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현실

글쓴이 Malcom

커플링 Ron/Draco

연령제한 없음

A.N: 드레이코 말포이 시점. 발 프랑스어.. orz

이 이야기에 사용된 캐릭터 및 설정에 대한 권리는 J.K롤링 에게 있으며 사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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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누른다. 숨막히게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나를 누른다.

내 가문과 명예 잃는 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묻히고, 너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덮었다.

아니, 너를 잃는 게 아니겠지.
나를 잃게 되는 거겠지.

네가 알고 있는 나를 잃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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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물건들의 방안에 물건들은 하나하나에 마법이 서려있다. 그것들은 그것들 만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 작은 소리들이 모이지만, 커지지는 않는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소리들에 내 숨소리가 더해진다. 사라지는 장, 그 앞에서 나는 주문을 외운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을 사라지는 장에 다시 마법을 불어 넣는다.

"내일, 네가 전쟁의 시작이 된다."

다크로드는 말했다. 그는 나를 선택했다. 내가 특별하다고 했다.

선택되고 싶었다. 특별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저 더 커질 뿐이었다. 나에게 선택권이라는 게 있었던가? 말포이는 말포이의 길을 걷는다. 이미 선택 되어진 말포이의 길을 걷는다. 그 길에 드레이코는 사라지고, 말포이만 남는다. 혼란스럽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나는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의심하는 걸까. 왜 나 마음이 다른 쪽을 향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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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4번째 층 교실.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 안에서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잠들었을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호그와트 성안을 감시하는 동안 나는 투명망토를 쓰고 우리가 만나기로 한 그곳을 향한다. 나는 후회하겠지, 너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하지만 너는 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나는. 천천히 교실 문을 열고, 공허함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깊은 구렁 속에 빠지는 느낌. 그래도 해야 할일. 너에게 꼭 해주어야 할 일. 그리고 후회할 일.

푸른색의 네 눈동자는 나를 꿰뚫고,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하는 나의 구름 낀 눈동자는 흔들린다. 내가 너에게 닿았을 때, 너 역시 나에게 닿았고, 그렇게 너를 붙잡고 이 시간이 영원히 얼어버리기를 바란다.

Dites-moi, vous m'a aimé davantage que j'ai fait
"네가 나를 더 많이 사랑 했었다고 말해줘."

내 혀끝에서 맴돌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맴돌고, 너는 나를 본다.

Je t'aime beaucoup plus que toi
"사랑해 너보다 훨씬 더 많이"

아니, 사랑했었다.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그래, 오늘까지 너는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너는 나를 사랑했었을 것이다. 네가 나에게 실망하고 증오하게 되어도, 난 너를 원망할 수 있을까?

Je vous ai aimé
"사랑했어"

좀더 빨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나의 아집을 이해하지 말아줘. 나는 후회할거야. 나는 너를 잃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거야. 너를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Non, vous m'aimez
"아니, 넌 날 사랑해."

이 키스로 여기에 두자 지금 여기, 4층 사용하지 않는 교실 안에 아무도 모르는 너와 나의 비밀을 두자.후회할 일들은 이미 충분해. 차고 넘쳐 흘러 숨조차 쉴 수 없게 나를 압박하지.

Vous ne m'aimerez pas, demain
"내일 넌 날 사랑하지 않을 거야"

Je vous aimerai toujours
"항상 널 사랑할거야"

그래, 내가 이 일을 하지않으면 넌 그럴 테지, 그리고 그 사실이 너를 힘들게 하겠지. 지치게 하겠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넌 놓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버릴 만큼 난 너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내가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너를 잃고 난 다음에도 나 스스로를 지탱 할 수 있을까? 견딜 수 있을까 숨막히도록 무겁고 답답한 이 현실 살아 남을 수 있을까.

Quand je pars de cette pièce, vous oublierez Draco
"내가 이 교실을 떠나는 순간 넌 드레이코를 잊게 될 꺼야."

천천히 그와 멀어진다. 그리고 문쪽을 향해 걸어간다. 손끝에 지팡이가 닿고, 나는 다시 내쪽을 향해 돌아선다. 그리고 또다시 나를 꿰뚫는 푸른 눈동자를 만난다.

Je n'oublierai jamais
"난 절대 잊지 않아."

이제 너에게 드레이코는 없어. 말포이만 존재 할뿐. 지팡이를 들어 그를 향한다. 그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리고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은 말포이가 아닌 드레이코로 흘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영원히 너와 나 사이의 비밀로 이방에 둘 한때 내가 두려워했던 내 감정.

"Dediscos* Dr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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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물건들의 방.
사라지는 장.
검은 연기.

손끝에서 굳게 쥐어지는 내 지팡이.
그리고 숨막히게 짓누르는 현실

너와의 이별을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숨막히고 답답한 이 현실.

*Dedisco : 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