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ll / 추락


새하얀 번개가 눈앞을 메우고, 다스 베이더는 생각한다. 언젠가 같은 일이 있었노라고. 잔혹한 웃음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 그 둘 사이에서 우뚝 서 있던 날이. 그런 날이 언젠가 있었노라고.
베이더는 기억한다. 머나먼 과거의 일임에도 또렷할 뿐이다. 기계 없이는 제 기능을 못 하는, 그의 건조한 두 눈을 감았다 뜨면 바로 그 장소에 있을 것만 같다. 그 찰나의 순간은, 몇 초에 불과하지만 느리다. 평생의 시간만큼 굼뜨게 흘러간다. 데스 스타 내부의 삭막한 풍경, 번개의 지글거리는 소리, 그의 아들과 그의 주인-- 느리게 움직이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그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생경한 감각에 휩싸여, 생각한다. 그리고 본다.
바닥에 흩뿌려진 제다이 망토들을.
늙은 노인을 몰아붙이는 제다이 마스터를.
그리고 목소리들을...
--제다이의 방식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목소리-- 이자는 살려 두기에 너무 위험해!
그리고 또다시, 베이더가 너무나도 증오하는 목소리-- 도와다오, 아나킨...
...내가 파드메를 구하게 해줄 수 있다!
그는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의 손목을 자를 것이다. 제다이는 새하얀 번개에 휩싸여 추락할 것이다. 그러나 시스는 부상하고...
베이더는 생각을 지연한다. 눈앞의 광경이 더욱 느려진다. 어쩌면 그 광경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느 때보다도 어둠으로부터 나약할 때이며, 다스 베이더가 어느 때보다도 빛으로부터 나약할 때이므로. 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생각이 더욱 더 분명해진다.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둠으로 부패되어 왔던 그의 마음은, 단 한 줄기 빛에도 고통스러워한다. 그 고통은 이상하게도 어둠의 고통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어둠만큼 따갑지만, 증오가 아닌 다른 감정을 불러온다. 새 살이 돋아 딱지를 뗄 때의 그런 달가운 고통이다. 낯선...고통이다.
그 고통이 생각을 날카롭게 하므로, 그는 잠깐 침묵한다.
벼려진 그의 마음은 한 가지 사실을 짚어낸다. 그날,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추락했으며, 다스 베이더가 부상했다. 이를 초래한 선택은 번개와 웃음소리, 비명으로 점철되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듣고 있는 것은 번개, 웃음소리, 비명... 제다이의 비명. 아들의 비명.
"...아버지! 도와주세요..."
도와다오, 아나킨... 내가 파드메를 구하게 해줄 수 있다!
그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정말이지 찰나의 순간, 그는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같으면서도, 정반대이며, 결국 그는 제자리로 돌아오기에.
그때 어둠에 흔들리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아들에게 흔들린다. 빛에 흔들리고 있다. 눈앞에는 같은 상황이, 그 안에는 같은 혼란이 자리하고 있으나--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확신한다. 오직 하나만을 확신한다.
그의 눈앞에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이는 그의 아들뿐만이 아니라고. 비명을 내지르며 빛나는 이는 루크만이 아니라, 모든 추락한 이들. 코러산트의 의회 건물에서 추락한 제다이 마스터. 눈물로 고개를 젓다 쓰러진 파드메. 무스타파의 불타는 용암 바위에 추락해 고통으로 울부짖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그들, 추락한 이들 전부라고.
그는 이것이 지독한 우연인지, 혹은 은하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힘의 작용인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제다이 사원의 오래된 스승들이 그토록 외우곤 했던 포스의 의지인지, 의아해할 시간도 없다.
그러나 시스 로드를 들어올려 난간으로 향해, 마침내 그자를 중앙 반응로 아래로 던질 때, 그는 깨닫는다.
새하얀 번개가 다시금 눈앞을 메우고, 그는 깨닫는다.
언젠가 같은 일이 있었노라고.
제다이가 번개에 휩싸여 추락하고, 시스는 부상했던 날이 있었노라고.
그가 하나의 선택을 했던 날이 있었노라고. 그 선택이 모든 운명을 바꾸었던 날이 있었노라고.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정말이지 다르다.
데스 스타의 중앙 반응로에서 번쩍임과 함께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추락하는 시스의 마지막 발악으로 그는 휘청였다. 그러나 난간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어서서 그에게로 다가오는 젊은 제다이가, 그가 옛 주인을 뒤따라 추락하는 것을 막는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추락했을 것이다. 이십 삼 년 전의 그날처럼.
두 손이 그를 단단히 붙잡는다.
그 손들이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일으켜 세운다.

*

There was once a time when the Jedi fell, and the Sith rose. Because Anakin Skywalker fell, while Darth Vader rose.
Yet also came the time when the Sith fell, and the Jedi rose. Because Darth Vader fell, and Anakin Skywalker rose on his behalf.


A/N: It's really fascinating that the Prequels and the Originals are in parallel, especially around Anakin/Vader's fall and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