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메말라버린 한국어 동인판에서 당신은 한국어 팬픽을 발견했습니다! 와!
솔직히 이걸 누가 보기나 할지 의문이네요. 마지막 한국어 팬픽 업뎃 날짜가 무려 5년 전... 인 시점에서 과연 한국어 팬픽의 존재여부를 서치해보는 독자가 있기는 할지 의문입니다만... 거의 자급자족하는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외롭잖아요? 한국인이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사실 이 소설을 쓰는 이유도 그냥 한국어 팬픽이 한 개라도 더 검색되었으면 좋겠단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만일 올해 안에 제가 그랬듯 한국어 팬픽을 찾아 헤매는 독자분이 나타나신다면 부디 이 소설을 발견하고 약간이나마 위안을 얻길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이 죽자고요!
아무튼 누구든간에 이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재미있을 거예요. 다음화를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럼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랴며,
Lessorte레소르테 드림.
Prologue
이상한 곳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온통 하얀색이다. 위도, 아래도, 좌우도 없는 백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空 그 자체.
직전에 내가 뭘 하던 중이었는지 떠올렸다. 그래, 나는 분명…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붕어빵 한 봉지를 사서, 집에 도착해 티비 보며 야금야금 먹어치우고는 행복하게 잠들었다.
'꿈이구나.'
간단히 결론을 내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 꿈이 이런가 싶긴 하지만 그냥 좀 피곤해서 상상력이 빈약해졌나보다 생각했다. 그나저나 자각몽은 처음 꿔보네. 대박. 짱 신기함.
'그럼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가?'
잔뜩 기대하고 뇌에 힘을 줘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뭐야…. 자각몽이면 뭐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빈정이 상해서 대자로 드러누워버렸다. 내심 차갑고 딱딱한 바닥의 촉감을 기대했는데,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이거 뭔가 되게 묘하네.
"이제 좀 깼으면 좋겠는데."
자각몽 없구만? 슬슬 지루하고. 그렇게 언제쯤 깨려나 생각하며 뒹굴거리던 순간, 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반가워, 김주하."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웬 처음 보는 미청년이 서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삐죽삐죽한 금발이었고, 그 다음은 웃느라 휘어진 벽안이었다. 전체적으로 준수한 외모였다. 거기다… 여우 수염?
뭔가 알 것 같았다. 그제야 내 시선이 그의 이마로 향했다. 과연, 익숙한 모양의 써클렛이 있었다.
"…나루토?"
"오, 바로 알아보는구나! 맞아, 난 우즈마키 나루토야. 동시에 과거의 너이기도 해."
…?
이게 뭔 개소리지. 아무리 꿈이라지만 급전개 무슨 일인데.
"간단히 말해서 네가 나고 내가 너란 소리야."
"아니, 더 모르겠는데."
"음, 설명이 너무 부족했나. 윤회가 뭔지는 알지? 사람은 영혼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죽고 다시 태어나는 걸 반복하는데, 넌 내 일곱 번째 환생이거든. 그러니까, 너랑 나는 인격은 달라도 영혼이 같다는 소리지."
나는 멍청하게 입을 헤 벌렸다. 어, 그러니까, 내가 사실은 인생 7회차인데 전전전전전전생에 점프의 모 인기 닌자 만화 주인공이었다고요?
…아니 개연성 뭔데.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간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루토가 냅다 무릎을 꿇었다.
"거두절미하고, 딱 이번 회차만 나 대신 살아주면 안 될까? 부탁할게."
"오… 처음부터 설명해줄래?"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지?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음."
나루토가 평온한 얼굴로 폭탄을 던졌다.
"그러니까, 난 회귀 중이야. 이번이 아마도 19번째려나."
뭐?
"…그러니까, 너는 세계를 구할 때까지 회귀 중이고, 아직까지 성공한 적은 없다고, 못 해 먹겠으니까 파업하려는데 대타 뛸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런 거지."
"근데 왜 하필 나임?"
"네가 내 환생체 중에 멘탈이 제일 튼튼하거든."
그렇군. 납득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닌자가 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내가 쉴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줘. 끝나면 원래대로 돌려보내줄게."
그냥 신기한 꿈을 꾸고 일어나는 거랑 다를 바 없어! 다음날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나루토가 덧붙였다.
그 모습이 너무 간절하고 절박해 보여서, 괜시리 망설이게 되었다. 솔직히, 싫다. 마음만 같아서는 매정하게 거절하고 싶다. 내가 왜? 굳이? 그 개고생을? 마을 단위 왕따에다 소중한 친구라는 놈은 자길 죽이려들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패드립이나 듣는데다 인주력이라는 이유로 사방에서 아주 가만 두질 않지, 미친듯이 구르는 걸 내가 아는데 왜.
…근데, 너무 불쌍하잖아. 이 짓을 강제로 19번이나 반복했다는데.
"하…."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다 나루토가 눈깔을 너무 초롱초롱하게 뜬 탓이다. 에라이 싯팔.
"해줄게. 네 대타."
그렇게 나는 나루토가 되었다.
