 물밀듯 밀려왔다.
게다가 그녀의 객석은… 2층 8구역이었다!
바로 박문대가 도전하려 했지만, 시도도 못 해보고 실패한 그 자리였다.
'문대야, 내가 여기 앉는다…!'
원래 그녀는 직캠이 잘 나오도록 스탠딩과 교환을 구해볼 생각이었으나, 테스타의 티켓팅 영상을 본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일 더 각 잡고 찍지 뭐!'
내일도 표가 있는 자라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저, 이거 혹시 드실래요…?"
"헉, 감사합니다!"
그녀는 옆자리의 낯선 김래빈 팬이 준비해 온 간식과 작은 포토 엽서를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간간이 SNS에서 상황을 확인하자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슬슬 콘서트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안내 방송이 회장을 울렸다.
"…후우."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능숙하게 꺼내서 짐으로 감추었다.
그 순간, 회장의 불이 어두워졌다.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뚝 멈춘 자리로, 거대한 스크린의 빛이 쏟아졌다.
우우우웅-.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교실 바닥에 원형으로 누운 7명의 인영이었다.
테스타였다.
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영상이 전개되었다.
바닥에서 눈을 뜨는 테스타의 얼굴이 한 사람씩 클로즈업되더니, 다음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비눗방울이 혹 지나갔다.
멤버들은 비눗방울을 쫓아, 햇살이 쏟아지는 교실 창문 밖으로 가볍게몸을 날렸다.
그리고 뚝, 화면이 꺼졌다.
다시 어두워진 공연장. 익숙한 멜로디가 더 화려하게 변주되어 울렸다.
그리고 어느새 현장은 쏟아지는 비눗방울과 응원봉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 찼다.
"…!"
보랏빛 조명에 일렁이는 그 환상적인 공간에서, 박문대의 '마법소년' 도입부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천장에서 와이어를 탄 인영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테스타 7명이 모두 사방에서 와이어를 탄 채 등장한 것이다.
아이돌들은 무대 장치에 몸을 맡긴채, 공연장을 휘감고 돌기 시작했다.
-But reality is breathing, All the time…
그녀의 머리 위로 선아현이 자신의 파트를 부르며 휙 날아갔다.
'미친!'
주변에서 비명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아아아악!
선아현이 지나간 자리로부터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 머리를 간지럽혔다.
소름이 쭉 돋았다.
'문대, 문대는?!'
박문대는 그녀와 약간 떨어진 스탠딩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일 내 구역 저긴데!'
금발이 찰랑이는 것이 스크린에 잡혔다. 박문대는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요정! 내일도 제발 저기에 있어줘…!'
그녀는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들었다.
-Cast a spell
테스타는 2절 후렴이 되기 직전, 삽입된 작은 간주 부분에 중앙 무대로 모였다.
그리고 장치에서 내리며 후렴안무를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것보다 훨씬 화려한 교복 의상의 장식들이 조명에 반짝였다.
그리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듯 반주가 연결되며 다음 곡이 이어졌다. 두 번째 활동기의 타이틀인 '비행기'였다.
-마음이 울렁거려, 어딘가로 날려보내고파
테스타는 오프닝부터 와이어를 쓰고 날아와서, 첫 번째 무대로 순식간에 보유한 타이틀을 다 털어버린것이다.
'세상에.'
다음 구성이고 뭐고 일단 몰입부터 시켜놓고 보겠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했다.
히트곡만 연달아 나오자, 관객들은 공연 후반부 구성이 걱정되기도 전에 머리가 아드레날린으로 달아올랐다.
테스타의 첫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테스타는 'Choose your side' 앨범에 수록된 나직한 발라드를 한 곡더 부른 후, 그제야 가벼운 토크를 진행했다.
[후, 오프닝, 재밌으셨나요?]
네!
살짝 울리는 목소리에 찢어질 것 같은 긍정의 대답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말을 꺼낸 류청우는 그 기세에 약간 놀란 것 같았으나, 곧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도 자꾸 보니까 귀여워.'
후하게 평을 내리면서도 홈마의 눈과 카메라는 박문대에게 집중되어있었다.
박문대는 자신이 마신 물병을 옆의 선아현에게 건네주며,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입니다. 오늘 재밌고 신나는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귀여워!'
일부러 SNS 말투를 재현하려고 한노력이 보였다. 하지만 제법 부끄러웠는지 귀가 발갰다.
'우리 댕댕이가 용기를 냈어…!'
울부짖으며 카메라를 잡고 있는데, 옆에서 흑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잖아…."
"…?"
이 옆자리의 사람은 분명 김래빈 개인 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문대가 그만큼 파괴적으로 귀엽다는 뜻이니, 그녀는 훈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무대는∼ 저희가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이미 다들 보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첫 번째 유닛 무대입니다!]
멤버들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들뜬 얼굴로 곧잘 토크를 소화했다.
[아, 어느 팀이 첫 번째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비밀!]
장난스러운 팬들의 야유와 웃는 테스타의 멘트가 몇 번 더 교차한 후에야, 테스타는 무대 아래로 내려갈 채비를 했다.
[다들 준비되셨나요? 그럼 누가 나을지, 기대와 함께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곧 공개해요!]
그리고 테스타가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뛰어갔다.
그것을 일부러 다 보여준 뒤에야, 조명이 꺼지며 다시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빰바밤!]
[빠바바밤!]
고개를 내민 둘은… 차유진과 큰세진이었다!
'여기를 벌써?'
댄스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유닛은 분위기 구성상 후반부에 등장할 줄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차유진이 있지 않은가.
무대 박살 내는 차유진, 개인 팬 제조기 차유진!
'…에이 몰라. 문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문대가 안 나오니 좀 편하게 볼 생각이었다.
'뭐, 차유진이 날아다니고… 세진이도 잘 추겠지?'
그녀가 대충 위튜브 리얼리티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좀 유명하고 오래된 재즈풍 알앤비 팝송을 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키득거리는 귀여운 VCR도 금방 끝났다.
[그래서 저희 컨셉은…, 뭐라고유진아?]
[황야의 무법자!]
차유진의 말을 마지막으로, 화면은 한번 검게 끊겼다.
그리고 다시 뜬 스크린은… 정말로 황량한 황야였다.
'어?'
전형적인 미국 서부물에서 볼 것같은 풍경이었다.
Bam Bam Bam Barabarararabam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원곡보다 훨씬 유쾌한 색소폰 리듬과 함께 화면에 그림이 떴다.
[WANTED]
[$100,000,000]
현상금 포스터였다. 두 사람의 익살맞은 카툰 캐리커처가 척척 영상에 붙는 효과가 났다.
-Who's next?
비음 섞인 차유진의 목소리가 한소절을 날카롭게 던져놓은 순간.
두 사람이 중앙 무대의 양 끝 아래에서 동시에 튀어 올랐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왼쪽과 오른쪽에서 세차게 달려든 둘은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안무동작을 교차하더니, 마법처럼 휙 몸을 일으켜 다시 서로를 뒤를 돌아보았다.
장신의 둘은 모두 가죽바지에 느슨한 셔츠와 조이는 조끼, 그리고 카우보이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있었다.
다만 차유진은 밝은 갈색이었고, 큰세진은 어두운 갈색이었다.
—Now∼ You have to know
What is right D'oh
What is Left
둘은 동시에 모자를 집어 던졌다.
유쾌한 팝송에 맞춰 큰세진의 보컬이 툭툭 튀는 가운데, 비딱하게 웃고 있던 두 사람의 뒤로 검은 옷을입은 댄서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둘은 허리춤에서 로프를 꺼내 들었다.
"…?!"
사방에서 공격적인 군무가 전개했다.
차유진과 큰세진은 발과 로프를 사용하여, 기묘하고 활기찬 동작으로 댄서들을 하나둘씩 걸어 눕히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댄서들의 안무와 유사점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도 맞춰져 있었다. 소절마다 서로 같은 타이밍에 같은 동작을 구사하는 부분이 꼭 있던 것이다.
그래서 무대의 통일감은 매끄럽게유지했다.
입을 떡 벌리고 볼 묘기였다.
-Take my gun and
Bababababa—by Say
Goodbye!
후렴에 들어가는 순간, 둘은 조끼를 뜯어서 뒤로 던졌다.
그러자 숨겨진 의상 요소가 모습을드러냈다.
총이 든 건홀더였다.
—Oh my∼
둘은 한 손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로 안무를 계속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속 위치를 바꾸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안무는 다분히 뮤지컬스러웠지만, 동시에 한쪽 손이 제약되며 다른 동작들이 더 과격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서로가 든 총을 쳐내는 동작으로 안무가 마무리되었다.
-Say Goooodbye∼∼
드럼 롤과 미친 듯 연주되는 색소폰 소리 위에서, 둘은 천천히 없는 모자를 들어 인사하는 것 같은 동작을 공들여 취했다.
그리고 서서히 무대 아래로 사라졌다.
-Yay ha!
곡의 마지막 구절이 나오기도 전에, 공연장은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헐 '
품평할 새도 없이 몰입한 나머지 휙 지나가 버린 무대에, 박문대의홈마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려 노력했다.
'엄청 좋네…'
'황야의 무법자'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관객들이 기대했을 법한 요소를, 기대 이상으로 푹푹 찍어낸 강렬한 구성의 무대였다.
'…만우절에 이 무대 컷을 올려볼까.'
조끼를 던지는 컷이 잘 나온 것같다며,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처럼, 첫 번째 유닛 무대를 본 관객들 대다수의 뇌리에는 무대가 진하게 남았다.
어떤 멤버 개인이 아니라, 무대가.
큰세진의 판정승이었다.
'유닛 무대가 방금 끝났군.'
의상을 갈아입고 대기하는 중, 환호성으로 무대 아래까지 진동이 울렸다.
"두, 둘이 정말 잘했나 봐!"
선아현이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밀렸겠지.'
뭐, 사실 큰세진이 크게 우려되진 않았다.
며칠 전, 샤워하고 나오다가 선곡의 전말을 대뜸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문대야 재밌는 거 알려줄까?
-뭐?
-나 기본기 저걸로 연습했다? 연습생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
-그러다 보니 그냥 혼자 연습할때마다 저걸 쓰게 되더라고.
-…얼마나?
—글쎄… 아마도 8년? 하하.
간단히 말하자면, 차유진은 이놈이 8년간 가지고 논 곡에 붙은 것이다.
물론 그냥 오래 붙잡고 있다고 그곡을 잘 소화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큰세진 놈 성격을 고려하자면, 아주 곡의 요소란 요소는 다 뜯어서 뽑을 수 있는 퍼포먼스는 이미 다 뽑아봤을 것이다.
거기서 분명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하고 좋았던 것만 추려다가 차유진을 살살 꼬셨을 테니, 결과는 뻔했다.
'큰세진이 잘하는 방향으로 좋은 무대가 나왔지.'
게다가 큰세진은 장치를 하나 더했다.
'…솔로 파트가 없었어.'
저 유닛 무대에는 누군가 혼자 움직이는 단독 파트 자체가 없었다.
무조건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둘이 같이 움직이는 거의 모든 순간에서, 큰세진은 시선을 무작정 빼앗기지 않았다.
한 사람만 보면 재미가 덜하도록 유기적인 무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없으면 무슨 짓을 하든 소용이 없었겠지. 하지만 큰세진은 실력이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모든 전략이 잘 통했을 것이다.
'…머리는 진짜 잘 돌아가는 놈이야.'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남의 유닛 무대에 더 신경써줄 시간은 이제 없었다.
"우, 우리 무대가… 두 번째니까.
우리도 잘하고 오자!"
이제 곧 내 차례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0화]
테스타의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사람들은 온갖 곳에 출몰했다.
-31일 막콘 표 양도 구합니다 당연히 없겠지만ㅠ
-제발 추가 일정 잡아줘 평일이라도 좋아
-표는 없지만 그냥 한번 겉돌 와봤다ㅎ 나 같은 사람 진짜 많더라 웃기다ㅋㅋㅋ 사실 안 웃김(사진)
정말, 정말로 많았다.
게다가 콘서트에 관심은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배로 늘었다.
-아 테스타 콘서트 오늘이야?
각 잡고 티켓팅까지 할 마음은 없지만, 무대는 궁금한 사람들이었다.
테스타의 티켓팅 동영상이 잠시 화제가 된 덕에, 아주사 로 미리 형성된 대중 인지도가 콘서트에까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서 녹음으로, 또는 저화질 휴대폰 영상으로 콘서트가 중계되고 있었다.
-오 와이어
-박문대 라이브 진짜 잘한다
-방금 위로 지나간 거 선아현이야? 개멋졌는데 중계하던 분이 화면 흔들어서 잘 못 봄… 아쉽다ㅠ
물론 불법이었지만, 어차피 콘서트 VOD 수요에 영향이 미칠 정도의 퀄리티도 아니었기에 슬그머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지도 않은 테스타의 콘서트를 두고 실컷 떠들 수 있었다.
-타이틀 벌써 다 지나감? 후반에 어쩌려고 그러지
-수록곡 끝나면 알려줘ㅋㅋㅋ
-테스타 진짜 빡세게 잘 춘다 역시 첫콘이 좋아 내 돌도 첫콘 때저랬는데…ㅎ
-와 무대 때깔이ㅋㅋㅋ 티원 돈 좀 썼구만ㅋㅋ
물론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아… 테스타 생각보다는 라이브 별로다ㅠ 하도 무대 난리라 기대했는데 어설퍼… 앞으로는 방송 보정 감안해야겠다.
└엥 개잘하는데?
└중계 엿들으면서 아주 대법관 납셨네ㅋㅋㅋ
└팬들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입막음 그만해
└테스타 팬들을 왜 여기서 찾앜ㅋㅋㅋㅋ
└지들끼리 콘서트 달리느라 바쁘던데 자기 혼자 머리채 잡고 있네
└야 그냥 좀 보자 이런 걸로 품평질은 너무 나갔음
어그로 시도는 번번이 차단되었다.
어지간히 대놓고 망하지 않는 이상, 정식 송출되는 것도 아닌 해적 영상으로 실력에 대해 떠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밌게도, 몹시 잘하는 것은 대놓고 티가 났다.
-카우보이 뭐냐ㅋㅋㅋ 쩔어
-딱딱 맞을 때 쾌감 오졌다
-유닛 팀 짜는 거 볼 때부터 여기 무대 재밌을 줄 알았음 댄스 라인이라ㅇㅇ
-이건 진짜 보고 싶다
첫 유닛 무대가 끝난 뒤 쏟아지던 무대에 대한 호평은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나머지 유닛은 뭐 하려나ㅋㅋㅋ
-다음 누군지 모르지? 청우-래빈, 문대-아현-배세 이렇게 인가?
└ㅋㅋ 둘 중 하나
└오 무슨 무대 할지 감도 안 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ㄹㅇ
└나 리얼리티 봤는데도 모르겠음 둘 다 무슨 옛날 노래 골랐더라 메인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멤버들끼리의 조합이었기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무대에 반응하며 다음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해졌다.
-베러미 나온다
-방금 겁나 큰 황금 깃발 같은거? 올라탄 거 차유진인가? 진짜 자본 맛 잘 살리네
-와 127 콜라보 곡도 한다 나 이거 좋아ㅠㅠ
-밴드 라이브 편곡한 거 음원 내주면 좋겠다
-테스타 숨은 쉬냐? 군무 계속 몰아치네
사람들은 한 곡의 발라드 이후 계속되는 강렬한 퍼포먼스의 단체 무대에 재밌어하며 콘서트 중계에 몰입하고 있었다.
중간 토크가 다시 시작된 것은 딱 그때쯤이었다.
단, 마이크를 잡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
-다들 어디 갔어
-차유진이랑 큰세진인가?
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방긋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헉!]
[하압, 후, 여기 안에 아파요! 근데 기분 최고예요!]
[유진이가, 후, 숨이 찬데 여러분 봐서 좋답니다!]
[맞아요!]
-ㅋㅋㅋㅋㅋ 차유진 귀여워 기분 최고래
-아이고 숨 고르고 말하지 ㅋㅋㅋ
-아주사 소감 때 생각 난다ㅠㅠ
└이제 아주사 좀 보내주면 안 되겠냐…
온갖 긍정적인 반응을 적극적으로 보내는 관객들 사이에서, 둘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후에야 다음 무대를 발표했다.
[다음은….]
[다음은!]
[두 번째 유닛 무대입니다∼!]
두 사람은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자세한 건 화면으로 만나 보시라'는 말을 남긴 채, 싱글벙글 웃으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몇 초 뒤, 스크린에 세 사람이 떠올랐다.
[화면 켜졌나요?]
스크린의 이목구비는 중계로 엿보는 사람들에게도 확실히 보였다.
-박문대 유닛이다
-오오
-뭐 보여줄지 궁금
-선아현 춤 박문대 노래 배세진…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뭘 준비했을지… 제일 확률 높은 건 박문대 중심으로 보컬 퍼포먼스이긴 한데
└선곡 때문에 그러 면 개노잼일 것같다고ㅠㅠ
사람들은 한마디씩 얹으며, 두 번째 유닛의 VCR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저희가 준비한 곡… 미소 선배님의 그대는 놀라워]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세 사람이 손을 흔드는 것을 끝으로 스크린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중계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뭐여
-중계 왜 이래
동시에 '어? 어?' 하는 소리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곧 찢어질 것 같은 환호와 비명이 가득 찼다.
노랫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정도의 함성들이 저음질로 바뀌며 어마어마한 노이즈를 생성했다.
-헐 뭐야
-지금 중계 이상한 거 나뿐임?
-ㅋㅋㅋㅋㅋㅋ반응 봐
-아니 대체 뭐했냐고
-벗고 나왔니?
└ㅋㅋㅋㅋㅋㅋ아 미쳤냐고!
-진짜 너무 궁금해 미친ㅠㅠㅠ
중계로 콘서트를 엿보던 사람들은 그 엄청난 리액션에 기겁하면서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뭔진 몰라도 굉장한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영상 중계들은 아예 끊겼다.
-왘ㅋㅋㅋㅋ
-중계 어디 갔냐
-폰 떨어트렸나 봐 화면이 우당탕탕 꺼짐ㅋㅠ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ㅠㅠ
-소리 중계에서 계속 비명만 들렼ㅋㅋㅋㅋ
혼란으로 가득 찬 그 반응들 속에서, 마침내 정황이 담긴 글이 하나 올라왔다.
[미친 방금 박문대]
내가 보던 중계 꺼지기 전 마지막에 본 것
(사진)
첨부된 사진 속 박문대는… 반짝거리는 핑크 스팽글 리본 띠를 야무지게 차고 있었다!
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 안.
두 번째 유닛의 무대는 전화부스에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며 시작되었다.
지이이잉-.
리프트 장치로 돌출 무대 위로 올라온 세 개의 전화부스는 얌전한 파스텔톤이었다.
'꼭! 꼭 찍어간다!'
박문대의 홈마는 카메라를 부여잡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추리했다.
'부스에 기대서 노래하는 컨셉인가?'
80년대의 감성적인 곡이니 느리게 편곡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대 파트 많았으면!'
그 순간, 전주가 흘러나왔다.
청량한 실로폰 소리와 발랄한 신스브라스 소리가 경쾌하게 비트를 어지럽 혔다.
그 신나는 비트에 맞춰서, 차례대로 부스의 문이 열렸다.
빰! 빰! 빰!
온갖 요란한 장식과 꽃가루, 풍선이 각 부스에서마다 무대 위로 튀어나왔다.
"…?!"
그리고 그 반짝이 사이로 부스에 기대어 자세를 취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발!'
가운데 부스에 박문대가 있었다.
…핏 좋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 그리고 어깨 밑으로 느슨한 청재킷을 걸친 채!
'착장이!'
홈마가 당장 카메라를 들어 올리려던 순간, 박문대가 부스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안무와 함께, 첫 소절이 시작되 었다.
-우! 마음이 들려요∼
수줍은 가슴의 떨림이
그대 귀까지 들릴까 봐
입술이 꼭 다물어져요
박문대는 눈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등 뒤에 감추고 있던것을 꺼내어 금발 위에 올렸다.
반짝이는… 거대한 리본이었다.
"허어억!"
끼 없으면 시도도 못 할 것 같은 애교 섞인 제스처의 안무가, 몸을 유연하게 쓰는 가운데 청량감 있게 펼쳐졌다.
그 와중에 거대한 스크린에 하얀 얼굴이 잡혔다. 박문대의 눈 밑에는 반짝이는 글리터용 스티커까지 붙어있었다.
'미친! 박문대 미친!'
80년대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을 완전 클래식한 의미의 아이돌 스타일로 해석해 놓은 것이다!
-마음이 간지러워 잠을 설치죠
내가 먼저 다가가볼까
그대 오늘 어때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배세진이 다음 파트를 이어 불렀다. 그 머리 위에도 색만 다른 하늘색 리본이 올라갔다.
안무가 유연하고 예쁜 선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살짝 힘이 부족한 배세진도 제법 맵시 있게 소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표정이 워낙 좋아서 얼굴로 시선이 빨려 들어가 줬다.
-그때 짠하고 그대가 나타났죠
난 깜짝 아무 말 못 해
꼭 안아주는 그대 품속이
너무 뜨거워 가슴이 뛰는 걸
그리고 선아현이 나와서 미성으로 프리코러스를 불렀다. 머리 위에서보 라색 리본이 흔들렸다.
'미친 얼굴…'
청재킷에 하얀 티셔츠라는 착장이 선아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다 함께 들어가는 코러스.
안무에 따라 청재킷이 어깨에 걸쳐졌다가 다시 팔꿈치 아래로 내려갔다.
흰 티는 반팔이었다.
-우우우 놀라워!
그대의 모든 것이
난 매일 두근대!
오늘도 잠들 수 없어요
착장, 헤어, 연출, 안무, 편곡까지.
아이돌의 기막힌 재롱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지는 아주 제대로 먹혔다.
한 치만 어긋나도 과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하는 얼굴과 끼 덕분이었다.
그 덕에 무대를 보는 관객들은 그저 흐뭇함과 과몰입의 절정이었다.
'허…'
직캠은 확인하지도 못하고 간신히 각도만 고정해 둔 채 무대를 보던 홈마는, 문득 주변이 엄청난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 200% 상태인 박문대를 보느라 이렇게 시끄러운지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나도 소리 질렀겠지?'
아마 직캠에는 선명한 자신의 비명소리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저걸 보고 비명을 참는 팬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이상한게 아닐까!'
그녀는 꾹꾹 눌러 비명을 참으며 2절에서도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화 부스에서 풍선까지 뜯어온 세 아이돌은 풍선 줄로 몇 가지 보기 좋은 안무까지 선보이며 화려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허어어어…'
홈마는 흐느적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다가, 그때서야 저 유닛이 여성 보컬 원키로 라이브도 끝내주게 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롱잔치의 부작용이었다.
"패, 팬들이 좋아했어!"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선아현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드물게도 아주 확신에 가득 차 있다.
'하긴, 그걸 듣고 확신 안 하기도힘들겠군.'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이 엄청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마터면 2절 후렴 들어갈 때 반 박자 늦을 뻔했다.
연습 초기에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던 배세진도, 머리띠를 뜯어내며 덤덤히 인정했다.
"컨셉… 괜찮은 생각, 맞았네."
"그, 그렇죠…!"
선아현은 격하게 동의했다. 누가보면 저놈이 낸 의견인 줄 알겠다.
'뭐, 저 둘이 선곡했으니… 어느정도는 선아현의 의견도 맞군.'
난 선곡 이후부터만 의견을 내서 이 컨셉을 제안했었다.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콘서트에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 선택은… 콘서트 전체 구성상의 문제기도 했다.
'분위기 푸는 곡이 없어.'
그나마 Hi-five 정도가 신나는 곡이고, 나머지 라인업은 좀 과하게 컨셉추얼했다.
중반쯤에 하나는 이런 웃고 넘길수 있는 곡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분위기상 신선할 테니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음, 생각보다 더 좋아서 좀 놀라긴했다.
'…재미도 있었고.'
하지만 더 상념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VCR 끝나기 전에 당장 환복하고 메이크업도 손봐야 하니까.
사실 지금 떠들면서도 그렇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야∼ 리본 멋지더라!"
"신나요!"
뛰어서 다음 동선을 맞추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적당히 받아주며 내 자리를 잡았다. 멤버들은 서로의 착장을 확인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이번 곡 기대되는데."
"나도."
시간이 없다는 걸 다들 알았기 때문에, 대화는 그걸로 끊겼다.
우우우웅-.
눈앞의 무대 장치가 열리며, 관객석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빛들이 거대한 공간 전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다시 들리는 함성 속에서, 나는 첫소절을 시작했다.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아주사 3차 팀전.
달토끼팀의 '기다림이 좋아'가 체조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1화]
아주사 에서 참가자들이 소화했던 '기다림이 좋아'는 특유의 동양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붙는 무대였다.
물론 이 곡 외에도 테스타는 각자 성공한 팀전 무대가 제법 많았다.
당연히 그중 다시 해보고 싶은 무대에 대한 의견은 그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는 내내 다양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히어로 컨셉이 콘서트용으로 스케일을 키우기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새, 새로운 세상으로… 다, 다시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뱀파이어! 저 하고 싶어요!
-얘들아, 혹시 브이틱 선배님 곡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니? 지금은 가능할 것 같은데….
-…진정하세요, 형.
하지만 대부분은 논의 단계에서 탈락했다. 인원이 너무 많이 바뀌었기때문이다.
자칫하면 '탈락자들에게 곡까지 뺏는다'는 꼬투리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큰세진이 적극적으로 밀었던 이 곡은 그런 불안 요소가 없었다.
-하하, 우리 멤버들 그대로 여기있는데요 뭘∼
달토끼는 골드 1을 제외하면 모든 팀원이 테스타로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곧 데뷔하는 골드 1은 본인 콘서트에서도 써먹겠다는 것을 전제하에 흔쾌히 문자로 허락까지 남겼다.
그렇게 테스타는 신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두운 두루마기를 두른 7명의 인영이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대금 소리가 울렸다.
우웅-. 우우우웅-. 우우- 우우우-.
우아하고 구슬픈 소리.
이 자리에 있는 관객 전부가 한번은 들어본 소리였다.
그 순간, 한 인영이 우아하게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공중으로 거꾸로 박차고 올랐다.
그 쭉 뻗은, 선뜩한 선이 예전보다 더 높게 도약했다가 앞으로 떨어져내렸다.
나부끼는 군청색 두루마기에서 화려한 황금빛 곤룡포 무늬가 빛났다.
"…!"
관객들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가, 토끼 탈의 디테일이 스크린에 잡히는 순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악!"
"미친!"
재롱잔치에 이어서, 그리운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호화롭게 치장한 채로.
-널 기다리는 길목마다
언제나 설레는 내가 있어
멤버들이 휙 넘긴 토끼 탈 아래로 화려한 비취 노리개가 흔들렸다.
아주사 때보다 배는 휘황찬란해진 의상 디테일은 장신의 인영들이 움직일 때마다 보기 좋은 원과 반짝거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테스타는 당시의 묘한 분위기와 살짝 비인간적인 군무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난 기다림이 좋아
내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즐거우니까
인원이 늘어난 덕에, 후렴의 안무에서도 대형과 전체 움직임이 한층 성대했다.
-이 기다림이 끝나면
마주칠 너를 알아
벌써 내 맘이 밝아
박문대가 후렴의 고음을 맑게 소화했다. 스크린에 잡힌 그 얼굴에는, 아직도 유닛 무대의 반짝이가 살짝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주사 때 무대 시간 문제로 잘려 나갔던 2절이, 이번에는 잘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새롭게 달토끼에 합류한 친구들이 새 구절을 소화했다.
-다시 흘러가는 순간마다
내 초점은 네게 멈춰 있어
차유진이 씩 웃더니, 가벼운 발동작으로 화려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그 두루마기 끝자락까지 안무를받아 갔다.
-스쳐 지나가도 상관없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난 꼭
달토끼들은 벅차서 어쩔 줄 모르는것처럼 무대를 표현했고, 관객들은똑같이 전염되어서 끙끙 앓으며 무대를 즐겼다.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달아오른 공연장은 뜨거웠다.
그리고 다가온 브릿지 파트.
-너도 날 기다려왔다고
말하는, 선명한 기시감
달토끼들은 달짝지근한 관능미가 느껴지는 그 구절을 돌출무대까지달려 나와서 소화했다.
두루마기 안쪽에서 꺼낸 부채를 든채로.
"아아아악!"
"으학!"
주변 스탠딩에서 들리는 비명은 처절했다.
전신으로 바닥을 쓸어 두루마기를 내리는 안무 끝에, 이제 그들은 셔츠차림이었다.
띠로 묶는 하얀 셔츠 위로 반짝이는 끈 장신구들이 아롱다롱 매달려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마지막 후렴구의 끝.
다시 누군가를 설레며 기다리는 것처럼, 허밍과 함께 발을 움직이는안무가 즐겁게 이어졌다.
—Hum hu hu hum- huhu
DDu-ru Du—ru Du Du
관객들이 허밍을 따라부르며 신나게 호응했다.
뚜뚜루뚜루뚜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직한 발음의 떼창이었다.
예상 못 한 귀여운 상황에, 달토끼들은 결국 계획했던 미소보다 큰 웃음과 함께 무대를 마무리했다.
-기다려줘
기어코 큰세진의 마지막 소절마저 떼창이 나왔다.
큰세진은 씩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돌출무대로 나온 거대한 나무 몸통에 픽 머리를 기댔다.
무대가 암전되고 나서도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와아아아악!
전개상 VCR이 이어지며, 새 무대를 예고할 타이밍이었다. 사람들은 전 무대의 여운으로 잔뜩 흥분한 채다음 무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무대는 그냥 암전 상태였다.
환호를 보내던 관객 중 몇 명은 곧 의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
"어어?"
"뭐야?"
혹시 무대 사고인가 싶어서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직전.
갑자기 무대에 불이 돌아왔다.
픽.
단 한줄기의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였다.
그 빛줄기는 돌출무대 위의… 거대한 그루터기를 비추고 있었다!
"…!"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마치 몸통이 찢겨 나간 것처럼, 그 위는 통째로 사라지고 덩그러니 그루터기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그루터기 위에… 머리검은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걸터앉아 있었다.
"….?!"
느릿한 현악기 독주가 흘렀다. 두사람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 얼굴은 토끼 탈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다만, 탈은 머리 부분이 일부 파손된 채, 그 부위에서 물감이 흘러내렸다.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용해진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가 시작되었다.
-Je te donne des fleurs que….
피치가 극단적으로 조절되어 다소 기괴해진, 샹송의 반주 위.
세 번째 유닛 무대는 그렇게 예고없이 시작되었다.
"야, 청우 형이랑 래빈이 진짜 대단하지 않냐."
다시 내려온 무대 아래.
큰세진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왜."
"왜긴, 지금 안무 없이 딱 자기 편곡이랑 목소리만 들고 승부 보는 거잖아. 배짱 봐. 완전 멋있지∼"
숨쉬기도 바쁜 와중에 뜬금없이 자리에 없는 놈들 칭찬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니, 콘서트 비하인드용 카메라가 보였다.
'역시.'
그랬군. 정말 한결같은 놈이다. 나는 감탄하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아마 류청우는 저 말대로 '아이돌콘서트'라는 특성의 리스크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김래빈은 배짱을 가질 필요도 없었겠고.
'편곡 잘 나왔고 라이브도 잘 되니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정말로 편곡이 잘 나오긴했다.
몇십 년 전에 나온 고전적인 샹송을 이리저리 깨부수고 재조합해서 최근 음원차트에서 잘 먹히는 인디스타일로 바꿔놨더라고.
콘서트 음반이 나온다면 아마 제일 잘 될 것이다.
큰세진은 내 동의에 씩 웃었다.
"그치? 아, 물론 문대 배짱도 굉장했지. 리본 머리띠 어마어마했어∼"
"…어, 그래."
옆에 카메라가 있다. 잊지 말자.
"문대문대, 나한테는 뭐 해줄 말없니? 카우보이 봤지?"
"어 멋졌다."
"좀 더 마음에서 우러나는 느낌으로 다시 해줘∼"
나는 개소리를 무시하며,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음울한 비트 위에 올린, 귀에 잘붙는 쨍한 리프 멜로디.
-…마르지 않는 상처
눈물은 딱지처럼 굳어
흔적을 남기네 저 아래…
그리고 랩이 들렸다.
아이코닉한 도입부와 후렴을 뺀 곡전개를 랩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성이니, 더 귀에 잘 붙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랩과 보컬, 그리고 분위기로만 밀어버리는 노래의 마력이 과연 콘서트에서도 통했을지 궁금했다.
'분위기가 한몫할 것 같긴 한데.'
무대 위 세트와 조명을 연극처럼 활용해서 강한 서사를 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서는 샹송 가사의 뜻이 잉크가 튀는 것처럼 검게 떠올랐을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꽃을 건네요
오늘은 특별한 날
거리에 웃음이 넘치네
-보잘것없는 순간들이
먼지처럼 쌓여서
보석처럼 빛나요
지금도 당신의 숨을 느껴요.
원곡에서는 산뜻했을 가사가 음울한 비트와 랩을 만나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상은 강렬하겠군.'
그리고 저 가사 덕분에, 사실 우리가 만들었던 첫 세트리스트 시안에서는 다음 곡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었다.
바로 새 앨범 타이틀을 잇기로 했던 것이다.
'가사 맥락이 비슷했어.'
빌드업에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 쪽에서 기각했다. 체력과 시간 소요의 문제였다.
-래빈씨랑 청우씨 쓰러질 것 같은데요?!
-연달아 이러면 의상 갈아입다 실수할 것 같아요. 신곡 공개 무대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최대한 피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나하나 주옥같이 맞는 말이라 입다물고 수긍했다.
그래서 짧은 토크와 관객 소통이 추가되었는데, 과연 저 곡 다음에 토크를 해도 분위기가 살지는… 모르겠다.
'토크는 신나는 곡이나 서정적인곡 다음에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곡 풀이 적어서 구성상 어쩔 수 없었지만, 좀 아쉬웠다.
나는 혀를 차며 의상과 헤어 정비를 마치고, 동선대로 복도를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번째 유닛 무대를 마친 사람들이 합류했다.
"오오…."
"좋았어요?"
"응.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어."
"보여드리고 싶던 건 전부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대답하는 얼굴들이 밝았다. 반응이 썩 괜찮았던 듯하다.
'함성이 길었지.'
별 불안 요소 없이, 콘서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라갑니다! 착석 조심하세요!"
"네!"
우리는 일곱 개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채로, 리프트 장치를 통해 중앙 무대 위로 올라갔다.
눈앞에서,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수많은 빛이 반짝이며 물결쳤다.
와아아아아
환호가 마치 빛이 내는 소리 같았다.
'…이거 장난 아닌데.'
무대를 해야 할 때는 좀 덜 했는데, 이렇게 다짜고짜 앉아서 맨정신으로 여기 앉아있으려니 머리가 아찔했다.
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자리, 저 빛마다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아니, 그만하자.
'대본 진행하기도 벅차다.'
나는 첫 토크를 시작할 류청우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공연은 잘 즐기고 계시나요? 저희유닛 무대는 괜찮았나요?]
[오오∼ 형, 소리 들리세요? 다들 즐기고 계신답니다, 너무 좋았대요!]
[정말 좋아요!]
나도 마이크에 입을 댔다.
[어떤 무대가 가장 좋으셨나요.]
여기저기서 온갖 단어가 밀물처럼몰아쳤다.
전부!
다 좋아
토끼!
와이어!
문대 무대∼!
날 선 말 하나 없는 그 표현들이 귀를 울렸다.
"…."
나는 잠시, 의도치 않게 입을 다물었다. …준비한 대답은,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저도 다 좋았어요.]
[아, 문대 완전 감동했네∼]
[저도 감동해요!]
[이게 생각하시는 것보다도 드문 일입니다, 여러분.]
잠시 가벼운 놀림감이 된 후에, 진행이 계속되었다.
[자, 그럼… 테스타에게 하고 싶은 말 코너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준비한 질문들과 함께 본격적인 컨텐츠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대 주변의 조명들이 훅 어두워졌다.
"…?"
예정에 없던 일이다.
살짝 당황한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사고인가.'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부터 빛이쏟아졌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스크린에서 계획에 없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테스타의 데뷔 쇼케이스였다.
[마법처럼 찾아온 나의 가수]
[고마워! 사랑해!]
자막과 함께, 영상은 계속 흘렀다.
지난 9개월간의 활동이 시간을 따라 화면에 나타났다. 첫 공중파 무대부터 연말 무대까지, 온갖 의상을 입은 테스타가 컷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관객석으로 화면이 돌아갔다.
어느새, 사람들의 손에는 똑같은 연보랏빛 천이 들려있었다.
그건… 슬로건이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그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테스타에게 날려 보내는]
[러뷰어의 종이비행기]
그리고 이미 아는 노래의 반주가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마법은 너.
테스타의 첫 팬송이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눈 깜짝할 사이, 공연장 안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찼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낯설지만 어쩐지 좋을 거야
만 명의 노랫소리였다.
수많은 목소리가 결을 이루며, 불빛과 함께 별똥별처럼 온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숨이 턱, 막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2화]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었다.
팬들이 콘서트에서 가수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서너 번 데이터 의뢰받고 갈때마다 봤었다.
특별한 감흥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그 많은 사람이 돈 받는 것도 아닌데 타이밍 맞춰서 해내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넘실거리는 저 수많은 불빛이 하나하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실감 될 수 있는 거였나.
외부자가 아니라, 그 중심에서 체감하는 이 압도적인 공유감.
…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그 와중에도 노랫소리는 계속되었다.
내 파트였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의 마법은
Maybe it's YOU
상상도 하지 못한 전율이, 정수리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발끝까지 흘렀다.
"…후읍."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좀 나았다.
하지만 동시에 고개를 들어서 더보고 싶었다.
'…난리 났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귀에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게다가 이젠 다른 놈들까지 합세해서 부르고 있었다.
처음은 큰세진이었다.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어지간히 감동적이었는지, 자기 파트를 부르는 놈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게 아주 잘 들렸다.
"Li, Life is strange, 가볍게…."
코를 훌쩍거리는 김래빈의 랩 파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 내 파트가 다가왔다.
'…돌아버리겠네.'
나는 일단 마이크를 들었다.
"…날 보면,"
…한 소절을 통으로 날렸다. 뒤늦게 들어간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망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이상했는지, 드디어 시선이 쏟아졌다.
"…문대?"
"무, 문대야?"
"너 울어?"
갑자기, 여러 개의 손이 어깨를 흔들고 목 뒤와 등을 두드렸다. 노래를 부르던 팬들의 목소리 사이로 당황한 감탄사가 섞였다.
'…맙소사.'
나는 한 손으로 눈 주변을 눌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멤버들은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그러나 울먹이거나 그렁그렁한 놈은 있어도 눈물을 주룩주룩 쏟는 놈은… 없었다.
심지어 배세진도 이렇게는 안 운다.
'이런 X발.'
지금 이거 나만… 나만 이상한 놈 된 거 아니냐.
"아이고 세상에."
"문대가 이러네."
모여든 놈들이 몇 번 웃더니, 다행히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이놈들도 참고 있던 게 분명했다.
"…우리, 잘하자."
분위기에 취한 놈들이 머리 위와 어깨에서 사정없이 포옹해 왔다. 후끈거렸다.
부둥켜안는 게 숨 막히는 건지, 이상황 자체가 숨 막히는 건지 모르겠다.
어떡해
울지마
괜찮아
간주가 흐르는 중, 노랫소리 대신 온갖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어휴."
포옹이 풀리고, 어딘가로 달려갔다가 돌아온 큰세진이 얼굴 앞에 천을 들이댔다.
생각할 것도 없이 잡아다가 얼굴에 눌렀다.
연보라색 바탕에 남색 글씨 보였다.
…슬로건이다.
누군가 무대 위로 던져준 것이다.
'미치겠네.'
나는 그냥 얼굴을 파묻었다. 아주 그냥, 웃긴 꼴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간주가 끝나기 전에 멤버들에게 이끌려 무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나란히 손을 잡은 채, 크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노랫소리 대신 함성이 머리를 울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
다행히, 마지막 구절은 어떻게든 불렀다.
토크의 탈을 쓴 팬 이벤트가 끝나고, 간신히 소감 몇 마디 말하고 나서야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제야 겨우 질질 짜는 걸 멈췄다.
'…5분 전에 이랬어야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근 7년 만에 처음 우는 상황이 만삼천 명과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SNS 모니터링을 피하지 말았어야 했나.'
미리 알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콘서트 코앞이라 괜한 영향 안받으려고 다 같이 합의하에 일주일쯤 인터넷을 안 들여다봤다.
특별히 모니터링이 필요한 활동을 했던 게 아니어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사이에 이런… 일이 물밑에서오갈 줄이야.'
앞으로 내 인생에 이런 쓰잘머리없는 인터넷 디톡스는 없을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슬로건을 구길 뻔했으나, 간신히 참고 근처 의자에 잘접어서 올려두었다.
"야 너 진짜 예상도 못 했다. 1위해도 안 울더니."
"…."
"역시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남자야. 팬 사랑 앞에서만 우는… 캬."
"그만해라."
자기도 오열한 주제에 내려오니 입만 잘 털었다. 큰세진은 깔깔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괘, 괜찮아?"
"…괜찮지."
이쪽은 진짜 걱정이라 화도 못 내겠군.
선아현은 크게 감동 받은 것 같았으나, 그다지 울진 않아 얼굴이 멀쩡해서 스탭의 수고를 덜었다.
반대로, 배세진은 내려오고 나서야 눈물울 줄줄 흘리는 통에 스탭도 당황했다.
"…형은 좀 어때요."
"머, 멀쩡하거든."
배세진은 겨우 훌쩍임을 멈추며 마저 메이크업을 받았다.
"우리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이동해야 돼."
빨리 울고 빨리 정신을 차린 류청우는 얼른 상황을 다독였다. 그 옆에서 안 울고 신나기만 한 차유진이 벌써 옷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가요, 가요!"
…그래. 가야 할 시간이다.
대망의 타이틀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VCR 남은 시간 50초!"
우리는 스탠바이 장소까지 달려서 이동했다.
아마 조명이 꺼진 중앙 무대에는 이미 세트가 다 올라온 상태일 것이다.
나는 콘티의 장면을 떠올렸다.
고풍스러운 고 저택. 먼지 쌓인 샹들리에, 나비표본과 녹슨 새장.
그리고 등 뒤의 태엽.
"올라갑니다!"
무대 장치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열리고 무대 위로 머리가 드러나는 순간, 빛과 함성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一
하지만 이젠 압도당할 때가 아니었다. 모든 감상을 털어내고, 다시 집중할 시간이다.
푸른 조명이 무대에 꽂혔다.
테스타는 대형을 잡았다.
"허어어…."
테스타의 콘서트가 이틀 모두 끝난 31일 주말 밤.
박문대 홈마는 가방을 움켜쥔 채로 비틀비틀 발걸음을 옮겼다.
가방 속에는 스탠딩에서 촬영 임무를 끝마친 기특한 카메라가 잘 담겨있었다.
이틀간 콘서트를 뛰고, 이틀 내내 울고, 사진을 찍고, 심지어 오늘은 서서 무대를 관람한 탓에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한 점도, 진짜 티끌만큼도!
'너무 좋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운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냥 무대 자체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잠깐 들어갔다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틀로 끝내기 너무 아쉽다…!'
딱 이틀만이라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금 보고 나오는 길인데도, 또 살아 움직이는 테스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폰을 열어서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질 조악한 사진이나마 빠르게 업로드했다.
[2X0331 막콘 박문대 프리뷰]
(눈시울 붉히는 박문대 사진) (유닛 무대에서 손가락으로 볼 가리키는 박문대 사진) (와이어에 타서 돌아보는 박문대 사진)
사랑해 문대야
#테스타 #TeSTAR #박문대 #문댕댕
홈마는 특히 첫 번째로 첨부한 사진을 볼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
바로, 종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는 박문대의 모습이었다.
홈마는 내심 가슴을 두들겼다.
'우리 애는 진짜 댕댕 천사야…'
박문대는 콘서트 두 번째 날에도 울었다.
팬들은 첫날과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바로 테스타가 앵콜에서 팬송을 부르는 도중 허공에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테스타는 색색의 종이비행기 만 개가 공연장에 다 같이 떠오르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또 압도당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운 좋게 도착한 몇몇 비행기들을 잡아들던 테스타는그 속 내용까지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어, 이거…
-잠깐만요, 아…
-…
팬들은 비행기로 접은 종이 안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둔 것이다.
잔인할 정도로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그 과정에서 몇몇 멤버는 기어이 눈시울을 붉혔고, 그 중 박문대의 모습을 찍은 게 바로 홈마의 첫 번째 프리뷰 사진이었다.
그리고 박문대는… 가장 안 울 것같은 이미지였던 주제에 콘서트에서 가장 크게 운 멤버기도 했다.
아주사 1위를 할 때도, 데뷔 후 첫 공중파 1위에서도, 어떤 시상식에서도 눈물 한 방울은 커녕 웃어버리던 사람의 폭포수 같은 눈물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있었다.
첫날에는 그야말로 팬들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까지 뒤집어졌었다.
-미친 곰머까지 울었냐?
└그냥 운 것도 아니고 오열 수준(사진)
└헐
└찐이네 와 눈물범벅
-ㅋㅋㅋ 대상 탈 때도 안 울 줄 알았는데 겨우 콘서트 떼창 한 번에무너졌냐고 개짜릿
└히이익 변태! (입틀막
└이 새끼 손 치우면 웃고 있을 듯
└어케 알았냐
-앞으로도 콘서트마다 울면 VOD산다 일단 이번 건 샀다 얼른 고화질로 보고 싶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셤별 놈들 다 잘 우네 하긴 나도 첫콘이 체조면 울었지
└어그로 X나 꼬이고 데뷔 전부터 사회의 불닭맛 보며 커서 그런지 빠들 소중한 건 아는 듯
└그래 몰라도 아는 척은 할 놈들이라 빠는 맛 난다ㅋ 이것도 못 하면 망주사에서 벌써 처맞고 탈락했겠지만
-응 핑크 리본 달고 재롱부리는 내 곰머 천년돌 셤별 곰머한테잘해 개구린 선곡도 심폐소생하잖아 곰머 많이 울고 계속 빠들한테부채감 느껴줘
└ㅋㅋㅋㅋㅋㅋㅋ악개 어서 오고
참고로 셤별은 극한까지 변형된 테스타의 검색 방지명이다.
어쨌든 필터링 없이 막말이 오가는 커뮤니티부터 예의와 상식이 있는 팬 계정까지, 다양한 곳에서 테스타의 이번 콘서트 행보는 빠르게 공유되었다.
새로운 유닛 무대, 파격적인 신곡무대, 그리고 우는 모습까지 온갖 떠들만한 이야기가 다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문대의 홈마의 프리뷰 공유 수치가 올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천 단위를 가볍게 돌파한 것이 하나의 증거였다.
지인과 팔로워들의 반응도 우수수달렸다.
-문대 금발 소중해 절대 지켜
-SO CUTE
-아이고 우리 문댕 또 울었구나ㅠㅠ 풀문베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His real skin color is beautiful,too. STOP whitewashing (우는 이모티콘)
└보정 안 한 프리뷰인데요 미친아 좀 꺼져 아무데서나 화이트워싱 무새질;
슬슬 해외 팬들도 많이 붙는지, 외국어 어그로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얘네는 모든 홈마한테 시비네.'
익히 봐온 꼴이었기 때문에 홈마는 가뿐히 무시했다. 그리고 마침 도착한 지하철에 얼른 탑승했다.
'으, 사람 진짜 많다…'
첫날은 다른 곳에서 관람한 친구의 차를 얻어 탄 덕에 편하게 갔는데, 오늘은 그런 요행이 불가능했다.
'택시나 호텔 잡을 걸 그랬나!'
후회하려던 순간, 다행히 바로 앞에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홈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촬영된 것을 앞으로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신곡 무대가 머리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미쳤지.'
설마 그런 걸 들고 올 줄은 몰랐다.
근데 들고 와 줘서 너무 고마웠다!
첫 임펙트가 중요하니 암묵적으로 신곡 무대의 사진이나 직캠은 자정까지 업로드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솔직히 정말 자랑하고 싶었다.
'돌려보기라도 하자.'
홈마가 그렇게 오늘 촬영한 직캠을 확인하려던 순간, 갑자기 무릎에서 진동이 울렸다.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알림창에는… 기대도 하지않은 소식이 떠 있었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에 러뷰어를 초대합니다! (박수치는 이모티콘)]
W라이브 알림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3화]
'허억.'
박문대의 홈마는 숨도 쉬지 않고 즉시 W라이브 알림을 클릭했다.
'이 타이밍에 실시간 화상 소통이 나와?!'
테스타가 평소 비활동기에도 SNS활동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긴 했지만, 설마 콘서트 직후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그것도 당일 1시간 안에!
'되게 피곤할 텐데.'
체력을 다 쏟아놓는 세트 리스트를 생각하면 슬며시 걱정이 들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테스타 바로 또 본다!'
콘서트가 끝난 후 몰려올 수 있는 먹먹한 공허감이 사전에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엄청나게 몰렸는지, 평소보다 긴 로딩 끝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달 음식이 한가득 차려진 상에 둘러 앉아 있는 테스타의 모습이었다.
[앗 들어오신다!]
[잘 보이시나요?]
게다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테스타는 하나같이 머리에 파티용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귀여워!'
콘서트 뒤풀이라고 쓴 게 분명했다. 홈마는 훈훈한 얼굴로 빠르게박문대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
약간… 티벳 여우가 나오고 있다?
왠지 모르게 현타 맞은 쓸쓸한 얼굴로 보였다.
'우리 프로 아이돌 문대가 겨우 고깔모자로…?'
의아해하던 홈마는 직후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잘 보니, 멤버들이 직접 꾸민 건지 고깔모자마다 크레파스로 문구를 하나씩 적어뒀다.
그리고 박문대의 문구는 이것이었다.
-(축) 이틀 연속 울보 왕 (하)
"어허어억…."
미친 듯이 귀여웠다!
다른 멤버들도 '복근을 준비 중'같은 장난기 넘치는 문구를 머리에 달고 있기는 했지만, 박문대의 시무룩함은 정말 치사량만큼 귀여웠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미치광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어차피 그 칸의 절반은 콘서트 귀가 행렬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건너 하나꼴로, 승객들은 끙끙 앓거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W앱의 댓글들도 순식간에 고깔모자의 멘트를 묻거나 귀여워하는 것으로 가득 찼다.
몇 번 손을 흔들며 댓글 반응과 시청자 수를 확인하던 테스타는, 약간 부끄러워하면서도 즐겁게 대답했다.
[아, 문구요? 하하… 바로 눈치채셨네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서로 적어준거 맞습니다∼]
[제 문구 좋아요! 문대 형이 적었어요!]
차유진이 번쩍 두 손으로 들어 올린 고깔모자에는 '와이어 한 번만 더 타자고 무릎 꿇음'이 적혀 있었다.
귀여운 문구였으나, 차유진은 그 문구가 자신의 열정을 보여줘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듯 싶었다.
'차유진도 귀엽긴 해.'
홈마는 너그럽게 상황을 인정했다.
우리 애랑 잘 노는 막내 포지션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박문대도 피식 웃었다.
[좋았다니 다행이고.]
[히히.]
[그런 의미에서, 제 모자 문구는 대체 누가 적은 건지 정말 궁금한데….]
[하하하! 다 같이 적었지, 다 같이!]
[아! 이세진 형이 적었어요!]
[아니, 유진아!]
아웅다웅 귀여운 분위기였다. 그녀는 숨을 죽이며 화면에 집중했다.
류청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콘서트는 어떠셨….]
뚝
갑자기 영상이 꺼졌다.
[W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갑자기?
하다못해 멤버들이 폰을 건드리던 중도 아니었다.
'뭐야? 오류인가?'
아마 테스타 쪽도 당황했는지, 라이브 알림은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왔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에 러뷰어를 다시! 초대합니다 _]
당황했는지 고깔모자도 벗은 테스타 멤버들은 다시 켜진 W라이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후! 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러뷰어, 다시 안녕하세요!]
[이, 이제 잘 되겠죠?]
[에이∼ 그렇겠지! 자,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요? 래빈 씨!]
[네, 이번 W라이브는 저희가 러뷰어 분들의 귀갓길에 색다른 재미를 드리면 어떨까 하여….]
뚝. 또 끊겼다.
이번에는 1분도 제대로 송출되지못했다.
"…."
홈마는 아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다음 w라이브는 곧바로 켜졌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하지만 화질이 깍두기였다.
도트 이미지처럼 보이는 테스타는 화면을 보며 수군댔다.
[우리가 잘못 건드린 건 아닌 것같은데?]
[포, 폰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일단 목소리라도 안정적으로 송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 앱환경 자체가 좀 불안정한 것 같….]
박문대의 말은 끝나기도 전에, 동영상이 종료되었다.
'X발!'
얼마 전에 앱을 업데이트한 뒤부터 아이돌들 돌아가면서 오류가 나더니, 이번에는 테스타의 차례인가 싶은 상황이었다.
홈마는 당장 w앱 공지 사항을 확인했으나, 오류나 서버 불안정에 대한 공지는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맞다. 얘네 그런 거 안 하지.'
언제나처럼 안정적인 흑우 취급에 말문이 다 막혔다.
"…."
테스타는 다음 시도까지 5분 정도시간이 더 걸렸다. 아무래도 선아현의 의견대로 폰을 바꾼 것 같았다.
이제 W라이브 제목에는 우는 이모티콘이 붙기 시작했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 제발하게 해주세요ㅠ (우는 이모티콘)]
깨끗한 화면이 테스타와 시청자들을 반겼다.
'하, 이번에는 되나…!'
홈마는 폰을 바꾼 테스타의 전략이 통한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이번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신난 차유진)]
[(질문하는 김래빈)]
[(댓글을 따라 읽는 배세진)]
[(당황한 류청우)]
그리고 화면 밖으로 나간 박문대가 크레파스로 글을 쓴 종이와 함께 등장했다.
-안 들리시나요?
그렇다는 댓글이 폭주했다.
큰세진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종이 위에 크레파스를 덧칠했다.
-ㅠㅠ
그리고 또 재시도.
슬슬 테스타가 낡아가고 있었다.
[다시… 뵙습니다, 여러분.]
[허허허허….]
[이번에는 잘 들리시나 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웬일로 끊기지 않는 것 같았다!
[아, 이제 좀 안정적인 것 같아요!]
[음, 저희가 보는 화면에서는 약간 오류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다시 시작하면 또 꺼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그대로 진행해 보자.]
[찬성!]
류청우의 신중한 말에 테스타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틀었다가 또 끊기면 정말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저희 콘서트하면서 가장감명 깊었던 순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저! 저부터 해요!]
[그래, 유진이부터 말해보자!]
테스타는 그제야 신이 나서 본격적인 콘서트 후기에 돌입했다.
[로프 쓰는 거 재밌어요!]
[어이구, 우리 유진이 그래서 연습할 때 자꾸 재밌다고 로프 끊어 먹었어요∼?]
[안 먹어요!]
[바보야, 진짜 음식물 섭취한다는 뜻 아니거든.]
[아니에요. 바보는 김래빈이에요.]
[…! 아닙니다! 제 지능지수는 공증된 시험에서 기록이 남아 있는데…!]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시 청자가 방송에서 튕겼다는 것을.
댓글이 줄어든 것이 오류가 아니라, 시청자 수가 그대로인 것이 오류였다는 것을.
대다수의 러뷰어가 들어가지지 않는 무한 로딩이나 오류 화면을 보며 광광 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박문대의 홈마도 그 대다수에 속했다.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
성공한 극소수 중 몇몇 악성 종자들은 낄낄거리며 적선하듯이 SNS에 상황을 중계했다.
-와 셤별 치킨 뜯는다 이 야밤에 제정신이냐고 댓글 달아줘야지ㅠ
-콘서트 리허설 때 윾진이랑 레빉이가 밖에 사람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대 국데와 그분 다 늙어서는 어리고 잘생긴 애들한테 서열질한 거 아니냐고 우우욱
평소라면 묻혔을 그 어그로들이 관심을 받으며 공유와 인용수가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하."
홈마는 신인상 논란 이후로 오랜만에 깊은 빡침을 느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당연히 W앱의 SNS 계정은 어마어마한 읍소 폭탄을 맞게 되었다.
-테스타 덥앱 좀 어케 해봐
-내 돌 돌려내라고ㅠㅠ
-앱 관리 대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업데이트 이후로 아이돌들마다 오류 사례 나오는데요.
-오류오류오류 매번 오류인데 어떻게 사과문 한번이 없어 X발 놈들
-WHY(화난 이모티콘)
하지만 W앱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놈들은 얼마 전 브이틱 멤버의 개인 W라이브에서 다섯 번 오류를 처먹이고도 사과가 없었다.
아예 댓글이 막히는 등 기능이 마비되는 수준이 아닌 이상, 그냥 오류 정도엔 배짱 장사인 것이다.
어쩌면 테스타 건에 무슨 의사 표명이 있는 게 더 어색할 일이었다.
'이대로 실시간 문대는… 못 보는건가.'
박문대의 홈마는 혹시 몰라 테스타의 실시간 W라이브 썸네일을 클릭해 계속 들락날락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테스타의 W라이브가 아예 끝나 버렸다.
"…."
다시 보기는 빠르면 내일, 늦으면 일주일 뒤에나 뜰 것이다.
'오류가 진짜 심각하면 다시 보기도 못 뜨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더는 불길한 예감은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휴우.…."
홈마는 긴 한숨을 내쉬며, 집에 들어 갔다.
'씻고 나와서… 데이터 정리해야지.'
기분 좋게 콘서트 보고 와서 이런걸로 속상할 필요가 없었다.
'맞아, 너무 좋았잖아.'
이틀간의 콘서트를 떠올리자 금세다시 기분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폰을 잡았을때는, 새로운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
테스타의 SNS 알림.
그것도 박문대였다!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W라이브 직캠입니다.
많은 러뷰어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어설픈 여우 그림)
(동영상)
첨부된 동영상은… 방금 했던 w라이브의 녹화본이었다!
그렇다. 박문대는 멤버들이 폰을 바꾸어 송출을 재시도할 때, 혹시몰라 자신의 폰도 나란히 옆에 세워뒀었다.
동영상 녹화를 켠 채로 말이다.
그리고 W라이브가 끝나자마자 사태를 파악하고 즉시 올려 버렸다.
아예 다른 폰으로 촬영한 것이라, 덥앱 계약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세상에.'
홈마는 침대에 철퍼덕 머리를 박았다.
박문대가 너무 명석하고 대단한 아이돌이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다시 박문대의 SNS글을 보자, 아까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그린… 여우그림이었다.
'아니, 이게 진짜 인간적으로 말이되냐고 미친!'
괴멸적인 박문대의 그림 실력을 고려하자면, 저것도 엄청나게 따라 그려서 연습한 뒤 올린 것이 분명했다.
'티벳 여우 이모티콘 없다고 우는거까지 신경 쓴 거냐고…!'
무슨 이런 아이돌이 다 있냐며 홈마는 울부짖었고, SNS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흐름은 박문대 개인 팬들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박문대 글에 멤버들이 줄줄 댓글로 콘서트 연습과 뒤풀이 준비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깨알 같은 정보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친 배아문 유닛 무대 왕리본머리띠 배세가 골랐댘ㅋㅋㅋㅋㅋ아현이가 예쁜 거 골라주셔서 감사하다는뎈ㅋㅋㅋ너무 웃겨ㅋㅋㅋㅋㅋ
-기다림이 좋아는 이세진 픽이었구나 역시 뭘 좀 아는 게 내 돌답다
-ㅠㅠㅠㅠ류청우 흰 티에 곤룡포만 걸친 사진 진짜 고맙다 래빈아 널 사랑해
-아니 다들 남의 사진만 주구장창 올리넼ㅋㅋㅋ 알았어 올팬하면 되잖아 얘들아
테스타의 팬덤에서 W라이브를 함께 못 달린 서운함은 어느새 사라진후였다.
"음, 다들 좋아하시네요!"
"휴."
"그러게."
"정말 다행입니다!"
큰세진의 확답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하필 그 타이밍에 오류가 떠가지고.'
콘서트 끝난 당일에 분위기가 안좋으면 곤란했다.
다들 신나고 즐거워해야, 다음 콘서트에도 오고 이번 앨범도 들을 마음이 들 것 아닌가.
그래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틀어놔서 다행이었지만, 예정대로 W라이브가 잘 진행되지 못한 건 뒷맛이 나빴다.
'그거 하려고 장소까지 빌렸는데.'
영 아쉽긴 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상대로 시나리오가 잘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하자.
"자, 그럼 우리는 좀 편하게 계속할까?"
"좋죠∼"
"치킨 시켜요!"
현재, 숙소로 복귀한 테스타는 드디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막 2차가 시작되려는 상황이었다.
'체력들 좋군.'
아마 있는 대로 들뜬 데다가 내일 오전 일정이 없다는 것 덕분에 객기를 부리는 것 같았다.
'적당히 어울리다 빠져야겠다.'
배세진까지 음식을 고르고 있는 통에 혼자 빠지긴 그림이 이상했다.
대신, 이놈들 떠드는 사이에 볼일은 좀 봐야겠고.
'상태창.'
마침 콘서트가 잘 마무리된 덕에, 약간 정산할 거리가 생겼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4화]
우선, 첫날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본 적 없던 팝업이 하나 떴다.
[성공적 공연!]
절대 다수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관객수 : 13,120명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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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업적도 하나 달성되었다.
'최초의 공연' 업적이었다. 그 덕에 간만에 레벨업도 했다.
'무대가 아니라 공연으로 잡히는건가.'
아무래도 단발성 무대와 단독 콘서트는 서로 다른 분야로 카운트되는 모양이었다.
'이건 이득이긴 하지.'
상태창이 정체기였는데 이렇게 얻어먹을 구석이 더 나와주니 운용하기 좋았다.
오랜만의 레벨업에 특성 뽑기까지 뜨니, 여러모로 콘서트는 수확이 좋았다.
'…재밌기도 했고.'
좀… 현대인이 보통 경험하는 류의 재미는 아닌 것 같았으나, 압도적인 감각인 건… 확실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수많은 불빛, 목소리, 열기와 감정들이….
"…."
나는 잠시 감상에 잠길 뻔했으나, 그 순간 내가 했던 행동까지 같이 떠올려 버렸다.
'…질질 짰지.'
…그리고 아까 쓴 고깔 모자의 문구까지 생각났다.
'망할.'
고깔모자가 자체 제작인 탓에 여분이 없고, W라이브에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쓸 수밖에 없었다.
'다신 안 운다.'
그 X 같은 울보 왕 문구는 다음엔 그걸 만든 새끼의 타이틀이 될 것이다.
"문대 넌 맥주?"
"예."
나는 마침 류청우가 내미는 맥주캔을 받아다가 들이켰다. 잘 들어갔다.
"다들 참 고생 많았다!"
"후, 이제 활동 시작인데 벌써 끝난 것 같네요∼"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희 앨범 발표 날짜는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공개도 아직이야. 삼십 분 뒤."
"이, 이따가 보고 자면 어떨까요?"
"좋지!"
다들 제대로 신났군.
잠시 후에 동영상 녹화를 한 번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뮤직비디오 첫 리액션이니까 찍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
나는 낡은 저가형 폰 대신, 노란강아지 케이스가 덮인 새 최신형 스마트폰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생일날 받은 선물 중에 있던 것이다.
원래 써오던 폰들과 운영 체제가 달라서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만, 기능이 다양해서 즐거웠고…고마웠다.
하지만 최신형 스마트폰 선물을 일곱 번쯤 받고 나서는 식은땀이 나기시작했다.
'동일 기종만 이걸로 3대였지.'
일부러 카메라에 잡히도록 만들어서 몇 번 인증까지 했는데, 스마트폰이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선물로 웬만한 전자제품이나 명품은 종류별로 받은 것 같거든.
'…너무 고가야.'
갚을 액수를 계산하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어차피 바빠서 제대로 쓸 시간도 없었다.
내가 쓰는 걸 보여줄 수도 없는데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하다못해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아마 팔다가 걸리면 그날로 인터넷에서 화형식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쓰라고 준 선물인데,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그만 주셔도 된다고 공지라도 해야겠는데.'
나 혼자만 안 받겠다고 해봤자 괜한 어그로 먹잇감만 던져주는 꼴이니, 정산 들어오는 대로 이놈들에게 이야기라도 꺼내 봐야겠다.
다만 지금은 안 되겠다.
말 꺼내봤자 홧김에 오케이만 외치고 다음 날 후회할 것 같은 술자리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아이고 스무 살 두 분 어떠세요, 맥주는 마음에 드세요?"
"써요."
"당도가 전혀 없었군요…."
"그, 그럼… 이, 이건 어떨까?"
처음으로 합법 음주 중인 놈들에게자기 마시던 걸 권하는 놈들이 섞여서 시음 평이 난무했다.
"이거 좋아요!"
"다, 다행이다…! 그, 근데 많이 마시진 말고… 어어."
'난리군.'
나는 리액션 비디오 생각을 접었다. 저 꼴을 공개하려면 연차가 3년은 더 쌓여야 할 것 같다.
"문대는 뭐 추천 없어∼?"
"사이다나 마시라고 해라."
"싫어요!"
그래 뭐, 그럼 술 계속 마시고 뻗어라.
나는 맥주캔을 새로 따며, 홧김에 특성 뽑기를 돌렸다.
'영웅 특성 뽑기면 최소 B등급이던가.'
쓸 만한 게 나와줬으면 좋겠다. 바쿠스가 한 번 더 나와서 업그레이드 되는 게 최고일 것 같고.
이제 익숙해진 슬롯머신이 뜨더니, 황금색 칸에 간간이 백금색 칸이 섞인 슬롯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멘탈 갑]
[집중]
[말랑뽀짝 귀요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중략)]
[공감이 필요해]
[바쿠스]
[…]
어디서 본 것 같은 특성과 제발 안 걸렸으면 하는 문구들이 번갈아서 휙휙 지나가더니, 이윽고 멈췄다.
몇 없던, 백금색 칸이었다.
"…!"
파파파팡!
꽃가루와 함께 A급 특성이 떴다.
[특성 : 유학생 (A)]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외국어 습득 능력 +200%뭐야 이게.
이 뜬금없는 취준생용 특성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냐.
'외국어 습득 능력 증가?'
왜, 아예 언어 하나 통으로 구사하게 해주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건 상태창으로도 안 되나 보지?
'…A급 하나 날렸군.'
나는 쓴웃음과 함께 새로 뽑은 특성을 버리려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잠깐.'
…지금까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부동심. 나오자마자 버리고 과거사 논란이 터졌다.
수도꼭지. 나오자마자 버리고 콘서트에서 질질 짰… X발.
설마 이거, 그때그때 제일 필요할만한 특성을 던져주는 거냐.
지난번부터 떠올린 불길한 예감이 아주 설득력 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후 "
진정하고. 일단, 유추해 보자.
외국어 습득 능력이 필요한 상황.
'이건 해외 진출밖에 없지.'
근시일 내로 납치당해서 해외 고기잡 이배에 팔리는 게 아닌 이상, 아이돌로서 개연성 있는 미래는 그 정도였다.
'슬슬 투어 정도는 시도할 때가 되긴 했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특성상 테스타의 해외 팬덤은 국내에 비해 빈약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일단 국내에서 인기가 생기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따라오는 경향이 있더라고.
게다가 지난번에 커버한 오닉스 무대가 제법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런 게 그쪽 취향인가 보지.'
전에 번역기 돌리는 외국인한테 몇번 데이터 팔아본 적이 있는데, 유독 국내보다 거래 성사율이 높던 그룹들이 그런 컨셉이었다.
비트 강하고 퍼포먼스도 격렬한 힙합 베이스 댄스곡들 말이다.
'테스타가 그걸 메인으로 잡은 그룹은 아니긴 한데.'
모든 게 경향성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언젠가 해외를 노려야 한다면 한두 번 정도는 저런 곡도 싱글타이틀로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튼… 각설하고, 올해 내로 해외 투어가 잡힐 예정이라 이 특성이 나왔다는 추측으로 돌아가 보자.
'…그래도 투어에 저런 능력까지 필요할 것 같진 않다.'
나도 그냥 대졸 수준의 영어는 구사한다. 가벼운 소통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우리 팀에는 네이티브도 있지 않은가. 차유진….
"더 마셔요!"
"잠깐, 유진이 그만하자∼"
"너, 너무 많이 마셨어…!"
"…."
차유진… 이 유일한 네이티브 스피커란 말이지.
그리고 남은 유학파는 선아현이다.
둘의 의사소통 궁합은 더 말할 것없이 처참한 수준이고.
'이건… 안 되겠다.'
나는 결국 귀납법에 따르기로 했다.
부동심과 수도꼭지를 버렸을 당시같은 꼴을 또 보느니, 여차하면 다음 특성 잡을 때까지 외국어 공부나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 가지 특성 중 하나를 삭제해야 하는데… 뭐, 이건 뻔했다.
[특성 :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C)이 삭제되었습니다!]
데뷔 이후 아예 이 특성을 써본적이 없다. 전 본부장 설득할 때도, 선아현한테 상담 권유할 때도 안 터진 놈이다.
'등급도 제일 낮으니 이걸 보내 버리는 게 맞다.'
이제 아주사 때처럼 미친 서바이벌 개인전에서 조별 과제 하면서 줄타기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정리된 내 상태창을 다시 확인했다.
[이름 : 박문대 (류건우)]
Level : 16
칭호 : 없음
가창 : A+
춤 : B
외모 : A-
끼 : B
특성 : 잠재력 무한, 유학생(A), 바쿠스500(B), 잡아채는 귀 (A)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남은 포인트 : 2
일단 B-에서 으로 자연 성장한 춤스탯이 눈에 들어왔다.
'구른 보람이 있군.'
연말 무대와 콘서트 준비를 거치며 이룬 쾌거였다. 이제 웬만한 놈 옆에 붙어 있어도 썩 잘 추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운용 가능한 남은 포인트 2점으로는… 음, 사실 여분도 하나 있으니, 하나를 가창에 찍어버리고 싶다. 등급이 달라지니까.
'으에 진입하면 소리가 얼마나 달라지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데.'하지만 끼나 춤에 두 포인트를 부어서 A 등급을 세 개로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어떻게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으로의 스케줄 중 하나를 떠올린 후에 마음을 정했다.
'이게 맞을 것 같군.'
그리고 포인트를 분배하는 순간, 누군가 등을 툭툭 두드렸다.
"박문대, 이거 봤어?"
"뭔데."
고개를 돌리자 큰세진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댔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아주사 3차 팀전이었던 달토끼 단체방의 새 메시지 였다.
[하일준 형님 : 콘서트 잘 끝냈다며! 축하한다(눈물 흘리는 이모티콘) 초대해 줬는데 못 가서 미안하구먼!]
[하일준 형님 : 사실 나 4월에 데뷔야! 데뷔 준비하느라고 못 갔어ㅠ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테스타 선배님! (인사하는 이모티콘)]
오, 골드 1이 데뷔하는군.
그런데 축하 말고 더 할 말이 있나? 특이사항은 없어 보이는데.
"…아, 잠만. 스크롤 올라갔네."
큰세진은 내 표정을 확인하더니, 보여주던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내렸다.
그러자 새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일준 형님 : 근데 우리 팀에 서원길이도 같이 데뷔하거든. 혹시 인터뷰 같은 곳에서 너희랑 사이 어떻냐고 질문하면, 다 잘 풀고 넘어갔다는 정도로 말해도 괜찮을까?]
[하일준 형님: 친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딱 그 정도만!]
그렇군.
최원길도 결국 한 팀으로 데뷔하는모양이었다.
테스타 멤버들 과반수가 아주사 에서 최원길의 트롤 짓을 경험했고 그게 다 방송을 탔으니, 확실히 질나쁜 인터뷰에서 나올 만한 소리긴 했다.
'골드 1이 걱정할 만하군.'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생각해?"
어쩌긴, 별생각 없었다.
골드 1은 멍청한 관종은 아니었으니 정말 딱 저 정도로만 말할 것이다. 잘 풀었다 정도.
그리고 최원길은 그때 방송국 계단에서 사과했던 걸 생각하면, 쓸데없는 소리 안 할 정도로는 마음 고쳐먹은 것 같고.
"상관없어."
"그래? 사실 나도 그래. 그럼 올린다."
큰세진은 웃으며 단체 메시지 방에글을 올렸다.
[나 : 헉 형님 데뷔∼ 너무 축하드려요! (눈 반짝이는 이모티콘) 인터뷰 그 정도는 당연히 괜찮죠∼ 우리가 뭐 싸운 사이도 아닌데요 뭘!]
"이 정도로 한다? 너도 축하나 올려∼"
"그래."
"다른 애들은, 음… 정신 차리면 축하 글 올리겠지?"
"그러겠지."
선아현과 김래빈이었다. 뻔했다.
지금 술 마시랴 차유진 말리랴 정신이 없어 보이니 나중에 정신 차리면 알아서 할 것이다.
"무, 문대야! 너도 마실래?!"
"…괜찮아."
눈이 마주치자 무슨 포X몬 시합처럼 말을 걸어왔다. 피하자.
결국 막판에는 그 개판에 끼어서 와인까지 마시게 됐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뒤, 음악방송 첫 컴백 직전에 올라온 그 위튜브 인기 동영상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원길 녹음2]
여기까지만 해도 내 일은 아니었다.
근데 재생을 누르니 달라지더라고.
그냥 영상 없이 검은 바탕에 소리만 나오는 녹음본이었는데, 어디서 들어본 대화가 나왔다.
"…?"
야 설마.
댓글로 내렸다.
누가 친절하게 해석 자막까지 달아줬다.
-들리는 대로 받아적었음
최원길: 그렇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 주는데?
박문대(추정) : (한숨 쉼) …
내가 왜 여기서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